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전만큼 우유를 먹지 않는다. 학교 우유 급식도 줄고 있고, 집집마다 배달되던 우유도 요즘은 보기 드물다. 소비자도 여기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난 20년간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36.5kg에서 32.0kg으로 줄었지만, 치즈버터크림 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 유제품 소비는 63.9kg에서 86.1kg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유제품 소비는 2001년 305만 톤에서 2021년 458만 톤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수요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국내 낙농산업은 오히려 퇴보했다. 국내산 원유의 생산은 2001년 234만 톤에서 2021년 203만 톤으로 줄어들었고, 늘어난 수요는 수입산이 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유제품 수입은 원유 기준으로 환산하면 65만 톤에서 251만 톤 정도로 늘어났으며, 그로 인해 원유자급률은 77.3%에서 45.7%까지 낮아졌다. 한편 국내산 원유 가격은 음용유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해외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왔다. 20년 전 리터당 236원 정도였던 우리나라와 유럽의 원유 가격 차는 2021년 613원까지 벌어졌다. 원유를 생산하는 여건의 차이가 크다고 하지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생각하면 유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부담이 적은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일부 유업체에서는 우유 판매에서 입은 손해를 수입산을 사용한 유가공품을 판매해 메꾼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시장과 분리돼 가격 결정이 이뤄지는 낙농산업의 제도적 특수성에 기인했다. 각 농가는 소속된 유업체나 낙농진흥회와 계약할 때 보장받은 원유량을 납부할 권리(쿼터)가 형성돼 있고, 원유 가격은 항상 오르고 내린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결정(생산비 연동제)돼 왔다. 생산비가 100원 오르면 원유 가격은 90원에서 110원 사이에서 인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원유가 가공과정을 거쳐 흰 우유로 판매되든 치즈로 판매되든 항상 동일한 가격을 받는 구조였다. 생산비가 올랐으니 그만큼 받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 있으나,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는 시장원리가 전혀 작동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커다란 맹점이 있었다. 가격과 공급이 보장되면 농가는 시장상황에 맞게 생산을 줄이거나 가격을 낮출 이유가 전혀 없고 생산비를 낮출 이유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개방에도 불구하고 한우와 양돈산업이 살아남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낙농산업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음용유 가격 협상 시 원유 수급 부족적정과잉 등 시장 상황과 생산비 함께 고려해 책정 이에 정부는 낙농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되는 시장에서 이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전문가생산자수요자 등과 논의해 개편방안을 마련하고 2년이 넘는 동안 생산자를 설득해 왔다. 많은 갈등과 이견이 있었지만, 지난 11월 16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제도 개편방안을 통과시켰다. 우선, 원유의 용도를 마시는 우유로 사용되는 음용유와 치즈버터분유 등에 사용되는 가공유로 구분했다. 원유 가격은 용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음용유는 현재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지만 가공유는 국제경쟁이 가능하도록 낮은 가격으로 책정하고, 유업체의 가공유 구매 확대를 정부에서 지원해 제도 도입 초기 농가소득이 보전될 수 있게 했다.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음용유는 195만 톤, 가공유는 10만 톤을 농가로부터 유업체가 구입하도록 했다. 올해 원유 예상 생산량이 198만 톤임을 감안하면 생산되는 원유를 모두 구입하는 것이다. 해당 물량은 향후 시장상황을 반영해 음용유는 점진적으로 감축되고 가공유는 확대될 것이다. 다음으로, 생산자와 수요자(유업체)의 원유 가격 협상 시 시장수급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음용유의 경우 생산비를 우선 고려하지만 시장상황을 부족, 적정, 과잉으로 구분해 생산비 증감 시 가격 협상 범위를 여섯 가지 구간으로 나눴다. 이를 통해 생산비가 증가했어도 시장상황이 과잉이면 오히려 원유 가격을 30%까지 인하할 수 있게 됐으며, 적정인 경우라도 생산비 증가액의 60~90%만 반영할 수 있게 돼 현재의 원유 가격(996원/리터)과 생산비(843원/리터) 간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혀 나갈 수 있게 했다. 또한 가공유는 경영비를 우선 고려하면서 가공유 가격과 국제경쟁 가격과의 차액이 리터당 150원보다 높으면 시장상황 악화, 낮으면 양호로 구분해 가격 협상 구간을 설정했다. 이 경우에도 악화 시에는 가공유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셋째로 농가가 원유 품질에 따라 적용받는 인센티브도 조정했다. 국내 원유의 유지방유단백체세포 등에 따른 인센티브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센티브는 추가 사료 투입 부담을 크게 하고, 젖소 사육기간을 짧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의 전반적인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조정과 개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각각의 인센티브 최고 구간을 낮추는 한편, 산차(젖소가 임신하는 횟수)를 늘리고 원유 품질을 검정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인센티브를 새롭게 도입해 낙농가 성적 개선도 유도한다. 원유가 인상 등 밀크플레이션 우려 있지만 차츰 가격 안정될 것 제도 개편으로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 가격이 낮아지거나 국산 원유자급률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젖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낙농가는 최적의 생산전략을 마련해 낮은 생산비를 유지하며 원유를 생산공급하고, 국내 유업체는 국산 원유를 활용한 가공품을 개발판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낙농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고 농가와 유업체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시점이다. 또한 이번 낙농제도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생산비를 낮춰 유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제품 가격이 인하돼 우리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청년고용상황은 양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20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해 올해 10월 청년(15~29세) 고용률은 46.4%로 2000년 이후 최고치이며, 실업률도 5.6%로 2000년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 청년인구의 감소세 전환, 신산업에 따른 새로운 역량 요구 등 노동시장 변화와 함께 수시경력직 채용 등 기업의 채용경향 변화 등으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 저학년은 희망직업 빌드업하고 고학년은 목표직업으로 점프업하는 맞춤서비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2017년 29만9천 명에서 2021년 41만8천 명으로 증가했다. 대학졸업 후 취업까지 평균 10.8개월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청년들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돕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청년고용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청년들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고용서비스의 조기 개입이다. 재학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진로를 탐색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대학교 저학년고학년으로 구분해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지원한다. 1~2학년 중심으로는 빌드업 프로젝트를 도입한다. 관심 있는 직업의 임금과 일자리 수요 등 구체적인 정보를 받을 수 있고(AI 기반 잡케어서비스), 일대일 심층상담을 통해 나의 직업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이후 청년 스스로 직업체험을 설계해 참여하고(자기주도 직업체험 프로그램), 그 외 기업탐방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신직업창직 관련 교과목 등을 수강함으로써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희망직업을 결정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3~4학년 중심으로는 점프업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청년들은 이제까지 준비한 자신의 취업역량을 진단해 보고 전문상담원과 함께 목표직업을 결정해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을 수립한다. 이에 따라 필요한 훈련, 일경험, 이력서면접 관련 취업역량 향상 프로그램 등을 패키지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취업활동계획을 성실하게 수행한 청년은 소정의 수당(점프업 포인트, 월 최대 25만 원)도 받을 수 있어 취업준비 중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전국 10개 대학을 선정해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성과를 평가해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청년층 일경험 활성화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2021년 청년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가장 바라는 취업서비스는 직무경험 및 경력개발 기회 확대라고 한다. 이에 따라 청년이 원하는 실제 직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경험 기회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확대한다. 기존에는 5일 이내 단기 기업탐방 프로그램만 제공했다면, 기업이 실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보는 프로젝트형 일경험, 기업 현장에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등의 유형을 추가하고 양적 규모도 올해 1만 명에서 내년 2만 명으로 크게 확대할 예정이다. 일경험은 기업의 참여가 중요한 만큼 우수한 프로그램은 발굴해 홍보하고, 참여 의사가 있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청년들이 바라는 괜찮은 일경험 기회가 늘어나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비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는 민관협업 프로젝트인 청년도약 프로젝트(2022년 10월 기준 72개 기업 참여)에 삼성 SAFFY, SK하이닉스 Hy-Five 등 대기업이 ESG 경영 차원에서 참여해 다양한 직무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더욱 활성화해 지역의 다양한 청년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이 확산될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일경험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기업과 공공 부문의 일경험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청년이 참여한 이력 정보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셋째, 취업애로 청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청년도전 지원사업에 제공하는 의욕고취 프로그램 등이 1~2개월의 단기프로그램에 한정돼 아쉽다는 참여자들의 지적이 있었다. 내년부터는 5개월 이상의 중장기 특화프로그램을 추가로 신설하고 프로그램 수료 시 지원하던 수당도 최대 300만 원까지 확대한다. 또한 청년도전 지원사업에 참여한 청년을 비롯해 6개월 이상 장기실업 청년이나 자립준비청년, 고졸학력 이하 청년 등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도 지원 기간과 규모를 현행 1년 최대 960만 원에서 내년부터는 2년 최대 1,200만 원으로 확대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간다. 공정채용법 제정에 대한 국민참여 조사에서 꼽힌 부정채용 금지, 관련 제재사항을 명문화 마지막으로, 능력 중심의 투명한 공정채용을 시작으로 일터에서의 직무성과 중심 보상, 근로시간 자율선택 보장으로 이어지는 공정한 고용문화를 확립해 나간다. 이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정부는 지난 9월 국민 참여 공정채용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파악된 공정채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투명, 능력 중심, 공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정채용법에 담기길 바라는 주요 내용으로 채용광고에 보다 상세한 정보 기재, 부정채용 금지, 업무와 무관한 질문이나 정보요구 금지가 뽑혔다. 특히 국민들은 정부가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불공정 대우를 받은 구직자를 지원해 주기를 기대했다. 이에 정부는 채용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과정에서 기업이 구직자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기업 채용경향조사 확대, 채용직무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청년과 기업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채용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정채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관련 제재사항을 법에 명문화할 예정이다. 이는 공공기관, 은행권 등에서 발생했던 채용비리가 주로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통해 규율되고 있어 공정한 채용절차 그 자체를 보호하는 법률의 공백이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직무능력에 기반을 둔 공정채용을 위해 채용과정 중 직무와 관련 없는 혼인 또는 임신계획, 자녀 유무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고, 능력 중심 공정채용 컨설팅 제공 및 평가위원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시에 기업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해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공정채용법으로 전면 개정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채용과정의 공정성이 일터에서도 이어져 청년친화적인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청년들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돕고, 이들이 바라는 공정고용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다.
2017년 2월 한국 최대 해운선사이자 세계 7위 해운기업인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이어져 온 불황과 글로벌 선사들 간의 치킨게임 여파를 넘지 못한 것이다. 국가경제에서 무역의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파산을 넘어 국가 수출입 물류 근간이 흔들리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책임지는 한편, 연간 378억 달러(2008년 기준)를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외화가득산업이자 국가기간산업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상대국인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정기선 선복량은 반토막이 났고, 해운산업 매출액도 1년 사이 10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한진해운이 40년 넘게 구축한 세계 168개 항만의 물류망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화물운임이 많게는 60%까지 상승하는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파산 이듬해인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운 재건에 나섰다. 먼저, 해운산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우리 선사가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HMM(옛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 발주를 지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해운산업은 신속하게 경쟁력을 회복했고 HMM은 세계 8위 규모의 선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각국에 봉쇄 및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서 소비재 수요가 폭증하게 돼 전 세계적으로 해상운송 품귀현상이 발생했다. 글로벌 물류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한국 해운산업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 기업들을 위해 임시선박을 투입해 수출화물의 적기운송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전용 선적 공간을 배정하는 등 수출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1,171억 달러(약 139조 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정부의 해운 재건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한편 해상운송 품귀현상과 주요 항만의 정체로 글로벌 해상운임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811이던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021년 3,792로 무려 다섯 배가량 상승했다. 그로 인해 역설적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업계가 팬데믹 기간에 초호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중국의 봉쇄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고강도 긴축기조로 불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해상운임은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5,110까지 올랐던 SCFI가 11월 18일 기준 1,306을 기록해 올해 들어서만 운임이 75%가량 하락했고,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에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불황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해상운임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당장 우리 해운산업에 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제2의 한진사태 재발을 방지하고, 앞으로도 해운산업이 우리나라의 수출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운임정보 적용된 한국형 운임지수 개발해 선사기업에 제공 지난 11월 4일 발표한 시황 변동에 따른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은 해상운임이 하락하더라도 우리 해운선사들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전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로 정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최대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 펀드를 조성해 불황기 선사의 구조조정, MA 등 고위험 사업을 지원한다. 또한 정부는 2026년까지 최대 1조7천억 원가량을 투자해 선박 50척을 확보하고 국적선사에 임대하는 공공 선주사업을 추진한다. 불황기가 다가오면 선박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로 인한 리스크를 공공이 함께 분담하고 우리 선사들의 선박이 해외에 헐값으로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열악한 중소선사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투자 및 보증 요율을 인하하는 3천억 원 규모의 특별지원 패키지도 마련했다. 이러한 안전판 구축을 통해 정부는 우리 선사들이 불황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둘째로 해운시황에 대한 분석과 대응 역량을 고도화한다. 선종과 항로, 기업 규모별로 선사를 세분화해 경영 여건을 분석하고, 경제 상황과 시황 변동이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맞춤형 위기지원 방안을 설계하는 선사군별 위기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현실에 맞는 운임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에 우리 선사들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던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를 대체하는 한국형 운임지수(KCCI)를 개발해 공표한다. 한국형 운임지수는 지난 11월 7일 출시돼 매주 월요일 우리 선사들과 수출입 기업에 운임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로 해운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했다. 먼저, 수출입 기업과 해운선사 간 자율적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 선주화주 인증제를 확대개편해 상생 노력이 큰 기업에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선사와 중소기업 간 장기 운송계약 체결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중소기업의 물류비용 절감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7년까지 중소기업 물류비 30% 절감하고 원양 수송능력도 20% 확대해 수출입 물류 뒷받침 아울러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선박 환경규제에 대비해 우리 선박의 친환경 전환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그린 쉬핑 챌린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함께 지난 11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우리 부산항과 미국 타코마항을 잇는 항로를 완전 무탄소 연료추진 선박으로만 운항되는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s)로 구축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 밖에 해외 주요 거점항만에 터미널과 공동물류센터 등 물류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해운인력인 선원을 안정적으로 양성하는 한편, 자율운항선박 개발 등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이러한 대책을 통해 우리 정부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우리 선사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가용 자산과 역량을 총동원해 나갈 것이다. 또한 2027년까지 우리나라의 원양 수송능력을 20%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물류비를 30% 절감하는 등 수출입 물류도 든든히 뒷받침해 우리 해운산업이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의 벤처투자 생태계는 그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벤처캐피털 수는 2011년 105개에서 올해 220개로 2.1배 확대됐고, 같은 기간 운용자산은 9조7천억 원에서 41조7천억 원으로 4배 넘게 성장했다. 벤처투자시장이 활력을 띠면서 2016년 말 19만 개였던 기술창업 기업은 2021년 말 24만 개로 늘었고, 2014년 1개에 불과하던 유니콘 기업은 현재 23개로 불어났다. 벤처투자를 통한 스타트업의 성장은 높은 고용창출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벤처투자 유치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1%로 전체 고용증가율(고용보험가입자 기준) 3.3%보다 12배 높다. 벤처스타트업이 경제의 혁신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요람이 됐고, 여기에는 벤처투자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벤처투자는 상반기까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좋은 흐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긴축정책의 가속화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경제 여건의 급변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복합적인 경제 위험요인으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연기해 3분기 벤처투자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유망 스타트업이 국내 증시 하락으로 코스닥 상장을 연기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통한 재투자의 선순환도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까지 글로벌 펀드 8조 원으로 확대하고 중동, 유럽 등 벤처캐피털 운용사 조성 범위 확대 벤처투자 생태계의 외연 확장에도 시장의 구조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다. 국내 민간투자자의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정보 부족,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전체 벤처펀드의 약 3분의 2가 정부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로 결성될 정도로 자생적인 민간자본 유입이 부족하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시장 진출에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효과적이나 글로벌자본 유입은 약 1천억 원 내외에서 정체돼 있다. 벤처 선진국과 같이 다양한 벤처금융기법을 활용한 투자지원의 제도적 기반도 부족하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1월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벤처투자 생태계의 역동성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확정했다. 첫째,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벤처투자의 활력을 지원한다. 투자를 신속 집행하는 정부 모태펀드 운용사에 운용경비 성격인 관리보수를 추가 지급하고, 성과보수 우대지급과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에 가점을 부여한다. 300조 원 이상의 규모를 갖춘 사모펀드시장의 풍부한 자금이 벤처펀드에 출자될 수 있도록 사모펀드 출자자의 양도차익을 비과세로 전환할 것이다. 중소기업 MA의 경우 벤처펀드의 상장기업 투자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혁신해 회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한다. 펀드결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벤처캐피털을 위해서는 전용의 출자사업인 루키리그를 도입하고 대형 벤처캐피털보다 정부 모태펀드의 출자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둘째, 민간 벤처 모펀드(fund of funds) 조성을 지원해 민간자본 유입을 확대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중국 등 벤처 선진국은 정책 모펀드와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투자 공급원을 두텁게 하고 있다. 민간 모펀드는 정부 재원 없이 조성되고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므로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아 민간출자자 모집이 쉽게 이뤄지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민간 벤처 모펀드 조성 지원을 위해 적극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법인 출자자는 출자금의 최대 8%를 세액공제하고, 운용사는 펀드관리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세한다. 펀드 회수단계에서 개인 출자자와 펀드 운용사는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모펀드 결성금액의 60%를 벤처펀드에 출자한다면 나머지 40%는 상장사, 사모펀드, 해외기업 투자 등으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셋째, 글로벌자본 유치를 확대한다. 글로벌 펀드를 2023년까지 8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해외 벤처캐피털 운용사를 미국 중심에서 중동, 유럽 등으로 다변화한다. 해외 벤처창업투자센터를 4개로 늘리고, 해외 벤처캐피털이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해 대규모 후속 투자하는 글로벌 유니콘 프로젝트 펀드를 정부 모태펀드로 신설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금융지원으로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벤처금융기법을 다양화한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창업 초기 기업에 먼저 대출을 제공하고 투자 유치 후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조건부 지분전환 계약을 도입한다. 후속 투자를 받기 전까지 자금 애로가 있는 스타트업에 신주인수권을 받고 저리로 융자해 주는 투자 조건부 융자를 적용한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벤처펀드 자금과 차입재원을 활용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정부가 지역기업 등 과소투자 영역 맡고, 민간은 투자 수익성 높은 영역 지원해 생태계 고도화 5년 후에는 국내외 민간자본 유입 등으로 연간 벤처펀드 결성액이 현재 6조 원 수준(2017~2021년 평균)에서 8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 벤처 모펀드가 약 4천억~5천억 원 정도 조성돼 약 1조5천억 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되고, 사모펀드 자금의 벤처펀드 유입, 글로벌자본 유치 확대, 벤처금융기법 다양화를 통해 연간 약 5천억 원의 민간자본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민간 벤처 모펀드 제도는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벤처 모펀드라는 두 개의 엔진으로 벤처투자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모태펀드는 청년창업여성기업, 창업 초기기업, 지역기업 등 시장 과소투자 영역과 초격차산업 등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를 뒷받침하고, 민간 벤처 모펀드는 수익 극대화 운용전략에 따라 민간 출자수요와 투자 수익성이 높은 분야 중심으로 자율 투자하게 돼 모펀드 간 기능이 정립될 것이다. 이를 통해 높은 재정의존성에서 벗어나 시장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 우리 벤처투자 생태계가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캐피털 업계와 스타트업 단체 등은 이 정책이 시의적절한 대책이며 국내외 대규모 민간자본이 벤처투자시장에 원활히 유입되는 유인책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대책을 신속히 추진해 민간과 시장이 벤처투자 생태계를 역동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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