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4년 전 정치 신인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극단적 혼란을 경험한 세계는 이제 47년의 정치 경험을 가진 백전노장의 출현에서 안정과 통합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최악의 팬데믹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던 그가 경제와 외교, 안보, 글로벌 공동대응 이슈에서 같은 문법으로 얘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별 현안에서 트럼프 시대와는 다른 불확실성 출현 예상 바이든 당선인이 초대 내각과 백악관 참모 인선에 오바마 행정부 출신 관료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오바마 2.0 행정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워싱턴의 고인물로 취급받아오다 민주당 경선을 뚫고 마침내 대권을 차지한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한국이 얕봐서는 안 된다. 양극단의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에서 장점만을 취합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미국의 글로벌 위상을 극대화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평생을 중도 리버럴로 살아온 바이든이 대중국 정책에서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능가하는 강공책을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극단에서 구축된 정치적 성과물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 흡수해도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게 그의 장점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현이 글로벌 경제외교안보 생태계에 전환적 모멘텀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개별 현안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 혹은 다자간 이해관계에 따라 트럼프 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불확실성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인 재정통화 정책에서는 얼마 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평가처럼 코로나19발 경제 쇼크를 정상화하기 위해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확장적 재정지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 등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취임 전 의회에서 처리될 경기부양책에 대해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을 마련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는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지출의 확대는 시장의 유동성 증가로 이어져 달러 약세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그의 당선 한 달 뒤인 12월 초 이미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며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바이든표 통화재정 부양책의 조합 모델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한국 정부가 적정 환율 대응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통상 부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고착화한 고립주의를 깨고 다자주의 무역질서를 복원하는 방향성이 설정됐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아메리카 퍼스트와 이음동의어에 해당하는 바이(Buy) 아메리카와 메이드 인(Made in) 아메리카를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통상 문제를 국가 안보와 결부시키는 접근법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제품 구매에 대규모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과 현지 생산을 유도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움직임과 더불어 한국 기업에도 대미 투자 부담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확대할수록 국내 신규 투자와 일자리 확대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가 의견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 취할 듯 환경 부문은 바이든 당선인이 오는 2050년까지 미국경제를 탄소 제로로 바꾸겠다며 총 5조 달러(약 6천조 원, 정부민간 투자 합산)의 천문학적 친환경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셰일가스로 대변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에너지 정책과 달리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거대한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할 태세다.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협력 사업을 모색한다면 우리 기업의 북미시장 진출 및 확대 계획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디지털 및 그린 뉴딜 분야 기업을 상대로 100조 원에 이르는 대출투자보증지원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반도 외교안보 전략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그리는 큰 그림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폐기하고 다자주의 외교로 복귀할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자신의 즉흥적 결정을 중시한 톱다운(top-down)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외교 사령탑으로 임명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들의 전문 의견을 중시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을 철저히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의 아시아태평양 전문가들이 한국을 상대로 동맹 이익을 극대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전체 동맹의 가치사슬을 강화하는 프레임워크로 북미 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지명자는 과거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이란식 협상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포괄적 감시체제를 구축한 뒤 이행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공론화할 경우 북한을 상대로 중국의 중재 역할 등 레버리지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매일경제는 최근 세종연구소와 함께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는 한반도 전문가들을 상대로 바이든 시대의 한미 동맹 웨비나를 개최했다.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차관보 출신의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년간의 남북미 외교 성과를 처참한 실패로 규정한 상태라며 향후 대북 협상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제재 완화 등 보상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는 북한이 복구 불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에 상호 호혜적인 로드맵을 분명히 제시할 것이라며 북한이 인내를 가지고 이를 기다리고 진지한 조치를 취하면 확실한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고 한 달 뒤인 12월 초 한국 집권여당은 청와대와 공조해 특사단을 꾸리고 트럼프 인수위원회와 접촉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 역시 4년 전처럼 신속하게 특사단을 구성해 바이든 인수위원회를 만나 경제외교안보 분야의 상호 관심과 미래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만큼이나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국 대통령 선거였을 것이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면서 특히나 지난 4년간 돌발적이고 극단적인 트럼프 스타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고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시대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시대를 맞이해 주요 경제정책인 재정통화 정책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중심축으로 조세제도 개편 바이든 행정부 역시 경기부양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하지만, 경제성장 방향과 수단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발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인프라 투자 확대, 중산층 복원, 사회안전망 강화, 제조업 회복 등을 기반으로 양적질적 경제성장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재정부양책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인프라 투자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기후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비영리 연구기관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는 바이든의 선거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지출은 인프라, 교육, 사회보장 등을 중심으로 10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재정지출의 재원 마련과 조세의 재분배 효과 제고 등을 위해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중심축으로 조세제도도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개인)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세액공제한도 제한, 자본이득세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세정책센터(TPC)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소득세 인상분(1조9천억 달러)의 93%를 소득 상위 20%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법인세 인상, 최저한세 도입, 해외 수익에 대한 최저세율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10년간 2조1천억 달러 증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의 경우 연준의 고유 영역이며 바이든도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지원 차원에서 저금리 등 통화완화 기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 역시 코로나발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 등을 감안할 때 상당기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불평등 완화, 금융규제 강화, 기후변화 대응 등에 있어 연준의 역할 강화 요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인종별성별 경제적 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을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해당 법안이 지난 8월 하원에서 발의된 상태다. 불평등 완화 노력은 연준의 목표를 물가보다는 고용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 있으나, 정책 효과 및 수단 등을 둘러싼 논란은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와 불평등 완화 노력은 총수요를 진작시키고 사회안정성을 높이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극심하고 취약계층의 피해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유효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및 자유주의 복원, 과도한 관세정책 지양 등 대외정책도 글로벌 통상환경과 금융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의 경기회복세 강화와 글로벌 교역 증대는 심리금융무역 등을 통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정책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은 소비투자 심리 향상과 금융여건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성장 모멘텀 강화는 미국의 수입수요 증대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과 세계 경기회복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국내 수출 진작과 경기여건 개선에 일조할 전망이다. 연준의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에 따른 국채발행 확대 속에 경기와 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중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화폐이론(MMT)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린 국가가 채무상환을 못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에 따른 금리상승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발 상승압력과 정책 불확실성 완화 등은 국내 금리 상승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글로벌 달러화의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연준의 통화 완화 유지로 인해 하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기업금융 규제 강화 역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자극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통상정책과 교역환경 개선도 달러화 약세와 신흥통화 강세로 연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드노믹스의 불안요인 점검하면서 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바이드노믹스와 관련해 미국 조지아주 결선 투표(1월 5일)에 따른 상원 선거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2석 모두 획득)도 남아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새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약화되겠지만, 증세나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환경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바이드노믹스가 강화되며 경기여건에는 우호적이나 재정건전성 우려 및 금리 급등 위험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 한편 바이드노믹스의 대외 파급효과와 관련해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재확대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 중심주의 통상정책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입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바이든이 강조하는 노동인권환경 등 비경제적 요소들이 무역정책과 맞물릴 경우 교역 상대국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의 본질(패권 경쟁)과 바이든 역시 대중국 무역의 공정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G2 갈등이 지속될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경우 무역 경로가 약화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축소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통상환경 등 주요 정책들이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되면서 트럼프 시대의 극단주의와 정책 불확실성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바이든 역시 미국경제를 우선시한다는 점과 G2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호의 출범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트럼피즘(Trumpism)일지, 안개는 걷히고 있더라도 암초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출범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에는 훈풍이 불까? 지난 11월 3일 실시된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 이로써 차기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정책적 변화가 예상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통상정책 변화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다. 견제는 유지하되 직접적인 대중 제재 기조는 약화될 듯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자리 창출, 기업 활동 촉진, 자국 산업 보호 등을 통해 강한 미국경제를 구축하려고 했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외교정책으로 선언되면서 기존 정부와 완전한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에 통상정책은 자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무역협정의 개정, 불공정 무역 국가 제재 등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통상정책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를 강행했기에 그동안 국제무역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충분한 예측이 가능했었지만 캐나다, EU 등 우방국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예상을 벗어난 일들이었다. 또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신은 결국 다자무역 규범을 이행하는 WTO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여 중국 상품을 미국에 덜 들어오게 하고 중국에 미국 상품을 더 구매하도록 해 미국에 이익을 가져오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고조되다 2020년 1월에 양국 1단계 무역합의안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미국 제품 수입 이행률은 50%대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동안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조했음에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속해서 확대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대선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교역국을 상대로 시행한 무분별한 수입 규제와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국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고 우방국인 캐나다, EU 등에 대한 무역 규제는 미국의 국제 신뢰도를 크게 추락시킨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산발적이고 독단적인 통상 조치로 교역국과 수많은 기업을 불안에 떨게 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차기 바이든 행정부는 자유무역주의 및 다자주의체제를 통해 향후 통상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해온 인물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통상 기조는 자유무역주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자주의 통상정책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기에 트럼프 정권에서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협상 및 재가입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제통상 규범 및 질서를 옹호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동시에 WTO 가입을 유지하고 체제 개선을 통한 통상 규범 재편에 초점을 둘 것이다. 한편 대중국 정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를 유지하나, 동맹국 연합을 통한 간접적인 견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중 무역적자 해소, 불공정 무역관행 근절 등을 위해 중국에 대한 견제는 이어갈 것이다. 다만 트럼프식의 고율 관세 부과보다는 기존 동맹국과의 공조체계 복원, WTO 회원국들과의 공감대 형성 등 연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중국통인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을 지명한 것도 대중국 정책의 중요성을 감안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타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항한 무역집행관이었기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강제적 기술이전 등 무역관행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자국 내 생산,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 적극 추진 대선 공약에서 보호무역주의적 색채도 함께 드러났다. 바이든 당선자는 미국 경제회복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대표적으로 자국 내 생산(Made in All of America)과 미국 중심 공급망(Supply America)을 강조했다. 미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우대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내포돼 있다고 파악된다.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해소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 등의 친환경 정책도 보호무역 장벽으로 존재할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 중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관세나 쿼터 형태의 무역 조치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며, 기후변화 관련 규정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향후 무역협정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자가 강조하는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 및 국제공조체제 복원 기조로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 불협화음이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나,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무역협정과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등이 가져다줄 새로운 통상환경에는 대비해야 한다. 우선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상 정책에 따른 글로벌 분업구조 개편 및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뿐만 아니라 친환경 및 신기술 산업 발전정책에 참여하거나 협력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확고한 한미 경제 동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직접적인 대중 제재 기조는 약화될 수 있으나 다자무역협정 또는 경제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미국은 새로운 다자무역협정, WTO체제 개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전통적인 우방국인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트럼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에너지정책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중심이었고 바이든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린에너지 육성을 최우선 정책순위에 두고 있다. 행정부를 그린 어벤저스로 정책목표 달성 의지 반영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은 파리기후협약 즉시 복귀,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 2035년 전력 부문 탄소배출 제로 달성, 캘리포니아식 엄격한 연비규제 도입 등이다. 이를 위해 첫 임기 4년 동안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공격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계획이다. 하지만 주요 직책의 인선을 보면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시작하기도 전부터 매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무장관, 백악관 경제위원장, 에너지장관, 교통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부분이 기후위기론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린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이 탄소배출 순제로를 목표로 뭉치면 의회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바이든의 공격적인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오바마 초기의 실패를 교훈삼아 행정부의 인선을 그린 산업 신봉론자들로 일원화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대표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작은 정책지원으로도 수요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바마 집권 초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음에도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2년을 낭비했다. 일부 지역과 기업의 반대로 도입도 못 하고 에너지 전환의 황금기를 놓쳐버렸다. 그 뒤로는 하원상원을 번갈아 공화당에 내주며 입법으로 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이 시행하기 어려워졌다. 바이든은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행정부 조직을 통해 주요 지원정책을 하나씩 실행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사례가 최근에 나왔다. 조만간 통과될 경기부양안에 풍력과 태양광의 핵심 보조금인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를 필수 통과 항목으로 양당 상하원이 지정하게 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화당 지역구에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많아 반대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접근이 통했던 것이다. 경기부양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풍력태양광 시장은 2021년 이후에도 보조금이 연장되면서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의 집권이 국내 그린 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전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 평균보다 3~4배 이상의 풍력태양광이 설치돼야 한다. 또한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를 달성하려면 2035~2040년 이후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전기차수소차 판매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단기간에 급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재생에너지의무사용비율(RPS)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차수소차의 확대를 위해서도 의무판매제도와 캘리포니아식 연비규제가 예상된다. 바이든은 미국의 그린 산업 육성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로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중국 등 해외로부터의 저가 제품 공급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 제품을 제조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거나 언제든지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 따라서 바이든의 그린 산업 육성으로 우리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바이든의 등장으로 위기에 봉착한 산업도 많다. 미국 대선을 전후로 대부분의 경제대국이 탄소배출 순제로를 확정 발표했다. EU와 영국은 지난해에 미리 확정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시진핑이 206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를 발표했고, 2030년 감축목표도 상향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국가가 탄소배출 순제로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행하게 됐다. 탄소배출 감축 속도 빨라질 듯국내 수출 기업엔 부담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유럽, 중국이 자국의 목표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국경세가 이를 반영한다. 탄소 다배출 국가에서 제조해서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는데, 미이행 국가들에 어부지리를 줄 리 없다. 철강, 화학, 조선, 기계 등 국내 제조업 대부분이 탄소국경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강판으로 제조되는 자동차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또 다른 위기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초래된다. 바이든의 등장으로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빨라지고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도 동행한다. RE100(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 기업의 빠른 확산은 수출로 연명하는 국내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2020년 7월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 후 애플은 납품하는 모든 업체에 2030년부터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할 것을 요구했다. TSMC가 고객사인 애플의 움직임을 알고 미리 대응한 것이다. 최근 SK그룹 업체들이 RE100 가입을 신청한 이유도 같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약 300조 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배터리 셀 공장 증설로 국내 많은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셀 공장 증설이 국내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객사인 전기차 업체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배터리를 제조하길 원하는데, 국내에서는 법적 제도 미비와 높은 재생에너지 단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 전쟁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주요 국가의 신산업 쟁탈전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전력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14%에 불과하고, 전기차 비중도 3% 수준이다. 앞으로 30년 안에 이를 100%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경제패권 다툼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업, 산업, 국가 전체가 위기를 맞을 것이고, 기회를 잘 살리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트럼프에 의해 잠시 소홀했던 글로벌 탄소감축 대전이 바이든에 의해 재점화되고 있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한국은 탄소 다배출 국가다.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많은 제조업이 낙오될 것이고 일자리를 해외로 뺏기게 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에 입지 조건이 좋지 못하다느니, 전기차를 너무 빨리 확산시키면 내연기관차산업이 위험해진다느니 하는 변명조차 할 시간이 없다. 2050년 이전에 탄소배출 순제로를 만드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전환해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유례없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이 마무리돼가고 있다.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로 인해 미국의 선거는 언제나 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그 과정의 특이함 때문에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미 주요 외교안보 담당자를 내정했다.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바이든 당선자의 행보는 매우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고 있으며, 내정된 인사들 역시 세간의 예측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에는 워싱턴 경험이 없던 그가 도대체 어떠한 외교안보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와 관련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으므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용할 만한 인사는 누구인지, 누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게 될지 모든 것이 안갯속에 있었고, 심지어 한반도 문제를 다룰 국무부의 동아태 차관보를 임명하는 데에는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자의 경우 앞으로 어떠한 인사들이 기용될지, 어떠한 외교안보 방향을 추구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예상이 가능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은 무엇이 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되는 외교안보 행보 및 그에 따른 우리의 도전과제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동맹과의 관계와 동맹 간 관계에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 기울일 것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11월 24일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지명자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안보팀에 대해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세계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최강이라는 나의 핵심 신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동맹 강화를 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동맹 중시는 단순히 동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맹들이 미국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안보의 주축인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당선자는 동맹과의 관계 그리고 동맹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맹을 존중한다는 것이 꼭 우리에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부분은 한미일 3국 사이의 안보 협력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와 같은 이미 확립된 제도 수준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정부 당시에도 한일 간 문제 해결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등 일본을 압박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일 간 합의가 파기된 이후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책임이 보다 크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앞으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의 인식 또한 그렇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의 협상 의지에 달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더 낫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것은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협상이 바이든 당선인이 이야기한 실무협상 위주 접근법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 둘째로 바이든 당선인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 셋째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 구성 및 정책 검토에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협상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 이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18년 싱가포르 협상부터 2019년 하노이 그리고 2019년 10월 스톡홀름 협상 결렬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 down) 접근법이 북한과의 협상이나 관계 진전을 이끌었다기보다 북한이 협상에 나오겠다고 한 부분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상이 이뤄진 주요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에는 아무런 조건 없는 김정은과의 만남이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무협상을 계속해서 강조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협상을 하겠다고 할 경우, 바이든이 김정은에 대해 무슨 단어를 사용했건 미국에 대북 라인이 갖춰지지 않았건 미국은 어떻게든 협상을 이끌어낼 팀을 만들어 보낼 것이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인재의 풀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유일한 차이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제기됐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최종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는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는데,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그러한 합의가 불가능하도록 기준을 세워놓은 셈이 됐다. 따라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행정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정상 간 직접협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접근은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결국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인가가 중요하고, 2018년 초처럼 북한이 우리와 직접 소통할지 여부가 우리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매우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그 예측 가능성이 우리의 입장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진용을 꾸리고 정책을 검토하는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인식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될지에 대해 파악하는 외교력이 요구된다.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기조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왔나.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글로벌 자유무역질서를 무력화하고 일방주의적 보호무역 정책과 힘에 의한 양자무역협정 체결에 주력해왔다. 동시에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로서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공급망을 점검하고 거대 소비시장에 다가가는 마켓쇼어링(market-shoring)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서 팔면 관세나 여러 가지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던 만큼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는 우리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즉 미국의 새 행정부가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다자체제에 복귀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바이든은 동맹국을 규합해 대중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도 내세우며 중국과 북한 그리고 교역 상대국들을 몰아붙일 것이다. 우리로서는 더 힘든 시련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차기 정권에서 예상되는 정책적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환경인권노동이다. 환경의 경우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탄소조정세 부과 등의 친환경 정책은 세계 많은 기업에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노동과 관련해서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에서 상대국이 노동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지 않겠다고 여러 번 언급했었다. 무역 상대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때의 여러 보호무역 조치와 투자제한 조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바이든이 환경인권노동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대외정책이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는,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최근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우리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약 70%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통상환경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과 함께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펼친다면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물론 기회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저탄소배출 기업이나 태양광, 풍력, 전기차, 수소차,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의 산업에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친환경 그린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지금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이 한국 대기업들의 수출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트럼프와는 다른 정책방향을 취할 것이지만 통상에서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통상이슈와 당면과제는? 미중 패권경쟁하에서 바이든은 2021년 초 새로 구축하려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처럼 정부와 기업 및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새로운 서방민주주의 네트워크가 될지 아니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 영국, 태국, 필리핀, 대만 등과 참여하는 방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이 미국의 진정한 동맹인지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1차 무역협상을 실패로 간주하고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국영기업, 보조금, 사이버 간첩행위, 디지털 통상,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문제를 동맹국들과 함께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국 기업에 어떤 기회요인이 있을까.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첨단 디지털 플랫폼 영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 주도로 디커플링이 이미 이뤄져 중국이 자체 테크 자이언트들을 보유한 상태다. 이 분야는 디커플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아래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에 있어서는 중국이 산업고도화를 위해 여전히 선진국, 특히 미국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책은 이 분야의 디커플링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도체, 화학, 조선, 기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도 무턱대고 디커플링을 추진할 수는 없다. 중국 의존도가 낮은 순서대로 서서히 수입 대체 혹은 동맹국으로의 수입 전환을 꾀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바이든의 대중 강경 압박은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중국에서 들어오던 제품이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되면서 우리도 일정 기간 상당한 반사이익을 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시대 WTO체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바이든은 다자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대선 캠페인 동안 WTO 개혁에 대해 어떠한 구상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경제를 되살리고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바이든은 다자주의 복원보다는 복수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미국이 이끄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가치는 부가가치가 될 수도 이데올로기적 가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WTO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 사법, 행정 모두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면서 호의적 한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는 다가오는 글로벌 외교통상 지형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다시 말하면 향후 30년 우리의 한국몽(Korean Dream)이 무엇인지를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최소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은 서로 공유하려는 정치문화의 형성이 절실하다. 경제적 실익은 중국에서 챙기고 안보는 미국에 맡기는 것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꿈꾸는 30년 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 호의적 한미관계는 일시적인 경제적 피해를 수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끈끈한 한미관계가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강한 레버리지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향후 세계경제 판도를 바꿀 미국의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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