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자막 제작원, 필름색 보정기사, 플라즈마 영상패널 생산 기술자. 이들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아마도 앞으로 다시 명함에서 만나기 힘든 이름들이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의 사업장 직무를 조사한 뒤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을 발간했다. 이때 사라진 직업이 앞선 예시를 포함해 18개였다. 시대가 변하며 사라진 직업은 한둘이 아니다. 버스 안내원이 한 사례다. MZ세대는 잘 모를 수 있는 직업이겠으나, X세대(70년대생)의 어린시절 기억 속엔 또렷이 남아 있을 것 같다. 수십 년 전 이들은 정거장을 안내하고, 승하차 때 승객 안전을 관리하고, 요금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 주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버스에 각종 IT 기술이 접목되며 추억 속에만 남게 됐다. 사라진 직업이 있으면 새로 등장하는 직업도 분명 있다.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 따르면 한국 직업은 1만6,891개다. 1969년 첫 직업사전 발간 시 3,260개에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2012년 발간된 제4판에 비해서도 5천여 개가 불어났다. 최근 이들 직업이 새로 생겨난 것은 과학기술 발전, 인구학적 변화, 사회 환경 및 제도 변화의 영향이었다. 직업이 사라지고, 또 새롭게 등장한다는 말은 누구에게는 위기이고 누구에게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시장이 성장하기는커녕 쪼그라드는 산업에 종사한다면, 일에서 보람을 느끼기 쉽지 않고 좋은 대우를 받기도 어려울 수 있다. 어쩌면 멀쩡하게 일하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해고되는 사태를 마주할 수 있는 노릇이다. 반면 성장하는 산업과 직무를 찾아간다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안정적으로 일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직업의 변화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세상의 변화에 예민하게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 즉 메가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로 새 직업이 다수 탄생했는데,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 견해가 일치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 블록체인, 3D 기술, 양자컴퓨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로봇 등의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신기술과 관련 없는 산업에 종사한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해당 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된다. 미디어산업의 변화가 좋은 사례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지상파 방송과 종이가 가졌던 매체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기업광고 상당수도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런 변화에도 미디어 종사자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성장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콘텐츠 제공자로 재정의하고, 유튜브나 SNS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이어나간다면 직업의 새 장을 열 수 있다. 아울러 과거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직업의 기준은 어느 회사 소속이 아니라 어떤 일(직무)을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거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와 맥을 함께한다. 전문성을 중심으로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회사를 자유롭게 고르는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긱잡(gig job)이라는 단어가 이를 상징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이 섭외한 단기 연주자를 부르는 데서 유래한다. 필요에 따라 임시로 업무를 맡기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 시장도 커졌다. 초기에는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종사자 등을 주로 일컬었는데, 점차 전문성 높은 임시직 종사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일을 하고 싶을 때만 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사례를 들 수 있다. 결국 자신의 전문성이 자신의 업(業)의 가치를 증명한다. 기업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열 가지 일을 잘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이런 사람에게는 직무 적합성과 상관없이 다양한 일을 맡겼다. 하지만 지금은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의 시대다. 적합한 사람을 먼저 고민한 뒤 그 사람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먼저 분석한 뒤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나만이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건 필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라고 선현들은 설파했다. 직업도 마찬가지로 세상의 변화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가고 진화한다. 직업 역시 사회, 기술, 경제, 환경생태 그리고 정치의 다섯 가지 요인으로부터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인생과 마찬가지로 탄생과 성장, 쇠퇴 및 소멸의 길을 걷는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사회적 요인, 인공지능(AI)과 로봇, 증강현실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의 기술적 요인, 저성장 양극화로 대표되는 경제적 요인, 폭염과 폭우, 이상기후로 대표되는 환경적생태적 요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정치적 요인은 다양한 직업의 흥망성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 가마나 마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현재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다. 가마꾼이나 마부는 일자리를 잃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지만 자동차를 생산수리하거나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일자리 기회가 제공됐다. 나아가 머지않은 미래에는 친환경 자율주행차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술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하고 사회의 요구를 실현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디지털 및 환경생태와 관련한 대전환의 시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과 시대적 변화의 요구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이나 성장을 촉진하는 자양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저탄소친환경 사회로의 전환과 관련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 그린 직업정보」에서 제시하는 6개 분야 39개 직업을 미래의 유망직업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디지털 직종과 관련해서는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강화 분야의 데이터과학자, 데이터중개사, AI 전문가, 플랫폼기획자 그리고 가상증강 현실과 관련된 비대면 인프라 분야의 콘텐츠기획가, 실감형전시체험 기획자, 라이브커머스 크리에이터, 서비스로봇개발자를 들 수 있으며, 디지털 융복합 분야의 자율주행차기술자, 메타버스 전문가, 지능형반도체개발자, 스마트안전관리사 등의 직업도 고려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저탄소 친환경 그린 직종을 살펴보면 스마트 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 분야의 스마트그린도시 기획가, 녹색건축 전문가, 도시숲(조성)관리 전문가, 환경빅데이터 전문가와 그린 모빌리티 및 스마트 인프라 분야의 친환경선박개발자, 친환경모빌리티에너지원개발자, 디지털 트윈 전문가 그리고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및 순환경제(자원순환) 분야의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자, 에너지관리 전문가, 신재생에너지컨설턴트 등의 직업에 주목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요구에 의한 대세 직업이라도 이는 단지 행복한 직업생활의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끊임없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유망직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궁극적으로 본인의 적성과 역량에 부합돼야 함을 잊지 말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의 감춰진 감정을 인식하고 교감하는 감성인식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감성인식기술이란 감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것인데, 사람의 얼굴, 음성, 신체 동작, 생체신호 등을 통해 객관적인 감성 정보를 수치적으로 해석하는 기술이며, AI 기반으로 추상적 감성 정보를 보다 신뢰성 높은 데이터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감성인식기술의 가장 핵심적 역할은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인식해 실시간 개인 맞춤형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또한 본인도 정의내릴 수 없는 애매한 감정을 인식해 가장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감성인식기술 시장은 2022년 236억 달러에서 2027년 433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전부터 드러나지 않은 마음을 알기 위한 기술이 개발돼 왔지만, AI로 인해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롭게 변화될 사회적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이 예측되면서 감성인식기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미 미래 핵심기술들은 다른 차원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끌고 있고, 운전자의 상태나 졸음 등을 판단 및 대응하는 기술, 로봇 사용자의 감정과 상태를 파악해 교감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감성인식 분야의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적용될 산업 분야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제품 및 서비스와 사용자 간 적절한 상호작용을 위해 미래 모빌리티, 의료헬스케어, 로봇, 교육, 디지털 트윈 등의 분야에서 감성인식기술이 구축 및 활용되고 있다. 최근 각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감성인식은 딥러닝, 빅데이터 등 AI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주요 방법으로 얼굴 표정, 음성, 자세동작제스처 인식에 AI를 활용해 감정인식의 정확도를 높이고, 그 외에 뇌파, 피부온도, 땀 분비, 심전도, 시선 추적(eye tracking)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양한 감성인식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탑승자의 생체신호나 자세, 동작을 인식해 상황에 최적화된 분위기, 음악, 공조환경, 시트 위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 스트레스, 치매 등 정신적 건강 상태를 감성인식기술로 판단해 진단하며, 이를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 및 진단하는 기술도 유망한 산업 중 하나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소셜 플랫폼, 메타버스 등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디지털 휴먼 분야에서도 디지털 휴먼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해 인간과 함께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처럼 각 산업 분야에서 감성인식기술은 크게 4가지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첫째, 미래향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사용성 평가 를 통해 개선에 활용한다. 둘째, 교감 및 소통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위급상황 등 안전 관련 상태를 판단하고 대응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변화하는 미래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감성인식기술을 실생활에 녹이는 방법을 설계 및 수립한다면 각 산업 분야에서 보다 더 인간 중심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음식과 사람의 음식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해 현재 그것을 현장에서 증명하며 반려동물 영양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나는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다.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을 개발하고,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의 영양적 요구에 대해 교육하고 조언하는 일을 한다. 내가 반려동물 영양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약 11년 전.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에게 사과와 당근 같이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는 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에게 좋은 천연 재료를 활용해 만든 펫푸드가 동물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국내에서 사료 제조업 사업체를 설립하고 그 믿음을 실제로 증명해 나갔다. 그리고 현재는 펫푸드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교육을 하고, 반려동물 간식사업도 함께 하고 있다. 한층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수의학과 석사과정을 밟기도 했다. 최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라는 직업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다각적으로 매칭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라고 해서 반려동물의 영양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영양소, 식재료, 동물의 질병 등 모든 분야에 깊이 있는 식견이 필요한 이유다. 반려동물영양 전문가의 궁극적 역할은 펫푸드와 동물 영양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 예비 창업자, 기 창업자 등이 기본을 탄탄하게 다진 후 이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 동물 푸드에 관한 상식의 평준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여지는 예술적 펫푸드보다 진정성을 담은 현실의 펫푸드를 전파하고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음식은 눈으로 즐기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실제 입을 통해 음식이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영양적인 효과도 매우 중요하다.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는 음식을 매개로 반려동물과 교감의 다리를 만들고 동물이 질병에 노출됐을 때 영양을 잘 갖춰 만든 음식을 통해 치료에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한다. 반려동물영양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 뿌리가 되는 반려동물 영양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반려동물영양협회 주관 농림축산식품부 승인 반려동물영양전문강사, 반려동물자연식관리사 등 다양한 자격교육을 통해 이를 배울 수 있다. 자격증 취득은 연령, 성별, 학력에 관계없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며, 정규 및 전문가 과정 취득에는 대략 10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자격증 취득 시 펫푸드 및 반려동물 업종 창업, 사료 및 펫푸드 관련 기업과 동물병원 취업, 프리랜서 반려동물영양전문강사, 협회 및 단체 소속 반려동물영양 전문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해당 자격 취득자들 중 반려동물 영양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협회 소속 강사는 10명 정도로 전국 각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에 제조, 판매, 기업 소속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에 이른다. 앞으로 반려동물영양 전문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기회의 장을 열어 동물이 사람과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펫푸드를 구현할 것이다.
사람 농부.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의 명함에 적힌 타이틀이다. 7년간 730명의 커리어를 매칭해 온 그에게 딱 맞는 수식어다. 지난 5월 그 경험들을 토대로 『커리어피보팅』을 발간한 그 자신도 사실 이과생에서 문과생으로, 변호사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커리어피보팅(career pivoting)의 당사자다. 장 대표를 만나 내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방법을 들어봤다. 요즘 젊은 세대의 직업환경을 어떻게 보나. 대혼돈의 시대다. 예전엔 대학을 졸업하면 공채로 채용하고, 일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했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묻는다. 대학에서 공부한 것 외에는 없는데 말이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학교는 그러지 못하다 보니 학교와 세상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반대로 그 격차를 인정하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커리어피보팅이란 화두를 꺼냈다. 우리 시대는 과거와 다르지 않나. 앞으로 우리가 일을 한다면 형태도, 내용도 바뀔 텐데 그 일의 모양과 방향을 나에게 맞는 모습으로 조명하고 만들 필요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가장 먼저, 일이 나에게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경우 일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내가 잘 쓰이는 게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덜 벌어도 되니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일만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즉 내가 일에 기대하는 게 뭔지 정의돼야 한다. 커리어피보팅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게 직업을 바꾸는 걸 수도 있고, 직장이나 일의 형태를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커리어피보팅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탐색-선택-집중-연결, 이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피보팅할지 검토하고 탐색한 후, 선택을 했으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을 해봐야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추려내고 연결해야 한다. 최근 6개월간 탐색 과정을 거친 한 친구는 이직하지 말자는 결론을 얻었다. 이직을 시도해 보니 지금은 본인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준비가 덜 된 것을 깨달은 것. 하지만 이후에는 어느 분야로 갈지, 어떤 역량을 갖출지 등 몇 가지 결론을 추려냈다. 치열한 탐색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다. 이것을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주도적인 탐색 역량을 기르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무엇보다 좋은 진로교육 중 하나는 스스로 돈을 벌어보는 것이다. 그게 아르바이트라도 좋다. 미국 같은 경우는 레모네이드를 팔거나, 옆집 아이를 돌봐 주고 돈을 받는 식으로 이런 교육이 생활 속에 자리 잡혀 있다. 열에 아홉은 돈 버는 직장에 가서 일을 할 텐데 부모들도 열린 마음으로 자녀에게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정해진 일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 뭔가 노력했을 때 용돈을 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스스로 투자하고 관리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다음 세대에 한말씀.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다는 바람부터 시작하자.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이 바꿔도 잘 바꾸고, 해도 오래한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에게 일이라는 자전거가 있는데, 이 자전거는 꿈과 밥이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이걸 탄탄하게 굴리면 원하는 데를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얼마나 즐겁나. 나만의 일, 나의 일이라는 자전거를 잘 굴려가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급속하게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후 직업세계는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의 직업세계를 가르는 하나의 개념은 AI 격차다. AI 격차는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가기업개인과 그렇지 못한 국가기업개인 사이에 나타나는 큰 간격을 의미한다. AI에 투자하고 AI를 기업 혁신에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AI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준비하고 새로운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이끄는 사람들은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AI가 만능은 아니다. 사람에게 쉬운 일이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어려운 과제가 인간에게는 쉽다는 모라벡의 역설이 그 점을 말해 주고 있다. 창의성, 공감 능력, 유머, 리더십, 대인관계, 소통 등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AI 시대에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와 개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먼저 정부는 AI 시대에 대비하는 인재정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철저하게 실천해야 한다. AI, 지능형 로봇,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블록체인, 생명과학 등 직업세계를 바꾸고 있는 신기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영역별, 직업능력 수준별, 인력의 수요와 공급별로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핵심 영역별로 필요한 인재의 양과 질을 체계적으로 추산해 이에 따른 인력 공급 대책을 세우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변화하는 직업세계에서 학생들이 미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진로를 수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진로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진로 전문가들의 맞춤형 진로상담과 진로컨설팅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진로교육은 수요자들의 눈높이에 크게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초중고교의 진로교육 전담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학교 교육과정에서 진로교육 시수를 확대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AI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AI 격차 시대에서 AI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활용은 기본 소양이다. 청소년들은 졸업 후 관심 있는 분야가 어느 것이든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스킬을 익혀야 한다. 관심 분야가 금융, 디자인, 예체능, 문학, 철학 어느 것이든 AI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진로 및 직업 선택의 범위는 크게 다르다. 직업세계 각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전문가들의 여러 분석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래 사회를 특징짓는 하나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 변화를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대비하는 진로역량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진로설계는 언제든 수정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기존의 진로설계를 수정하고 기꺼이 새로운 학습과 교육에 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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