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줌피자(Zume Pizza)에 피자를 주문하면 매장이 아닌 배송하는 트럭에서 구우며 온다. 스파이스키친(Spyce Kitchen)은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 자동으로 조리해 인근 식당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무인편의점 모비마트(Moby Mart)를 호출하면 편의점이 자율주행차에 실려 찾아온다. 중국판 스타벅스라 불리는 루이싱커피(Luckin Coffee)는 커피가 식기 전인 주문 후 18분 안에 고객의 집으로 배달해준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자영업시장에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그간 자영업은 오프라인 가게들의 상권 내 경쟁에 그쳤다. 이제는 배달과 밀키트(간편식), 푸드테크, 초국적 자본과 결합해 온오프라인과 상권을 넘나드는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자영업시장의 가장 큰 게임체인저는 배달과 공유경제다. 원할머니보쌈을 운영하는 원앤원주식회사가 가맹점들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 중 홀과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6대4, 2017년 5대5, 2018년에는 3대7로 역전됐다. 이제 배달이 외식업의 뉴노멀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홀 없이 배달만 하는 배달전문식당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유주방도 대표적인 배달전문식당이다. 이미 10개가 넘는 공유주방이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아 공유주방은 연내 30개까지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유주방처럼 가게 공간을 나눠 쓰는 공유가게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낮에는 식당, 밤에는 주점으로 변신하는 공유가게가 서울 시내에만 1천여개에 달한다. 공유주방과 공유가게의 장점은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 다 500만~1천만원의 초기 비용만으로 강남, 을지로 등 핵심 상권에서도 창업할 수 있다. 자영업자 절반이 3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상황에서 보증금, 권리금으로만 1억원 가까이 들여 창업했다 망하는 것보다 폐업 리스크가 훨씬 낮다. 장사가 안 된다면 타깃 고객을 바꿔보자. 서울 마포구에서 크린토피아 가맹점을 5개 운영하는 박성호 점주는 내점 고객을 기다리다 지쳐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섰다. 헬스장, 찜질방, 모텔, 미용실 등 세탁 수요가 많은 가게들에 직접 영업을 해서 일감을 받아온다. 세탁물 배송 차량이 10대에 달하고 경기도 하남, 파주, 일산까지도 배송을 간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80%가 가게들에서 나온다. 사업 모델을 B2C에서 B2B로 확장해 성공한 사례다. 본도시락, 장충동왕족발, 미스터힐링도 기업 고객의 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지금은 흔한 키오스크는 3년 내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국에선 테이블마다 QR코드를 설치해 계산대조차 없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가게 홈페이지로 바로 접속돼 몇 번의 클릭으로 주문결제할 수 있다. 키오스크 앞에 줄서지 않아도 되니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회전율이 높아진다. 주문 데이터가 저장돼 추천 메뉴 등 개인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최근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과의 접점, 판매 채널, 타깃 고객, 창업 방식, 상권의 범위까지. 자영업시장의 모든 것이 격변 중이다.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오프라인 총수요가 감소하는 지금, 일반 자영업자의 생존전략은 두 가지뿐이다. 유명 맛집으로 노포가 되든가 트렌드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혁신하든가.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첫 문장이다. 스스로를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부분 의외라는 눈치다. 정확히 어떤 사업을 하시는 거예요? 대사가 정해진 극본처럼 익숙한 질문이 날아온다. 거창한 사업은 아니고요. 마트하고 있어요. 나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군산에서 우리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퇴사 후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하거나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기를 꿈꾼다. 아무래도 나처럼 마트를 하는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마트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어쩌다 마트를 하게 됐어요? 이쯤 되면 비슷한 대화의 반복이라 웃으며 대답한다. 돈 벌고 싶어서요. 유니콘 기업도, 여행자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스타트업보다 자영업이 더 나은 선택이다. 실제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교육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지인은 스타트업은 잘 되면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돈 못 벌어. 돈 벌고 싶으면 장사해야지라며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기도 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중소 규모 마트들의 감사보고서를 정리하고 각 샘플의 평균을 도출한 결과 평균 영업이익률이 3%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영업이익률은 아닐지라도, 분명히 마트는 돈을 벌고 있는 비즈니스였다. 그렇다면 마트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장사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어느 날은 출근하며 길을 건널 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사고인 것처럼 차에 살짝 치이면, 잠시라도 편해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끝난 지 0.3초 만에 매장에서 꼭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나 대신 누구도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사고가 나면 온몸에 깁스를 하고서라도 매장에 나와야 할 것 같았다. 함부로 아플 수 없고 다쳐도 안 됐다. 맨땅에 헤딩하듯 장사를 시작한 지도 3년이 됐다. 힘을 모아 도와주시는 분들, 잊지 않고 우리 가게를 찾아주는 고객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3년 동안 동네 사람들과 매일 부대끼다 보니 장사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임을 자연스레 깨달았다. 동네 장사에서 가장 소중한, 동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네 장사가 지속 가능한 이유는 동네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선택해주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고객들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십시일반과 고사리희망장터다. 십시일반은 특정 제품이 10개 팔릴 때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그 제품을 1개 기부하는 행사고, 고사리희망장터는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을 마트 앞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돕는 행사다. 이런 행사가 반복되면서 마트는 동네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비록 처음엔 돈만 보고 시작한 장사였지만, 결국 사람이라는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됐다. 앞으로 우리의 여정 중 또 어떤 비밀스러운 목적지에 닿을지 모르겠다. 다만 언제나 그 길에는 사람이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 길의 끝에 우리가 함께 그려낼 아름다운 그림을 기대한다.
언젠가 내가 주인인 작은 식당을 열고 싶다는 바람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미래가 아닐까. 퇴근 후 친구와 커피 한잔 나누는 여유가 그렇게도 행복했던 직장인의 삶을 살던 시절, 종종 친구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던 주제가 있었다. 나 장사나 해볼까? 물론 그냥 해보는 말이었다.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휘청휘청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살던 월화수목금이 지나고 한 주의 남은 이틀을 꽉 채워 예쁜 카페, 밥집을 찾아다니는 것이면 충분한 보상이라 여기던, 제법 순수했던 20대 아가씨들의 잡히지 않는 꿈같은 거였다. 그러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운명의 장난처럼 남편의 해외 법인이 철수하는 바람에 나는 하루아침에 경단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디서 그런 무모한 용기가 솟아났는지, 그 길로 부동산에 들어가 가게부터 계약해버렸다. 사실 당시의 나는 상권에 대한 정보도 지식도 없는 생초짜였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정말 위험한 결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운 좋게도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나의 작은 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게 됐다.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가게 문을 활짝 열어 손님을 맞이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몰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물류 공급처 확보를 못해서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질 않나, 전기 증설공사를 안 해서 영업 중에 암전이 되질 않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나의 가게는 겉으로는 오픈하자마자 대박난 가게로 보였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시작한 통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 가게가 잘되는 비결을 묻는다면, 바로 좋아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카레를 메뉴로 선택했고, 좋아하는 것들로 가게를 채웠다. 나의 취향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어느덧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가게가 됐다. 작은 가게든 규모가 큰 가게든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콘셉트다. 작은 가게는 분명 프랜차이즈와는 차별화된 한 가지가 있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유행을 좇을 게 아니라 스스로 애정을 쏟아가며 공간을 채워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최근 주방업체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몇 개월 안에 승부를 보려고 하다 보니 중고 매물이 많이 나온다고. 참 불편한 사실이고 씁쓸한 이야기다. 1~2년 안에, 짧게는 몇 개월 안에 승부를 보려는 사장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조언을 바라는 것도 오픈과 동시에 핫플레이스가 되는 비결이다. 사실 나는 나의 가게가 유행 타지 않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동네의 작은 식당이 되길 바랐다. 그런 바람과 노력 덕분인지 다행히 (현재는 첫 번째 카레식당은 다른 분께 양도한 상태지만) 5년째 사랑받는 가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가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회사에 가기 싫은 건지 가게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지 자문해보면 좋겠다. 장사는 어렵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무엇보다 좋으나 싫으나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가게 일이라는 게 정말 고된데, 돈까지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 지칠 때가 많다. 그런 와중에도 일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나의 취향이 무던히 묻어난 나의 가게에서 조급함을 내려놓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됐다면, 작은 가게의 주인이 돼도 좋을 것 같다.
오랜 시간을 가진 뭔가는 왠지 모르게 매력 있다. 작은 노포도 한 가지 일을 지키는 장인도, 촌스러워도 편안하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매력 때문일까, 태어나서부터 서점의 막내아들이었던 김영건 매니저는 끌리듯 다시 동아서점으로 돌아왔고, 부모님, 부인 이수현 씨와 함께 서점을 가꿔가고 있다. 63년, 3대째 속초를 지키고 있는 동아서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점을 이어받은 계기와 그때의 마음이 궁금하다. 서울에서 일하던 2014년, 심신이 지쳐 있었다. 속초의 부모님이 떠올랐고 집밥이 그리웠다. 그때 아버지께서 함께 서점 리뉴얼을 해보자 권하셨고 도피하는 마음으로 속초에 돌아왔다. 덜컥 운영을 맡아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당시 국내에서는 서점 리뉴얼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기 전이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해도 될까?, 과연 수익이 날까?라는 의문이 끝없이 들었고 이런 불안을 해소하고자 아버지와 인테리어 등을 밤낮없이 공부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지만 독립서점에 관한 관심이 늘고, 브런치와 같은 작가 플랫폼이 성황을 이루는 등 책 수요가 느는 것 같기도 하다. 서점에서 느끼기엔 어떤가? 출판업은 여전히 불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람들은 SNS의 짧은 글귀, 신문 등 항상 글을 읽고, 읽고 싶어 한다. 이것이 책의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과연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을 만들고 있는지 제작자와 업계가 고민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아내와 추천 코너를 기획할 때 우리가 요새 하고 있는 걱정이나 생각을 떠올려보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지 않을까?라고 확장해본다. 서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서점을 꿈꾸는 분들을 말리고 싶진 않다. 하지만 자영업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비즈니스고, 서점 업계는 도서정가제 같은 정책 하나에 휘청거릴 만큼 아직 열악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 걸 고려해 꼼꼼히 준비하시길 권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온라인 서점에는 오프라인 서점보다 훨씬 싸게 책이 공급된다. 온라인은 간편함, 오프라인은 공간과 소통 등 각각의 매력이 있다. 공정한 조건에서 서로의 매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다면 좋겠다. 동아서점이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동아서점은 우리 가족에게 일상이다. 매일 문을 열고 책을 정리하는 것의 반복이지만 그 안에서 서점 주인이었던 아버지는 단골이던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셨고, 아들인 저도 손님으로 오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우리 서점이 이런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일이 반복되는 공간을 지키는 한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자,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또 비즈니스 측면에서 동아서점은 2년 전 아내가 만들었던 아주 사적인 속초 여행지도의 책 제작을 시작으로 글, 책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세영나라경제 기자
자영업, 특히 외식 자영업은 실패 확률이 높다. 외식업은 잘돼도 3년 못돼도 3년이라고까지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어렵게 차린 식당이 망하면 창업자의 경제적 손실이 너무나 크다. 99㎡(약 30평)의 낙지요리전문점을 창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1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상권과 매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인테리어 공사에만 4,500만원이 든다. 주방 설비와 집기를 구비하는 데 2,400만원,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간판까지 설치하면 3천만원이 또 든다. 매장을 얻는 데 필요한 권리금임차료중개수수료와 매장 유지를 하면서 드는 관리비, 인건비 등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더 커진다. 프랜차이즈로 창업하면 가맹비도 들어간다. 억 단위 돈이 우스워진다. 혹여나 문을 닫게 되면 이들 비용을 모두 잃게 된다. 은퇴 후 퇴직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한 돈이라면, 한 가족의 삶이 흔들린다.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다면, 주방 집기를 빌려 쓸 수 있다면, 의자와 테이블을 놓지 않는다면 어떨까. 소규모로 창업해서 충분한 연습 시간을 거친 후 매장을 연다면 또 어떨까. 공유주방은 이런 물음표에 어느 정도 해답을 준다. 공유주방은 말 그대로 주방 한 개를 여러 사업자 혹은 개인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배달업이랑 결합되는 추세다. 우선은 손님이 오가는 홀이 필요 없다. 값비싼 인테리어를 안 해도 된다. 주방 집기를 공동으로 쓰니 칼과 도마,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을 새로 사지 않아도 된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펴낸 「공유주방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를 보면 공유주방은 보증금과 월 임차료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자기가 쓰는 주방 공간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는 얘기다. 비용은 수백만원 정도다. 억 단위 일반음식점 창업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적은 투자비는 공유주방의 가장 큰 장점이다. 초보 창업자의 손실을 대폭 줄여준다. 최근에는 공유주방 업체들이 창업 공간과 함께 멘토링도 제공해준다. 배달 관리, 판로 개척, 외식 경영에 필요한 회계 등이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도 비용절감과 인큐베이팅을 통한 폐업률 감소가 산업 발전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는 공유주방에 기회 요소가 된다.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얘기다. 온라인 마케팅을 잘하면 공유주방 안에서도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다양한 공유주방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100억원 넘게 외부 투자를 받은 공유주방 업체도 있다. 단점은 없을까. 물론 있다. 위생과 관련된 문제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공동 시설과 집기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부주의가 다른 구성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가 공유주방을 규제했던 이유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한 개의 주방은 단일의 사업자만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런 규제도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풀리는 추세다. 정부도 공유주방이 갖는 이점을 인식한 덕분이다. 업계는 올해가 공유주방시장 성장의 기점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행복한가게연구소의 허건 소장은 자영업 컨설턴트로서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키우며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일반적인 창업 컨설팅 회사들이 대박을 화두로 내세웠을 때, 자영업 사장들에게는 대박보다는 행복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행복을 화두로 내세운 행복한가게연구소를 2013년부터 운영하게 됐다고 한다. 허 소장을 만나 자영업자의 성공실패 요인을 짚어보고, 오늘날의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2016년부터 「자영업 트렌드」라는 책을 내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 그리고 앞으로의 트렌드를 어떻게 보는지. 서비스 분야는 콘텐츠가, 유통 분야는 무인화 매장이 키워드다. 외식 분야에서는 기본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선 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특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사업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 자영업이 사실 점포 창업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요즘 사람들은 늘 스마트폰과 함께하고 있고, 80세 가까이 되신 저희 부모님도 영상 콘텐츠 시청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신다. 따라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고, 그런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유통에서 무인화 매장을 키워드로 꼽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몇 년 전 아이스크림 할인판매점이 유행했다. 매장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워놓은 냉동고를 놓고 계산해주는 직원 한 명만 있으면 되는 아이스크림 판매점은 무인화가 쉬운 사업모델이다. 관리할 아이템 수와 챙길 사항이 많은 편의점과 달리 도난방지 장치만 해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실험적인 무인화 매장이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판매점 외에 수영장, 카페, 독서실 등 다양한 업종에서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다. 외식 분야에서 특히 기본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푸드트럭을 운영하거나 전통시장에 들어가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마케팅에는 감이 뛰어나지만 본연의 품질 부분에서 미흡함을 보인 사례를 봐왔다. 마케팅도 잘하고 브랜드도 잘 설계하고 있지만, 음식 맛과 같은 기본을 건드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음식점 중 맛은 좋은데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서 저평가된 집들을 개선해주는 컨설팅이 많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봤을 텐데 흔히 하는 실수엔 어떤 게 있나. 사람들이 창업 전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긴 하지만 문제는 고민만 한다는 점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업종에 뛰어들려면 창업하기 전에 경험을 쌓아야 한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카페든 편의점이든 치킨집이든 그 분야에서 먼저 일종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가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화두가 된 게 비주얼이다.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즉 사진 한 장으로 매장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10% 이상 올릴 수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팬덤이다. 팬덤을 가지고 창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창업과의 격차가 커졌다. 온라인에서 팬덤을 형성한 다음 오프라인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팬덤을 갖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서울에 있는 한 빵집의 경우 사장님이 SNS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여러 빵집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고, 집에서 직접 만든 빵을 공개하기도 했다. 팔로워들은 오픈하면 꼭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하다가 빵집을 오픈했다. 물론 빵 맛이 좋고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서 잘됐지만 팬덤을 가지고 시작한 덕분에 초기 홍보기간이 짧아진 셈이다. 공유주방, 무인화 매장 등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는지? 공유주방의 경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시장성 테스트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큰돈을 들여 점포와 설비를 마련할 필요 없이 일단 적은 돈으로 내 아이템이 시장에서 통할지 검증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앞으로 IT나 플랫폼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IT 장치나 플랫폼 관련 기술과 얼마나 친숙한지에 따라 역량이 좌우된다. 자영업자들이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몰려 과밀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해소되기 어려운 이유는? 일단 창업 대기수요가 너무 많다. 창업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40대부터 60대까지의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노후준비를 할 연령대인데, 이들이 자영업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는 상황인 만큼 과밀화가 해소되기 어렵다. 또한 과거 사례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자영업의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이 있으면 다 따라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시장성 테스트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창업해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큰돈을 들이지 않고 조금씩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앞서 말한 공유주방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창업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회 요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의외로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처음에 했던 업종이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 잘되는 분들이 많다. 경직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어떤 창업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1, 2년 사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통신판매업이다. 온라인쇼핑몰이 최근 1년 사이에 20% 늘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기 쉬워졌고 적은 비용만으로 운영할 수 있다. 헬스 분야도 요즘 핫하다. 헬스 관련 매장이 많이 늘어난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요즘은 넓은 공간이 필요한 기존 헬스장 대신, 요가나 점핑다이어트 등의 수업을 진행하는 작고 특화된 운동공간인 부티크짐이 생기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통계청의 가게동향조사를 보면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이 떨어지고 있다. 임금근로자의 근로소득은 늘어나는 데 비해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정체 상태에서 최근 한 2년 전부터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자영업자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가 의외로 언급이 잘 안 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부 정책은 자영업자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대출을 도와주는 등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는 데 급급한 지원 위주다. 이번 기획의 제목이 나는 가게주인입니다이다. 행복한가게연구소장으로서 생각하는 행복한 가게주인이란? 사장님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안타깝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생긴 배경에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 최장 근로시간을 기록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특히 자영업자들이 너무 오래 일한다. 주 5일 정도가 아니라 연중무휴 일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요즘 젊은 사장님들은 브레이크타임을 갖거나 쉬는 날을 정해놓는 등 시간을 내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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