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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소믈리에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이 늘어난 미국, 그렇다면 한국은?
남기곤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 06월호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균형 수준보다 임금을 더 높게 지급하도록 국가가 강제하면, 기업들의 노동수요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량은 줄어들게 된다.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의심이 난다면 관련 통계 자료를 모아 분석을 해보면 될 것 아닌가? 최저임금 수준과 저임금 근로자의 규모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그래프도 그려보고 회귀분석도 해보면 이 두 변수 사이의 관련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최저임금 수준이 월별로 변하는 것도 아니어서 연도별 자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최저임금제가 처음 실행됐던 1988년부터 2014년까지 27개의 관측치를 가지고 분석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한국경제에는 IMF 경제위기가 있었고, 고령화가 진행됐으며,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면서 노동시장이 크게 변해왔다. 최저임금 수준의 변동 외에도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요인들이 무수히 많았다는 것이다. 단지 27개의 자료를 가지고 어떻게 이들 요인들을 통제하면서 두 변수 간에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겠는가?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회귀분석을 하면, 어떤 독립변수들을 사용하는지 혹은 분석 시기나 분석 대상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뀌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십상이다.

 

현실세계에서 다르게 나타난 ‘수요공급의 원리’

 

그러면 아예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올해 최저임금을 조정할 때 서울은 그대로 두고 부산만 20% 인상을 하자. 그리고 내년에 서울과 부산의 식당에 고용된 근로자 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거다. 이왕이면 대구와 부산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경제 상황도 유사하고 지리적으로도 근접한 도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야 최저임금 외의 다른 요인들이 비슷할 테니까.

 

무슨 공상 같은 이야기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1994년 『미국경제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에 게재된 카드(David Card)와 크루거(Alan B. Krueger)의 논문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에선 연방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과는 별도로 각 주(州)마다 독자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수 있다.

 

1992년 4월 뉴저지 주에서는 최저임금을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수준인 4.25달러보다 훨씬 더 높은 5.05달러로 인상(18.8%)했다. 반면 뉴저지 주와 인접해 있는 펜실베니아 주에서는 최저임금을 4.25달러로 그대로 유지했다. 굳이 인위적인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제도의 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실험을 하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두 학자는 최저임금 인상 전인 1992년 2~3월과 인상 후인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패스트푸드점들을 대상으로 근로자 고용상황을 조사했다. 버거킹이나 KFC와 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식당들이 조사 대상이었다.

 

이들의 분석 결과는 당시로서는 놀라웠다. 이 기간 동안 펜실베니아 주에서는 1개 업체당 근로자 수가 23.33명에서 21.71명으로 약간 감소한 반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던 뉴저지 주에서는 20.44명에서 21.03명으로 오히려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수준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 외에 이 두 지역의 패스트푸드점에 고용되는 근로자 규모가 다르게 변해야 할 특별한 요인이 없었다면, 이러한 분석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논문을 계기로 미국에선 최저임금제의 고용 효과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발생했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가 정확한 것인지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에서부터, 분석 대상을 패스트푸드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조사기간을 1년으로 삼은 것이 고용 효과를 파악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은 아닌지 등등 많은 비판이 이어졌고, 다양한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단순한 수요공급의 원리가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돼 나타나는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최저임금 논쟁은 잘 보여준다.

 

고용감소 효과 나타난 설문조사 vs 직접적 영향 없다는 논문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제에 대한 연구가 극히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두 연구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노동경제논집』에 발표된 남성일 교수의 논문은 2007년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132개 단지 아파트 경비근로자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2007년에 임금은 10.9% 상승한 반면 고용은 3.5~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것은 이 논문의 약점으로 보인다. 2007년 이전에도 최저임금제도가 적용됐을 아파트 내의 다른 근로자, 예를 들어 관리사무소의 사무직이나 기술직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도 함께 조사해 분석했더라면 더 좋은 자연실험 연구가 됐을 것 같다.

 

『산업노동연구』에 발표된 이병희 박사의 2008년 논문도 흥미롭다. 여기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계층이 이미 그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던 계층에 비해 직장에 남아 있을 확률이 더 낮아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간당 최저임금이 2004년에 2,700원이었고 2005년에 3천원으로 인상됐다면, 2004년에 2,700원에서 3천원 사이의 임금을 받아 2005년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계층과, 2004년에 이미 3천원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었던 다른 계층 간의 직장유지율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직장유지율이나 차상위계층 혹은 그 이상 계층의 직장유지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대상 근로자의 고용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차상위계층이 미국 펜실베니아의 예처럼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확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전국 모든 지역의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제도의 특성상, 한국에선 적절한 자연실험의 소재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깊게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한다면 한국에 대한 연구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자연실험 소재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경제학도 역시 상상력의 학문이다.

 

* 이 글에서 소개한 논문들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 Card, David, and Alan B. Krueger,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84, No. 4, 1994, pp. 772~793
- 남성일, 「최저임금제가 노동수요에 미치는 효과: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한 실증분석」, 『노동경제논집』, 제31권, 제3호, 2008, pp. 1~19
- 이병희, 「최저임금의 고용유지 및 취업유입 효과」, 『산업노동연구』, 제14권, 제1호, 2008, pp.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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