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4도나 올랐다. 2020년 무렵 10년에 한 번 나타나던 심한 가뭄은 2~3년에 한 번 꼴로 발생하고, 10년에 한 번 나타나던 극단적인 폭염도 거의 매년 나타난다. 태풍은 2020년보다 30% 강해져 극심한 피해를 남긴다. 지난해 8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공개한 제6차 평가보고서가 경고하는 미래의 기후 재앙이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여름 내내 폭염에 시달리고, 심한 가뭄과 거센 태풍 등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는 것이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기온을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2018년에 나온 IPCC 「1.5도 특별보고서」 내용이다. IPCC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그래도 배출되는 것은 식물(산림농작물)로 흡수하거나, 가스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13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검토 중이다. 2020년 12월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말에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7억2,760만 톤 대비 40% 줄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발표했다. 정부의 계획에 대해 과도한 목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선진국은 1990년대 초부터 감축에 나선 데 비해 2018년에 겨우 배출량 정점에 도달한 한국이 향후 30여 년 사이에 다시 배출량을 제로로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9위이고, 2019년까지 누적 배출량도 세계 16위다.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앞지른 한국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더욱이 EU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국내 기업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엄청난 관세를 물어야 할 상황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듯이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선도해 관련 기술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게 최선이다. 우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공장건물자동차가 기름 대신 전기를 쓰면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이를 신재생에너지가 감당해야 하는 만큼 효율을 높이고 생태계 부담을 줄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돈이다. 철강화학시멘트 산업은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온실가스를 안전하게 포집저장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예 도태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에너지물자원을 절약하는 것은 기본이고, 새로 짓는 빌딩아파트주택은 제로 에너지 건축이 돼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거나, 평생 해외여행 횟수를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할당된 배출량을 초과하면 엄청난 부담금을 물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화석연료를 펑펑 쓰던 파티는 끝났고, 지구로부터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해 앞으로 30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우리가 태만할수록 우리 후손은 재앙에 더 깊이 빠져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는 2050 탄소중립 이행의 원년으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경제사회 전 부문에서 탄소중립 이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산업공공 등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함께 국민들의 참여로 탄소중립이 완성될 수 있는 만큼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중립 실천문화 확산을 이끌 수 있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새롭게 시행 중이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①유통업체에서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 발급, ②배달앱 이용 시 다회용기로 음식 주문, ③차량 공유업체에서 무공해차 대여, ④리필스테이션에서 세제화장품 등 구매 시 리필용기 사용, ⑤그린카드로 친환경제품 구매, ⑥기후행동 1.5℃앱에서 실천챌린지 참여(연간 4회) 등 6개 분야 탄소중립 실천을 이행하면 실천포인트가 적립되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개설된 탄소중립실천포인트 누리집(cpoint.or.kr/netzero)에 회원가입을 한 후 다양한 탄소중립 실천 활동을 이행하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현재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실천 확산을 위해 함께하는 참여기업은 17개소로, 해당 기업들의 멤버십을 통해 실천 활동을 설정하고 이행하면 된다. 전자영수증 발급에는 갤러리아백화점, 롯데(롭스, 마트, 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등이 동참하고 있으며, 아로마티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슈가버블, 알맹상점, ㈜와플(서울은 그린) 등이 리필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쏘카, 그린카, 피플카에서 무공해차 대여에, 요기요(위대한상상)와 배달특급(경기도) 등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2개 업체가 다회용기 사용에 함께하고 있다. 실천 활동별로 적립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회당 100원부터 5천 원까지 다양하며, 누리집에 가입하면 탄소중립 실천다짐금 5천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참여를 통해 국민 1인당 연간 최대 7만 원까지 적립이 가능하며,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과 신용카드 포인트 중 선택해 지급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정산지급 시스템이 구축되는 5월에 그동안 적립된 포인트를 일괄 지급하고, 이후에는 월별 정산해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1월 19일 시작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에는 3월 16일 기준 9만5천 명 이상이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제도 시행 초기임에도 탄소중립이라는 필수적 가치에 대한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동시에 향후에는 더 많은 국민이 체감하는 탄소중립 실천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실천항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기존 탄소포인트제(전기가스수도절약, 자동차 주행거리 감축 등)의 혜택(인센티브)과 참여대상도 확대하고 연중 홍보를 추진하는 등 일상 속에서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탄소중립 생활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만큼 편리한 것이 없다. 가볍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컵, 용기뿐 아니라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은 불가피할 정도로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이렇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은 자원 낭비, 쓰레기 소각 또는 매립에 따른 문제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커피 수요가 높아지고 테이크아웃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이 많이 늘어났다. 일회용 컵을 주로 쓰는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 수는 2008년 가맹점 기준 3,500여 곳에서 2018년 3만549곳으로 급증했다. 일회용 컵 연간 사용량도 2007년 약 4억2천만 개에서 2018년 25억 개로 증가했다.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못했다. 페트(PET), 폴리스티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 컵마다 재질이 달랐고 음료수나 이물질이 남아 재활용품 선별장에서는 애물단지가 됐다. 재활용률은 5%에 불과했다. 2018년 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는 커졌고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재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 컵을 사용한 뒤 반납할 때 보증금을 반환받는 제도다. 올해 6월 10일부터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빵패스트푸드점에서는 포장용 일회용 컵에 대해 1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해야 한다. 전국 3만8천여 개 매장에 적용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은 별도로 마련된 무인회수기나 커피전문점 등에 컵을 반환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별도의 수거 체계를 갖춤으로써 무단 투기됐던 일회용 컵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보증금제 적용대상 컵은 규격을 통일해 표준용기(투명 페트, 표백 크라프트펄프, 인쇄 금지)를 사용함으로써 고품질의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사용한 일회용 컵을 다시 일회용 컵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통해 환경오염 저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컵의 회수율이 높아야 하고 수거된 컵을 이용한 고품질의 재활용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플라스틱이 섞여 건축용 자재, 정화조 등 품질이 낮은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됐으나 투명 페트는 식품용기로 반복 재활용이 가능해 재생원료로 수요가 많다. 컵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커피전문점뿐 아니라 손쉽게 반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야 한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해 무인회수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대상 사업자들은 회수된 컵의 적재공간 확보, 타 브랜드의 컵 반환, 보증금 현금 반환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동안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환경 책임은 폐기물부담금 납부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 등을 이유로 면제된 곳이 많아 환경오염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간 미뤄져 왔던 환경오염 책임을 지기 위해 커피전문점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보증금 300원은 높은 반환율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낮은 금액이다. 단계별로 보증금액을 높여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은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로 부과하는 보증금이다. 일회용 컵 사용 비용을 높여 사용량을 줄이고 다회용 컵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매장 내 일회용 컵은 사용이 금지됐기에 개인 컵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여 개인 컵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 환경오염은 더욱 심화했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버려야 기업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라면 기업도, 우리 사회도, 지구도, 건강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효율과 편리를 추구한 만큼 그에 상응한 대가를 확인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은 어때야 할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들로 자연과 아름다운 여행지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 더 쉽게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더 많이 소비한다. 영국의 NGO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에 따르면 한 사람의 여행자는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1.5톤의 물을 사용하며, 관광산업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9%를 차지한다. 일상에서 해방돼 마음껏 즐기고자 하는 보상심리로 많은 윤리적 기준과 질문은 뒤로 밀려나는 것이다. 나 또한 여행을 사랑하고 그저 즐기고 싶지만 잠시의 즐거움과 편리함보다 닥쳐올 재난과 기후위기에 대한 무거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로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최대한 무해한 여행법을 찾아 사람들과 나누기로 결심했다. 제비의 여행은 이러한 고민의 여정 끝에 나온 답이었다. 제비의 여행은 제로웨이스트+비건+공정여행으로 여행지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비건 음식을 먹으며, 여행지 주민의 삶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행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SNS를 통해 여행자들에게 제로웨이스트 비건 여행코스를 제안하고, 서울 연희동에서 진행되는 반나절의 로컬여행 제비의 일상여행@연희를 안내했다. 제비의 일상여행@연희는 반나절 동안 연희동 골목골목을 걸어다니며 제로웨이스트비건 공간들을 여행하고 사람과 마을을 만나는 로컬여행이다. 연희동의 랜드마크인 사러가 쇼핑센터부터 정음철물, 엄마식탁, 연희대공원, 경복쌀상회, 유어마인드, 비건앤비욘드, 비밀책방 페잇퍼, 포포브레드, 보틀팩토리 등 연희동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비건로컬 공간들을 함께 여행하고 있다. 제비의 삶은 개인의 일상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요소들을 덜어내고 사회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생활방식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제비들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어렵고 힘들 거라 생각해 삶을 전환할 결심까지 다다르지 못한다. 그러나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해 보는 것이고, 단 한 번의 경험이기에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제비의 일상여행@연희에 함께하는 여행자들은 연희동이란 동네를 여행하며 쉽고 즐겁게 제비의 삶을 경험해 보게 된다. 각자 가져온 통에 비건 빵과 무포장 쌀을 담아 사보고, 음료를 살 때 텀블러를 내밀어 보고, 제로웨이스트숍에서 다양한 용품과 실천 방법을 알아보고 비건 식당에서 채식요리를 먹어본다. 일상여행을 통해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즐겁고 새로운 일상의 방식임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경험이 지구를 생각하는 삶의 첫걸음을 함께 떼는 일이 되길 바랐다. 실제로 제비의 일상여행에 참여했던 한 여행자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은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직접 해보니 쉽고 뿌듯해서 앞으로도 실천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돌아가서 학생들과 비건 캠프를 하고 다회용기를 선물했다는 선생님도 있었고, 앞으로 제비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여행자, 공동체 분들과 여행을 간다며 제비 여행법에 대한 강의를 요청한 여행자도 있었다. 제비의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여행지의 주민과 환경을 고려하는 여행을 제안하고 연희동의 제로웨이스트 비건 공간들을 맵핑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여행이 멈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를 발견하며 더 많이 연결되는 것, 동네의 일상과 사람을 여행하는 일이 아닐까. 제비의 여행이 꾸려가고 있는 무해하고 즐거운 일상여행에 함께해 보길, 지구를 생각하는 한 걸음을 내딛어 보길 바란다.
파리 시장인 안 이달고는 콜롬비아 학자인 카를로스 모레노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15분 도시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발표했다. 15분 도시는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 유아원, 병원, 상점, 학교, 공원 등을 이용하면서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집에서 가까운 도시(city of proxi mities)를 만드는 것이다. 파리는 15분 도시 개념을 미니메스 지구(Minimes Barracks)에 적용했다. 기존 건물을 공영주택단지와 보육원, 식당, 사무실, 의원 등의 복합용도로 재건축해 일상생활을 위한 기초시설을 배치하고 주차장은 공원으로 리모델링했다. 5분 거리에 있는 바스티유 광장은 교통 중심지에서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재정비했고, 리퍼블리크 광장 등도 보행자 중심의 광장으로 정비했다. 코로나19 이후 교통혼잡 완화, 사회적 거리 두기, 탄소중립 등을 위해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영구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파리 의회는 15분 도시로의 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을 잘 아는 17개 자치구의 권한과 역할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하는 15분 도시를 위한 파리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도로 전환, 녹지와 자연 확충, 지역 공공서비스 유지개선 등을 위해 250개 사업을 지난해 처음으로 선정해 3억4천만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은 주민에 대한 생활서비스를 개선하고 도시 유산을 지키며 더욱 풍요로운 도시를 조성할 목적으로 선정됐으며, 각각 회복혁신신규 사업으로 구분해 추진된다. 파리 15분 도시가 지닌 계획적 측면을 중심으로 시사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주거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집에서 15분 거리에서 일자리, 여가, 쇼핑, 교육, 문화, 산책과 휴식, 공유 및 재사용,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립적인 생활권으로 개편한다. 어디에 거주하든지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탄소중립과 도시의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도시의 대표적인 공공 공간인 도로와 광장, 학교를 주민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전환한다.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조용한 거리로, 주차장은 자연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길을 조성하며 다양한 상업 및 지역 활동을 연계해 생활 활력을 높이고자 한다. 학교는 방과 후나 주말에는 주민을 위한 활동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학교 앞은 안전하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어린이 가로로 바꾸며, 환경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조성한다. 광장은 공유 텃밭을 조성하는 등 이웃과 주민을 위한 친근한 공간으로 개편한다. 이는 모두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셋째, 주체로서 주민을 중시하면서 문화와 소통을 강조한다. 파리의 경우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민들이 서로 만나고 돕고 조언을 구하고 공공행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민 키오스크를 설치한다. 공공은 청소, 안전 등 주민 활동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사항을 개선하고 디지털 혹은 일시적 운영 등을 통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해 참여를 촉진한다. 이러한 15분 도시 개념은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에서 도시정책으로 채택됐으며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등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개발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탄소중립과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한 도시생활계획(urban life planning)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두고 주민 중심의 상세한 공간환경 진단 및 평가를 통해 개선사항을 발굴해 공공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주민이 주체로서 지속 가능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센터와 한국환경연구원이 일반 국민 1,600명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 가능성에 대해 어렵지만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42.7%)과 어렵지만 실현 가능할 것(40.2%)이라 답했다.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높기에 앞으로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실현해 나아갈지에 대한 도전적 과제만 남아 있다. 에너지 집약적 제조기반 산업 구조 탓에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톤(2018년 기준)에 이르는데 탄소중립 달성은 그것을 1인당 3~4톤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산업에서 가장 많이 배출하니 산업에서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무역규모 8위에 도달하며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기에 전 국민의 동참이 필수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6대 온실가스는 우리의 의식주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지구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내가 쓰는 물건이 에너지 효율 제품인지,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얼마나 되는지, 나의 구매가 낭비가 아닌 지속 가능한 소비인지, 나의 이동 수단은 친환경적인지, 나의 식습관은 저탄소 식단으로 이뤄져 있는지 등등 스스로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사회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감축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 그동안 정부 부처가 진행해 온 다양한 캠페인과 인식제고 활동에 모두들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이를 위해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전 국민 대상 기후교육이 의무화돼야 하고, 교육의 내용은 폭넓은 시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위기에 처한 북극곰과 펭귄으로 감정적 메시지를 전하는 기후대응 교육은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가 내 문제가 아닌 먼 나라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현재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경제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인 실천방안 제시는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낮기 때문이다. 둘째,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활동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경제적 신호를 줘야 한다. 에코 마일리지, 에코 포인트 등 친환경 활동을 했을 때 경제적 이득을 주는 장려 제도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억제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에너지 절감 국민 아이디어 경진 대회 등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제안 역시 실천을 했을 때 직접적으로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각 부처에서 다양한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도 고민해 봄 직하다.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대비 저렴한 전기수도 요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조 탓에 시민들은 어느덧 에너지 절감에 둔감해졌고 곳곳에서 에너지 과소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에너지 절감과 저탄소 에너지원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적정한 가격을 통한 억제 정책도 동시에 필요하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과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내가 하루에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나의 어떤 활동이 에너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었는지 찾아가는 재미를 붙여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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