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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生生 관가엿보기정무외교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외교
이제훈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2015년 06월호

지난해 12월 터키 정부는 현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베스텔(Vestel)사가 삼성, LG 등을 상대로 제기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세이프가드란 특정 상품의 수입 급증으로 인한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말한다. 터키가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를 선언한 것은 삼성 등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자국 스마트폰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삼성이나 LG 등 제조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세계에서 애플과 함께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과 LG 브랜드를 사용한 스마트폰의 대터키 연간수출액은 25억~30억달러(약 2조6,900억~3조2,3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삼성은 터키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LG 역시 7%가량으로 7위를 달리던 상황이었다.

 

2014년 8월에서야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한 베스텔사가 한국업체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사실 근거가 약했다. 2009~2013년까지 수입 스마트폰의 연평균 성장률도 2.7%에 불과해 터키 내 시장점유율 변화 역시 미미해 이들 업체의 수입급증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 역시 논리가 부족했다.

 

외교부는 즉각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삼성, LG 등이 현지 공장을 보유한 중국, 베트남과의 공조를 생각해냈다. 사실 중국이나 베트남은 터키가 제기한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나 경험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외교부가 직접 나서 이들 정부에 세이프가드를 당할 경우 외국인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삼성과 LG가 중국과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이 터키 등으로 수출돼 자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데 만일 터키의 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이나 베트남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3월에만 외교부 관리가 중국과 베트남을 연쇄 방문해 우리 정부의 협상 노하우를 공유했다. 결국 우리 정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의견서를 중국이 지난 3월 터키에 제출했다. 베트남 역시 터키와의 양자협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외교부는 이들 국가 외에 유럽연합(EU)에도 협력을 요청해 지난 4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위원회에서 터키의 부당한 수입규제제한 조사에 중국, 베트남, EU 등과 함께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산 스마트폰을 둘러싼 터키의 세이프가드 조사결과는 빠르면 오는 9월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추가로 조사기간이 6개월 연장될 수 있다.

 

요즘 외교부의 주된 관심사는 동북아 질서 재편을 둘러싼 대미, 대일 외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이 ‘부동의 동맹(unshakeable alliance)’ 관계를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이 나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니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주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무적 외교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우리 기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서 외교부가 해야 할 역할 역시 정무적 외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기업이 타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인해 2조~3조원의 손해를 본다면 그만큼 우리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 외교관의 맹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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