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평소 가슴이 답답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통증과 답답함이 이어지자 민간에서 판매하는 작은 크기의 심전도 검사기기를 일주일간 사용해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정맥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받았다. 병원 심전도 검사가 하루나 이틀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뤄져 확진이 어려웠는데 민간 서비스의 도움이 컸다. #. 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B사는 1년에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민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진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접목해 4~5년 후 발생 가능한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B사는 질병예측서비스에 식이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다양한 서비스까지 접목했다. 두 사례는 현대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의 특징이자 기대효과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 유지증진과 질병 사전예방악화방지를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제공자의 판단이 개입된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관련 서비스 제공으로 규정된다.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 구분이 모호해 활발한 사업화가 어려웠는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시장 개화가 예상된다. 최근 건강관리서비스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디지털화와 확장 가능성을 지닌 플랫폼화를 특징으로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라고도 불리며 조기진단과 예방을 목적으로 ICT와 강력하게 결합된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대표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정보, 운동정보, 생활습관정보 등을 분석해 현재 상태를 제시하고 개선을 돕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 영역이다. 혈당, 혈압과 같은 데이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모니터링하거나 의료진에게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확장해 심혈관질환과 각종 암까지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가 출시됐다. 복약 상태부터 운동시간, 식단, 수면 등 병원 문밖을 나서는 순간 개인이 지켜야 하는 건강관리 수칙과 예방활동을 알려주는 셈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산업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구심점 역할도 한다. 기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건강상태 확인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장성을 고민했다. 단순히 데이터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의료행위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 식이요법, 건강기능식품, 보험상품 등을 제안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AI 기반 건강예측 솔루션 기업, 유전체 분석 기업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헬스장 등의 기업과 협업해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고령화가 지속되고, 현대인이 앓는 만성질환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른 국가 의료비 지출 역시 크게 늘어나 고갈 우려까지 제기된다. 결국 질병 위험군을 환자로 만들지 않는 예방의학이 해답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런 측면에서 국민 건강 증진은 물론 국가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인 ICT를 결합해 세계 수준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육성하는 동시에 식품, 뷰티, 운동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파급력도 있다. 다만 원격의료 금지, 개인정보 보호 등 각종 규제가 민간 참여를 제한하는 데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 디지털 헬스케어에 지불의사가 높은 충성고객 확보가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하루 여섯 번 혈당 기록, 달고 짠 음식 자제, 술담배 끊기. 20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은 아버지가 얻은 과제다.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혈당 수첩은 잊어먹기 십상이었고 사회생활을 하며 식단을 조절하는 건 더욱 어려웠다. 아마 대부분의 당뇨 환자들이 겪는 고충일 것이다. 이들을 돕고자 나선 이가 있다. 2016년 닥터다이어리를 창업한 송제윤 대표다. 당뇨 환자들이 건강해질 때까지 지속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게 자신의 소명이라고 밝힌 송 대표를 만나봤다. 많은 질병 중 당뇨병을 아이템으로 삼은 이유가 뭔가. 중학생 때 2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 스스로 혈당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당뇨인으로서 불편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잘 알고 있어 대학에 들어가 이를 활용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전공 수업에서 프로젝트 개발 기회가 있어 제일 잘 아는 분야인 당뇨를 관리하는 앱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나처럼 당뇨를 앓고 있는 분들의 고통을 잘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창업까지 하게 됐다. 닥터다이어리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는 무엇이 있나? 먼저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닥터다이어리 앱(무료)이 있다. 개인별 식단, 약물, 운동 등을 기록해 혈당 조절을 도와준다. 그리고 혈당 측정기, 저탄수화물저당 식품 등을 판매하는 당뇨 전문 쇼핑몰인 닥다몰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페 무가당도 열어 무밀가루무설탕저탄수화물 3원칙으로 만든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이 세 가지로 온오프라인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진행한다. 앱 기능을 소개해달라. 우선 혈당기록 기능이다. 개인 혈당기로 측정한 혈당을 카메라로 찍어 앱에 등록하면 자동으로 숫자를 인식해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당화혈색소를 예측해주고 월간 건강보고서를 만들어 제공한다. 다음은 우리 앱의 강점인 커뮤니티 기능이다. 당뇨병은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합병증을 얻기 쉬운 질환이다. 환자들끼리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한다. 실제로 우리 앱이 인기 있는 이유다. 새롭게 진행하고 싶은 서비스가 있나. 보험업과 제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당뇨 환자들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쪽으로 요청이 들어온다. 앱에 보험 광고를 싣고 싶다는 거다. 하지만 당장에 당뇨가 있는 나부터 가입이 안 될 정도로 보험사에는 위험부담이 있다. 현재 우리 앱에서는 라이프 데이터와 헬스 데이터로 나눠 스코어링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합쳐 하나의 점수로 만들어 분류할 예정이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당뇨 환자들도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건강관리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 우리도 네이버 하이닥처럼 질문을 올리면 전문 의료진이 답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원격진료에 위반되는 행위다 보니 우리 같은 업체에선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어 아쉬웠다. 원격진료 규제가 풀려 여러 회사가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 조우리 나라경제 기자
최근 헬스케어 트렌드는 기술 발전에 따른 스마트화 확산으로 대체 의료기기 등장,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가 건강관리, 공급자-서비스-정보 간의 융합으로 요약된다.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ICT를 접목한 다양한 종류의 건강관리서비스를 기대해볼 수 있었으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국내에서 성공적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 2018년 해외에서 성공한 상위 100개의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국내 업체는 단 한 개도 없었으며, 63개(누적 투자액 기준 75%)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사업이 제한되거나 불법으로 규정된다. 의료행위 개념 불명확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제한적 한국에서 헬스케어 분야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이로 인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이 좌절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휴이노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이미 2015년에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 출시된 애플워치4에 그 영광을 뺏겼다. 국민의료비의 36.5%를 차지하고 노인 10명 중 9명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의료가 아닌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예방 및 관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법」상 의료행위 개념이 불명확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제한된다. 현재 비의료인 및 비의료기관이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운동, 식이,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정도의 소극적 관리에 해당한다. 비의료기관의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올해 5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비의료기관이 제공 가능한 서비스로 이용자와 제공자 간 대면 서비스, 앱 등을 활용한 서비스, 앱의 자동화된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서비스, 만성질환관리 서비스를 소개했다. 건강관리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직접적인 의료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치료를 제외한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모두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정의돼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을 기준으로 해당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건강군, 건강주의군, 질환군으로 분류해 대상별로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대상별로 적절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국민 전체 건강 증진 및 의료비 절감을 이룰 수 있다. 이미 정부는 다양한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들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질병 대비 과다의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방문전화 상담 등을 실시하는 의료급여사례관리사업은 상시적인 관리 서비스의 효과성을 증명했으며, 올해 7월부터 보건복지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집중형 건강관리모형 실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건강보험 청구 자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 자료, 건강검진 자료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노인 모형의 경우 건강증진기능유지군, 만성질환군, 퇴원하는 이행기 환자군, 요양병원 장기입원군, 입원치료 반복군 5가지 유형으로, 장애인 모형은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맞춤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실증사업을 초석으로 부작용 및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고 보완해 향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서비스 활성화에 범부처 간 협력 필수싱가포르 사례 참고할 만 국민 의료비용을 절감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범부처 간 협력이 요구되는데, 싱가포르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싱가포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현대인들의 식습관 및 생활습관 변화에 따라 비감염성 질환이 전체 질환의 80%를 차지한다. 비감염성 질환은 식습관 및 생활습관 변화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는 기존의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공급 측면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했다. 싱가포르 건강증진원(HPB; Health Promotion Board)은 여러 부처와 협력해 국민들이 속해 있는 환경에 해당하는 식료품점과 공공 기반시설 및 건축 등의 생태계를 변화시켜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꾸도록 유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HPB는 건강캠페인 기간 동안 HPB에서 인증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평소 슈퍼마켓에서 건강한 식품을 구매하는 경우 영수증에 있는 QR코드로 주민등록번호별로 등록돼 있는 개인 건강 포인트를 쌓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적립된 포인트는 교통 및 식품 바우처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HPB는 식품 제조사들과 협력해 국수의 잡곡 구성 비율을 높이는 등 더 건강한 종류의 식재료 개발에 연구 및 재원 지원을 하고 있다. HPB는 싱가포르 국가발전부(MND; Ministry of National Development)와 협력해 신축 건물에는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도록 하고, 부동산 소유자들에게는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빌려주도록 설득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는 맞춤형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고 업체와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국민 스스로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하며 이는 싱가포르 사례가 보여주듯이 범부처 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충분한 기술적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건강관리서비스의 대상과 범위 등을 지정하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협력할 수 있는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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