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위협에 적응하고 디지털 및 그린 산업 투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대전환이 2022년 세계경제를 장밋빛 전망으로 덮고 있을 무렵 유럽의 요충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염병 대응을 위한 격리와 봉쇄의 반복으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는데, 전쟁으로 부각된 국경의 엄중함이 공급망 분절화를 가속하며 회복탄력성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쟁은 또한 원자재와 식량 자원 무기화를 자극해 물가상승 압력을 높였고, 전방위로 확산된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세계경제는 오랜만에 돌아온 높은 인플레이션을 마주하고 있다.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도 흔들리면서 주요국에서 통화긴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저금리저인플레이션 시대로 돌아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발간한 2023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2023년 세계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 대비 0.7%p 하락한 수준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주요국의 통화긴축 등이 세계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세계경제는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을 겪을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예상보다 시간 걸릴 경우 금리 급상승에 따른 개인 및 한계기업 부담 가중 긴축과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인한 통화긴축의 압박,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한 거대 재정지출 이후의 추가적인 재정여력 제약, 민감해진 시장 심리에 따른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 등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파편화는 글로벌경제의 오랜 패러다임이었던 세계화 반대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전략 경쟁으로 서서히 진행되던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급변과 맞물리면서 국제공조가 파편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G20과 유엔 안보리에서의 갈등이 표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빠르고 단기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각국의 확장적 정책 수행과 국제공조의 원활한 작동이 필요한데, 이러한 시도들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회복이 억눌리고 지연되고 있다. 경제의 문제가 안보 문제와 결합되면서 해법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리스크 요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금리 급상승과 민간 부채 부담의 실물경기로의 전이다. 팬데믹 대응으로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도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속도와 강도가 매우 빠른 상황에서 공급측 요인이 겹치며 실물 침체가 나타나는 데 있다.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경우 역자산 효과, 개인 및 한계기업의 어려움 가중, 금융 경색 등의 우려에 시달릴 수 있다. 둘째, 재정 역할의 딜레마다. 지난 몇 년간 주요국들은 보건 및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 규모를 추세 대비 빠르게 늘렸다. 현재 각국 정부는 그간의 막대한 추가 지출과 높아진 금리로 예산 제약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재정건전화가 중요한 상황인데, 당면한 글로벌경제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 최근 영국 정부의 행보는 이와 관련한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 성장 제고를 목표로 하겠다 하더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발표된 확장적 재정정책이 민감해진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면 위기의식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다. 중국의 WTO 가입과 동구권의 붕괴로 시작된 지난 30여 년간의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단절의 시대, 블록 간 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중국의 양안 문제나 최근의 북한 위협 등이 글로벌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선제적 지침의 합리적 운용 통해 중앙은행 신뢰성 유지하고 중기적 재정건전화와 함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필요 이러한 때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회복 지연으로 민감해진 시장에 대응한 정책 조합이다. 통화정책에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원자재식품 등 비근원 부문의 물가 압력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고 근원물가로 전방위 확산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의 일이라 이에 대응한 정책 경험이 당국과 대중에게 체화돼 있지 않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에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 통화긴축 상황에서 선제적 지침(포워드 가이던스)의 합리적 운용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다만 팬데믹 기간 급증한 민간 부문 부채가 금리 상승에 따라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에서는 중기적 재정건전화를 추구하되, 취약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시장 심리가 민감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에 합치하는 재정운용으로 금융경색의 가능성을 방지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대내외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정학적 갈등과 파편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전망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적응이 필요해 서서히 진행될 것이나, 안보와 관련한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원천기술과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공급망 구축에 민관 합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국제경제 환경은 큰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만 제한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관행이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는지 빠르게 검토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긴축과 파편화 속에 글로벌 대전환이 다소 지체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가 가진 단단한 제조업 기반은 향후 복잡한 국제경제 관계에서도 변함없는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2022년 세계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고(三高)로 진통을 겪었다. 삼고의 원인은 단연 미국의 고물가다.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에 비해 9.1%나 상승했다. 1981년 11월 9.6% 상승 이후 40년 4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물가가 이렇게 오르니 미국 연준은 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달러화 가치 상승을 초래했다. 삼고 현상이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 미국의 실질금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으로 플러스 상태가 정상이다. 명목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가계가 저축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금리가 2019년 8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022년 3월에는 -6.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수요 위축, 통화공급 둔화, 유가 하락, 금리인상 등으로 물가상승률 상당 폭 낮아질 전망 실질금리가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가 상승하거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있다. 2020년 3월 0.5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이 2022년 10월에는 4.24%까지 상승했다. 그런데도 실질금리는 10월 기준 3.8%로 아직도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리가 더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미국 금리는 이미 적정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은 장기적으로 명목 GDP 성장률과 유사한 추이를 보였다. 실제로 1970~2021년 연평균 국채수익률은 6.1%로,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 GDP 성장률 6.2%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미국 의회 추정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잠재 명목 성장률은 4% 정도다. 국채수익률의 적정 수준이 4% 정도일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10월 들어서 4.24%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고 있다.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져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4% 이하로 떨어져야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6월 9.1%를 정점으로 꺾이고 있지만, 10월 상승률도 7.7%로 떨어지는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그러나 2023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질 전망이다. 그 이유를 네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로 2020년 2분기에는 실제 GDP가 미국 의회가 추정한 잠재 GDP에 비해 10.4%나 밑으로 떨어졌다. 즉 GDP 갭률이 마이너스 10.4%였던 것이다. 그 이후 정책 당국의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돼 2021년 4분기GDP 갭률은 플러스 0.5%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 들어 GDP 갭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1월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4%다. 이 경우 2023년에는 GDP 갭률이 -3% 정도로 확대된다.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둘째, 통화가 적정 수준보다 덜 공급되고 있다. 연준은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화공급을 크게 늘렸다. 2020년 2분기에서 2021년 1분기 사이에는 실제 광의통화(M2) 증가율이 피셔 방정식에 따른 적정 통화증가율(실질 GDP 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25.7%p나 높았다. 그러나 2022년 1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적정 수준보다 낮아졌고 3분기에는 6.4%p로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이러한 통화공급 변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5분기 정도 선행했다. 연준의 급격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은 물가상승률을 낮출 것이다. 셋째, 원자재 가격 특히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2021년 배럴당 67.9달러(연평균)였던 서부텍사스산(WTI) 원유 가격이 2022년 6월에는 12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9월에는 일시적으로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 1월에서 2022년 9월 통계를 분석해 보면 유가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1개월 선행(상관계수 0.77)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도 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째, 금리인상은 시차를 두고 소비와 물가상승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 보면 금리가 상승했을 때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효과는 1년 후에 가장 컸다. 물가상승률도 금리인상 이후 3개월 후부터 낮아졌으며, 역시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2022년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202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다. 지난 11월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1분기에 5.9%로 낮아지고, 4분기에는 3.0%로 떨어진다. 물가에 선행하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것을 보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2022년 2월 0.00~0.25%인 연방기금금리를 11월에는 3.75~4.00%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이는 실제와 잠재 GDP 차이와 실제와 목표 물가상승률 차이를 참조해 적정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추정해 보면 적정금리 수준이 2022년 2분기부터 계속 낮아지고 있다. GDP 갭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물가상승률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통계를 보면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적정금리 수준이 낮아질 때 연준은 금리인상을 중단했거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22년 들어 10월까지 주요 선진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8% 정도 급등했다. 달러화 가치가 이처럼 상승한 이유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달러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지나치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매월 발표하는 주요국의 실질실효환율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2022년 10월 34%나 과대평가됐다. BIS가 이 지표를 작성해서 발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것인데, 그때 가서는 과대평가된 달러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로 금리도 낮아지고 달러화 가치도 하락하면서 삼고가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하락은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동반한다. 2023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경제의 화두는 인플레이션보다 경기침체일 것이다.
최근 경제심리가 위축됐음에도 2023년 중국경제는 정부 대응력과 내수 활성화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2023년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9%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아가 2025년까지 5% 내외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부양책소비에 대한 기대로 전망 긍정적이나 부동산시장 위축, 대내외 갈등 등 리스크요인도 상존 이 같은 긍정적 시각은 크게 두 가지 동력에 기인한다. 먼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견지하면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다. 2022년 들어 시진핑 주석은 인프라 투자가 경제사회 발전의 중요 버팀목이라고 강조했고, 이후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특히 교통, 물류 등 전통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승수효과가 높은 5G 등 신형 인프라 투자까지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정부채권 발행이 2배가량 급증하면서 2022년 상반기 지방채 발행규모는 5조3천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에 기반한 정부 주도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 한 해 억눌렸던 소비가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등으로 활성화되면서 성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하다. 주요 IB들은 소비증가율이 2022년 2.8% 내외에서 2023년 8.2%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23년 3월 조건부 봉쇄 완화를 목표로 위드 코로나 관련 전문가 그룹 조성, 흡입용 부스터샷 접종 시행,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2021년과 2022년 상반기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중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수출은 3~4%대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재된 불안요인에 따른 테일리스크(tail risk;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인 충격을 주는 리스크)도 상존한다. 2023년 중국경제의 하방 압력을 확대할 수 있는 리스크로는 부동산시장 위축, 제로 코로나 정책 향방의 불확실성, 자본이탈 압력, 대내외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부동산시장은 2023년 중국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큰 뇌관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과거와 달리 정부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 등 시장 활성화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주택가격은 1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거래량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 9월 부동산경기지수는 94.9로 코로나19 발생 이후는 물론 통계치 발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시장이 중국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위축으로 인한 후폭풍이 여타 리스크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부동산 관련 수입이 세입의 약 30%에 달하고 가계의 부동산자산 비중도 70%에 육박해 부동산시장 부진이 투자재정소비 위축 등 경기둔화뿐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참고로 일부 학자들은 부동산시장 침체-정부 재정수입 악화-투자 및 소비 위축-우량 자산 매각이라는 민스키 모멘트 도래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다음 리스크는 봉쇄정책의 불확실성이다. 시민들의 반발 등 정치적 부담에도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취약한 의료시스템에 있다. 중국은 백신 유효성과 고령층 접종률이 낮을 뿐 아니라 인구당 의료인력이 주요국의 30% 수준에 그치는 등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봉쇄정책 해제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 중국의 인구 10만 명당 중환자실 병상 수도 미국, 독일의 10% 수준인 3.6개에 불과해 코로나19 확산 시 중증 환자의 사망률이 급증할 우려가 높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봉쇄정책이 전면 해제되는 것이 쉽지 않고, 이는 소비와 서비스업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리스크는 2022년 다크호스로 부각된 자본유출 압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흥국 유입자금의 70%가 중국에 투자될 정도로 중국 자본시장은 글로벌 블랙홀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2022년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감소해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특히 2022년 상반기 음성적 자본이탈을 나타내는 오차 및 누락 유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2023년에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경상흑자 축소, 위안화 절하 압력, 미중 금리차 확대 등으로 지속되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년물 미중 국채의 금리차는 지난해 말 1.6%에서 2022년 11월 -2.7%로 역전됐으며 2023년 상반기에 최대 1%p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요인은 대내외 정치불안이다. 먼저 국내 부문을 보면 시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추진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기대응으로 빈부격차가 오히려 커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3연임을 위해 정교하지 못한 봉쇄와 언론통제를 시행해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실제로 시진핑 집권기인 2012~2021년 망명 신청자 수가 연평균 증가율 31.6%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특히 대외 마찰은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대국외교를 기반으로 미국에 강경대응하겠다고 천명했을 뿐만 아니라 대만에 무력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이는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대만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향후 중동불안을 뛰어넘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식되면서 중국경제는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축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연합전략이 가시화되고 중국도 러시아를 물밑에서 지원하면서 미중 간 진영대립이 확대돼 글로벌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성장률 올해와 유사한 3%에 그칠 수도 2023년 중국경제는 주요 예측기관이 전망한 것과 같이 회복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산재된 불안요인들로 기대치(4.9%)에 못 미치면서 2022년(3.2%)과 유사한 3%대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정책목표 간 충돌과 재정건전성 악화 등으로 정부 정책이 한계에 봉착할 경우 경기하방 압력이 증폭될 수 있다. 실제로 2022년 1~9월 정부의 토지사용권 매각 수입이 역대 최대폭(28%)으로 감소해 정부 주도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3년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16%p 급증해 가계 6%p, 기업 3%p를 크게 상회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개혁-실업 완화, 부동산 활성화-빈부격차 완화 등 상충되는 목표를 추진하면서 정책 딜레마를 겪고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보다 공산당 리더십 등 국가안보를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023년 중국경제의 회복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글로벌경제의 침체 우려도 커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경기하방 압력의 장기화 등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2023년도에는 좀 더 안정적인 회복과 성장세가 기대됐으나,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물가 상승에 따른 미국발 금리 급등 등이 일어나며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IMF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보다 0.9%p 낮아진 2.7%로 전망했다. 특히 IM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유럽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해 내년도 유럽지역 전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0.6%로 1.3%p 하향조정했다. 이 중 유로존 국가들은 2.3%에서 0.5%로, 북유럽 4개국(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2.4%에서 0.9%로, 영국은 1.2%에서 0.3%로 각각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낮아졌다. 유럽지역 선진국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유럽 개도국 역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0%에서 0.5%로 0.5%p 하향조정됐다. 독일이탈리아, 에너지 집약 산업에 큰 타격 받으며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경제가 에너지, 물가, 금리의 트리플 충격에서 벗어나기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 비중을 줄이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유럽의 에너지믹스 가운데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달한다. 문제는 천연가스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도 꾸준히 증가해 2020년 약 43.4%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와 그에 따른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했고 무엇보다 천연가스의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유럽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에 따른 전기요금 급등과 산업용 전력 사용 차질은 결국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군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 이들 국가의 철강금속화학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IMF는 독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 초 대비 3%p 하향조정한 0.3%, 이탈리아는 1.9%p 하향조정한 0.2%로 전망했다. 유럽의 가스 재고 수준이 당장 이번 겨울을 지낼 만큼은 충분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기업 및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재고 소진과 더불어 내년에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대체시점까지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과 결부돼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소비자물가지수 전망치도 크게 상향조정됐는데, 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15.1%, 내년엔 10.6%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 이는 올해 초 전망치에 비해 각각 2.7%p, 3.1%p 상승한 수치다. 이 중 유로존 국가들은 5.7%, 북유럽 국가들은 5.8%, 영국은 9.0%의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전망되는데, 특히 유럽 개도국은 올해 30.6%, 내년 20.7%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과 더불어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유럽 곳곳에서 생활고로 인한 시위가 확산되는 등 정치적 불안요인까지 가중돼 제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긴축 정책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p 올린 데 이어 9월에는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이지 않자 지난 10월 두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음으로써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2%까지 올랐다. 이러한 금리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복귀할 때까지 단계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유럽의 경기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위기, 높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급등까지 겹치면서 유럽 내 수요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크게 위축돼 기업의 경영활동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물경제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도 큰 파장을 미쳐 유로존 국가 중에서 독일이 내년에 가장 큰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변수가 유럽경제 변동성에 직결 에너지, 물가, 금리의 트리플 충격으로 내년 세계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특히 유럽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다는 의견이 다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으며, 미중 패권경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세계경제 특히 유럽경제의 단기적인 경기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높은 에너지 비용, 경직된 금융시장, 전 세계적 불황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유럽 내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핵심요인으로 고려된다.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전망치들 역시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지속되면서 내년에도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이전 수준의 15% 정도만 공급)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전쟁 종식 등으로 이러한 기본 가정에 변화가 생기면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치 역시 상향조정될 수 있는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유럽경제 상황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여지 또한 남아 있다. 이러한 실질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제반 정부 정책에 따라 경제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 성공적인 정부 정책 방향의 핵심은 결국 어떻게 경제 내 불확실성을 제거 또는 감소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불확실성하의 투자이론 등 제반 고전적 경제이론들은 이미 다른 어떤 정책변수보다도 경제 내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경제 성과 개선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음을 설명한다. 기업의 투자결정 및 생산활동이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불확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 수요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글로벌 경기침체 탈피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정책적 공조가 중요한 시점이다.
일본경제는 한국, 미국 등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이 더디게 이뤄졌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영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경제는 2022년과 2023년 1%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면서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소비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뒤늦게 시작된 보복소비에 힘입어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 제한이 풀리면서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백화점의 경우, 최대 기업인 미스코시홀딩스의 2023년 3월 결산 연결순이익이 전년 대비 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의 수익 및 투자도 엔저에 힘입어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화 기술 개발 및 도입, 디지털 혁신 등 장기적구조적으로 필요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는 가운데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회생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투자 확대 노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 성장을 공고히 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71조6천억 엔 규모 종합경제대책 추진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신선식품을 제외한 핵심 지수 기준으로 지난 9월 3.0%를 기록해 31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이 일본 서민층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미국 등에 비해 아직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수 중심의 성장을 보다 공고히 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종합경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대책은 재정지출 규모가 39조 엔이며, 민간투자를 포함한 총사업 규모는 71조6천억 엔에 달한다. 종합경제대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로 생활고를 겪는 서민층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엔저를 활용한 수출 활성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인재양성 정책과 자연재해대책 등 안전대책도 중점 추진하게 된다. 일본 내각부는 이번 대책이 실질 GDP를 4.6% 부양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2%p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이번 대책이 2022 회계연도 GDP를 0.1%, 2023 회계연도 GDP를 1.1% 부양하는 효과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를 활용한 수출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공장을 국내로 회귀시키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 이 부분이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엔저는 2023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저에도 일본의 수출이 뚜렷하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 급락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출 대기업과 달리 전체 기업 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엔저로 인한 수익 감소 효과가 크며, 대기업의 경우도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2022년 초 달러당 115엔이었던 엔화 가치가 10월에는 한때 달러당 151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너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엔저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와 함께 가속화돼 왔으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되면서 엔화 가치는 지난 11월 10일 달러당 146엔에서 141엔으로 급등한 후 11일에는 138엔대로 더 상승했다. 약세 국면에서 순간적으로 기록한 달러당 151엔을 한계선으로 엔화 가치 하락세가 마감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2023년에는 엔화가 완만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 일본은행 총재 교체 등으로 엔화 가치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 커 특히 2023년 4월에는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노골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왔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퇴임하고 신임 총재 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다. 2013년부터 총재직을 맡고 있는 구로다 총재는 2022년 엔저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서도 금융완화 정책의 유지 및 강화를 강조했고, 그의 이러한 발언으로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신임 총재는 큰 폭의 금리인상은 어렵겠지만 물가상승세에 대응한 금융정책 미세조정, 금융완화 정책의 노골적인 강조 자제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 완화와 함께 엔화의 완만한 회복세를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아시아 각국 통화 및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효과도 약해질 것으로 보여 2023년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일본의 수출경기 하락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제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엔저에도 수출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가 꾸준히 확대되고 일본 정부의 경제대책도 효과를 나타내면서 2022년과 2023년 1% 전후의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종합연구소, 노무라종합연구소 등 일본의 민간연구기관들은 이러한 전망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에너지 위기의 극단적인 악화, 미국 인플레이션의 예상외 심화 혹은 미국 경기의 극심한 추락, 신흥국발 경제금융 위기 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대외 불확실성에 일본 정부는 경제대책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요인이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더라도 예상보다 다소 심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2023년 일본경제의 성장세가 0%대 초반으로 위축될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인도태평양은 아직까지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지역 개념은 아니다. 정확한 공간적 정의는 없지만, 한국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대부분의 국가가 미국의 서부 해안에서 동아프리카까지로 공간을 구분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발표한 정부나 연구기관의 자료를 보면, 전 세계 GDP 및 인구의 60% 이상, 물동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태평양은 가장 많은 무역협정이 체결되고 협상이 이뤄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세계 3대 메가 FTA 또는 지역협의체가 중첩돼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그것이다. 이들은 각각 세계 GDP의 12.8%(10조8천억 달러), 30.8%(26조1천억 달러), 40.9%(34조6천억 달러)를 차지한다. 인도태평양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있어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되면서도 미중 패권 충돌의 한가운데 위치한 데 따른 위험 요소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향후 세계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약 6%, 아세안 약 5% 성장률 전망돼 통화긴축, 지정학적 불안정은 성장 제약 요인 보다 구체적으로 인도태평양은 세계 여타 지역에 비해 인구가 비교적 젊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해 오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강국인 인도가 현재 세계 5위 경제국인데 수년 내 세계 4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으며, 아세안 10개국은 인도를 이은 세계 5위 경제블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3개 메가시티 중 20개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다. 한편 인도태평양에도 세계경제 성장 둔화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민간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지만 정부의 통화정책 시행 여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는 심각성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및 식품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은 2022년 3.7%보다 소폭 증가한 4.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은 고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되나, 생산 및 무역 중단, 지정학적 긴장, 계속되는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 발표한 아시아개발은행(ADB) 경제전망에 따르면, 인도는 2020년 -6.6% 성장 이후 2021년 8.7%, 2022년 7.0%에 이어 2023년에도 7.2% 성장해 몰디브, 피지 같은 소규모 도서국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부의 투자환경 개선 노력과 더불어 인도시장이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2021 회계연도에 인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836억 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유입됐고 2022 회계연도에도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통화긴축, 지정학적 불안정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실제 경제성장률은 6%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는 국내 원유 수요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2023년에도 원유와 석탄 수입이 인도 전체 무역수지의 적자폭을 키울 가능성이 남아 있다. 세계적인 곡물 및 원자재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면 인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치인 4(2)% 안에서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고 이로 인해 민간 소비 및 투자가 경직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관련 이동제한 조치 완화와 민간소비 증가 그리고 자원부국들의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다. 국경폐쇄 조치가 완화되고 관광활동이 회복되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성장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3년 글로벌경제의 다양한 위험요인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경제의 수출과 생산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5.0%, 4.7%, 6.3%로 전년보다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의 과감한 통화긴축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유출이 일어나면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이 단기자본 유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접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라오스와 같이 국가부채 규모가 큰 경우 대규모 외부자금 조달로 인한 위험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세금 감면과 같은 다양한 재정정책을 추진해 경기 회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요인을 종합할 때 2023년 아세안경제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5%에 가까운 성장률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수혜 입기 위한 국가별 경쟁이 비즈니스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 2023년 인도태평양의 통상환경에는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무역협정의 증가다. 지난 10년간 자유무역협정을 외면했던 인도는 올해 호주, 아랍에미리트(UAE)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영국, EU, 캐나다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 1월 세계 최대 메가 FTA인 RCEP을 발효시킨 아세안은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의 FTA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는 2023년 11월 출범을 목표로 인도와 동남아 7개국을 포함해 총 14개국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IPEF는 기존의 FTA와 달리 관세 인하와 같은 전통적인 시장접근 방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 무역을 비롯해 지역 국가들의 관심이 높고 실질적인 성과가 예상되는 분야에서 협상이 진전된다면 이 지역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역내 기업의 90%가 넘는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가시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를 입기 위한 국가별 경쟁은 비즈니스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2020년 생산연계 인센티브 제도(PLI)를 도입해 반도체, 전기전자 등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10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아세안 역시 외국인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 경제특구 설치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세계 인구 1위의 인도(14억 명)와 6억7천만 명의 아세안이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지속 달성할 때, 우리의 미래가 이들과의 협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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