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기상이변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새롭게 명명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빈번해지고, 그 재해 횟수는 지난 20년간 1.7배 늘어났다. 지난해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기상재난은 기후변화가 개도국을 넘어 선진국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 미국 중서부를 이례적으로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는 100명에 달하는 소중한 인명을 앗아갔고, 80조 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서유럽 전역을 강타한 대홍수 또한 약 240명의 인명과 53조 원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기후변화, 선진국개도국 모두가 풀어야 하는 과제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의 문제다. 사실 온난화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우리 날숨에서 끊임없이 배출되는 만큼 인체나 생물체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지구 시스템인 대기의 평형상태에 문제를 일으켜 기온을 상승시킨다. 이는 고전적 명제인 공유지의 비극이 전 지구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을 떠올리게 한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누적적 주범이 선진국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기후변화를 둘러싼 책임 논쟁은 동태적 관점에서 재해석되며 한층 복잡해진다. 여전히 개도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게다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역설에 직면하기도 한다.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 채굴 감소로 공급은 줄어든 반면,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는 에너지와 소재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져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발표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난제인 데다 그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4월에 승인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3실무그룹 보고서는 현재까지 제출된 감축목표로는 1.5도 지구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과 정책제언을 담고 있다.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국제사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했고, EU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Fit For 55 입법패키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세계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전 지구적 의지를 결집하기로 했고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글로벌 메탄서약 등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거버넌스 체계인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는 한편, 법적 토대가 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도 제정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높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온실가스 감축시책의 근거 규정하고 기후위기 시대 헤쳐나갈 정책수단 제시 이러한 노력 끝에 지난 3월 25일, 탄소중립 비전과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됐다.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한 지 근 1년 4개월 만의 성과이자, 산더미처럼 놓여진 탄소중립정책의 디딤돌이 돼줄 이 법의 의의와 추진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국가 비전과 추진체계를 제시한다. 전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했으며, 고에너지 제조업 중심의 불리한 산업구조에도 불구하고 2030년 NDC를 40%로 상향하는 등 탄소중립 추진 의지를 명시했다. 든든한 재정 기반이 될 기후대응기금도 마련했다. 둘째, 기후변화 대응의 한 축인 온실가스 감축시책의 근거를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과 기후변화영향평가를 도입해 국가 계획과 대규모 개발사업, 국가 재정 전반에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고, 탄소중립 도시, 녹색교통, 탄소흡수원, 국제감축사업 등 부처별로 특화된 감축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셋째, 기후위기 적응과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정책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전 인류적 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면,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심화되는 기후재난에 적응하는 것이 보다 실제적인 문제다. 기후위기 감시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취약성 평가에 기반한 취약지역의 재해예방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의로운 전환원칙에 기반해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전통 제조업과 그 업종에 성실히 종사해 온 사람들에 대한 보호시책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넷째,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수단 중 하나로 녹색성장을 지향한다. 녹색성장은 그간 상충적으로 이해돼 온 환경과 경제의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그간 정부는 탄소에 가격체계(pricing)를 적용하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고, 미국EU에서 도입하려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산업계 또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ESG 경영, 재생에너지 100%를 의미하는 RE100 가입 등 녹색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정부와 산업계는 탄소중립이라는 동일한 비전 아래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녹색 금융경영기술 등 녹색성장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모든 이가 지구와 빈자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여 주기를, 신이 인류에게 선사한 지구를 위한 의미 있는 희생을 약속해 주기를 당부하며 기후변화는 인류 최대의 위협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가 보여준 연대가 필요하다는 성명과 함께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은 인류세(Anthropocene) 시기를 관통하는 시대적 사명이다.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는 새롭고도 창의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 사회 또한 머리를 맞대나가야 한다.
지난 1월 11일 16시경, 광주 화정동 소재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39층(옥상층) 바닥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39층 밑 설비배관층(PIT층)에서 급작스럽게 붕괴가 시작돼 아래로 16개 층 이상의 벽과 바닥판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중대 건설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실종(모두 사망으로 발견)되고, 1명이 부상당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사고 즉시 건축구조 전문가 등으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가 밝혀낸 사고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무단 설계변경으로, 사고가 시작된 38층 PIT층의 시공 및 지지 방식은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 변경된 상태였으며, 이에 더해 콘크리트 타설 시 아래3개 층에는 가설지지대를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함에도 이를 조기 철거했다. 둘째,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다. 콘크리트 양생 부실 등으로 붕괴된 17개 층 중 15개 층이 설계강도의 85%에 미달했으며, 이러한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콘크리트 간 부착력을 낮춰 건축물의 안전성 저하로 이어졌다. 셋째, 시공과정을 확인하고 붕괴위험을 사전 차단해야 할 감리자가 검측업무 기준과 다르게 검측하면서 설계변경 부분에 대한 구조안전성 여부마저도 확인하지 않는 등 공사관리가 미흡했다. 국토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고 관련 시공사감리사 등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른 엄중한 처분을 관할 관청에 요청했고,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건설현장의 구조적 원인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마련발표했다. 시공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 우선 사업의 주체인 발주자와 공사를 관리하는 시공사가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시공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설현장을 만든다. 이를 위해 첫째, 시공과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한다. 현재 공공발주 공사에만 적용을 명시한 국가건설기준(표준시방서)의 활용을 민간발주 공사까지 확대하고, 한중(寒中) 콘크리트 사용이나 가설구조물 해체 등 공사 진행과정의 표준시방서 내용도 보다 구체화한다. 아울러 시공과정의 책임체계 확립을 위해 시공사가 설계변경, 가시설 해체 등 주요 과정을 기록해 감리에 제출하도록 하고, 감리자는 그 내용을 검토 확인하는 시공이력 관리제를 도입한다. 둘째, 레미콘 생산부터 현장 운반타설양생까지 콘크리트 품질관리체계 전반을 모두 개선해 기준 미달 콘크리트는 건설현장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한다. 먼저 현장에 운반되는 레미콘의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기존 KS 인증제에 더해 생산 공장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를 추가 도입하고, 콘크리트 양생 후 그 강도를 시험할 때도 현장과 동일 조건에서 양생한 시험체로 강도를 시험토록 의무화해 충분한 양생 후 후속작업이 이뤄지도록 한다. 또한 콘크리트 품질을 감독하는 품질관리자 배치 시 품질업무 수행경력을 고려하도록 하고, 허가 없이 품질관리 외의 업무를 지시할 경우 처벌해 현장의 품질관리 역량도 강화한다. 셋째, 부실시공을 유발하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과도한 저가낙찰을 제한한다. 발주자에게는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용 제공을 의무화하고, 인허가 단계에서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해 계약단계부터 부실시공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한다. 중대 위험에 대한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 의무화하고 중대 부실시공 사고는 국토부 직권 처분 다음으로 감리의 내실화를 통해 시공사 견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감리자는 건설현장에서 발주자를 대신해 현장 시공과정의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나, 공사중지 등 적극적인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발주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감리가 시공사의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번 사고와 같이 발주자(HDC아이앤콘스)와 시공자(HDC현대산업개발)가 동일 계열사인 경우 감리는 더욱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감리의 업무 독립성을 보다 강화하면서 고위험 현장은 공공이 감리를 포함한 현장 전반을 관리하는 등 공공이 수행하는 현장 품질과 안전 관리체계도 강화할 예정이다. 첫째, 발주자와 시공사로부터 감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감리가 공사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공사중지로 인한 발주자 및 시공사의 손해에 대해 감리의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면책하고, 중대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을 의무화한다. 둘째, 감리인력의 업무역량을 강화한다. 설계시공품질관리 분야의 종합적 역량이 요구되는 감리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감리업무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인은 기존 3년마다 받는 교육 외에도 매년 관련 전문교육(연간 7시간)을 이수하도록 하고, 이수를 위한 평가도 내실화해 형식적인 교육이 되지 않도록 개선한다. 셋째, 공공의 안전관리를 확대한다. 감리에 대한 공공의 감독 강화를 위해 인허가관청에 민간 주택공사 부실 감리 시 감리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가 전문적인 부분도 살필 수 있도록 지역건축안전센터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기존에 민간에서 마련하던 주택공사의 감리자 배치기준도 국토부 승인을 거치도록 제도화한다. 또한 안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감리 실태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기존 공공 공사만 대상으로 하던 설계안전성 검토, 안전관리 수준평가와 같은 안전관리활동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하는 등 공공의 안전관리 기능을 육성한다. 마지막으로, 부실시공 사고로 인한 손실이 사고의 예방비용보다 크도록 해 건설업계가 자발적으로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중시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첫째,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처럼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중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 권한을 국토부로 환원해 직권 처분한다. 둘째, 부실시공에 대한 건설사 책임을 확대한다.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하게 되거나, 5년간 부실시공이 2회 적발될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해 손해배상책임도 확대한다. 셋째, 부실시공 업체에 대해서는 공공의 지원을 배제한다. 공공택지 공급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 공적 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공공 공사 입찰 시 페널티를 부과해 부실시공에 대한 업체 손해를 크게 한다. 이 외에도 안전 교육과 홍보, 캠페인 등 안전의식 제고 노력과 첨단 스마트 건설안전 장비의 현장 도입을 지원하는 등 건설현장에 안전과 품질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마련된 이번 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해 다시는 건설현장에서 무고한 시민과 근로자들이 안타깝게 희생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들이 건설현장에 대해 더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건설안전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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