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막걸리의 인기는 세계적이다. 그중 단연 최고는 일본이다. 일본식 발음으로 맛코리(マッコリ)로 불리는 막걸리는 소위 여자들의 술이다. 달짝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음료수처럼 술술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열량이 적은 대신 식이섬유·유산균 등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다이어트에 예민한 젊은 여성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현재 국내 막걸리 브랜드들이 일본 내에 많이 진출해 있으며 음식점은 물론 소매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 제일 먼저 진출해 가장 높은 인지도와 선호도를 가진 브랜드는 이동막걸리다. 막걸리 붐이 불지 않았던 1995년부터 이동재팬을 설립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동막걸리가 구사한 전략은 고급화였다. 고급스러운 유리병에 담아 360㎖에 6천원 정도에 판매했다. 단맛이 강한 이동막걸리는 단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고급 술로서 초기 출시에 성공했다.
진입 초기 지하철 광고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고수하던 이동막걸리는 한류바람을 타면서 2010년에 20대 OL들(Office Lady의 준말로 소비의 주축을 이루는 직장여성을 지칭)을 타깃으로 대중화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다. ‘수수한 여자가 좋다.’라는 남자 직원의 말에 혹시 이 사람이랑 잘될까 기대했다가 전격 결혼발표에 상처받고 집에 돌아온 그녀가 ‘닛코리, 맛코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씁쓸한 마음을 한잔의 이동막걸리로 달달하게 달랜다는 것이 광고의 내용이다(그림 1). 생긋 웃는 모양을 나타내는 ‘닛코리’와 막걸리를 뜻하는 ‘맛코리’라는 두 단어의 조합을 통해 말맛과 의미를 잘 살린 이 CM송은 술집에서 따라 부르는 이들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동막걸리와 함께 막걸리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한국기업은 진로다. 진로는 ‘진로소주’라는 브랜드로 1988년 일본에 첫 진출한 이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 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 브랜드의 자부심을 높였다. 칵테일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음주 습관에 맞춰 우리나라보다 순하고 깔끔한 맛과 칵테일병 모양으로 현지화한 결과였다.
2008년 진로는 주춤해진 진로의 새로운 인기몰이의 견인차로 막걸리를 선택했다. 2008년 가을, 일본의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자료가 자극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막걸리’를 묻는 질문에 당시 존재하지도 않던 진로막걸리가 시판 중인 40여종의 한국막걸리 중 2위를 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진로재팬은 진로막걸리를 출시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파자마 차림의 젊은 여자들이 진로막걸리를 마시며 유쾌한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이 모습을 진로소주를 마시던 중년의 남자가 보고 ‘파자마?’라고 놀라면서 부러운 듯 ‘파자마 막걸리 진로’라는 랩을 한다(그림 2). 이 중년 남자는 진로소주 광고에 나왔던 인물로 거기서 불렀던 진로소주 랩의 라임을 그대로 살린 노래를 불러 진로라는 브랜드 로열티를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당시 유행하던 여자들의 파자마 파티와 막걸리를 연결해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술로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 광고는 당시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이병헌 주연의 드라마 <아이리스> 시간대에 맞춰 집행되면서 높은 주목도를 기록했다.
이후 2013년 진로는 ‘Try, 막걸리’라는 캠페인을 펼치며 다소 주춤해진 막걸리에 변신을 꾀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막걸리는 마치 와인처럼 잔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고 사이다와 막걸리, 맥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는 등 칵테일용으로 마시는 경향이 있다. 일본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과 여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막걸리에 망고주스를 섞어 망코리로, 토마토에 시오코쇼(조미료)를 섞어 블러디 막걸리로, 바나나를 갈아 바나마코리로 마셔보라는 새로운 음용방법에 관한 광고를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판매의 돌파구를 꾀함과 동시에 유행을 만들어가는 트렌디 술로 포지셔닝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 닛케이트렌디가 뽑은 10대 히트상품에 뽑히는 등 막걸리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일본의 토종 주류 회사들도 앞다퉈 막걸리 브랜드를 출시했다. 일본의 대표적 주류 회사인 산토리의 경우 서울막걸리와 손잡고 새롭게 급부상한 한류스타 장근석을 기용해 여심 잡기에 나섰다(그림 3). 삿포로도 우리나라 CJ그룹에서 막걸리를 수입해 ‘오이시이 맛코리’를 출시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김영아란 배우를 기용, ‘맛코리 미인’이라는 콘셉트로 광고를 집행했다. 막걸리에 감미료·향료·산미료 등을 첨가하지 않는 대신 핑크 그레이프후르츠를 더해 걸쭉하면서도 상큼한 맛으로 기존 막걸리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그림 4). 일본 브랜드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자 모두 한류스타를 대거 기용한 점이 눈에 띈다.
2011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판매가 급감하고 있긴 하지만 일본 내에서 막걸리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에선 현재 막걸리와 제조법이 비슷한 일본의 전통주 ‘니고리자케(濁り酒)’를 변형해 맛코리란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 브랜드는 한국으로 역수출까지 되고 있다. 김치를 기무치로 돌변시켜 우리의 정통성에 위협을 가하던 일본이 이제 막걸리도 맛코리란 이름으로 자국 브랜드화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막걸리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품을 넘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맛과 멋을 알리는 한국 브랜드로서 막걸리라는 순수한 우리 이름으로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