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과연 돈이 될까. 2002년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에서 수소혁명을 예고했다. 사실상 무한한 에너지원인 수소가 전통적인 사회구조를 뒤흔들 것이란 진단이었다. 리프킨은 수소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 에너지로 등장할 것이라며 수소에너지가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간 당시만 해도 먼 미래의 일로 치부됐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에너지 선진국인 미국, 유럽 등은 물론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이웃 일본은 수소에 큰 판돈을 걸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굴지 대기업들도 수소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은 인천시 서구 SK인천석유화학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에 앞서 수소생태계 확대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마주했다. 두 기업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SK가 생산한 수소를 토대로 수소전기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 중 약 1,500대를 SK 사업장에 투입한다. 내년 수소카고트럭, 2024년 수소트랙터 등 수소상용차를 만들어 현대차가 제공하면 SK그룹이 이를 활용한다. 또 두 기업은 전국 SK 주유소와 LPG충전소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SK 주유소와 LPG충전소, 대형마트 등에는 순수전기차 급속충전기(200KW급)를 설치하는 방안도 협의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수소는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화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건전한 수소생태계를 구축하고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통한 수소사회 실현을 한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SK, 포스코 등 5개 기업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2030년까지 4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대차는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1천억 원을 쏟아붓는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연료전지발전소과 액화수소 생산시설 등에 18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만9천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34조1천억 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10조 원)와 한화(1조3천억 원), 효성(1조2천억 원) 등도 힘을 보탠다. 아울러 국내 대표 기업들은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가칭)를 올해 상반기 출범시킨다. 한국판 수소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확대하는 등 진정한 수소사회 구현을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 투자에 발맞춰 재정 투입과 제도 마련 등으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8,244억 원을 투입해 수소모빌리티 등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수소는 장래 에너지원으로 사실상 무한하고 친환경적이란 측면에서 기대가 높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받는 수소경제의 가장 큰 단점은 역설적으로 공해 문제다. 수소차는 운행 과정에서 매연을 내뿜지 않는다.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전기 생산도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문제는 수소 자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만들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 수소 대량생산과 활용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결국 수소 생산운송 등 산업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해졌다.
수소경제란? 수소를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 전기열 생산 등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사회를 말한다. 왜 수소에너지인가? 수소는 우주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에너지원이다. 수소에너지는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만 지역적 편중이 없는 보편적 에너지원으로 장기간대용량 저장이 가능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의 탄소경제는 석유석탄가스 등 탄소자원을 중심으로 하고 99%를 수입에 의존한 데 반해, 수소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생산이 가능해 에너지 자립에 기여한다. 수소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수소에너지는 에너지 그 자체가 아니라 물, 유기물, 화석연료 등의 화합물 형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분리생산해서 이용하는 기술이다. 석유와 같이 채굴 가능한 1차 에너지가 아닌 에너지 캐리어(energy-carrier)로, 갈탄석유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해야 한다. 생산방식은 추출(개질), 부생수소, 수전해 등 3가지로 구분된다(〈그림〉 참고). 에너지 캐리어가 의미하는 바는? 대규모 저장운송이 용이하다는 수소에너지의 특징을 이용하면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저장했다가 소비지로 운송해 연료전지를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수소에너지의 에너지 캐리어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소는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나? 기체나 액체 형태로 저장할 수 있고, 다른 화합물로도 변환해 저장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기체 수소를 압축해 탱크에 저장하는 것, 수소를 영하 온도(-253℃)로 냉각해 액화저장하는 것, 암모니아(액상) 등의 형태로 변환 또는 금속 등에 저장하는 것이다. 안전한가? 수소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등 산업현장에서 수십 년간 사용해 온 가스로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다. 특히 수소차의 수소저장용기는 에펠탑 무게(7,300톤)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파열, 화염, 총격, 낙하 등 17개의 안전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또한 화학적 폭발은 연소반응으로 누출 가스구름 발화원의 3요소가 충족됐을 때 발생하는데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로 누출 시 빠르게 확산돼 가스구름이 잘 생성되지 않고, 공기 중에 쉽게 희석돼 3요소 충족이 어렵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 분석(자연발화온도, 독성 등) 결과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한다. 연관된 산업으로는 무엇이 있나? 차량을 중심으로 한 수송 분야를 비롯해 전기와 열 등 에너지 분야까지 연관돼 있다. 수송 분야의 경우 승용차에서 상용차, 열차, 선박, 드론, 건설기계 등 모든 운송 수단에 수소가 활용돼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창출될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연료전지가 분산전원의 최적 에너지 전환 기술 및 설비로 부상할 전망이다. 참고자료: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수소에너지수소경제 30문30답, 2021. 2., 부처합동,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19.1. 등
어느 때보다 환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화석연료로 산업과 사회가 움직이는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화석연료 에너지 의존도는 약 85%, 해를 거듭할수록 탈탄소 사회로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류의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탈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 중심에 인류의 운송수단도 기존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에서 점차 친환경적인 수소를 이용하는 수소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는 세계 수소시장 규모를 2050년 12조 달러 규모로 전망했다. 또한 수소경제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최근 수소경제에 2030년까지 약 3천억 달러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세계는 가까운 미래에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예측하고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요국은 세계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자국 기술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기업 역시 공생과 경쟁을 아우르는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소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 일본, EU, 중국의 기업들은 세계 수소모빌리티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우리나라가 강점으로 보유한 수소차연료전지 기술 등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다. 로드맵을 살펴보면 현재는 수소차가 1만여 대 보급돼 있으나, 2022년에는 8만1천 대, 2030년에는 85만 대, 2040년에는 620만 대가 보급될 것이다. 현재 70기 정도인 수소충전소는 올해까지 약 180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며, 2022년까지 310기, 2040년까지는 1,200기가 건설될 계획이다. 특히 택시, 버스, 트램 등의 대중교통을 수소모빌리티로 확대하고, 트럭, 지게차, 드론 등의 개발사업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현재 우리 수소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의 국내 신차 판매 비중을 33%까지 높이고 세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12월 FCEV 비전 2030을 발표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능력을 연 70만 대로 확대해 수소차 50만 대를 양산하고 20만 대는 수소모빌리티 생산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에는 2025 전략의 일환으로 수소연료전지 독자브랜드 HTWO를 론칭하며, 수소모빌리티와 전동화 개발 투자 규모를 14조9천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수소지게차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로템은 수소트램을 개발하고 내년에 국내 실증을 할 예정이며, 두산모빌리티는 수소드론 사업을 본격 추진 중에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수소선박,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등의 분야에 대해서도 장기 개발 계획을 세우고 기업 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수소경제 관련 예산을 8,244억 원으로 편성하는 등 기업들과 합을 맞추고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이 기술개발국산화, 제품화 글로벌시장 진출 및 선점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민간투자 계획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세계 수소모빌리티시장을 리드하는 국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은 전 주기적인 수소산업의 가치사슬을 갖고 있다. 수소산업 생태계의 첫 단계인 수소 생산 분야에서 부생수소(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50%인 82만 톤에 달하며, 120km가 넘는 수소배관망도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준공된 투게더 충전소는 세계 세 번째, 국내 최초로 도심 수소충전소까지 수소공급배관을 연결해 튜브트레일러 진입 없이 안전하고 풍부한 수소공급망이 구축된 사례다.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2013년 울주군 온산읍에 140가구 195KW 규모의 세계 최대 수소타운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울산테크노산업단지 내 수소연료전지 실증화센터를 건립해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기반 발전용 연료전지 연구 및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19년 현대자동차의 대용량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실증, 2020년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착수한 수소망전력망을 연계한 P2G(Power to Gas) 마이크로 그리드 조성사업 등도 추진했다. 올해 1월에는 울산화력발전소에 수소전기차 넥쏘에 장착되는 수소연료전지를 발전용으로 용도를 확대하는 1MW급 발전설비도 준공했다. 수소모빌리티 분야에서는 2009년 35대의 수소전기차 실증사업을 시작으로,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2016년 전국 최초 수소택시 운행, 2018년 전국 최초 수소버스 운행, 2021년 4월 기준 전국 최다 수소전기차 보급(2,068대), 전국 최다 수소충전소 구축(9개) 등 각종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공공민간 부문 보급 확대를 위한 수소전기차 카셰어링사업(10대)도 추진 중이며, 수소트램 실증, 수소유람선, 수소드론 등에 대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울산시는 국토교통부의 수소시범도시 사업, 중소벤처기업부의 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조성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모빌리티 융복합단지 조성사업 등 정부의 수소산업 혁신 3대 핵심 사업도 모두 유치해 추진 중이다. 수소시범도시 사업을 통해 북구 율동지구의 수소 주거 모델, 태화강역 수소 메가스테이션 구축, 현대자동차 수소팩토리 모델 등 미래 수소사회의 모습을 구현하고, 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조성사업으로 그동안 규제로 인해 실증할 수 없었던 수소지게차, 수소선박, 무인운반차 등을 실증하며 수소모빌리티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또한 수소모빌리티 융복합단지 조성사업 추진으로 국가산단 일원에 연구개발, 시험인증, 실증 테스트베드 등 지원인프라를 확충하고 수소모빌리티 기업군의 집적화를 도모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발표된 2019년 울산시는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해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 구현을 목표로 수소전기차 6만7천 대 보급, 수소충전소 60개소 보급, 200km 이상의 수소배관망 확충, 수소전기차 50만 대 생산, 250MW의 수소연료전지 보급 등 5가지 세부내용을 담은 수소발전 로드맵 수소산업 육성 10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로드맵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울산시는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울산 전역에 수소배관망이 깔리고 각 가정마다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대체하고, 도심 내 수소트램이 오가며, 태화강에 수소유람선이 떠다니는 모습은 더 이상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닌 머지않은 내일의 울산의 모습이다. 지역적인 수소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소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수소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응원이 있다면 가능한 미래라 기대한다.
2013년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오블리비언〉이 개봉했다. 영화 속 최종 악당인 테트라는 유기체적 인공지능의 우주정거장은 행성을 침공해 정복하고 행성의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테트는 지구의 바닷물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어 우주선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우주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수소 원자(H)는 주기율표 맨 처음에 존재하는 화학원소로 우주 전체 질량의 75%를 차지한다. 수소 분자(H2)는 지구상에 가장 가벼운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천연 그대로 존재하는 일은 드물고, 산소(O)와 결합해 물(H2O)이 되거나 탄소(C)와 결합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형태로 지구상에 대량으로 존재한다. 사실 수소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미 1970년대 석유위기, 1990년대 기후변화, 2000년대 오일피크로 각광을 받았으나, 석유매장량의 여유, 기후정책의 비구체화, 기술적 신뢰성과 인프라의 미비 등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재생에너지 및 수전해 비용 감소,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법적 구속력의 강화,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확대 등으로 과거와 상황이 매우 다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수소의 수요가 2050년 세계 최종 에너지 수요의 최대 24%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최근 유럽은 수소에너지가 2050년 18%까지 차지하고 연간 6G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는 석유환산톤 기준으로 2억3,100만toe다. 현재 소비량을 기준으로 예상해 보면, 2050년 최종 에너지 소비의 20%가 수소로 대체될 때 필요한 수소량은 연간 1,630만 톤에 이른다.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상 2040년 수소 생산량(526만 톤)의 3배 조금 넘는 물량으로 수소모빌리티수소에너지의 확대와 기존 제철 및 석유화학 산업에 수소가 활용될 것을 고려하면 타당한 물량으로 생각된다. 수소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2050년에 사용되는 모든 수소는 그린수소나 블루수소(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수소)여야 한다. 1,630만 톤의 수소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1,600만 톤의 수소를 모두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하려면 약 180GW(이용률 45%)의 수전해 설비와 400GW(이용률 20%)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다. 현재 수전해는 전 세계 수소 생산의 0.02%를 담당하고, 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 약 320개 프로젝트, 200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실증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 그린수소의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프랑스 6GW, 독일 5GW, 포르투갈 5GW, 스페인 3GW 등 EU를 중심으로 GW급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있다. 앞으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장수명고내구성고효율의 대용량 수전해 기술,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생산하는 기술은 미래의 에너지산업과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핵심 소재와 시스템의 개발,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다양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그린수소 생산 기술은 주요 수전해 선도 기업과 비교해 볼 때 효율, 규모, 신뢰성 등에서 많이 부족하다.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 중 포로가 된 군인들, 탈출을 시도하다 섬에 표류한다. 자급자족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보일러도 직접 만들어 쓴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지구의 석탄이 바닥나면 어쩌지요? 만물박사로 통하는 사이러스가 답한다. 언젠가 물이 연료로 사용될 날이 오리라 믿네.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된 물이 에너지를 공급해 줄 걸세. 1874년 소설가 쥘 베른이 쓴 『신비의 섬』에 나온 이야기다. 수소경제는 이렇듯 상상과 과학의 만남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융합이다. 과거로부터 미래로 통하는 길이다. 수소경제 자체가 종착지라기보다 사람이 자연 그리고 기술과 어우러져 궁핍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경로다. 수소연료전지 시설을 여기저기 세우고, 수소충전소가 곳곳에 보이고, 수소전기차가 휘발유차를 압도하는 것을 수소경제라고 규정짓는 순간 정부도, 기업도, 지자체도 일단 시설을 짓는 데 급급해진다. 꼭 사용할 필요도, 사용하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낯선 시설을 반길 이유가 없다. 설문조사와 언론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수소를 더 많이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수소 시설이 자기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싫어한다. 그렇다고 님비(NIMBY)로 몰아붙이기만 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시설이 집 근처에 만들어지면서 내 삶이 별로 나아지지도 않고, 실제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는 소리는 들리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문화적 수용성을 시설의 당위성만으로 강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외의 보너스를 덕지덕지 붙이는 건 안 될 일이다. 사람들이 환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고, 사람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수소를 활용처가 다양한 친환경에너지이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저장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수소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달성과 화석연료 자원빈국에서 그린수소 산유국으로의 진입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2년 수소차 8만1천 대, 수소충전소 310개소, 연료전지발전 1.5GW, 건물연료전지 50MW, 수소공급 연간 47만 톤, 수소가격 kg당 6천 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가 와 닿질 않는다. 거대한 선언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키거나, 단순한 수치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진짜 수소경제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먼저 국민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수소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며, 왜 우리가 실현해야 하는지, 도전을 하지 않으면 미래사회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학교에서, 주민센터에서, 기업에서, 각 단체에서 적합한 형태로 시작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화를 지자체로, 국회로, 사회로 확산해 나가야 한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얼마든지 대화방식을 다양화할 수 있다. 디자인과 운영을 책임질 총감독은 필요하다. 민간 싱크탱크가 해도 좋고, 언론이 맡아도 괜찮다. 권력 행사나 의도적 의견몰이를 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책임을 맡을 수 있다. 또 한 축에서는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세계에서 실제 현실의 이벤트를 아바타를 통해 경험하는 세상)를 활용해 수소도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의 일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문화적 수용성을 확산하는 동시에 수소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래사회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수소경제는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앞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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