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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특별기고21세기 산업- 통상시대의 新통상정책 방향
김창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2015년 05월호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국내 제도·시스템의 선진화

 

무역(trade)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한 국가 안에서 원재료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판매(sell)’ 기능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활동이 여러 국가에 관련되고, 다양한 국가의 기술·자본·인력을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됨에 따라 무역은 ‘제작(make)’을 위한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 옥스퍼드대 교수는 20세기 무역과 21세기 무역을 구분하면서 후자를 무역-투자-서비스 연계체(trade-investment-services nexus)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새로운 무역환경은 산업-통상 연계전략을 요구한다.


외국의 산업·인력·기술도 우리가 활용해야 할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또한 외국의 제도·정책으로 인한 각종 장벽은 우리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을 더 잘 알고,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통상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와 본격적인 산업-통상 정책을 추진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수준 높은 FTA 플랫폼 활용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정부는 산업통상 연계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에 신통상 로드맵을 수립했다. 신통상 로드맵의 골자는 FTA 추진 등 개방형 통상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통상정책 성과를 극대화하고 협업·소통 체계를 보강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즉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상생형 통상국가’를 목표로 개방형 통상정책 기조 유지, 상대국과 상생(win-win)하는 통상전략 수립, 통상정책 성과의 국내 공유시스템 구축, 협업·소통의 통상정책 기반 확충의 네 가지 주요 정책기조를 제시했다. 통상교섭, 통상협력, 성과공유 및 추진방식(인프라) 등 4대 분야에서 과거와 차별화된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앞으로 산업-통상시대의 정책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미국·EU 등 선진국형 산업통상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이 과거 우리나라에 적용했던 슈퍼 301조(미국의 ‘종합무역법’에 의해 보복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명시된 특별법)나 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한 제도개선 압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신흥국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정부의 세밀한 정책설계가 요구된다.


둘째, 미국·EU·중국 등 주요국과 수준 높은 FTA 플랫폼을 활용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기업활동(doing business)을 지원하기 위한 FTA 이행시스템이 중요하다. FTA 체결국과 운용할 각 분야별 이행위원회를 TBT(무역기술장벽), SPS(위생 및 검역 조치), 무역구제 등 통상현안을 해결하는 메커니즘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전 세계 메가 FTA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남은 신흥시장을 확보하는 데도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한-중-일 FTA 등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메가 FTA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WTO DDA 협상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양자통상에서 다자통상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다자체제에서 우리 이익을 극대화할 전략 마련이 중요하다.


넷째, 산업-통상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제3국 수출활동 등에 입각해 지역별 통상현안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유관기관·협회·기업의 통상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통상인프라 확충의 주요 과제다.

 

청년 일자리 창출, 산업다각화 협력 도모


정부는 산업-통상 연계를 본격화하기 위해 신통상 로드맵의 각 분야별 추진내용을 수정·보완했다. 먼저 통상교섭 분야는 메가 FTA 및 WTO 협상 본격화에 대비해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일본·미국·EU 등 주요국들이 적극적인 메가 FTA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TPP·RCEP·한-중-일 FTA 간 우선순위, 메가 FTA를 통한 이익 구체화 등 경제적 실리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한-중 FTA 타결 후속으로 新FTA를 통해 남은 시장(23.5%)을 공략하는 데도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먼저 중앙아메리카·에콰도르와 FTA를 신속히 추진해 남미공동시장(Mercosur)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둘째, 통상협력 분야는 그간 신흥국 에너지자원 및 플랜트 위주의 협력전략에서 산업·기술·인력 등 다양한 진출 분야를 발굴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 산업다각화 협력 등을 도모하고자 한다. 특히 물품과 서비스, 기술과 인력이 접합된 시스템산업(O&M) 수출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다.


셋째, 성과 공유 측면에선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 제고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외국인투자유치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다. 서비스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개선, 경제특구 규제완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넷째, 산업-통상 인프라를 심화·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업종별로 통상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해외정보 분석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산업-통상 전문인력을 양성해 기업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주면서 청년 일자리도 확대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성장해왔던 만큼 변화하는 통상환경에서 앞선 사고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 무역규모의 확대도 필요하지만 무역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우리 산업의 체질 개선, 고용창출과 같은 본질적 이슈에 눈을 돌릴 때다. 정부가 추진할 新통상 시대는 우리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국내 제도와 시스템을 선진화하면서 고용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힘차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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