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농업위원회에서는 매년 세계 각국의 농업정책을 점검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로 34번째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OECD 회원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과 같은 주요 신흥경제국 등 총 54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 국가의 농업정책을 분석했다. 올해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지구적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유례가 없던 상황에서 각 국가가 추진한 농업 분야의 대응정책을 분석했고, 식품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3대 도전과제(식량안보와 영양, 식품 사슬 내 구성원들의 소득과 생계, 환경의 영향 및 지속 가능성)를 해결하기 위한 각 국가의 농업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는 점이다. 세계 농업정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고 국내 농정에 대한 국제적 수준과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2021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Agricultural Policy Monitoring and Evaluation 2021)」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OECD는 2020년 농정의 가장 큰 변화요인으로 코로나19로 발생된 보건건강 위기와 경제위기를 꼽았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 등 38개 국가에서 약 800개의 정책 수단과 1,570억 달러(OECD 회원국 750억 달러, 신흥경제국 820억 달러)의 재정이 농업 부문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원됐다. 농식품 공급망을 원활히 작동하게 하면서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20%를 차지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농식품 지원 등 직접적 피해계층을 위한 단기적 구제 조치에 약 70%가 지출됐다. 그리고 약 10%는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농식품 부문의 중장기적인 회복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에 지원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실제 지출한 규모는 계획보다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농업 부문 전반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회복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많은 국가에서 농식품 공급망 붕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2020년 평균 농가소득이 증가했다. 또한 저소득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더 자주 신속하게 시행돼 전염병에 대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OECD는 농업정책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국가별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 추정치(TSE; Total Support Estimate)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 지표는 각 국가의 농업정책이 시장 중심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과 생산을 왜곡하지 않고 농정 개혁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생산자에 대한 지원 추정치(PSE; Producer Support Estimate), 전체적인 관점에서 농업 부문 일반서비스에 대한 지원 추정치(GSSE; General Services Support Estimate)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지원 추정치(CSE; Consumer Support Estimate)로 구분돼 있다. 2018~2020년 기간 동안 54개 국가의 총TSE는 연간 7,200억 달러 규모로 나타났으며, 이는 2000~2002년의 2배 수준이다. 이 중에서 시장가격지지(MPS; Market Price Support), 직불금과 같은 재정지출 등을 통해 생산자에 지원한 규모는 전체의 75%인 5,400억 달러이며, 인프라 구축, 혁신연구개발(RD), 방역 등 일반서비스 지원에는 전체의 14.1%인 1,020억 달러를 투입했다. 취약계층에 식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에는 약 11%인 연간 780억 달러가 지출됐다. 생산자에 대한 지원을 좀 더 살펴보자. 농가 수취액에서 생산자에 대한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PSE의 경우, OECD 회원국은 평균 18%, 12개 신흥경제국은 평균 12%로 감소 추세가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OECD는 생산자 중심의 지원 구조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농업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의 소극적 확대가 이러한 농정 개혁 정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가격 개입 단계적 축소, 생산자 맞춤형 지원 등 세 가지 농정 개혁안 제안 OECD는 현재 농업지원 정책이 식품시스템의 3대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책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생산자에 대한 지원 문제를 강조한다. 5,4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자에 대한 지원 중 60% 이상이 잠재적으로 시장왜곡적 성격을 가진 시장가격지지(2,720억 달러)와 생산 연계 직접지불이나 투입재 지원(660억 달러)을 통해 제공되고, 이러한 지원을 통한 이익은 상당 부분이 토지가치로 자본화돼 축적되거나 투입물의 가격 상승을 유인해 상쇄되기 때문에 생산자의 소득 향상에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대부분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하며, 무분별한 생산 증대를 통한 자원 남용, 수질 악화,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OECD는 이러한 정책 수단에 대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계속 의존할 경우 농업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가격지지와 국경조치는 모두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저해하고 교역을 왜곡해 세계 식량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 농식품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생산자에 대한 지원 중에서 150억 달러만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경 공공재의 공급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농식품시장과 무역에 대한 왜곡 영향이 비교적 작아 국제 식량안보에 덜 부정적이며 자원 남용과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되는, 생산과의 연계성이 적은 2,020억 달러 규모의 지원도 여전히 생산자에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경향이 있고 사전에 지원 필요성 분석 등을 실시하지 않는 등 정책 평가가 미비한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생산자가 아닌 농업 분야 전반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일반서비스 지원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서비스 지원에 포함된 RD, 방역, 인프라 등은 RD의 높은 수익률, 지속 가능한 생산성 향상, 회복력 개선 등의 잠재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총 농업지원 규모의 6%, 2%,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다음의 세 가지 농정 개혁을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한 생산성 제고와 회복력 증대를 도모하고, 식품시스템이 직면한 3대 도전과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첫째, 시장가격 개입 및 시장왜곡적 생산자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생산자들이 이러한 정책 변화에 적응하고 관련 정책들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인 보완책 마련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도 중요하며 세밀히 준비해야 한다. 둘째, 생산자 맞춤형 지원을 통해 소득지원이 필요한 농가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정책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가능한 경우 사회경제 전반의 정책과 통합해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맞춤형 농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농가의 소득과 자산 등 보다 많은 경영체 정보와 사회경제학적 데이터와의 원활한 연계가 필요하며, 생산자 개인이나 시장이 다룰 수 없는 농업의 위험관리를 보다 정책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관련 정책들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재에 대한 투자, 특히 농업 혁신시스템에 대한 공공지출의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혁신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향후의 농업지원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요 재원은 시장왜곡적인 재정지원을 개혁하고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이 평균 이상인 농업인에 대한 소득지원을 재분배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권고 방향으로 농정 패러다임 전환 OECD의 「2021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 보고서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농식품시장과 무역에 왜곡적인 농정수단과 재정지원을 식품시스템이 직면한 3대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은 증가하는 세계 인구를 부양하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전반적인 식품시스템 내에서 비만과 기아 문제 해결, 빈곤한 농업 생산자 생계의 안정적 지지, 그리고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 국가의 농정이 변화와 혁신의 방향으로 지금보다 더욱 진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익형직불제 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농업환경 정책 강화, 스마트팜 등 RD 강화, 취약계층 식품지원 확대 등 큰 틀에서 OECD가 권고하는 방향으로 농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농업지원 정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생산자에 대한 지원에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식품시스템 전체를 조망해 농정 혁신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개혁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년 12월 WTO 상소기구 기능 정지 이후 상소기구 신규 위원 선임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모두의 눈은 정권이 바뀐 워싱턴을 향해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상소기구 개혁 이슈는 지난 16년간 다수 행정부에서 지속 제기돼 온 사안임을 강조하면서 상소기구 복원 이전에 분쟁해결기구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 1년 반 동안 상소기구가 멈춰온 시간만큼 미해결 상태로 남은 개별 분쟁은 쌓여만 가고 있다(2021년 6월 기준 19건). WTO 분쟁해결기구의 2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는 기능이 정지돼 있지만, 1심인 패널 절차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소기구 정상화를 위한 시도와 함께 임시대안을 통해 상소기구 공백기를 버텨나가고자 하는 회원국들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상소기구 임시대안으로 MPIA 마련기능, 심리범위 등에서 기존 상소기구와 유사 이와 같은 노력의 연장선에서 마련된 제도가 복수국 간 상소중재 임시약정(MPIA; Multiparty Interim Appeal Arbitration Arrangement)이다. 이는 WTO 분쟁해결제도의 근간이 되는 2심제의 틀을 현행 WTO 규범하에서 고안한 방식이다. 즉 기능이 정지된 상소기구에 상소를 하는 대신 WTO 분쟁해결양해(DSU; Dispute Settlement Understanding) 제25조에 따른 중재를 활용해 상소의 기능을 하는 중재(이하 상소중재)를 하자는 대안이다. 2020년 1월 EU 주도로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2020년 4월 공식 출범하게 됐으며 EU, 중국, 호주, 캐나다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MPIA상 상소중재 절차는 상소기구를 임시로 대체하는 제도인 만큼 기존 상소기구 운영방식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먼저 MPIA는 상소기구처럼 상설화된 중재인단(pool of standing appeal arbitrators)을 운영한다. 총 10인의 중재인단은 각 참여국의 추천과 사전 선정위원회(WTO 사무총장, 일반이사회분쟁해결기구 등 주요 의장 참여)의 선정 절차를 통해 지난 2020년 8월 구성됐다. 대체로 과거 WTO 상소기구 위원 후보, WTO 분쟁패널 경력자, WTO 근무 경력자(전 사무차장, 법률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바탕으로 매 분쟁이 개시되면 중재인단에서 3명이 임의(random) 및 교대(rotation) 원칙에 따라 배정된다. 즉 기존 상소기구 위원 배정방식과 같다. 또한 MPIA상 상소중재는 기능 및 심리범위, 최종심으로서의 구속력 등에서도 기존 상소심과 유사하며, WTO DSU 제25조에 따라 판정 준수를 도모하기 위한 이행 및 보복 규정도 준용된다. 다만 MPIA는 상소중재 시 분쟁해결에 필수적이면서 당사국이 제기한 이슈만을 다룰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심리 기한 준수를 위해 중재인에게 구두 심리 횟수 및 서면 길이 제한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그간 상소기구 개혁 논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던 상소기구의 문제점인 심리 기한 미준수, 분쟁해결에 불필요한 부수적 의견 제시 등을 고려한 개선책으로 관측된다. 2020년 4월 MPIA가 공식 출범한 이후 향후 이 절차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분쟁은 모두 4건으로, 브라질캐나다 간 상용항공기 분쟁(DS522), 호주캐나다 간 와인 판매 분쟁(DS537), 멕시코코스타리카 간 신선아보카도 수입 분쟁(DS524), EU콜롬비아 간 냉동 감자튀김 분쟁(DS591)이다. 다만 아직까지 실제로 상소중재 절차가 개시된 분쟁은 없으며, 현재 분쟁 진행 현황을 감안하면 멕시코코스타리카 간 신선아보카도 수입 분쟁이 MPIA가 최초로 적용되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MPIA상 상소중재 절차의 최초 적용을 앞두고 추가 고려돼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전담 사무국 설치다. 그간 7명의 상소위원으로 구성된 상소기구는 전담 사무국을 통해 분쟁 심리에 필요한 행정적법률적 지원을 받아왔다. MPIA도 사실상 상소기구와 같은 상설화된 10명의 중재인단을 운영하게 되므로 원활한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전담 사무국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MPIA 참여국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WTO 사무총장에게 관련된 지원을 요청해 왔으며, 상소중재 절차의 최초 적용이 가시화될 경우 이에 맞춰 관련 절차에 대한 논의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MPIA에 대해 명시적 반대의사 보낸 미국상소기구의 주요 문제 고착화 지적 그렇다면 그간 상소기구의 근본적 개혁을 강조해 왔던 미국은 상소기구 공백기의 임시대안인 MPI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이 2020년 6월 WTO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서한을 통해 WTO 회원국이 DSU 제25조에 따른 중재를 활용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MPIA[미국은 이를 EU중국 약정(EUChina Arrangement)으로 표현했다]는 이를 넘어 상소기구의 잘못된 관행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은 MPIA가 상소기구의 주요 문제를 고착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MPIA는 DSU 제25조상 중재 절차를 사실상 기존 상소기구와 유사하게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어 그간 제기된 상소기구의 문제를 답습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령 판정의 일관성(consistency)을 강조하면서 선례 구속(use of precedent)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바, 이는 MPIA의 중재인단이 분쟁해결 조력자로서의 기능을 넘어 사실상 법정(court)의 역할을 하도록 독려해 기존 상소기구의 문제를 또 다시 반복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MPIA 참여국들이 개선책을 통해 미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했음에도 미국은 여전히 MPIA에 대해 기존 상소기구와 같은 우려를 갖고 있으며, 특히 상소 절차를 담당하는 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EU 등과 인식을 달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MPIA 참여국들이 WTO 전체 차원의 자원을 사용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다. DSU 제25조는 중재 기능을 벗어난 중재인단 마련 및 운영에 대한 WTO 차원의 지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MPIA 중재인단 선정도 MPIA 참여국들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MPIA는 그 참여국들만을 위한 제도로서, 참여국들이 WTO 의장단으로 하여금 중재인단 선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MPIA의 궁극적 목적은 상소기구 공백기에 분쟁해결을 돕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 상소기구의 모델을 선점하고자 함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MPIA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쟁은 2~3개로 소수에 불과함에도 종합적인 틀을 구축한 데에는 중국, EU 등 여타 국가의 다른 의도, 즉 향후 분쟁해결기구 개혁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목적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11월 예정된 WTO 제12차 각료회의에서 분쟁해결기구 개혁의 실마리 도출 기대 결국 미국은 MPIA가 WTO 전체 회원국의 총의를 반영한 제도가 아닌 일부 회원국의 입장에 국한된 제도이며 따라서 이는 향후 근본적 개혁 방향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시화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칫 EU, 중국 등 특정 국가 주도의 임시대안이 다수 국가의 지지를 얻어 영구적인 차선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MPIA의 최초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여러 제반 행정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MPIA 참여국 간 대립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상소기구 개혁뿐만 아니라 임시대안 마련에도 기여해 왔다. 특히 2020년 1월 MPIA 논의 개시 및 이후 문안 마련 과정에 적극 참여해 상소기구 공백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는 회원국들의 노력에 중지를 보태기도 했다. 비록 우리 당사자 분쟁 진행 상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전체 진행 동향을 적극 관찰하며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고 전체 논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에는 WTO 제12차 각료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를 기회로 모든 회원국의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WTO 상소기구 공백기를 영구히 해결할 수 있는 WTO 분쟁해결기구 개혁의 실마리가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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