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국의 음식 배달문화를 경험한 출연자들이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배달주문이 가능한 품목에 한 번, 배달의 신속함에 또 한 번 놀란다. 한국에 살고 있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인데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게 보인 듯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배달서비스는 놀라운 수준이다. 잠들기 전 주문한 물건이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에 도착해 있고, 한밤중이라도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배달시장은 급성장 중이고 배달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음식시장은 지난해 2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음식 배달앱 거래 규모는 2013년 3,347억원에서 2018년 3조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고, 같은 기간 배달앱 이용자 수는 87만명에서 2,500만명으로 늘었다. 국내 택배시장의 경우 물동량 기준으로 1998~2018년 동안 45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8년 물동량은 25억4,300만개, 매출액은 5조6,6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6%, 8.7% 증가했다.배달시장이 커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우선 1인 가구의 증가를 들 수 있다. 2017년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562만가구로,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2000년에는 15.5%였으니 그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는 온라인 장보기, 배달 반찬·이유식 등의 수요 증가를 견인했다. 온라인쇼핑이 편리해진 것도 배달 수요가 늘게 된 요인이다. 클릭이나 터치 몇 번으로 주문에서 결제까지 끝낼 수 있게 됐고,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 배달서비스도 등장했다. 특히 모바일쇼핑은 최근 5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아마도 쇼핑앱이나 음식 배달앱을 1~2개씩은 깔아놨을 것이다. 배달은 더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그림자도 있다. 배달 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가 그중 하나다. 신선식품을 담은 스티로폼 박스, 물건을 겹겹이 싸맨 포장지, 배달음식이 담긴 1회용기는 환경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한편 배달산업의 성장 이면에는 열악한 처우에 고통 받는 배달업 종사자들이 있다. 배달서비스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편리해지고 있지만, 낮은 배달단가와 사고 시 보상의 어려움 등으로 배달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특히 플랫폼을 이용하는 배달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곤 한다. 다행히 올해 공포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에서 배달종사자도 안전·보건 조치 대상에 포함돼 이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렸다. 배달산업이 발전한 만큼 배달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할 때다.
1인 가구와 온라인쇼핑 증가가 배달시장 성장 견인
바야흐로 ‘배달 전성시대’다. 배달을 통해 거의 모든 상품을 집에서 손에 쥘 수 있다. 피자, 치킨, 짜장면 등 먹는 것에 치우쳐 있던 배달은 현재 화장품, 꽃, 그림, 자동차 등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이런 배달 르네상스를 이끄는 원동력은 바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다. 이 구독경제 체제에선 쇼핑의 장소와 시간에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셔츠를 사기 위해 꼭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되고, 꽃 선물을 하기 위해 플라워숍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사용자 대신 상품의 필요 주기를 알아서 계산해준다. 딱 그 상품이 필요한 타이밍에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도착한다. 사용자가 할 일은 그저 포장을 뜯는 것뿐이다. 가령 설정해놓은 배송 주기마다 정기적으로 유기농 생리대를 받을 수 있다. 생리대를 다 쓸 때마다 나가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월경 주기에 대한 세심한 체크도 자연스레 가능해진다. 임신 테스터나 찜질팩을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부가적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면도기도 집에서 받아 쓸 수 있다. 대형마트에 가서 한 번에 많이 사오거나, 매번 인터넷을 통해 최저가 구매를 알아보는 성가심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면도기의 원가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낀 업체 대표의 생각이 반영돼서인지 매달 꽤나 합리적인 가격에 독일산 면도기를 배달해준다.화장품은 또 어떠한가. 위의 두 업체는 태생 자체가 정기구독 시스템인 데 반해,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마스크팩 정기배송은 기존 화장품 브랜드 강자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기존 시장점유율이 어떻든 이제 너도 나도 배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테디’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피부톤에 맞춘 마스크팩을 배송해준다. 그 외에도 양말, 영양제, 맥주, 심지어 자동차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한 이젠 취미와 취향까지 배달한다. 취미, 취향과 같은 단어 다음에 ‘배달하다’라는 술어가 오는 게 어찌 좀 낯설 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 맞춤형 취미 큐레이션 서비스업체인 ‘하비박스’는 이 문법적 생경함을 현실적 사업화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해결책도 제공한다. 뜨개질, 프라모델, 마술, 드론 등 다양한 취미용품을 상자에 담아 이용자에게 보내주고 있다. 하비슈머(hobby+consumer)들에게 이 취미상자는 ‘소확행’의 징표가 된다. 배달경제의 장점은 집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함과 시간절약 외에도 ‘DT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중간 유통과정을 뛰어넘음으로써 최종 가격을 낮춘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택과 구매시기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 글 서두에 ‘거의 모든 상품’을 배달로 받을 수 있다고 썼는데, 앞으로는 ‘거의’라는 두 글자마저 차츰 사라지지 않을까? 또 어떤 상품 혹은 서비스가 우리 집 문 앞에 도착해 있을지 기대해보자.
‘음식배달’이라고 하면 중국음식 그리고 치킨 딱 2가지 카테고리가 대부분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선택할 때면 짜장면 아니면 짬뽕 혹은 후라이드 아니면 양념치킨 등 비교적 좁은 선택의 반경에서 메뉴를 고민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배달로 시켜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세는 것보다 배달시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 음식배달 서비스가 발달했다. 심지어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생선회까지 배달해서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음식배달 주문접수를 대행하는 플랫폼, 즉 배달앱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우리 식생활의 선택권을 이처럼 확대시킨 주역인 배달앱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에 배달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현재의 업계를 개척한 선구자와 같은 배달의민족이 있다.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명실상부 국내 배달앱 업계 1위 업체다. 배달의민족은 중국음식과 치킨은 기본이고 샐러드, 돈가스, 샌드위치, 초밥, 패스트푸드 등 수많은 메뉴들을 간단한 스마트폰 터치 몇 번만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리고 배달앱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에 맞는 재미있는 마케팅과 이벤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브랜드별로 다른 치킨의 맛과 향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이들을 선발하는 기발한 대회 ‘치믈리에 선발대회’도 배달의민족의 아이디어 마케팅이었다. 배달의민족이 보여준 성공은 이후 요기요, 배달통 등 후발업체가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들은 현재 배달의민족과 함께 국내 배달앱 ‘3대장’으로 불리며 치열한 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선발 대형업체들에 맞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강조하는 푸드플라이, 배달365 등이 등장하면서 고객들은 이제 메뉴 선택이 아닌 배달앱 선택을 고민해야 할 정도가 됐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배달앱 업계에 발을 들인 글로벌 기업도 있으니 바로 미국의 차량공유 업체 우버(Uber)의 자회사 우버이츠(Uber Eats)다. 우버이츠는 전 세계 약 30개국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음식 주문접수 및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글로벌 앱이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이츠는 배달 메뉴의 최소 주문금액이 없는 것과 고객이 주문한 음식의 실시간 배달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강조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최근에는 배달앱 업체가 아닌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들도 자신들의 가맹점을 연결한 앱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인기 치킨 브랜드인 BBQ치킨과 교촌치킨은 최근 자체 배달앱을 선보이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맘스터치도 자체 앱을 출시하고 배달서비스의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약 3,347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조원까지 커지면서 5년 동안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최근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배달앱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맛있는 음식으로 최대한 식사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배달앱. 과연 우리는 앞으로 배달앱에서 어떤 음식까지 배달해서 먹을 수 있게 될까. 또 배달앱들은 어떤 기발한 서비스로 우리들에게 먹는 것과 함께하는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까. 매우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배달’이란 말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에겐 경험이다. 그동안 맛볼 수 없었던 고급 레스토랑 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해주니까. 누군가에겐 시간 절약이다. 맛있는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누군가 대신 장을 봐주면 좋겠다’, ‘누군가 아침마다 그날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 좋겠다’ 같은 생각만 했던 일들이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정보통신기술은 배달을 어떻게 변화시켰고앞으로 어떻게 바꿀까?이 도시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푸드코트 같다고 생각했다. “주문하고 기다리시면 가져다드려요”라고 말하는 배달 플랫폼 덕분이다. 바로고, 생각대로, 메쉬코리아 등은 배달 대행을 하는 회사다. 이들은 지리정보시스템(GPS)과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바탕으로 기사에겐 가장 적합한 배달 경로를, 고객에겐 예상 도착시각을 안내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달기사 간 배송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하거나 물량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도 플랫폼이 하는 일이다. 배달 주문과정에서 생기는 정보를 정리해서 업주에게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을 주문한다거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시킬 수 있게 된 것도 이들 덕분이다.언젠가부터는 당일배송, 오늘밤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배송이 가능해졌다. 어떻게 된 걸까?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잘 알려진 마켓컬리는 인공지능(AI) 기반 주문량 예측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매일 1만5천건이 넘는 주문을 처리하면서도 폐기율은 1%밖에 안 된다. 과거의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오늘은 어떤 물건이 어느 정도 팔릴지 계산하고 그에 맞게 재고를 확보한다. 그게 바로 예측배송이다. 이제 IT를 활용하지 않으면 배송시간 단축도, 재고 관리도, 효율적 배송도 하기 어렵다. 미국 아마존에선 고객 거래 기록을 바탕으로 전부터 결제예측배송(anticipatory shipping)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팔릴 물건을 미리 챙긴 다음 지역배송센터에 미리 보내놓는 방법이다. AI와 로봇이 만나면 할 수 있는 일은 더 늘어난다. AI를 이용해 어떤 물건인지 파악하고 자동으로 포장해 배달하도록 갖다 주기 때문이다.배달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받는 사람에게 물건이 전달되는 단계를 ‘라스트마일’이라 부른다. 대량 운송과정과는 다르게 개별 전달해야 하기에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 전자상거래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물량은 폭증하는데 처리 능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대안은 상품 배송 자율주행 로봇과 무인편의점이다. 무인편의점이 배달 시스템이냐고? 그렇다. 고객이 살 만한 상품을 골라 미리 가져다 놨을 뿐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오피스 무인편의점 ‘600’은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사무실에 비치된 냉장고형 무인편의점에 물건을 가져다 놓는다. 드론 배달은 아프리카에서 의약품을 배달하는 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자율주행 배송로봇은 실증실험을 하는 단계다.앞으로 배달 기술은 어떻게 진화할까? 로봇+3D프린터+자율주행차와 배달 플랫폼이 만나면 이상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도시 곳곳에 3D프린터 공장을 설치해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프린트해서 배달한다거나, 음식을 주문하면 차 안에서 만들어 바로 건네준다거나 하는 일이. 농담 같지만, 중국 하이디라오가 운영하는 스마트 레스토랑에선 이미 모든 음식을 로봇이 만들고 있다. 피자헛은 올해 달리는 차량에서 피자를 굽는 ‘더 키친’ 로봇을 공개했다. 기술은 우리도 모르게 ‘에이, 그런 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일까지 이미 도전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배달문화가 가장 발달된 나라는 우리나라일 것이다. 1970년대는 도시화와 경제발전으로 일자리가 확대되는 시기였다. 그때는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음식점에 갈 시간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들을 위한 음식배달 서비스 문화는 외식산업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의 재무실적에 따르면 2018년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는 월 900만명, 주문량은 월 2,800만건으로 전년 대비 73% 성장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배달앱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73.4%(중복응답)가 배달앱을 이용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고, 79.1%가 앞으로 주문은 배달앱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배달앱 시장이 향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한 번 배달에 1회용기는 본품요리와 뚜껑, 국물과 뚜껑, 반찬 3~4가지와 뚜껑, 젓가락, 숟가락 등 평균 10여개를 사용한다고 본다. 이런 계산으로 배달의민족 앱에서 한 번 배달에 1회용기 5개가 사용되면 연 16억8천만여개, 10개가 사용되면 33억6천만여개로, 그 외 배달앱을 통해서도 이 정도 규모의 1회용기를 사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부 소비자들이 먹고 난 후 남은 음식물이 들어 있는 용기를 그대로 버리거나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고, 이는 쓰레기 증가로 이어진다. 과거에도 정부는 배달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1회용품 규제정책을 도입했다. 음식을 배달할 때는 1회용기 사용을 금지하고 사용한 다회용기는 반드시 회수하도록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먹다 버린 음식으로발생하는 악취·해충·쓰레기가 줄어들면서 이웃 주민들끼리 얼굴 붉히던 다툼도 해소됐다. 그때는 중화요리 배달이 주요 규제대상이었다. 지금도 중화요리는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회수해가는 곳이 많은데 아마도 그 제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제도는 국민편리와 시장편리라는 논리 속에 지난 2008년 폐지됐다.우리 사회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퇴근길 마트나 시장에 들러서 장을 보던 시대를 지나, 온라인 장보기로 아침에 배송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즐겨 애용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하루 평균 859만개였다고 한다. 택배배달 상품은 과대포장인 데다 플라스틱·아이스팩·스티로폼 등 분리배출이 불편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을 사용해 쓰레기 증가요인이 돼왔다. 지나친 박스테이핑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분리배출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한다. 빠른 배송은 쓰레기를 낳고 편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쓰레기가 발생한다. 갈 곳 없는 쓰레기는 산과 바다로 가고, 미세 플라스틱이 돼 다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다.쓰레기의 역습에서 벗어나려면 우리의 생활을 바꿔야 한다. 국민 1인당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는 1kg으로 음식물 25%, 포장재 50%, 그 외 25%이고, 종이컵 8천만여개, 비닐봉투 7천만여장이 버려진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모든 배달제품에 포장간소화 제도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배달 주문 시 불필요한 것은 거부하고, 포장재 분리배출을 잘하는 훌륭한 소비자 권리를 행사하자. 우리가 포장재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쓰레기의 역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맥도날드 라이더로 근무하는 박정훈 씨는 ‘폭염수당 100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비나 눈이 올 때는 배달 라이더들에게 배달 1건당 지급하는 수당 400원에 100원의 추가수당을 지급하는데, 이를 폭염에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폭염수당 주장을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일을 계기로 배달노동자들의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주 3일 라이더로 일하면서 노조 출범 준비로도 바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준비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현재 배달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은 어떤가.배달대행 단가는 약 3천원으로, 택배가 700원 정도인 것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일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나마 후려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배달대행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가가 정체된 상황이다. 배달대행 기사들은 일반적으로 월 250~300만원을 버는데, 하루 12시간씩 주 6일 근무하고 그 정도면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해 임금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배달종사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는 어떤 사례가 있나.배달 라이더가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가 났는데, 오토바이가 법인 명의로 돼 있어 보상금이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입금됐다. 그런데 사장은 라이더에게 바로 돈을 주는 대신 자신이 소개해준 센터에서 새 오토바이를 사면 지급하겠다고 했고, 그 라이더는 결국 보상금에 자기 돈 200만원을 얹어서 새 오토바이를 사야 했다. 다른 사건으로는 라이더가 타던 오토바이가 넘어져 수리비로 136만원이 청구된 일이 있었는데, 배달대행업체와 오토바이를 렌트해준 업체, 그리고 수리비 견적서를 낸 업체의 사장이 같았다. 돈 벌려고 왔다가 이런 식으로 덤터기 쓰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라이더유니온을 결성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지난해 1인 시위에 나섰을 당시, 첫날에는 관심을 못 받았다가 그날 밤 인터넷 기사에 한 번 오르고 나서 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내 얘기가 전파를 타고 지면에도 실리는 것을 보면서, 1인 시위로 잠깐 개인을 알리고 말 게 아니라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기사들의 노조인데 ‘노조’라고 하면 아무도 안 올 것 같아서 ‘라이더유니온’이라고 이름 지었다(웃음). 처음에는 혼자 준비하다가 평소에 배달노조를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 60명 정도 가입돼 있고 올해 안으로 100명을 채우는 게 목표다.노조활동을 통해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배달산업의 스탠더드를 만들고 싶다. 배달산업의 기준이 자본금이나 이미지 같은 게 아니라 라이더들의 노동 조건을 어떻게 지키는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라이더에게 사고가 났을 때 소비자주문 플랫폼과 배달대행 플랫폼 모두 책임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또 보험료 현실화와 날씨에 따른 안전장치 마련 등을 요구하려 한다. 라이더유니온이 5월 1일 공식 출범한다. 그날 준비한 행사가 있는지.오토바이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30여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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