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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生生 관가엿보기국토교통부의 주력 업무는 무엇입니까?
최선욱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2014년 11월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출입기자라고 내 소개를 할 때면 이따금 듣는 말이 하나 있다.

“좋은 투자정보 많이 들으시겠네요. 좋은 정보 알게 되면 혼자 돈 벌지 마시고 저한테도 연락 주세요.”


여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예전부터 갖춰둔 상태다.

“기자가 숨겨진 정보를 알게 되면 바로 기사로 쓰겠죠. ‘물을 먹더라도(특종을 놓치더라도)’ 제 잇속 챙길 정도로 훌륭한 기자는 드물어요. 하하.”


이른바 ‘기레기(기자 +쓰레기)’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자기 방어형 대답이다. 동시에 국토부의 개발 관련 보안정보를 빼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도덕성으로 포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도 절대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좋은 투자정보’를 알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내일자 중앙일보에 관련 내용을 쓰게 돼 있다. 도덕성이 투철한 기자라서 그런 게 아니다. 더 이상 좋은 투자정보라는 건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정부가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그 지역의 집값·땅값이 치솟던 때가 있었다. 그땐 이 같은 계획을 기자가 사전에 독점적으로 알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 악용해 해당 지역의 땅을 미리 산 뒤 기사를 쓰던 기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지역 땅값이 올랐고 이런 방식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 있었는지 직접 확인해본 바는 없다. 그런데 이 같은 소문 탓에 ‘좋은 정보’를 알려달라는 인사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인사 또한 농담이겠지만.


‘좋은 정보’를 알게 되면 무조건 기사로 쓰겠다는 소신은 그 정보가 돈이 되기 어렵다는 확신에서도 나온다. ‘A지역 그린벨트 해제 검토’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최근 그 동네 땅값이 올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예전처럼 민감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가 2·26대책, 7·24대책, 9·1대책과 같은 각종 부동산시장 부양 대책을 수시로 꺼내며 시장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려 애쓸 수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업무도 집값·땅값을 띄우느냐 가라앉히느냐에 집중하지 않는 분위기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듯하다. 지난 10월 13일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장관의 중점 추진 업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승환 장관은 ‘주거복지’라고 답했다. 시장의 흐름을 정부가 주도하려던 관행을 벗어나 서민·중산층의 생활터전 마련에 힘쓰는 쪽으로 국토부 역할의 무게중심을 바꿔가겠다는 메시지로 이해했다. 이는 장관의 의도뿐 아니라 시대 흐름이기도 한 것 같다. 국감을 앞두고 각 의원들로부터 전달받은 보도자료도 임대주택 공실률이나 시설 낙후 문제를 지적하는 게 많았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 여건이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기자는 미국의 국토부 격인 주택도시관리부(HUD) 관련 뉴스를 뉴욕타임스를 통해 확인하지만, 실제 그런 기사가 보이는 날은 매우 드물다. 뉴욕타임스의 부동산 관련 뉴스는 지역별 주택시세와 주거환경을 분석해 소개하는 기획물이 대부분이다. HUD 홈페이지 첫 화면에도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아빠의 사진이 걸려 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이 HUD의 주력 업무라는 메시지다. 정부 주도 개발사업의 평면도가 걸려 있는 국토부 홈페이지와 차이가 난다.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언론이 그리 쓰고 싶어 하는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저런 대책이 없다는 비판 기사를 만든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HUD 기사가 잘 실리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인 것 같다.


이처럼 언론도 미국식으로 취재 관행이 바뀐다면, 국토부의 정책홍보 방식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만할 것 같다. 지금처럼 주로 출입기자를 활용하는 전통적 기법은 점점 그 비중이 줄어들 거라는 게 나의 예상이다. 주거복지 정책수혜자들은 기성 언론의 딱딱한 글과 영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을 테니. 그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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