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유통기한이 사라지고 소비기한이 도입된다. 이는 식품 폐기량을 감소하고, 폐기되는 식량의 경제적인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을 통해 식품별 유통기한을 설정함으로써 기술적 측면에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접근이 유통기한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야기했다는 데 있다. 식품에 대한 국가적 관리는 쉽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못 먹는다라는 고정관념을 형성했다. 최근 전국(제주도 제외) 10대 이상 소비자 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2%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고, 81.2%가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의 섭취를 꺼렸다. 또한 절대 섭취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유로 60.9%가 섭취 시 배탈, 설사 등 몸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되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78.4%는 유통기한이 지난 가공식품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즉, 유통기한이 판매기한이라는 점과 유통기한이 지나도 섭취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지는 있지만, 언제까지 섭취 가능한지는 모르기 때문에 폐기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소비기한은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한다. 언뜻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둘에는 차이가 있다. 두 기한을 설정하는 방법을 보면,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식품의 제조일자에서 품질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까지의 기간에 안전계수 0.7을 곱해 계산된다. 다시 설명하면 유통기한은 제조업체에서 유통기한 설정실험 가이드라인에 따라 식품을 먹어도 되는 100%의 기간 중 70%로 설정한 것으로, 유통기한은 실제 소비자가 먹어도 되는 70%의 시간만 지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소비기한은 안전계수를 0.8~0.9로 늘려 설정된다. 이렇게 계산된 소비기한은 생산 이후의 유통 및 소비 과정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약 56%의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은 폐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폐기하는 행태는 유통기한이 만든 고정관념이다. 요즘 시대에 냉장고가 없어서 상온 보관을 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소비기한이 보관조건을 전제하는 만큼, 보관조건을 준수할 경우 식품의 질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유지된다. 소비기한을 도입하면 식품 폐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조금 더 직접적인 예시를 들어보면 이렇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 우유의 경우 제품에 표기된 유통기한은 약 10일이지만 밀봉한 상태로 냉장보관이 잘된 경우 +50일이 소비기한이 된다. 또한 식빵의 유통기한은 3일이지만 소비기한은 +20일이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량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비기한 도입은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식품 무역 문제와 식품 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판매가능, 진열가능의 의미를 가진 Sell by Date를 삭제하기로 2016년 제43차 회의에서 합의했고, 2018년 7월 최종 결정했다. 영국도 2011년 9월 유통기한을 삭제했다. 미국, EU,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면 판매기한이 연장되며 손실 비용 및 식량 낭비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철저한 사전준비도 필요하다. 시간 중심의 유통기한 표기를 시간과 온도 중심의 소비기한 표기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유통환경 등이 같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식품기한 표시와 관련해 1995년 4월부터 제조연월일 등의 표시 대신 소비기한 또는 상미기한(賞味期限; 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 품질유지기한이라고도 표시)으로 표시해 왔다. 이후 2005년 7월 31일 「식품위생법」과 「농림물자의 규격화 및 품질표시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상 식품표시 기준을 개정하면서 상미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이라는 용어를 혼용해 왔던 것을 모두 상미기한으로 일원화했다. 아울러 상미기한과 소비기한의 정의 그리고 이를 어느 경우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비했다. 일본에서 소비기한은 정해진 방법에 의해 보존할 경우 부패변질, 기타 품질의 열화(劣化; 성능이 서서히 떨어져 파괴되는 현상)와 더불어 안전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기한은 대략 5일 이내에 소비해야 하는 도시락, 반찬, 생면, 조리된 빵(샌드위치) 등 열화가 빠른 식품에 주로 표시된다. 한편 상미기한은 가공 후 품질변화 속도가 느린 식품이 대상으로, 정해진 방법으로 보존할 경우 기대되는 품질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상미기한이 적용되는 식품으로는 스낵 과자, 컵 국수,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 주스, 쇠고기 육포, 어묵, 우유, 버터 등이 있다. 이러한 식품기한 표시는 기본적으로 연월일로 표시하는데 통조림과 같이 3개월 이상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식품은 연월만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통상 상미기한이 지난 경우라도 정해진 방법으로 보존한다면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식품기한을 다양한 용어로 표기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품질유지기한을 의미하는 용어로 통일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은 식품안전검사국(FSIS)에서 「연방 육류 검사법」, 「가금류 제품 검사법」, 「계란 제품 검사법」에 따라 육류, 가금류 및 계란 등 식품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적정한 식품의 표기를 감독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영아용 조제식을 제외한 식품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에 관한 연방 차원의 통일된 표기 규제가 없어 식품 제조사와 판매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표기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기한 표시제와 유통기한 표시제를 병용하고 있으며, Use By Date(권장 사용기한), Sell By Date(판매 가능기한), Best if Used By Date/Before(맛과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한), Expiration Date(섭취할 수 있는 최종기한) 등 다양한 날짜 표기법이 혼합 사용됐다. 한편 규제를 받는 영아용 조제식의 경우 함유된 영양소가 손상되지 않은 채 섭취할 수 있는 안전사용기간으로 Use-By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의 Use-By는 영아용 조제식에 한해 통용돼 왔다. 일부 식육과 가금육 제품에는 포장일인 Date of Packaging을 표시한다. FSIS는 2019년 4월 9일 이와 같은 다양한 식품 날짜표기법 중 소비기한 내지 품질유지기한의 성격을 지니는 Best if Used By의 표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자 FSIS 식품 날짜 표기법의 이용지침을 발표했다. 그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Best if Used By라는 표기를 사용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 이 문구를 식품 품질의 기준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소비기한을 식품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품질유지기한과 같은 별도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화하는 소비기한 제도에 대해 식품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물론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소비기한으로 일원화해 사용하되 향후 식품의 특성에 따라 기한 표시를 세분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부터 소비자는 식품을 구입할 때 익숙하게 확인했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라는 새로운 표기를 접하게 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곧 시행되는 소비기한 표시제를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 달에 2회 이상 온오프라인을 통해 식품을 구입하는 1천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신뢰수준은 95%다. 우선 소비자가 식품 선택에서 기한 표시에 얼마나 민감한지 조사했는데, 식품 구입 시 유통기한이 가장 길게 남은 식품을 고른다가 71.6%로 높게 나타났으며, 유통기한이 가장 길지 않더라도 기한 내 먹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식품을 고른다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25.3%였다.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구입한다는 응답이 우유, 요구르트와 같은 유가공제품은 95.2%, 영유아식품은 94.9%로 매우 높았고 냉장냉동 가공식품류 76.4%, 음료류는 67.4%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제조일자의 최신 여부, 유통기한의 잔여 정도를 식품의 신선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으며 신선도를 중시하는 식품일수록 유통기한을 더 자주 확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전혀 모른다 47.8%,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른다 37.8%로, 내년에 소비기한이 도입되는지 모르는 소비자가 85.6%에 달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병기되는 것은 아니므로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좋은 점에 대해서는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명확히 알 수 있어 편리하다(49.3%),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양이 줄 것 같다(21.5%) 순으로 응답해 식품 섭취 판단에 도움을 주고, 환경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으로 식품 보관기한이 늘어 품질이 저하될 것 같다 (34.8%), 유통매장에서 관리를 소홀히 할 것 같다(30.5%) 등을 꼽아 기한 연장에 따른 불안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 시 중요한 점에 대해서는 안전한 식품 유통을 위한 영업자의 철저한 냉장 및 냉동 시스템 운영이 35.9%로 가장 높았으며 해당 식품의 정확한 소비기한 설정(30.3%), 유통 및 보관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 정부의 철저한 감시(25.5%) 순으로 나타났다. 기한 표시가 식품 안전을 모두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식품의 제조과정과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 없는 소비자로서는 식품 품질의 정도와 안전성의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 기한이다. 보관기한이 늘어남에 따라 식품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 식품별 명확한 소비기한 설정 기준 근거를 마련하고, 영업자가 식품 보관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냉장냉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정에서 식품을 안전하게 소비하는 방법에 대한 소비자 교육도 필요하다. 아울러 식품 소비기한을 시행하는 것만으로 식품 폐기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양의 식품 판매와 구매가 중요하다. 영업자는 식품 과소비를 유도하는 끼워팔기, 세트 상품 판매 등 식품의 대량 포장 판매를 최대한 자제하고, 소비자는 잔여 기한이 많이 남은 식품을 과하게 쟁여두는 소비 습관을 돌아봐야 한다. 소비자의 안전한 식품 소비와 합리적 선택을 도모하기 위한 소비기한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영업자, 정부 세 주체 모두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한마음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유통기한 표시제도가 2023년 1월 1일부터는 소비자 중심의 식품섭취 가능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기한 표시제도로 변경된다. 지난 8월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선적용이 허용돼 이미 주변에서 소비기한으로 표시된 제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기도 하다. 내년도 소비기한 표시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는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통해 식품의 안전한 섭취기간을 연구하고, 유통기한으로 표기된 포장재의 철저한 관리는 물론 소비기한 포장재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또한 홍보를 통해 제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높이려 하고 있다.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 통상 유통기한보다 길다는 것은 많은 소비자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섭취가 가능함에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식품의 양은 그동안 상당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소비시점 정보를 제공해 식품 폐기물을 감축하고자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된 만큼 기업은 자사제품이 섭취돼 실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전한 섭취기한을 설정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자체 연구원, 안전센터를 갖춰 실험을 통해 소비기한을 설정할 여건이 되는 기업은 이미 제도 도입이 공포된 시점부터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한 제품 섭취기한을 산출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연구과제로 추진되는 권장 소비기한 설정 연구사업 결과가 연말에 발표되면 50개 유형 500여 개 품목의 설정 값을 비교 검증하거나 인용해 활용할 수 있다. 소비기한 설정 연구를 직접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정보를 활용해 자사제품에 소비기한 값을 적용할 수 있다. 식품 표시사항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나, 법규의 제개정 시행일자에 정확히 맞춰 변경사항을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포장재 발주 최소수량과 제품 판매량 등의 영향으로 정확한 포장재 소요량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표시관련 법규의 제개정도 빈번히 발생해 기존에 제작한 포장재 재고처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재고분 폐기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식약처는 올 8월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선적용이 가능토록 하는 동시에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해 재고분을 소진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계는 계도기간 만료 전까지 기존의 유통기한 표시 포장재를 최대한 소진하고, 소비기한 표시 포장재로 전부 교체될 수 있도록 포장재 재고 관리 및 순차적 변경 적용을 추진 중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소비단계에서 제도가 빠르게 정착돼야 실질적 음식물 폐기 감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에 산업계에서도 자사제품을 구매소비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비기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TV 광고, 온라인 쇼핑몰 및 SNS를 활용한 제도 안내와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이 세계적 이슈인 만큼 식품업계에서도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제품의 생산부터 포장, 유통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식품 폐기량 및 탄소배출량을 줄여 식품산업계도 탄소중립 실천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유통기한 적용대상 식품이 모두 소비기한 표시제로 바뀐다. 가공식품의 약 90%가 해당되는 만큼 우리 식품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오재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을 찾아 소비기한에 대해 들어봤다. 소비기한 표시제, 어떻게 도입하게 됐나? 학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0여 년 전에 도입하고자 했으나 소비자단체의 안전성 문제 제기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 후 여러 준비단계를 거쳤다. 2017년 소비기한 일자표시 개선방향 연구를 통해 유통기한 병행표기보다는 소비기한 단독표기가 제안됐고, 2018년부터 2년여에 걸쳐 소비자단체, 산업계, 학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세미나포럼 등 다양한 소통을 통해 소비기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돼 지난해 8월 17일 개정공포됐다. 제도 도입을 준비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판단해 제도기반 마련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식품유형별 권장 소비기한 설정 등을 통해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 선적용을 허용하고, 내년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해 제도의 안정적 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기한 도입 법안이 발의된 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표시하자는 법안도 발의돼 국내외 의견을 들었다. 두 가지 날짜가 함께 표시된 경우 오히려 소비자 오인 혼동 우려가 높고, 산업계는 제품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찍으려면 설비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향후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미국EU의 의견도 있어 단독표기로 추진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바꿔 표시할 수 있다며 실효성을 우려하는데. 제도 도입 초기고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 기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표시해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품목별로 권장 소비기한이 제시되는 등 제도가 안착된다면 이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 권장 소비기한 설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식품기한은 영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데, 식품업계는 영세업체가 많고 대기업이라도 3천~4천 개 되는 모든 품목의 소비기한을 실험하기에 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서 권장 소비기한을 설정하게 됐다. 매년 50개 유형씩 총 4년에 걸쳐 200개 유형 식품에 대해 진행한다. 올해는 빵류두부류달걀 등 기존의 권장 유통기한 설정식품 23개, 햄류 등 다소비식품 13개, 영유아용 이유식 등 어린이식품 4개, 과자가공유만두 등 업계 요청 10개 식품을 포함한 총 50개 유형 약 430품목을 실험하고 있다. 그중 80품목은 곧 공개될 예정이다. 영업자는 생산하는 유사제품에 권장 소비기한 범위 내에서 기한을 적용할 수 있고, 만약 권장 소비기한보다 기한을 길게 정할 경우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유통기한보다는 얼마나 길어지는지?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제품 특성에 따라 유통기한보다 10~40% 정도 길게 나온다. 그런데 현재 소비기한에 대해 검색하면 소비자원에서 2012년 발표한 자료가 나오는데, 그 기간이 꽤 길어 오래된 제품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더러 있다. 소비자원 검사는 우리나라 냉장제품 보관기준인 0~10도가 아닌 0~5도에서 보관한 결과라 그렇게 길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미생물 항목을 중심으로 특정 몇 가지 요소만 검사하는 등 실제 소비기한 검사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해 주길 바란다. 소비자로서 신선도가 염려되기는 한다.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원료의 특성, 가공공정, 포장조건, 보관조건 등을 고려해서 오감을 이용해 맛향 등을 평가하는 관능 검사, 미생물학적 검사, 물리적 검사 등을 거쳐 하나의 변화시점이 보이는 품질한계시점을 찾는다. 그 품질의 변화라는 게 미생물학적으로는 안전하다 해도 이상한 맛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식품의 품질이 떨어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갖고 과학적으로 실험한 결과를 기반으로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기한이라고 해서 신선하지 않은 것을 먹는 건 절대 아니며, 규정된 보관조건에서는 지속 가능한 식품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유는 소비기한 표시제에서 유예됐는데. 딸기우유 등 가공우유, 멸균우유는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고, 냉장보관하는 흰 우유에만 8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우리 콜드체인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매장에서 제품을 실온에 두는 시간이 생길 수 있고,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일정온도 유지가 어려운 오픈형 냉장고도 있어서 우유를 소비기한에서 제외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섭취 여부를 가장 고민하는 품목이 우유인 만큼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2031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참에 냉장 유통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본다. 콜드체인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우리나라 냉장유통 환경은 체계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편이지만, 유통단계별로 온도 유지나 냉장냉동 식품의 상온 방치 등 관리단계의 문제점들이 간혹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냉장냉동 식품의 유통단계별로 지켜야 하는 사항, 보냉력 향상을 위한 설비 종류, 가정에서의 냉장고 보관법 등을 정리한 지침서인 콜드체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준비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각 가정에서는 온도에 민감한 냉장냉동 식품의 보관조건을 잘 지켜야 한다. 냉장칸 온도는 4도 이하, 냉동칸 온도는 18도로 설정해 식품을 보관해야 한다. 특히 개봉한 제품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표시된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까지 품질이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빨리 섭취해야 한다. 내년은 계도기간이다. 본격 시행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계도기간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계도기간이 지나면 유통기한이 표시된 포장지를 사용할 수 없어 포장지를 교체하거나,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스티커를 붙일 때 날짜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고 유통기한으로 표기된 부분을 소비기한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산업계에 한 말씀. 다양한 품목의 제품 표시사항 변경으로 업계에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정보들을 협력사와 소비자들에게 공유해 주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3~4년 정도는 유통기한으로 표기된 제품과 소비기한으로 표시된 제품이 혼재돼 유통판매된다.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나 섭취 시 일자표시를 확인하고 보관방법을 철저히 준수하길 바란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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