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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담뱃세 논쟁: 말을 마차 앞으로 가져와야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4년 10월호

지난 9월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배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찬반 논란이 거세다. 그만큼 국민들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정책에 대해선 목표, 수단, 부수효과라는 세 가지 층위를 순서대로 검토, 평가해야 한다.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주장들도 어떤 주장이 이 세 층위 중 무엇에 대한 것인지를 고려해서 따져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다.


목표는 담배소비 줄이기


이번 담뱃세 인상의 일차적 목표는 국민의 건강증진이다. 세율을 높여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식료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은 식료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금을 거두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담뱃세 인상은 흡연자가 부담을 느껴 담배를 덜 피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담뱃세 인상이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거나 ‘서민들의 유일한 즐거움을 뺏는’ 행위라는 반응은 부적절하다. 이 비판은 사실 담뱃세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흡연을 줄여서 건강을 증진시키는 정책이 타당한가에 대한 반론이다. 아울러 부담을 주기 위한 정책인데 부담을 주니 나쁘다는, 의미 없는 반론이다. 정책 목표와 수단을 혼동한 전형적 사례다.


담뱃세 인상이 사실은 건강증진이 아니라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부의 속내가 정말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단, 이러한 비판을 제기하는 논자들은 단순히 정부의 의도가 순수한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보다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대안 없이 단순히 정부의 ‘숨은 의도’를 논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흡연율 낮추려면 가격 인상폭이 커야


담배소비를 줄이려고 하면, 크게 경제적 접근과 비경제적 접근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느 쪽이 보다 효과적일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배수요가 과연 가격에 얼마나 반응하는가, 즉 담배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얼마나 되는가 여부다. 가격에 대한 반응도가 높다면 세금인상은 수요를 줄이는 데 매우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중독성이 높아 가격이 올라도 애연가들이 흡연을 줄이지 않는다면, 가격 인상은 기대하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 각국에선 담배의 가격탄력성을 추정하는 연구가 무수히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여러 가지 자료와 다양한 통계기법을 이용한 연구가 이미 많이 이뤄졌다. 놀랍게도(?) 이 많은 연구들은 거의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그것은 담배수요가 비탄력적, 즉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발간된 민희철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연구*와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의 연구** 역시 동일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상의 결과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담배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재화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통상적으로 가격 인상은 수요를 줄이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비가격적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둘째, 가격이 비탄력적이면, 가격은 오르는데 수요는 그만큼 줄지 않으므로 세금수입이 늘어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담뱃세 인상을 세수증대용 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담뱃세 인상 방안은 정말 비효과적이며, 동시에 세수증대를 위한 ‘꼼수’에 불과할까? 그렇지는 않다. 먼저 가격정책 대신 금연홍보물 제작이나 금연교육 실시 같은 비가격정책을 실시한다고 하자. 이를 위해서는 정책 실시 이전에 교육이나 홍보가 흡연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담배가격 인상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실증적 근거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비용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흡연율을 눈에 띄게 낮출 만큼 금연 교육 또는 홍보를 수행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해야 할까? 담배가 아닌 다른 상품에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 아니면 결국 담배 세율을 높여서 재원을 조달해야 할까? 세상에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낮은 탄력성에도 불구하고 가격정책이 여전히 유효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 효과성이 가격을 ‘얼마나’ 올리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가격 인상의 담배소비 감소 효과가 적다는 것은 가격 인상률을 통상적 수준, 예컨대 5~10% 정도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의미를 갖는다. 만일 가격을 이번 담뱃값 인상안처럼 100%에 근접하도록 올리면 아무리 가격탄력성이 낮아도 수요는 크게 줄어든다.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좋은 근거는 OECD국가들의 평균흡연율과 담배가격 자료다(그림 참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낮은 가격은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OECD 최고 수준에 이르도록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아울러 이는 우리나라의 담뱃값을 OECD 평균 수준까지 올린다면 현재보다 흡연율이 거의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높은 가격 인상은 그 어떤 대안보다도 흡연율을 낮추는 매우 효과적인 정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수증대는 부수효과에 불과


담뱃세를 높여서 흡연율을 줄이는 정책을 사용할 경우, 세수증대는 사실 부수효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수효과를 중심으로 논쟁이 전개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일각에서조차 조세 수입을 중심으로 문제를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은 적절하지 못하며 또 정부 내 의견조율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함을 비치는 듯해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통해 진정으로 도모하는 것이 세수증대라면, 사실 담뱃값을 500원이나 1천원 정도만 높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바꿔 말하면,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2천원보다 인상률을 낮추면 낮출수록 담뱃세 인상은 역설적으로 본말이 전도돼 간다. 이 정책을 비판하는 논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세금수입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반대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세수증대 수단으로 은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변모해서 작동하게 된다.


최성은 박사의 연구가 제시한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본말의 전도를 막기 위해선 정부 인상안보다 사실 더 높은 담배가격 인상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양 속담처럼 말이 제 위치에서 마차를 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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