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 장소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는 근무형태를 말한다. 정부는 생산성 향상과 삶의 질 제고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민간 및 공공 부문에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일정한 시간에 일터에 나가고 해가 지면 귀가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 이전부터 인류에 각인된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세계를 휩쓴 지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이처럼 익숙한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2000년대 초반 이후 기술적으로 가능했던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콜센터 업무를 재택근무 방식으로 전환한 신한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사실 업무방식만 놓고 보면 콜센터는 처음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했다. 녹취되는 상담 내용 등을 통해 근태관리도 비교적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콜센터 직원들이 취급하는 고객 데이터인데, 금융사들은 일찍부터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놨다. 직원 집과 회사를 연결하는 별도의 보안 인터넷망과 이동저장장치(USB) 등의 사용이 불가능한 전용 단말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문제를 들어 콜센터 재택근무 허용을 미뤄왔다. 그러다가 3월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신한은행과 삼성생명의 콜센터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감염병 유행이 규제혁신을 이뤄낸 역설적인 사례다. 유연근무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3월 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연근무제 확대는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시간을 중심으로 한 규제가 힘을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회사 밖에서 개인 사정에 맞춰 자유롭게 업무를 하는 만큼 근로시간의 시작과 끝을 규정하기가 어려워져서다. 유연근무제를 경험한 기업이 늘면서 외주를 주는 업무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 밖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외주 범위가 마케팅과 인사, 총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택근무 등의 활성화는 집과 직장의 개념부터 바꿔놓을 전망이다. 직장에서는 개인 책상이 사라지며 사무실과 집기가 간소화되고 대신 집은 업무까지 고려한 형태로 변화한다. 아파트에는 천장을 높이는 공간 설계가 도입될 전망이다. 조앤 마이어스 레비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과 교수팀은 높은 천장 아래서 문제를 푼 사람들이 낮은 천장에서 문제를 푼 사람들보다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현재 2.4m 수준인 천장고를 3.0m 수준으로 높인 특화 공간을 갖춘 주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집에서 장시간 머물기 위해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는 시설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한 양을 평가하는 것과 급여 지급 기준도 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중심으로 바뀔 전망이다. 유연근무 시 회사와 직원 사이의 업무 소통 과정에서 회사 측 요구사항과 직원의 업무 실행 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호봉제는 몇 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큰 힘을 얻지는 못할 전망이다.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노동시장 및 관련 시스템에 새로운 질서가 부여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방역업체와 마스크 제조업체 등을 특별연장근로 업종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양대 노총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큰 이목을 끌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1998년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파견 및 구조조정 관련 법안 입법에 노동계가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 대유행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에 위기 상황에서도 조직의 정상 운영이 가능한 복무관리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근무 장소, 시간, 방식 등 관련 기준이 유연해져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조사에서는 재택근무 비율이 3%에 불과했지만 잡코리아에서 올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직장인의 60% 이상이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과거의 조직관리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클라우드, 영상, 스트리밍 등의 기술을 면접, 회의, 멘토링 등 다양한 인사관리 활동에 적용하게 될 것이다.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한 근무방식은 기존처럼 과정 관찰에 기반한 성과관리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매출수익 압박을 느끼는 기업은 인적 생산성을 높이려 할 것이므로 객관적인 결과 위주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결과 위주 성과관리는 효과적인 목표 수립 및 관리자의 코칭 능력을 요구하고, 따라서 많은 기업이 성과관리 방식을 좀 더 간단하고 명확하게 바꾸고 관리자 교육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기업들은 높은 이직률을 감안한 인력 운영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간 기업들은 직원 이직 의사를 낮추는 안정성 위주의 인력관리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정기 공채 축소, 2~3년 주기로 직장을 바꾸는 20~30대 구성원 비중 증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여건 악화에 따라 인력 운영의 안정성 유지에 한계가 오면서 더 많은 채용 활동이 필요해진다. 이로 인해 교육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신속한 직원 조기전력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추구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위기는 그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고 구성원의 역량혁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진다. 사업 모델과 기술이 변하는 가운데 철 지난 경험에 의존해 일하는 직원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외부 인력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인력의 역량향상 훈련 및 전문 분야 전환이 함께 실행될 것이고,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많은 구성원이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경우 노조와의 공감대 형성도 필수적이다. 이런 변화로 인재상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일부 역량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명확한 소통 역량,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효과적인 목표설정 능력 등이 필수 역량으로 요구될 것이다. 특히 일반 직원들보다 관리자들에게 역량혁신이 요구될 텐데, 이는 결과 기반 성과관리가 강화될수록 과거처럼 팀원들의 성과에 묻어가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시명령 위주의 관리를 기피하는 1980~90년대생들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능력 외에도 자기만의 전문성을 키우고 비대면 상황에서도 동기를 부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노무 리스크에 대한 대응 역시 가벼이 볼 수 없다. 전염병 대유행과 같이 사업, 조직, 사람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위기는 직원의 해고, 휴직, 휴가, 입원, 복지 등 다양한 노무 이슈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가격리 근로자의 연차를 강제로 소진시키거나 무급휴가 처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재택근무를 한 직원 위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 역시 차별 소지가 있다. 노무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다른 인사관리 체계를 정교화하더라도 사상누각일 수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사관리의 관점도 직원 경험 중심으로 무게가 이동할 것이다. 채용, 평가 등 인사 부서가 무엇을 하느냐의 관점이 아니라, 구성원이 조직에 들어와 적응하고 기여하고 성과를 내다 또 다른 커리어를 찾아 떠나는 생애주기에 맞게 조직관리 흐름이 재구성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인사 전문가들도 구성원의 경험에 맞는 제도와 운영방식을 설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하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하는 공간은 주거공간과 분리돼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주거단지와 업무단지, 혹은 상업단지를 구분하는 도시계획 전략이 현재의 도시를 만들었다.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이 나뉘게 된 것은 산업혁명의 영향이었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과 사무실이 생기고 사람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출퇴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일하는 공간과 주거공간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일하는 공간과 주거공간의 통합은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이기도 하다. 세계경제가 저성장, 저물가, 높은 실업률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소규모 개인서비스 사업들이 성장하게 되자 예전처럼 큰 규모의 업무공간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일을 위한 공간을 따로 얻기보다는 주거공간의 일부를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면서 일과 주거공간의 공존이 다시 시작됐다. 특히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통신판매를 하는 사람들은 굳이 집과 분리된 장소를 얻을 필요가 없게 됐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업무의 효율성에 의심을 품었던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보다 업무처리가 수월해 놀라는 반응이 많다. 자신이 회사를 비웠는데도 일이 되는 모습에 살짝 불안함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은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출퇴근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에 자녀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자신을 위한 취미생활을 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차량 사용이 줄어 에너지를 절약하고 공기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사적인 공간인 집에서 공적 활동을 함께하는 데는 약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한 외국인 교수가 집에서 생방송으로 인터뷰를 하던 중 갑자기 아이들이 방에 들어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을 위한 공간은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고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공적 공간으로 사적인 생활공간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거실을 중심으로 방들을 배치한 관계로 어느 방을 가더라도 거실을 통과하게 돼 있다. 그래서 아파트의 방 하나를 일 공간으로 만들었을 때 사적 공간과 분리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거실 중심형이 많은 우리나라의 주택도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분리가 어렵다. 점점 더 사생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사적 공간의 공적 공간화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간은 진화한다. 흔하진 않지만 두 세대의 독립적인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세대분리 아파트의 경우 세대별로 분리된 입구를 통해 공적 공간의 확보가 가능하다. 새로 짓는 아파트나 주택의 경우 1층은 업무공간, 2층 이상은 주거공간으로 조성한다면 층별로 나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충돌 없이 한집에서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는 공간이 주거공간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천편일률적이던 현재의 주거공간이 다양화될 것이다. 공간의 다양화는 삶의 다양화를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사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올해로 16년째인데도 조금 듣기 싫은 말이 있다. 어디냐는 상사의 질문이다. 기합이 바짝 들었던 수습시절부터 지금껏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를 못 믿어서일까 같은 생각 때문일 테다. 이 질문을 좀 달리 듣게 된 것이 올해 코로나19로 기자실이 폐쇄되면서부터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됐고, 회사에선 더 이상 어디냐고 묻질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맞게 된 또 다른 풍경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이하 인사처), 소방청과 같은 곳을 담당하다 보니 주로 전화를 걸게 되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다. 그런데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왕왕 들리고, 설거지를 하는 달그락거리는 소음, 더러는 아침식사 소리까지도 듣게 된 것이다. 한 번의 에피소드처럼 집단 재택근무일 줄로만 알았던 것들이 일상이 될 조짐이다. 이 바람은 공무원 사회에도 불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때문이지만, 달라질 일상은 어쩌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시작은 정부의 안살림을 하는 인사처의 발표였다.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엔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하겠다는 안이 담겨 있었다. 재택근무의 시작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끝낸 이후에도 코로나19는 산발적으로 번졌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니 생활 속 거리두기를 아예 업무 지침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사처에 따르면 새 지침에 따라 정부 부처별로 상황에 맞는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조율에 들어갔다. 이전과는 달라진 일하는 방식이 시작된 셈이다. 사실 재택근무를 하려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안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정보통신기획팀에서 올 들어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역시 이 시스템이다. 김진하 서울시 정보통신기획팀장은 보안시스템을 만들면서 재택근무를 직접 해봤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3월 초부터 지금껏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김 팀장은 재택근무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 초만 해도 보안접속시스템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인원은 500명에 불과했다. 서울시 공무원(소방공무원 포함)이 1만6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숫자였다. 서울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동시접속자가 2,500명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늘렸다. 현장근무자를 제외하고 노트북 PC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서울시 공무원은 약 9,100명. 이 중 4분의 1이 집에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을 바꾼 것이었다. 이후 최대 1만명까지 집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보한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했다. 3월엔 1,300명이 집에서 일했고, 6월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700~800명 수준으로 재택근무자가 줄었다. 집에서 일을 하면 전보다 일을 덜하게 될까? 김 팀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일을 덜할 것 같았지만 모니터링 결과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똑같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일이 문제지 일하는 장소의 문제는 아니란 뜻이다. 직접 재택근무를 해본 그 역시도 장점을 꼽았다. 하루 2~3시간 걸렸던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트북 PC를 이용해 집에서 일하다 보니 젊은 공무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반면 데스크톱 PC에 익숙하고 모여 앉아 회의하는 방식이 편한 간부들의 반응은 저조했다. 김 팀장은 재택근무의 단점은 소통이었다며 각자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화상회의를 하더라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집에서 일하면 근무에 태만할 것이라는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꼰대스러운 시선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사회의 변화 앞에서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워라밸 향상의 필요성과 함께 기업의 문화풍토, 근무방식에 대한 사고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기업이 개별 근로자의 의사와 능력,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근로를 존중하면서 성숙한 식견과 철학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실용 방책을 추진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 개혁은 고용시스템이 초래한 사회적 폐해를 해소하면서 경제 생산성성장력을 향상시키고 그 성과인 근로자에 대한 공정한 분배(임금인상)에 따라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한다는 경제정책의 요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기고용 관행,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기업별 노동조합의 특징을 가진 정규직 중심의 고용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장시간 근로 문제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심각하다. 그 원인은 장기고용 관행에서 근로자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근로자에게 평소에 많은 연장근로를 시키고 경기침체로 업무량을 감축할 경우 연장근로를 단축해 고용을 조정한 점에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채 경기침체, 기업 인력의 고령화 등을 겪을 경우 부득이 비용을 삭감할 수단으로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줄어든 정규직의 과중한 근로가 심화됐다. 결국 장시간 근로는 고용시스템 및 노동시장의 구조와 상호 관련된 문제다. 일하는 방식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시간과 장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텔레워크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고용형태 및 장소로 분류한 재택근무, 모바일근무, 위성사무실근무 등이 있다. 특히 재택근무는 별도의 법규정이 없기 때문에 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소통을 지원하는 시스템(컴퓨터, 스마트폰, 단말기 등 정보통신기기)과 작업환경(방, 조명, 책상 등)의 인프라 구축(비)을 정비점검해야 한다. 재택근무는 일반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서, 사업장 밖 근무제(자기신고제, 모바일근무), 재량근무제, 선택적근무제, 단시간근무제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업무 내용의 시스템 접근 제한, 메일 송신금지, 임금교통수당재택근무수당(수도광열비) 지급기준 변경, 평가제도(목표관리제도), (중간)관리자 연수 등의 인사노무 관리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자의 명확한 상황인식과 강력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재택근무 시 연장야간 근로를 원칙상 금지하되, 정기적 자동 경고 노무관리 시스템 및 건강 확보 조치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재택근무자의 근무지 이탈이나 사적 용무 등 복무규정 위반 여부, 재택근무자 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근로자 동의 여부, 도덕적 해이 방지책 마련 여부, 소모성 비품비용 등에 대한 사용자 부담 여부, 재택근무 시 업무상 재해에 대한 대비 및 교육이 필요하다. 재택근무 시 기업 업무에 맞춘 적절한 보안관리라는 운용의 묘로 「개인정보 보호법」(제15조 제2항) 위반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성과 중심의 평가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개혁과제로 탄력적근무제 단위기간의 확대(6개월 또는 1년), 선택적근무제 정산기간의 연장(3개월), 미리 전체 업무를 명확하게 분리배정해 적정한 근로휴게 시간을 파악할 의무, 재량근로제 대상업무의 확대(negative list), 새로운 예외 제도와 고도 프로페셔널(전문가) 제도의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일하는 방식 개혁은 개별 근로자 보호 및 기업 이미지 향상을 내실화하면서, 경제정책을 고려해 경제성장과 사회적 보호의 내실화를 연동시켜 선순환하는 국가 경제사회의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미래를 지향해 다양한 환경이나 의식을 전제로 다양한 인재를 획득하는 새로운 노동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COPYRIGHT ⓒ 2019 KOREA DEVELOPMENT INSTITU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