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ESG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선포하고 ESG 위원회 등 관련 조직을 확충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ESG 펀드 등을 출시하고 있고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결정과 의결권 행사에 ESG 요소를 고려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 로펌, 회계법인, 컨설팅회사들도 관련 업무 개발에 적극적이다. 언론에 ESG 관련 기사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각 행정부처에서도 ESG 공시제도나 분류체계 수립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과 1, 2년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ESG에 대한 사회적 압박, 연기금 통해 자산운용사로 그리고 기업 경영진에게로 전달돼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투자 의사결정을 할 때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ESG 개념 자체는 등장한 지 꽤 됐다. 2004년 유엔과 여러 금융기관 등이 참여한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ESG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 2006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주도하에 추진되고 여러 기관이 동참한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고려할 것임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최근의 ESG 열풍은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몇 년 전부터 투자대상 기업들에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한 것과, 미국 내 주요 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이 2019년 회사의 목적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기업들이 고객, 근로자, 공급 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세계적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기업 경영자의 주된 임무는 기업의 수익 성장에 있다는 발언을 하고, BRT 역시 1997년 성명서에서 기업의 주된 목적은 주주들에게 경제적 수익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천명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이러한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산운용사들이나 주요 기업 경영자들이 ESG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사회적정치적 압박을 들 수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주의 단기 이익 추구나 투자은행의 활동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2011년경 활발했던 월가 점령운동(Occupy Wall Street)이 대표적이다.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미국 내 유력 정치인들이 빈부격차 해소나 근로자의 경영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각종 입법안을 발표한 것도 그 무렵부터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이 강조된 것도 영향을 줬다. 영국은 「2006 회사법」을 통해 이사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함을 규정했고, 프랑스는 2019년 입법된 「빡뜨법(Loi Pacte)」을 통해 이사가 의사결정 시 사회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 회사가 존재의 이유를 정관에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증가도 변화의 원인이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전 세계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후중립을 통해 EU의 번영을 이끌겠다는 이른바 유럽 그린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EU에서는 이미 비재무적 사항 공시, 금융기관 지속 가능 공시, 녹색투자 분류체계(taxonomy), 인권 실사 등 각종 ESG 관련 법규의 제정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방지 노력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의 기업에 탄소국경세 등을 부과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보유 자산 가치 하락 리스크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국제적 압박은 공공적 성격을 갖는 연기금들을 통해 연기금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다시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하는 기업의 경영진에게 ESG 요소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빅3 자산운용사(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SP 500 회사에 대해 2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이나 대기업들이 일제히 ESG, 사회책임투자, 이해관계자주의, 회사의 목적 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배주주 있는 기업지배구조 등 우리만의 ESG 문제 차분히 연구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의 ESG 열풍은 우리나라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미국이나 유럽의 영향을 받아 촉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ESG 논의가 우리나라의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다 보니 ESG를 왜 추진해야 하는지, 어떠한 ESG 문제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 ESG를 추진하는 것이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되는지, 추진한다면 어떠한 방향성과 속도를 갖고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선활동과 같이 착한 일을 하면 ESG라고 오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ESG를 기업 홍보의 수단이나 비용 발생 요인으로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이 ESG를 고려해 투자를 한 결과 연금 가입자나 수익자의 투자수익이 감소하는 경우 어떤 책임을 부담하는지와 같은 여러 법률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많은 지분을 보유하는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회사에 지배주주가 있는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현실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의 ESG에 대한 인식 변화 없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활동만으로 우리나라에서 ESG가 잘 정착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제도적으로도 ESG 공시가 과연 투자자와 평가기관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인지, 기존의 재무공시 제도와 ESG 등 비재무적 공시 제도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 결과 간 차이로 인한 혼선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경영진의 경영 실책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나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ESG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한 결과로 포장하지는 않을지 등과 같은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ESG 문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하게 ESG를 강조하거나 관련 제도를 수립할 경우에는 자칫 ESG 논의의 당초 이유, 즉 투자와 기업 활동을 통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자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ESG 열풍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만의 ESG 문제들을 차분하게 연구하고 이를 국제적 논의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SG라는 용어와 개념이 최근 화두가 됐지만, 사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를 통해 처음 제시한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끊임없이 개발, 진보,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해왔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 경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적용됐는데, 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과정에서 사회나 환경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렇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처음에는 이 개념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선택의 문제처럼 여겨졌고 일부 이해관계자의 요구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발표 이후 연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환경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참여를 선언하며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 창립 후 30여 년간 ESG 경영 실행해 와 ESG 경영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기는 인식전환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ESG 이슈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 기후 협약, 코로나19 등의 이슈가 더해지며 그 전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ESG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같이 ESG 경영의 뿌리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에 들어서야 활발해졌지만, 사실상 현재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들은 오랜 기간 사회 및 환경 이슈에 민감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왔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ESG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즈니스상에서 사회 및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ESG 경영의 우수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업한다는 파타고니아의 사명처럼 제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있다. 원재료는 유기농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친환경 소재는 오픈소스로 공개해 환경보호와 기업 재무가치 창출의 양립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또한 파타고니아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닌 그 지역이 직면한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로서 의미를 찾는다. 제품 판매 과정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사회적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매출의 1%는 지구를 위한 세금 명목으로 환경을 위해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는 창립 후 30여 년간 이러한 ESG 경영을 꾸준히 실행해 왔고, 의식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두터운 마니아 고객층을 확보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ESG 관리 및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는 2030년까지 원자재 수급에서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상에서의 친환경성 달성 및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이러한 프로젝트와 성과를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윤리적인 원자재 조달을 위해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목재 공급처의 원산지 문서 위조 사실을 적발해 내 해당 업체와 즉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물론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로 협력사까지 ESG 경영 확산 독일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 벤츠는 Ambition 2039를 통해 2039년까지 생산제품 및 전 밸류체인의 탄소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탄소 배출량을 핵심 기준으로 주요 협력 업체를 선정 및 계약하며 2039년 이후부터는 탄소중립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하고만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인권 및 노동 이슈와 관련해 공급사 전체에 벤츠사의 ESG 경영 표준을 공유하고 준수 의무를 부여했으며, 협력사 대상으로 인권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요한 것은 고객사의 공급망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도 ESG 경영을 추진하게 되는 긍정적인 확산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ESG 경영이 일부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모든 기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ESG 경영은 기업의 선택적 책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법적 규제 안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가 돼가고 있다. 앞서 언급된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발표 이후 기업의 비재무 성과(ESG)에 대한 공시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미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EU 등 다양한 국가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공시뿐만이 아니다. ESG 경영 요소들이 하나하나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제로 도입되고 있다. 2015년 영국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공급망을 포함한 사업 현장에서 노예제나 인신매매가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조치를 취했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는 「현대식 노예제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을 발효했으며, 2018년에는 호주에서도 그와 같은 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다. 또한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 및 판별하는 기준인 EU 분류체계(taxonomy) 도입, 공급망의 환경 및 인권 이슈에 대한 실사를 의무화하는 공급망 실사제도(due diligence) 등은 해외로 진출할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ESG 경영의 규제 요소가 됐다. 향후 법적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임이 분명하고, 규제는 점차 고도화돼 일회성 대응이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단기적 관점에서 현재 기업이 맞닥뜨린 규제적 차원의 ESG 경영활동을 찾아 검토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 과제를 도출해 이행해야 한다. 규제를 넘어 각 기업이 속한 산업군에서 직면한 ESG 우선순위 이슈에 대해 단기 그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ESG 경영활동도 찾아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도 사실상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추진할 것이 요구된다. ESG 경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더 늦는다.
기업 및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목표로 투자 의사결정 시 재무적 요소만이 아닌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ESG 투자.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적 노력이 강화되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선언, 그린(뉴)딜 정책 수립 등이 이뤄지면서, 환경변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함께 ESG 투자 규모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ESG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에 이와 동반되는 ESG 평가 등 ESG 투자 생태계 형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보고, 향후 ESG 투자의 건전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를 제시해 본다.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녹색채권 발행 유인 높아져 현재 국내 ESG 투자는 영국이나 기타 유럽 주요 국가 등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올해 들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형 ESG 펀드 설정액은 지난 5월 13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약 5,723억 원 증가했으며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의 경우에도 설정액이 약 6,454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으로 전체 국내 ESG채권(SRI 채권) 상장 종목은 767개로 상장 잔액이 114조1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 중 200개가 넘는 채권이 연초 이후 신규 상장됐으며 상장 잔액은 연초 대비 약 30조 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상장된 ESG채권 중 사회적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고 정책금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의 비중이 컸으나, 기후대응을 포함한 환경 관련 투자 수요가 높아지며 올해 들어서는 민간 부문에서 발행하는 녹색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추진 등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민간 발행주체나 투자수요 증가 측면에서 ESG채권 발행, 특히 녹색채권 발행 유인이 크게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한편 국내 ESG 투자 또는 사회책임투자에서 연기금은 절대적으로 큰 규모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에 이르는 국내주식 자산(국내주식 직접운용 중 적용 금액이며, 국내주식 위탁운용 적용 금액까지 합칠 경우 약 32조 원)을 책임투자 대상 자산으로 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간 금융회사들도 자체적인 ESG 경영전략과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등 관련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탈석탄금융, 탄소 중립 또는 대폭 감축 등을 선언하고 있으며 ESG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금융상품의 출시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에 따르면 ESG 금융 생태계에는 발행자(기업), 평가 제공기관, 지수(index) 생산자, 자산운용사, 투자자, 공시 관련 기관, 규제감독 관련 기관, 국제기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현재 발행자(기업)에 대한 ESG 관련 정보 부족과 ESG 평가 제공기관 간 평가 결과의 큰 편차,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들의 ESG 관련 투자 원칙이나 선관의무 미확립 등은 향후 국내에서의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발행자(기업)의 ESG 관련 정보와 관련해서는 ESG로 포괄될 수 있는 요소들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표가 실제 유의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검증이 아직까지 많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국제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공시 표준들이 제시되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또는 ESG 워싱(기업상품 등이 실제 환경ESG 요소에 미치는 영향이나 ESG 전략 실행 수준과는 별개로 명칭 부여 홍보마케팅 등만으로 친환경ESG 기업 또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투자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확하고 투명한 ESG 정보가 필수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의 ESG 평가를 위한 표준 지표 설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거래소가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ESG 요소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는 재무적 정보와 달리 산업별로 유의한 정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새롭고 다양한 ESG 관련 정보를 추가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국내 기업 전반적으로 환경사회 관련 정보공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둘째, 현재 국내 평가기관들이 제공하는 ESG 평가는 동일 기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결과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SG 평가 요소가 광범위하고 다양하며,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거나 기업별로 상이하며, 동일 기업 내 E, S, G 각 영역 간 상관관계도 낮은 가운데, 기관별로 각 영역에 대한 평가를 통합해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최종적인 ESG 등급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E, S, G 영역 내 특정 요소에 한정된 평가가 아닌 한 ESG 평가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평가기관들의 평가방식을 투자자 등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ESG 평가방식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규율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셋째,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자 일부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 가입 등 국제적 원칙을 반영한 ESG 투자 원칙을 확립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금융투자업자는 아직까지 명확한 원칙의 확립 없이 투자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ESG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ESG 워싱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위험도 높아지고 있으나, ESG 관련 투자상품에 ESG를 고려하는 지침이나 방식이 불투명하고 이와 관련된 금융투자업자들의 선관의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필수 ESG 요소나 산업별 특수성 감안한 공시범위 확대, 모니터링 수단 강화 등 선결돼야 현재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ESG 관련 투자가 경제사회 전체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자본 흐름을 유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된 문제점들과 관련해 다음 과제들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첫째, ESG 평가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의 정보공시 범위를 확대하되, 엄격한 유의성 검증을 통해 선별된 필수 ESG 요소들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해 이행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제적 비용 발생을 지양하고 산업별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기 상이한 평가 결과로 인한 투자자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획일적 평가기준을 도입하기보다 평가기관들이 활용하는 정보, 등급 산출방식 등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율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로써 ESG 투자의 본질적인 다양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ESG 투자와 관련된 투자자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자들의 투자 원칙지침과 선관주의 의무 이행 등을 투자자들과 감독당국이 확인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단들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구글은 향후 10년 이내에 구글의 공급망이 위치한 전 세계 500개 도시에 5GW 규모의 탈탄소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전에도 구글은 대만 전력시장 개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무장세력들의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광물 생산(conflict-free mineral) 및 에너지원 전환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IT 기업인 구글은 왜 이런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것일까? ESG 경영의 재무적 가치 비가시화로 기존 경영노선 바꾸는 경우는 드물어 구글이 이 같은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요소를 기업 경쟁력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장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과거에는 ESG가 기업의 비재무적 지표로 분류돼 재무적 성과와는 별개로 인식됐다면, 현재의 ESG 개념은 피고용인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에 대한 처우, 공급망 관리, 기업의 혁신성과 사회적 공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관련된 경영활동을 포괄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기업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영위하느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생각보다 빨리, 더욱 직접적으로 기업의 비지니스 모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및 투자 환경의 변화 규모와 속도에 비해 기업들의 대응은 매우 상이하며 실질적인 대응보다는 허울에 그치는 경우도 관찰된다. 미국 비영리 컨설팅회사인 FSG 연구팀이 100개의 세계적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계획들은 기존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새로운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춘 것에 가까우며 기존 경영노선을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경영자나 투자자의 인식 전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ESG 경영을 그저 착한 기업 만들기 또는 ESG 투자를 주인대리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영자의 개인적 일탈로 해석해서 비효율적 경영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ESG 요소가 신의성실 의무에 부합되며 경영의 필수적 요소라는 인식이 생기기 위해서는 ESG 경영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작동 경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ESG 경영과 수익 창출의 양립성은 기존 경영방식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학계에서도 ESG와 기업 수익의 관계에 대한 실증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1992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상장기업 1천 개 이상의 주가를 분석한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연구(윤석현 교수)는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에 의거한 ESG 지표들을 활용해서 투자하면 연평균 6.01%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미국 주식시장을 연구한 스탠퍼드대의 연구(인소영 박사)는 2009년 이후부터 탄소배출 효율성이 높은 기업들을 사고 탄소배출 효율성이 낮은 기업들을 파는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연간 3.5~5.4%에 달하는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음을 보였다. ESG 경영과 수익 창출이 양립할 수 있다는 증거와 함께 기업들이 ESG 요소를 받아들이는 자세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스탠퍼드옥스포드 공동연구팀은 사이언토메트릭(scientometric) 방법론을 이용한 1973년부터 2019년 사이 ESG 문헌연구를 통해 ESG를 보는 시각이 수동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확장돼 왔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1970년대의 경우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한 재무적 불이익(벌금, 소송, 피해보상금 등)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들이 ESG 분야에 수동적인 투자를 했다면, 1990년대에 들어서는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매출, 자본 비용 등에서 차이가 나는 시장 유인들이 발생했고, 기업들은 이에 반응해 적극적으로 ESG 투자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과정에 대한 논의 없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 발전 저해할 수도 ESG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대조적으로, 기업 경영자는 ESG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 기업의 ESG 영향 평가 프레임워크들은 그 결과를 평가하는 데 그칠 뿐 경영자가 어떻게 다양한 ESG 이슈를 효율적으로 다루면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까 등 구체적인 ESG 경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과정에 대한 논의 없이 성과로만 ESG 경영을 평가한다면 기업의 궁극적인 지속 가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최근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재생청정 에너지 사업에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회사가 계획대로 실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현금 유동자산이 많은 기업이 취하는 탄소중립 경영전략과 상대적으로 현금 유동성이 적은 중소기업들의 전략은 크게 다를 것이다. 또한 기업의 탄소발자국을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탄소 상쇄(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거나 환경기금에 투자하는 것)겠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에너지원 전환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이 기존의 규제, 공시제도, ESG 데이터시장의 트렌드 등에 이끌려 자신들의 몸에 맞지 않는 ESG 경영을 펼칠 뿐만 아니라 편법 경영도 관찰된다. 2015년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스캔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기업은 친환경 위장전략 또는 형식적인 ESG 마케팅에 그치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도 하는데, 스탠퍼드 지속가능금융센터의 연구는 이런 현상을 ESG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로 재무적 인센티브가 급증한 데 비해 ESG의 정량적 평가, 인증, 공시 제도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최근에는 정확한 평가기준을 세우고 정량적으로 기업의 ESG활동을 평가하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연계 재무공시 전담협의체(TCFD) 권고안과 과학기반 감축 목표(SBT; Science Based Targets) 국제 가이드라인은 참여 기업들로 하여금 파리기후협정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해당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승인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학계의 대응도 이어지는데, 옥스퍼드대 교수진의 주도하에 경영 및 경제 학자들이 낸 성명서는 기존 회계기준에 ESG 요소를 명시적으로 편입시킬 것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회계기준위원회(FASB)에 촉구했다. 민간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경제 주체이며, 기업의 잠재적인 영향력을 충분히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보편화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ESG의 다면성,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 관련 경영 가이드라인의 부재 등을 고려할 때 ESG를 기존 사업 모델에 체화시킨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ESG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산업 생태계와 제도의 마련 또한 중요하다. 기업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ESG 경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고려할 때 소비자와 정부 또한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기업과 투자자 등 다양한 주체에서 ESG 요소를 고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호관계를 규율하면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ESG라는 개념으로 논의되기 전부터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다. 지배구조 우수할수록 ESG활동이 기업가치에 긍정적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재정립 필요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은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로 야기되는 비합리적 경영 의사결정을 통제해 기업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실제 많은 연구에서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ESG활동에서도 이러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영자가 개인의 명성 제고 등 사적 이익을 위해 ESG 관련 활동을 수행할 경우 주주 또는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이는 기업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자원 유용을 통제해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경우에 ESG활동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지배구조가 취약한 경우에는 ESG활동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점에서 ESG 투자를 수행하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 요인 중 기업지배구조 요소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결국 기업의 ESG활동이 효과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확립이 기반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ESG 시대에 지배구조를 어떻게 재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우선,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주체인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는 기업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ESG 경영을 위한 중장기 목표 수립 및 성과 평가, 개선방안 마련 등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이사회는 주기적으로 기업에 발생 가능한 ESG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을 발굴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개선성과를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ESG 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로서 ESG 이슈를 점검하고 경영 의사결정에 반영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러한 위원회가 도입 취지에 맞게 실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실무자들의 업무를 보고받고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적 성격의 위원회로 운영되기보다는 의결주체로서 ESG 이슈를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실무적 위원회의 성격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 중소기업에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예산상의 제약 등이 존재하기에 핵심 사업과 연계된 ESG 이슈를 발굴해 이사회 차원에서 ESG 이슈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이사회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은 이사회 성과를 개선시키고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랙록과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사회 다양성 정책을 도입하고 다양성이 부족한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환경의 변화와 필요성에 따라 국내에서도 2020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여성 이사를 선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 다양성은 인종이나 성별뿐 아니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ESG 이슈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분야의 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할 수 없기에 해당 기업의 핵심 ESG 이슈(예를 들면 작업장 안전 등)를 선정하고 해당 이슈에 전문성을 갖춘 후보를 선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 평가에 ESG 성과도 고려하길 다음으로 경영진의 성과 평가 및 보상 체계에 ESG 성과를 고려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경영진의 보상은 재무적 수치에 기반해 있고 일부 기업에서 ESG 평가기관의 평가점수 개선 정도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해 간접적으로 보상에 연계하고 있다. ESG 경영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ESG 경영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에 대한 활동과 그 성과를 매년 평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다만 ESG 특성상 계량화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존재하고, 오히려 그러한 점에서 성과 평가가 자의적으로 이뤄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면서 경영진의 성과 평가에 ESG 개선활동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전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수립해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주주들에게 이를 공개해 성과를 평가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ESG 정보 공개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ESG 정보공시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투자의 확대 등으로 ESG 정보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2030년까지 정보공시를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에서 선제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주주를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 지속가능보고서 발간을 위한 보고표준으로 많이 활용되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하는 정보 공개범위가 포괄적이다 보니 정보의 활용 주체들에게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또는 주요 주주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SG 정보 등을 활용해 기업별 핵심 ESG 이슈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ESG 경영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 위험요인이 아닌 기회요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환경경영이나 사회책임경영보다 기업의 규모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도 핵심 ESG 이슈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정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ESG 경영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21년이 한국의 ESG 원년으로 불릴 정도로 올해 들어 ESG 경영열풍이 불고 있다. 10대 그룹 모두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전담조직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ESG 경영에 나섰다. 전경련이 최근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만 해도 대한상공회의소의 두 차례에 걸친 ESG 경영포럼 개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ESG 자율경영 실천을 위한 공동선언 채택, 전경련의 K-ESG 얼라이언스 발족 등 주요 경제단체의 ESG 확산을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ESG 열풍의 이면에는 허점이 많다. ESG가 서로 다른 환경사회지배구조 각각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고, 업종별기업별로 사업환경이나 경영방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ESG의 범위와 구체적인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는 ESG 경영전략 수립의 애로요인을 조사한 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잘 나타났다.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이 애로요인이라는 응답이 29.7%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자사 사업과의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추가적 비용 초래(17.8%) 등이 꼽혔다. 이 결과는 ESG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과 체감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관별로 평가기준 상이해 평가기관과의 적극적 소통 필요 ESG가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들의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평가기관별로 평가항목이 다르고 평가기준도 모호하다. 그 결과 동일 기업에 대한 평가 결과가 평가기관에 따라 다른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이 ESG에 대해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지만 대세라고 하고 남들이 한다니까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닌가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기업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소위 그린워싱, ESG 워싱을 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ESG 평가에 대비해 기업들은 평가기관에 대한 대응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외 평가기관이 150개가 넘고 평가기준도 600개가 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러한 평가에 전부 대응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ESG 이슈를 파악하고 그것에 적합한 평가기관을 발굴해서 그 기관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내 평가 담당자들이 지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 내부에서 지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관이 어떠한 기준을 갖고 평가를 하는지 매뉴얼화해서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평가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ESG 평가는 평가를 받는 기업의 피드백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평가를 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기업 스스로 ESG 정보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들은 ESG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 활동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ESG를 지속 가능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영진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ESG 경영을 기준점으로 삼아 조직 및 인력, 제도, 관심사를 이에 맞춰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정부는 민간 주도의 ESG 생태계 조성확산을 위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ESG 인프라 고도화를 위해 정부는 ESG 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ESG 범주 및 가이드라인 정립, 기업 ESG 정보 공시공개, ESG 기업활동 평가기준 마련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평가기관과 항목이 난립함으로 인해 기업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반기에 한국형 ESG(K-ESG) 지표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요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정보공시 등 4개 분야 61개의 평가문항이 담긴 지표 초안도 공개했다. ESG 공시평가 관련 국제기준 정립 과정에 우리나라 입장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정부가 선정한 지표들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금융투자 업계나 해외 유수의 평가지표와 상호 인정돼 널리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지금은 ESG 공시평가 관련 제도들이 정립되는 초기 단계이므로 기후변화 연계 재무공시 전담협의체(TCFD) 권고안 등 글로벌 동향을 잘 파악해서 국제기준 정립 과정에 우리나라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평가한 기업가치가 ESG에 따라 어떻게 바뀌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도 ESG가 기업가치에 어떻게 정확하게 반영되게 할 것인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에만 부과되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가 2026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범위가 확대되고,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를 또 다른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 상생경영보다는 당장의 평가점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이 ESG 정보를 공개하는 방법은 산업별 또는 기업별로 다양하고, 모든 기업에 통일된 원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도 ESG 공시 세부기준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ESG 경영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주주 이익과 기업 실적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 조속한 성과지표 표준화도 필요하지만, ESG가 기업 이익을 줄이는 굴레가 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SG가 생존전략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점수 따기식 포장에 치중하지 말고, ESG를 내재화하는 능동적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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