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문을 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삼성) 이래 경기(KT), 충북(LG), 대전(SK), 전북(효성), 광주(현대차), 포항(포스코), 부산(롯데), 경남(두산) 등이 문을 열었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절반가량이 문을 열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처럼 정부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전국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4대강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이런 관 주도의 생태계 만들기는 풀뿌리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M&A 등을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사회공헌사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대기업 입장에서 정말 필요해서 스타트업에 자진해 손을 내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가 건강하게 성장한다. 대기업이 경쟁에 직면하고 외부의 혁신을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좋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것은 그래야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경쟁해 공정하게 잘 클 수 있도록 관련 규제와 법환경 등을 정비해주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조성방식이 초기 행사진행에만 치중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모든 행사에 참석하다 보니 개소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라는 하소연이 들린다. 이런 공간은 일단 개소하고 나서 지역의 특성과 요구사항에 맞게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귀빈이 참석하는 개소식 행사준비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실제 운영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로 아쉬운 점은 너무 첨단 기술기업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명문 공과대학들이 자리 잡은 수도권이나 대전 같은 곳에서는 ICT나 바이오 등을 주제로 한 스타트업 육성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불모지에서 갑자기 첨단기업을 키워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보다는 현실적으로 많은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요즘 미국에서는 푸드 인큐베이터가 인기다. 레스토랑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실력 있는 사람들에게 요리와 레스토랑 경영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첨단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도 좋지만 많은 중장년 창업자들이 치킨집이나 커피숍 창업에 나서는 현실 속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센터를 마련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쨌든 올여름이면 전국 17개소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개소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각 부처와 지방정부별로 수많은 벤처육성기관과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실정이다. 쏟아지는 지원프로그램에 비해 좋은 스타트업의 숫자가 모자란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스타트업에 도움이 가도록 현명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이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