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범유행과 맞물려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한창이다. 상병수당은 부상과 질병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보편적 건강보장의 관점에서 의료접근성 향상, 의료서비스 질 제고, 의료비 절감 등을 위해 노력했고,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저부담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치료 중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포괄적 소득보장제도는 아직 완비하지 못했다. 산재보험은 업무상 사고 및 질병에 관한 소득지원 제도이고, 고용보험과 (보충적 고용안전망으로 도입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실업을 대비한 소득보장제도다.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이 사고를 당하거나 병에 걸린 경우, 또는 근로자가 아닌 취업자가 아픈 경우 소득을 보전하는 상병수당제도는 여전히 부재하다. 아픈 근로자가 실직을 걱정하지 않고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는 데 필요한 병가제도 역시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빈곤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파도 실직과 소득상실의 두려움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질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병수당제도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병원을 찾고 더욱 빨리 일터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병이 깊어지는 것을 막아 추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픈 몸을 끌고 억지로 출근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전염병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제도와 병가제도 둘 다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뿐 상병수당은 국제적으로 널리 수용된 사회보장제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질병 발생 시 의료보장과 소득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하며, 국제노동기구(ILO)는 상병수당의 국제기준을 정립했다. 1883년 독일에서 최초 도입한 이래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은 100년 넘게 상병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OECD 37개 회원국 중 공적 상병수당제도를 갖추지 못한 국가는 미국(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도입)과 우리나라밖에 없다. 게다가 상병수당제도와 (무급)병가제도가 모두 없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상병수당의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가급여의 하나로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이미 정하고 있다. 우리에게 맞는 구체적 제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전기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고용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함께 잘 사는 포용적 사회안전망을 다지기 위한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제시했다. 같은 달 28일 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체결하며 관련 논의를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내년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상병수당의 지급방식, 지원조건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형 상병수당제도를 설계할 때 살펴볼 쟁점은 여럿인데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원은 어떻게 조성하며 누가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크게 사회보험형과 조세형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다시 세부 사회보험, 즉 건강보험, 연금보험, 고용보험 혹은 별도의 상병수당보험 중 어디에 전담시켜 운영하는 유형인지로 구분된다. 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하면, 조세에 의존하거나 법정 유급병가로 상병수당을 대체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회보험형을 택하고 있다. 둘째, 상병수당의 적용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가의 문제다. 외국의 경우 대체로 임금근로자부터 시작해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로 점차 확대하는 경향이 관찰되나,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도 여전히 존재한다. 셋째, 어떤 유형의 상병에 혹은 어느 정도로 아파야, 또 어떻게 확인돼야 상병수당을 지급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주요국은 일반적으로 질병의 유형과 범위를 특정하지 않으며 의료인증체계를 구축해 신청자의 근로 무능기간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를 둔다. 이와 함께 대기기간, 즉 상병 발생 시점과 급여를 받는 시점 사이에 기간을 둬 제도를 오남용하는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고자 한다. 구체적 대기기간 설정은 다른 관련 제도, 예컨대 법정(유급)병가제도 등과 연계해 당사자, 사업주, 국가 간 책임을 정밀하게 조율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기존 제도와 경제 여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상병수당제도의 재원대상 등 논의돼야 네 번째는 최대 보장기간과 보장수준을 정하는 문제다. OECD 회원국 안에서도 차이가 상당하지만, 다수가 상병수당의 지급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정한다. 급여 산정기준은 조세형의 경우 정액지급이, 사회보험형의 경우 정률지급이 일반적이다. 정액형은 보통 최소 수준에 그치게 되는 반면, 정률형은 국가별로 다양한 소득대체율을 정하고 있는데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사례가 많다. 마지막으로, 상병수당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오랜 상병수당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이 21세기 들어 특히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요양기간 장기화, 노동시장 이탈 등으로 과다한 재정지출의 문제가 발생해 근로복귀 지원, 사후관리 강화, 최고 지급한도 및 대기기간 등을 조정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회보장의 흐름에서 볼 때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질병의 후유증에 관한 수당, 즉 국민연금상 장애연금 등이 지급되기 전 남아 있던 사회보장시스템의 최후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다만 해외에 도입된 상병수당제도가 어느 것도 완벽히 동일하지 않다는 점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 개별 국가가 정치정책적 환경, 사회(의료)보장제도의 발전 경로, 사회적 합의 수준 등 구체적 조건에 맞춰 상병수당제도를 구축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감안할 때 상병수당 논의가 이제야 본격화된 것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또한 상병수당의 도입 과정과 연계해 검토돼야 할 병가제도의 내용과 방식 역시 노사의 견해가 대립하는 부분이므로 이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잊지 않아야 할 부분은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 준비 과정에서 각 제도의 당위성 못지않게 기존 사회제도와 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는 정합성 있고 효과성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련 부처는 물론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들의 숙고가 요청된다.
우리나라는 1990~2000년대 이후 정부의 강력한 대기배출 규제로 후진국형 대기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2021년 현재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던 대기환경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로 자리 잡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과 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 특히 과학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노후 경유차 감축 위한 보조금 확대 등 필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측정자료(〈그림〉 참고)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한 감소세이나 최근 들어서는 감소세가 멈추고 정체 또는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가지 과학적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의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들 수 있다.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오염은 특정 지역 내의 문제가 아니고 같은 대기 흐름을 공유하는 비교적 넓은 지역 공동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에 위치하므로 1년 365일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중국과 대기를 공유하고 있다. 즉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에는 적어도 동북아 규모에서의 배출 수송 확산 과정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주변국과 이러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동북아 국가 간 구속력 있는 형태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협력 관련 협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향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국제협력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책임공방 탈피, 미세먼지의 탈정치화, 참여 주체의 다양화 원칙하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 자체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에 주목한다. 특히 미세먼지 자체로 직접 배출되는 경우보다는 복잡한 대기화학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른바 2차 생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세먼지 2차 생성에 참여하는 원료물질은 경유차 및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질소황산화물과 페인트, 주유소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농축산 시설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황산화물을 제외하고는 여타 오염물질 저감 대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2차 생성으로 인한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공장 굴뚝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유해하다. 따라서 원료물질에 대한 특단의 배출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노후 경유차에서는 가스상 질소산화물과 블랙카본(검뎅) 자체의 배출이 매우 많다. 대기 중에 배출된 가스상 질소산화물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매우 작은 크기의 미세먼지로 변하게 되며, 디젤엔진에서 직접 나오는 블랙카본 역시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아무리 공장 굴뚝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잡아도 노후 경유차 운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블랙카본의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농도 및 건강 유해성을 낮출 수 없다. 다만 현재 운행되는 노후 경유차는 대부분 서민의 생계수단인 경우가 많으므로 정부의 보조금 정책 등을 확대해 시민의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하고 미세먼지 배출 감소 효과는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대책과 탄소중립 정책 간 윈-윈 전략 통해 사회적 비용 감축 가능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대기 정체 영향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은 극지방이 열대지방보다 더 크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극지방과 열대지방의 온도 차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지구 대기의 움직임이 약해진다. 이로 인해 정체현상 등이 자주 발생하고 연속해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및 이동이 늦어지고 축적돼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대기질이 악화되는 강도를 감안해 추가적인 미세먼지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그린 뉴딜, 탄소중립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기술연구 개발 및 획기적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감축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대류권 오존, 블랙카본을 포함한 미세먼지 등 비교적 수명이 짧은 물질도 온난화 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산화탄소 감축과 더불어 이처럼 대기 중 수명이 짧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저감 대책을 동시에 이행하지 않으면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미세먼지 대책과 탄소중립 전략의 경우 관련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전환 방식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출발선이 동일하고 미래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이 같아 동시 편익 또는 윈윈 전략을 통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유럽도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었고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호흡공동체로서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따라서 긴 호흡을 갖고 환경에 대한 투자를 추가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제산업사회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배출 저감 대책은 당연히 지속적이고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피해를 줄이면서 원인 파악을 통해 비용 효과적인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기오염의 감시, 모델링을 통한 미래 전망, 영향 평가 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또한 병행돼야 한다. 끝으로 미세먼지는 환경의 문제이자 최근 사회재난으로 입법화돼 관리되는 안전의 문제, 국가 산업구조가 변환되는 경제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세대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사회 양극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켰고, 이에 따라 복지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복지에 대한 투자는 다른 복지 영역에 비해 아직까지도 열악한 수준이다. 어느 정치가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표현한 것처럼 한 사회의 아동권리 그리고 그 사회 아동의 행복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인가! 실제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제도가 정비되고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말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아동학대 대응재원이 지난해 대비 140억 원 증액됐다.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정책, 다시 말해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은 그 효과가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개선의 여지가 높다. 이에 따라 덴마크 사회학자 요스타 에스핑엔더슨 등 많은 학자가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스핑엔더슨은 2002년 및 2009년 연구 등에서 소위 아동 중심적 사회투자전략을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정책의 새로운 틀을 제안했다. 그는 기회의 평등과 투자 대비 수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아동의 인적자본 강화를 위한 사회적 개입은 향후 세대 간 빈곤이 전승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인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 수준에 대해 살펴보고, 아동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아동 행복도 OECD 최하위권, 주위 환경이 다차원적으로 영향 미쳐 아동 행복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행복도가 아동 개인의 특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와 다양한 외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모두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1996년 미국 미네소타대 데이비드 리켄 교수와 오크 텔리건 교수는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개별 아동의 유전적 특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2013년 영국 요크대 조나단 브래드쇼 교수 등의 연구와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 등의 연구는 살고 있는 국가, 동네, 가정 등의 사회 환경에 의해 개별 아동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아동의 미래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동발달에 관한 다수의 선행 연구를 통해 아동기의 행복은 성인기의 행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아동의 긍정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1969년 미국 사회학자 노만 브래드번의 연구와 2005년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등의 연구는 행복이라는 것이 아동의 삶에서 부정적 사건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증진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아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동 삶의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서울대 이봉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즉 주관적 행복감은 완만하지만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집단 간의 차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일반 아동에 비해 수급가구 아동의 경우 행복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자신에 대한 인식, 부모와의 긍정적 관계, 또래 관계, 학교 만족도, 동네 만족도 등이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단일 문항의 캔트릴의 사다리(Cantrils Ladder) 척도로 측정한 아동의 행복도(삶의 만족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6.6점으로 터키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들의 평균은 7.6점이었고,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으로 8.1점이었다(〈그림 1〉 참고). 또한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삶의 만족도)를 구성하는 각 영역별 지표를 빈곤 아동과 일반 아동으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빈곤 아동의 행복도가 모든 영역에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생활 수준이나 미래 안정성 그리고 성취 등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그림 2〉 참고). 이러한 결과는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아동의 삶을 주위 환경체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아동의 삶 더 열악해져 학대방임으로부터의 구제 넘어선 돌봄 필요 우리 사회에서 아동은 자신이 태어난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현재까지의 성취는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도 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발생으로 나타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구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빈곤가구 아동의 삶의 질은 일반가구 아동에 비해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의 아동복지가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구하는 소극적인 정책이었다면,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 보장에 중점을 둔 권리 패러다임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사회는 모든 아동에게 돌봄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즉 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기본돌봄서비스, 기본건강서비스까지 계층 간 차등이 없도록 평등한 돌봄이 사회 안에서 실현돼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유럽에서는 발코니 콘서트를 통해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았다. 약속 시간에 주민 여러 명이 발코니에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플래시몹부터 전문 뮤지션들의 콘서트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으로, 이웃의 안녕을 확인하고 거리두기로 힘들어하는 서로를 위로하고 소통하는 인상 깊은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기회가 적어지면서 사람들은 외로움과 고독감을 호소하게 됐고, 이를 지칭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심리적 증상을 겪으며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동안 그것을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도 깨닫게 됐다. 또한 발코니 콘서트 등을 통해 문화예술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소통의 방식이며, 삶의 문제들을 치유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지 몸소 체험하게 됐다. 문화생활 보장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일정한최소한의 여가시간을 보장하는 것 일반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구체적인 활동과 참여 경험은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개인화돼 가는 풍조 속에서 관계, 소통, 공동체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활동을 통한 문화경험, 사회적 접촉, 사회학습, 공동체성 확인 등이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를 극명하게 증명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19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문화의 사회적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면서도 외면한 경향이 있었다. 소득 3만 달러 시대 개막,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지수는 낮았다. 특히 공동체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고립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의 「2021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세계 149개국 가운데 62위이며,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는 2018년 기준으로 40개국 가운데 30위다. 경제성과에 비해 순위가 상당히 낮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BLI 공동체 영역에서 한국은 40개국 가운데 40위로 사회적 고립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됐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제정된 「문화기본법」 제4조(국민의 권리)에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문화권)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도 문화향유권이 포함돼 있다. 문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문화에 대한 권리는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이 자명하다. 이러한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은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의 형성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결국 문화권에 기반해 모든 국민이 문화향유에서 창조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문화활동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문화서비스를 보장지원하기 위한 체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안전망(CSN; Cultural Safety Net) 개념이다. 문화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부재 시 예상되는 문제 상황들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망(net)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문제 상황에는 코로나19, 지진 등으로 국민이 문화권에 기반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문화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상황 등이 포함된다. 그렇다면 문화권 보장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최소 기준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나라에서 문화활동과 여가생활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시간 부족이 꼽힌다. 국제 비교를 통해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가인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여가시간은 그 비중이 낮아 일과 여가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기준 OECD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726시간인 데 비해 한국은 1,967시간이며, 1일 평균 여가시간 비율은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OECD 상위 국가가 평균 23%를 넘는 반면 한국은 17.9%에 불과하다. 일과 여가의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면 행복한 삶의 조건을 이루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문화생활 보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일정한 그리고 최소한의 여가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휴가권 보장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근로자 휴가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72.4% 수준이다. 그 외 자영업자나 시간제 근로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은 그 비율이 더 낮다고 볼 때 모든 국민이 휴가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화지원 대상 확대, 문화공간 접근성 제고 등 중요 한편 국민 전반의 문화향유라는 보편성을 지향하고 여기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려면 비용이나 공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적 소외계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문화향유 관련 자금지원이나 소득공제 등의 세제지원이 그 예다. 현재는 문화바우처 제도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에게 2020년 기준 연간 10만 원 상당의 선별적 바우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소외계층이 문화적 소외계층과 같은 개념적 구분인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보편적 권리로서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해 그 지원대상 범위를 생애주기별로 확대해 적용하자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문화활동과 관련된 시설공급이나 설치와 관련해 장소 기반의 문화서비스 거리를 기준으로 문화시설의 최소 기준을 정하거나 프랑스의 문화백색지대와 같이 문화서비스 소외지역에 대한 접근을 통해 정책적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제안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시설이나 공간에 접근하기 어려운 새로운 위험 상황에 대해 문화서비스의 제공 기준이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논의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문화서비스 환경을 균형적으로 제공하는 문제나 오프라인 거점의 최소 운영시간 설정 기준 마련 등이 고려되고 있다. 이 외에도 모든 국민의 향유적 문화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활동을 포함하는 문화생태계 구축을 위해 문화창작 기반 마련과 종사자 지원을 위한 최소 기준과 적정 기준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있어왔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늘날 현대사회가 겪는 지구화, 개인화, 고용감소와 생태 위기로 인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사회가 더욱 파편화돼 사회적 신뢰나 공동체 의식 그리고 문화를 형성해 가는 토대를 갖추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바로 이런 사회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적 감수성을 증진시킴으로써 문화적 공감 능력을 키우고, 구성원들 간 이해와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 보다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해 존재론적 안정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문화의 발견이다. 결국 문화서비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국민들을 사회적 위험이나 다양한 위기상황으로부터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신적 지지를 통해 문화의 회복력 및 치유의 성격이 문화안전망 시스템에서 작동되고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 지표 중 우리나라가 OECD 1위를 차지한 몇 안 되는 지표가 고령화 속도 그리고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OECD 평균보다 높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고 있음에도 노인빈곤율이 몇 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대한민국 노인들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현주소를 이렇게 비관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일까? 먼저 우리나라 노인들이 빈곤하게 된 원인을 사회시스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 들어서 은퇴할 경우 편안한 노후의 삶을 보장해 줄 사회시스템으로 연금제도가 도입된 역사가 짧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은 1988년에 시행됐는데, 가장 일찍 제도를 마련한 독일은 1889년 노동자 연금제도를 도입했다. 1942년 베버리지보고서에 기초해 1946년 「국민보험법」을 제정한 영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연금제도 역사는 짧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55~79세 인구 중 연금수령자는 45.9%에 그쳤고, 월평균 수령액도 61만 원에 불과하다. 2019년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실제 노인이 필요로 하는 1인 기준 최소 생활비 월 98만 원, 적정 생활비 142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청년은 공부, 중년은 일, 노년은 여가 공식 벗어나 연령 관계없이 공부일에 참여할 수 있어야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이 도입됐으나 이 역시 최대 30만 원에 불과해 소득 보전 효과가 크지 않다. 노인일자리 역시 노인들에게 소득을 보충해 주기 위해 제공되고 있지만, 참여 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 소득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인 개개인이 해야 할 노후준비 역시 자녀교육비 마련과 노부모 부양으로 인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2018년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노후준비가 잘 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6.8%에 불과했다. 물론 노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보다 튼튼히 하고, 건강보장과 장기요양보장 등 사회적 안전망을 건실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노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을 넘어서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고령화에 관한 국제행동계획(MIPAA; Madrid International Plan of Action on Aging)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활기차고 적극적인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논의됐던 사항들은 2021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준다. 노인 문제만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고 노인의 삶의 질과 권리를 다른 사회구성원과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모색돼야 하며, 모든 연령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연령을 위한 사회, 이것은 곧 연령통합의 사회다. 노인과 다른 사회구성원의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 연령이 사회참여의 기회를 차단하는 진입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연령이 다양한 세대가 함께 교류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 연령통합사회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노인이 은퇴로 사회에서 퇴장하거나 나이 들었기 때문에 사회참여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사회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오래 전부터 청년은 공부, 중년은 일, 노년은 여가라는 공식 속에서 작동해 왔다. 이러한 연령분절적 시스템을 넘어 어느 연령대에서도 공부와 일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100세 시대를 가정해 보면, 65세 이후 은퇴한다 해도 35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무 할 일 없이 보내야만 한다면 노후의 풍성한 삶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35년이라는 긴 시간은 인생 2모작, 3모작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므로 다시 교육도 받고 인생 1모작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해야만 생계가 가능하고 경제적 보탬이 되기 위해 노인이 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인 보장과 함께 다양한 사회참여를 통해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이 다른 구성원과 동등한 사회참여의 기회를 갖는 것, 다시 말해 모든 연령에게 기회가 열려 있고, 모든 연령이 서로 교류하고 공존하는 모든 연령을 위한 사회가 만들어질 때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도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 보장과 다양한 사회참여로 활기찬 노년 보낼 수 있는 기회 필요 한편 MIPAA에서는 활기찬 노후를 위해 노인과 개발, 노인의 건강과 복지 증진, 노인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지원하는 환경 보장 등을 강조하고, 이 계획에 대해 5년마다 각국의 이행사항을 점검한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기 이행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과 개발 부분이 가장 약했다. 노년기 소득과 관련해 각종 사회적 안전망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음에도 직업 지도 및 배치 서비스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훈련 및 재훈련에 있어서의 전 생애에 걸친 기회균등과 노인빈곤 감소는 가장 이행력이 낮은 부분이었다.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3기 이행평가에서도 노인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점, 노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부족, 정책 결정에서 노인의 참여 부족 등이 지적됐다. 2019년 국제 NGO 에이지플랫폼유럽(Age Platform Europe)도 활동적인 노후를 위해 노인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와 평생교육 및 직업훈련 제공, 보완 연금 개발 및 사회적 보호를 통해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노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부족하다고 지적된 사회참여의 기회가 전 생애에 걸쳐 균등하게 보장돼야 하며, 특히 노인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연령통합적 사회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누구나 나이 드는 경험을 하면서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조금씩 체감하게 된다. 우리가 그리는 노인의 모습이 뒷방 늙은이로 뒤처져 있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에게 꼰대 노릇을 하는 모습도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노인이며, 젊은이들과 서로 배우고 어울리며 이 사회에서 상생과 공존을 꿈꾸는 노인일 것이다.
일상적인 삶의 주제로 회자되던 행복이 사회과학 분야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다. 이는 무엇보다도 물질적 효용과 효율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성장 중심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행복과 삶의 질을 측정하려는 다양한 노력은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와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세계행복지수(WHI) 등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글에서는 2013년 이래로 매년 발표되고 있는 세계행복지수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주효할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잘사는(rich) 나라, 잘 못 사는(not happy) 국민 유엔 세계행복보고서는 2012년 이래로 해마다 150여 개국의 3년 평균 행복 순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2010~2012년 41위에서 2018~2020년 62위로 행복 순위가 추세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참고).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GDP는 줄곧 세계 10~14위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 수준에 비해 한참 낮은 행복 수준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은 반갑지 않은 신호다. 더불어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적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이 같은 수치들은 왜 지속될 뿐 아니라 악화되고 있는 것일까? 세계행복보고서의 연차별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 단서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유엔 행복지수는 6개의 하위지표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1인당 GDP, 사회적 지지(사회자본), 기대 수명, 삶에서의 선택의 자유, 관용, 부패 인식이다. 2019년 보고서에서 하위 요소별 순위가 제시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기대 수명(9위), 경제 수준(27위), 관용도(40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데 비해, 사회적 지지(91위), 부패 인식(100위), 자유(144위)는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체로 경제적 측면과 사회정치적 측면 간의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회정치 관련 요소들이 전체 행복 순위를 끌어 내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2016년 보고서에서는 행복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도구로 안녕(well-being)의 표준편차(SD) 순위를 제시했는데,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국 중 96위로 당시 행복 순위(58위)보다도 한참 뒤떨어진 결과를 보였다. 특이하게 전체 행복 순위에서 84위를 차지했던 부탄이 안녕의 표준편차가 가장 작은 나라로 나타났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음에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인 수준에서의 행복한 감정은 절대적인 경제 수준 이외의 요인들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셋째, 사민주의 복지국가로 분류되는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10위권 내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나라들이다. 2013년 이래로 단 한 차례(2012~2014년) 스위스가 1위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는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가 번갈아 가며 1위를 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2015~2017년 이래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적 수준뿐 아니라 복지, 교육의 질, 민주주의 수준, 환경 등 다차원적인 사회의 질이 골고루 높아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전후 최빈국에서 단기간 내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만큼 높은 저력과 잠재력을 발휘해 온 나라다. 인적물적 역량을 경제발전에 쏟아부은 결과,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얻었지만 국민의 누적된 피로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시스템,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과 불안정한 일자리, 길어진 노후의 높은 빈곤 위험,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높은 자산 불평등도 등은 우리의 불편한 현실인 동시에 미래까지 불확실하고 어둡게 하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개인공동체에 대한 긍정적협력적 태도 고양, 일과 삶의 균형, 불평등 축소 등이 동시 추구돼야 경쟁과 효율이 협력과 공동체적 선의 가치를 휩쓸어버린 시장경제의 위험을 악마의 맷돌에 비유한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의 경고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자유기고가 리즈 호가드는 저서 『행복(How to Be Happy)』에서 소득과 같은 경제적 여건은 개인의 행복에 10%만 영향을 미치며, 약 50%는 유전자와 교육, 나머지 약 40%는 관계, 우정, 일, 몰입, 공동체, 취미 같은 활동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소득과 같은 경제력은 일정 수준까지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이상 수준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요컨대 경제와 사회의 두 바퀴가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상태가 아니면 오히려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키워주는 교육 환경,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노동시장 여건, 안전(security)과 최저보장(guaranteed minimum)의 제도화, 사회 집단 간의 격차와 불평등 축소 등이 동시에 추구돼야 한다. 경제와 사회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이야말로 공동체의 행복은 물론이고 전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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