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네 범주의 식당이 있다. 1범주는 동네 식당. 슬리퍼 신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사무실에서 5~10분 이상 걷지 않는 거리다. 때로 별미 메뉴도 있겠지만 주로 백반집. 제육볶음인가 고등어자반구이인가 돈가스인가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어설프고 맛이 별로 좋지 않아도 상관없는 낮은 기대치의 식당이다. 2범주는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나 자동차 등 이동 수단에 기대야 하는 거리에 있다. 다른 동네에 사는 사람과도 공평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번화가 위주이고, 모처럼 이동하는 만큼의 보상이 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3범주는 대중교통의 종류가 바뀐다.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야 할 때도 있다. 지방 여행을 할 때 가는 지역 식당이다. 반대로 제철 식재료를 만끽하기 위해 지역과 식당을 찍어놓고 가는 미식 여행일 때도 잦다. 4범주는 해외에 있는 식당이다. 아예 다른 음식 문화권 안에서 그들이 어떤 음식을 발달시켰고, 무엇을 먹고사는지 관찰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팬데믹으로 내 안의 쇄국정책이 시작되기 전, 나는 평소 2범주 식당을 즐겨 찾으며 호시탐탐 4범주 음식 경험을 쌓는 쪽이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았을 때는 짧게는 5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어딘가로 훌쩍 날아가곤 했다. 식당이 여행의 주요한 목적이 되다 4범주도 둘로 나뉜다. 『미쉐린 가이드』의 최고 찬사인 3스타 선정 기준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다. 오로지 그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좋을 만치 대단하다는 의미다. 서울은 지난해 11월에 발간된 2022년 판에서도 신라호텔 라연과 광주요그룹의 가온이 여전히 별 셋을 지켰다. 로맨틱하지 않은가. 거대한 지구 어딘가에서 오로지 라연이나 가온이 선보이는 한식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와도 후회가 없다는 얘기다. 나는 식당 자체가 여행의 주요한 목적이 될 수 있다는 먹보들의 낭만주의를 지지한다. 나 역시 뉴욕에 갔을 때 3스타 레스토랑 예약을 중요도 높은 일정으로 미리부터 잡아놨고, 층고가 무척 높은 그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은 시간, 비용, 여정 모든 면에서 티끌 하나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다. 가온은 가보지 못했지만 라연 역시 군더더기 없는 완성형의 미식 경험으로 남았다. 다시금 몸도 마음도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날이 온다면 또다시 목적이 되는 레스토랑을 중요한 일정으로 잡을 것이다. 4범주의 또 다른 한 축 또한 귀중하다. 꼭 거창한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만나는 맛은 하나같이 놀라운 경험이 된다.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내려 먹는 첫 끼의 각별함을 기억하시는지. 내 몸에 밴 된장, 간장, 고추장 체취 대신 그곳의 버터로, 올리브로, 피시소스로, 설탕과 소금으로 체취를 갈아입는 듯한 놀라운 전환의 한 입. 이렇게 다른 관점의 맛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즐거운 발견. 팬데믹 직전까지 세상은 그렇게 맛있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완전히 다른 기후와 문화권의 맛을, 그 관점을 경험하는 것. 이 압도적인 즐거움을 2년 넘도록 잊고 살았는데, 글을 쓰면서 다 기억이 나버렸다. 괜찮다. 팬데믹 동안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 또 다른 맛 경험도 있으니까. 3범주, 국내의 지방 음식 문화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며 반대급부로 국내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어느새 전국 방방곡곡이 여행지가 돼가는 것만 같다. 주변 사람들부터도 다들 참 부지런히 조국 강산을 유람하고 다닌다. 나 역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국내 여행을 기꺼이 떠나 그 지역의 고유한 맛을 만나는 값진 공부의 기회로 여긴다. 한국은 무척 작은 나라지만, 이 좁은 반도 안에서도 지역마다 기후와 식량 생태계가 조금씩 다르다. 4범주 해외의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일이 거시적인 놀라움이라면, 3범주 지역의 맛을 경험하는 일은 미시적인 발견의 연속이다. 김치만 봐도 남부에서 쓰는 젓갈과 중부에서 쓰는 젓갈의 종류가 다르다. 잡히는 생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잘 자라는 고추의 종류가 다르니 고춧가루의 특색도 달라지고, 김치에 넣어 발효를 돕고 맛을 두텁게 하는 곡물 또한 각 지역에서 흔히 나는 제각기 다른 것을 쓴다. 거시적으로 다 같은 김치일지언정, 지역마다 미시적으로는 모두가 다 다른 김치를 김치라고 부른다. 주로 토박이 할머니들이 집에서 밥 짓듯 식당을 꾸리는 이런 곳들의 맛을 발견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식당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점심 끼니를 해결하는 오래된 식당을 찾곤 한다. 다른 풍토의 맛을 찬 하나, 국 하나, 밥 한 공기마다 새록새록 배우는 것은 으리으리한 미쉐린 3스타가 주는 배움과 다르지 않은 가치 있는 배움이다. 그 땅의 재료로 그 땅의 요리를 익힌 이들의 명맥이 더 끊기기 전에 되도록 많이 경험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의 음식을 사 먹는다는 것은 삶을 이어가는 일 2범주가 그동안 내가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주로 탐사하던 맛의 거리 영역이다. 어느 식당의 얌꿍이 가장 밸런스 좋은 맛을 내지? 너무나도 단순한 구성의 잠봉뵈르 샌드위치는 어느 곳이 가장 훌륭하지? 우동은 어느 집 면이 가장 탄탄하게 잘 살아 있지? 라고 물었을 때 답이 돼주는 식당들이다. 그야말로 어떤 음식 또는 장르에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식당. 대개는 장인정신으로 자신을 벼린 이들이 지키고 있어 취재든 일상대화든 무척 즐겁고 건실해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곳들이다. 작은 재료 하나, 조리 과정의 사소한 하나하나 모두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고민한, 이유 있는 선택을 거친 비범한 음식들이다. 이전의 활동영역이었던 2범주와 4범주의 맛 경험이 사라지다시피한 후, 나는 푸드 칼럼니스트로서의 팬데믹 블루를 겪었다. 이따금 3범주를 여행할 때가 아니고서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며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낄 일이 오랫동안 없었다. 2년 동안 이것저것 먹고 이것저것 요리하기도 했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압도적인 맛의 세계관을 접촉하지 못하니 맛있는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점점 사라져 갔다. 견디지 못했나 보다. 어느 날인가부터, 아무런 기대 없이 긴 산책을 나섰고, 아무런 기대 없이 안 가본 식당을 아무 데나 들어가 보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한 시간이면 됐던 동네 밥 산책이 두세 시간으로 늘어났고, 1범주의 영역도 그만큼 넓어지게 됐다. 20분을 걸어야 하는 시장 골목에 있는 뼈해장국집은 소스나 반조리 재료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 한계를 성실한 사장님의 손맛으로 꽉 채워 넘는다. 생마늘을 듬뿍 갈아 넣은 겉절이김치의 생생함이 무료한 뼈해장국 맛을 꽉 채워 보완한다. 인근 공사장마다 장부를 대고 있는 한식뷔페집은 조미료 맛에 과하게 의존하지만, 한 끼에 반찬과 국, 메인 요리에 밥까지 여남은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다. 2범주 장인들의 영역에 갖다 두면 빛을 보지 못할 그들, 그래서 번쩍거리는 완성도의 세계를 좇느라 여태 보여도 보지 않았던 그들. 그늘처럼 여겨졌던 1범주의 대수롭지 않은 식당이 나를 가르치는 것은 음식 문화, 기후와 풍토 같은 거창한 영역이 아니다. 되레 너무 기본적이라 오히려 보지 않고 있었던 기초 중의 기초다. 음식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판다는 것은 생계의 수단이다. 매일의 업을 성실하게, 주어진 환경과 제약이 분명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음식을 팔고자 최선을 다해 나가는 건강한 삶의 태도를 배운다. 가장 가까운 곳의 음식을 사 먹는다는 것은 삶을 이어가는 일이다. 음식이 다소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정갈하거나 우아한 대신 우악스러워도 좋다. 몸을 이루고 삶을 이끄는 영양소를 뱃속 가득 채워 또 다른 하루의 반나절을 힘차게 일한다. 다른 테이블에서 바삐 음식을 먹어 삼키는 이들을 보며 나는 또 밥의 의미를 배운다. 소홀히 지나쳤을 것을 덕분에 알게 됐으니 이쯤 되면 팬데믹 덕분이라 해야 할까. 아무튼 바이러스에게나 인간에게나 시간은 흐르고 있고, 다시 봄이 활짝 열렸다. 어디로든 얼마든지 걷기 참 좋은 계절이다.
여기, 형식과 내용이 있다. 당신은 아마도 내용이 알차야지라고 여기는 쪽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형식 따위는 내용에 비하면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좀 살아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그랬다.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가끔은 형식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옷차림을 예로 들 수 있다. 상상해 보라. 평소와 다르게 옷을 갖춰 입으면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는 데 당신 역시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유사한 사례는 심지어 음악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유명한 히트곡 Stronger가 그러하다. 켈리 클락슨이 누군가. 참으로 역사적인 인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음악계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친 오디션 프로그램 시즌 1의 우승자인 까닭이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당신은 봤을 수도 있고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담컨대 이 오디션의 이름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그것은 모두가 열광할 만한 스토리였다. 켈리 클락슨의 고향은 텍사스의 한 시골 마을이었다.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이후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음악에 재능을 보인 덕에 유수의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었던 켈리 클락슨은 제의를 모두 뿌리치고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LA로 향했다. 실패였다. 고군분투하면서 주목받기 위해 애썼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제작자는 없었다. 악운은 계속됐다. 화재로 인해 집이 불타고 만 것이었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 켈리 클락슨은 가수로서의 미래를 접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면서 평범한 인생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구원해 준 건 친구들이었다. 켈리 클락슨의 노래 실력을 신뢰했던 친구들이 Stronger는 이렇듯 기세등등한 흐름 속에서 켈리 클락슨이 2012년 야심 차게 발표한 싱글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대중의 반응이 영 미적지근했다. 여러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제목이 너무 어렵다는 스태프의 의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 곡의 원래 제목은 What Doesnt Kill You(Stronger)였다. 너를 죽이지 않는 건 너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니체의 명언에서 따온 타이틀이다. 결국 장고 끝에 켈리 클락슨은 제목을 슬쩍 바꿔 다시 홍보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Stronger(What Doesnt Kill You)가 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곡의 순위가 수직 상승하더니 결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어떤가. 놀랍지 않나. 곡은 그대로 두고, 제목의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최근 Stronger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다. 스트리밍 사이트의 전체 차트를 보면 발매된 지 10년이 됐음에도 100위권 안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덕분이라고 한다. 한 토크쇼에서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게 화제가 됐고, 결국 한국까지 입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 영상, 유튜브에서 Ariana Grande Stronger라고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꼭 한번 찾아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원하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을 내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 제대로 된 소통의 관건은 무엇일까? 마고 셀처 하버드대 교수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왜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지, 내가 하는 생각이 왜 유익한지를 전할 수 없다면 아무도 나를 믿지 않을 것이다. 셀처 교수는 글쓰기의 목표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 제대로 소통하려면 내 글이 독자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대를 의도한 대로 움직이기는커녕 의문의 1패가 더해진다. 소통에 실패했을 뿐인데, 무능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따라붙는다. 독자에게 확신을 주는 글을 쓰는, 즉 소통에 능한 사람은 일도 잘한다는 평을 받는다. 내 글이 독자에게 확신을 주려면 설득력이 높아야 한다. 설득력 높은 글은 합리적이다. 글 쓰는 사람의 머리에서 갓 나온 생각들은 예외 없이 주관적이고 이기적이다. 이것을 누구에게든 통하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바꾸는 것부터가 글쓰기다. 지극히 합리적인 행위다. 상대가 수긍하고 납득하는 글은 논리가 탄탄하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주장하기+증명하기 구조다. 상대에게 원하는 반응을 요구하고, 그러한 요구에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 타당한 근거를 차근차근 제시하면, 독자는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독자에게 확신을 주는 글이 완성된 걸까? 주장을 이해하는 것과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것은 별개다.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독자를 움직이게 만들려면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 미시간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실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심리학 과목 선택을 앞둔 학생들에게 두 가지 참고 자료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해당 과목의 평가 자료를 통계나 데이터로 제시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해당 과목의 평가를 사례로 정리한 자료였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자료를 보고 선택한 학생이 훨씬 많았다. 니스벳 교수는 사람들이 중요한 판단을 할 때 사례 정보에 더욱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유나 근거를 담은 데이터는 정보를 전달하고 내용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며, 여기에 이야기를 곁들이면 의도한 반응을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다. 글쓰기에서 동원하는 이야기 기술은 사례를 들어 주장을 한 번 더 설명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시나 사례, 증언을 곁들이면 주장이 훨씬 더 잘 먹힌다는 의미다. 우리 뇌는 사실(fact)보다 임팩트, 즉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무엇이 어떠하다는 이론보다 누가 무엇을 했다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더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야기에는 감정이 곁들여지고, 사람은 감정이 흔들리면 행동하기 때문이다. 반려견 1천만 시대, 하지만 개 물림 사고가 자주 일어나니 주의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담긴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사례가 대략 1만2천 건이며, 하루 평균 6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방청 자료를 동원하면 개 물림 사고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 여기에 결정적 사례, 예컨대 반려견 행동훈련 전문가가 개 물림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를 인용하면 글의 설득력이 한층 높아진다. TV에 자주 나오는 유명한 전문가가 개에게 물려 크게 다쳤다는 사례는 독자의 공감을 일으키기 쉽다. 이렇게 이유와 근거를 통해 이성적으로 주장을 증명한 다음, 이야기를 더하는 연합작전을 펼치면 설득력이 1만 배쯤 높아진다. 손정의 전 소프트뱅크 회장도 투자를 결정할 때 창업가에게 어떤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는가를 먼저 살핀다고 한다. 독자에게 확신을 줘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는 글에는 논리정연하게 주장하고 증명하는 이성적 열쇠와 마음의 문을 여는 감성의 열쇠,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
만물이 신록의 품에 안긴 듯한 5월이다. 창밖에서 푸른 나뭇잎이 똑똑 노크하며 여행을 부추기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여행 한번 떠나기가 만만치 않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아이들과 가볍게 나들이하기 좋은 고양과 과천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동물 친구와 더 가까이 테마파크 쥬쥬 테마파크 쥬쥬는 국내 최대 파충류 특화 동물원으로 2002년 문을 열었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오랑우탄 순수혈통 번식에 성공하는 등 멸종 위기 동물의 종 보전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존 동물원이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을 관람하는 방식이라면 이곳은 톡 앤 스토리(talk story)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는 동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이 동물과 직접 교감할 수 있어 교육적 체험 효과도 매우 높다. 먹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캥거루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어미 캥거루가 아기 캥거루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에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엉금엉금 걸어 다니는 물개와 산책도 하고, 파충류 사파리 앞에서는 애니멀 미팅이라는 독특한 만남도 가진다. 만화영화에서 나온 듯한 당나귀와 쥬쥬의 귀염둥이 오랑우탄, 시도 때도 없이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앵무가 한자리에 모인다. 부속 시설인 로봇 박물관에는 자동차 경주용 로봇과 복싱 로봇, 물고기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로봇과 드론으로 펼치는 다양한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원형 경기장처럼 생긴 공연장에서 로봇이 공연을 펼치고 하늘에는 드론이 음악에 맞춰 곡예비행을 한다. 공연에 사용되는 배경음악은 아이들이 즐겨 듣고 좋아하는 만화영화 주제가여서 더욱 흥을 돋운다. 유기농 쥬쥬 베이커리도 인기가 좋다. 갓 구워낸 다양한 빵과 음료를 즐기며 쉬어가기 좋다. 숲, 교실 겸 놀이터로 변한다 고양생태공원 2013년에 문을 연 고양생태공원은 방치되고 버려진 땅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공원 전체를 에두른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는 근위병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 기분이 들게 한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여린 은행잎들이 세상을 향해 꿈을 키우듯 자라고, 수변 정원인 정화지 조류관찰대는 수생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와 같은 숲 테마가 12개에 이르며 1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공원에 가득하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해설이 있는 생태 체험교실이 인기가 좋다. 아이들은 숲 해설사를 따라 걷는 탐방로에서 다양한 나무와 꽃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메말라가는 감성을 일깨운다. 풀피리 부는 방법도 배우고 연못 주변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관찰하기도 한다. 모든 체험과정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어 가족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된다. 좀 더 특화된 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혼자 여행을 즐기는 혼행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공원을 산책하는 치유 탐방 힐링캠프가 그것이다. 혼자 조용히 숲길을 거닐다 보면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자연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경험할 것이다.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 일산호수공원 일산호수공원은 1995년에 개장했다. 호수변을 따라 산책로가 7.5km에 이르고 자전거전용도로도 4.7km에 달한다. 총면적은 약 103만m2, 호수면적 30만m2로 동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개장 20년이 지나면서 나무들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몸통이 굵직굵직하게 자랐다. 호수 가운데 있는 달맞이 섬에는 월파정이라는 팔각정이 자리해 삭막한 도시인들에게 노스텔지어를 선사한다. 고양꽃전시관이 있는 수변은 한울광장, 주제광장 등 야외 공연장으로도 사용하도록 꾸며져 있어 인공적인 느낌이다. 반대쪽은 수생 식물들이 서로 영역싸움이라도 하듯 넓게 분포돼 있어 자연미가 살아 있다. 도시락을 준비해서 소풍을 즐기고 간단한 야외 활동을 하기에 그만이다. 시간이 부족해 호수공원을 걸어서 돌아볼 수 없다면 자전거를 이용해 보자. 공원 내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인 피프틴을 이용하면 된다. 한편 2022 고양국제꽃박람회 야외 전시가 5월 말까지 진행된다. 호수변을 화려하게 수놓을 꽃의 향연에 푹 빠질 기회이니 챙겨보길 권한다. 동물원의 레전드 서울동물원 서울동물원은 우리나라 동물원의 살아 있는 역사다. 1984년 개관 초기에는 초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성지로 인기몰이를 했었다. 29개 동물사에 333여 종, 3,700여 마리의 동물이 가족처럼 모여 살고 있다. 동물원 리모델링 사업도 꾸준히 진행해 단순히 보는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가장 안락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사육시설을 정비해 놨다. 매표소를 지나면 붉은 자태를 뽐내는 홍학사에 어른이 돼도 키가 1m에 불과한 꼬마 홍학, 귀족처럼 늘씬한 핑크빛 다리를 뽐내는 유럽 홍학 등 90여 마리가 무리 지어 있다.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곳은 아프리카관이다. 제1, 2관에는 주로 초식동물이 살고 있으며 제3관에는 사자가 자리 잡고 있다. 발 빠른 치타, 초원의 청소부인 점박이 하이에나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동화책에서 본 꽃사슴을 보고 반가워하고 개구쟁이들은 낮잠 자는 호랑이와 사자 앞에서 하룻강아지처럼 으르렁거린다. 동물원 외곽에 자리한 연못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촬영지다. 동물원 외곽 숲길을 따라 걷는 7km의 산림욕장도 걸어볼 만하다. 효율적으로 돌아보려면 호랑이길, 돌고래길 등 관람로가 나와 있는 가이드 맵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가족공원의 새로운 발견 렛츠런파크 서울 렛츠런파크 서울은 과천 경마공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경마공원은 마권을 사야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이곳은 경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이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테마공원이다.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장미정원은 그윽한 향기 덕에 기분까지 몽롱해진다. 마구와 한국마사회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말 박물관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승마 체험장도 있다. 그중에서 시크릿 웨이 투어가 인기인데 해설자를 동반한 투어 프로그램이다. 작고 귀여운 포니를 만나고 먹이도 줄 수 있다. 말이 미끈하게 빠진 근육을 뽐내며 훈련하는 모습도 구경한다. 말발굽 클리닉과 말병원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경마를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놀라운지 플레이존에선 3D 승마체험이 진행된다.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편자까지 만들어 본다면 더욱더 알찬 여행이 될 것이다. 미성년자는 항상 무료입장, 성인은 비경마일에는 무료입장, 경마일에는 2천 원의 입장요금을 내야 한다.
스쳤던 계절을 다시 만나듯, 흘러간 시절을 다시 만났다. 광주 계림동 헌책방거리에서 말이다. 소멸되는 것들을 사랑해 헌책방을 지킨 문학서점의 정진용 대표는 골목지기, 헌책방지기로 늙어가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던 1980년 5월의 기억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에는 시간이 비껴간 것 같은 거리가 하나 있다. 한때는 지성인들의 성지로 책 좀 읽는 학생이라면 문간이 닳도록 드나들었다는 계림동 헌책방거리다. 1980년대만 해도 계림동 오거리에서 광주고에 이르는 700m 거리에는 70여 개의 헌책방이 몰려 있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모두 사라지고 5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고 정문 맞은 편에 위치해 유독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있다. 노란 간판이 정겨운 문학서점이다. 헌책방은 작고하신 어머니가 운영하던 곳이었어요. 가업을 이어받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깔끔하게 새 단장 한 모습이지만 이전에는 책들과 책 꾸러미가 곳곳에 쌓여있던, 기억 속 헌책방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문학서점의 새 주인, 아니 헌 주인 정진용 대표는 말한다. 문학서점은 1980년 5월부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5.18 민주화 운동과 시기가 겹친다. 서점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거리는 무거운 함성과 매캐한 최루탄 연기로 자욱했다. 서점 바로 뒤에는 가족들의 아담한 보금자리가 있었다. 낮이면 산동네로 피신하고 밤이면 다시 집을 찾는 생활이 한동안 반복됐다. 그때 그는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영문은 몰랐지만, 오랜만에 다시 서점으로 돌아왔을 땐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하숙을 치던 대학생 형들이 있었어요. 끼니때면 밥도 국도 함께 먹었으니 식구였죠. 예닐곱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항쟁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는 두 명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거예요.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고 다시는 볼 수 없었어요. 서점은 상흔을 딛고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갔다. 그 사이 한때 광주의 8학군으로 불렸던 계림동은 새로 들어서는 신도시들 사이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8학군의 자존심이었던 서점과 문구점들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고 빈자리는 흔한 대기업의 영업소 지점이나 프랜차이즈가 채웠다. 그러는 동안에 정 대표는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뮤지션이 됐다. 음악으로나마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림동이 활기를 잃으며 어머니의 서점을 찾는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새 책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대에 일부러 먼 걸음을 해 굳이 다른 사람의 손때 묻은 책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기타케이스와 악보를 들고 곳곳을 누비던 정 대표는 2009년 서점으로 돌아왔다. 연로하신 어머니는 홀로 서점을 꾸려갈 힘이 없었고, 인생의 3할을 오롯이 함께했던 서점이 점점 위축되는 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까닭이다. 저는 문학도는 아니지만 서점 같은 곳은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사회에 온기가 돌 테니까요. 저라도, 아니 제가 헌책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중한 기억을 품은 골목이 소멸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그는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역내 독립서점과 중고서점, 그리고 재능기부가 가능한 소상공인,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골목살리기 문화운동을 펼쳤다. 책방 기타 수업도 열고 책 기증 및 나눔 행사도 열고 미니콘서트도 열었다. 2018년에는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노후된 가게 재단장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문학서점은 먼지 폴폴 날리는 헌책방에서 세련된 공간으로 변신했다. 계림동 헌책방거리가 달라졌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민들은 물론, 멀리서도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찾아오기 시작했다. 책을 구입하진 않더라도 빈티지 감성을 느끼며 사진 찍으러 오는 분이 많습니다. 젊은 세대가 그렇게라도 책을 접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다 떠나도 누군가는 남아 이곳의 흔적 지켰으면 정지된 듯 멈춰섰던 공간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문학서점은 불교서적과 인문사회서적, 종교서적과 소설, 철지난 무협지까지 다방면의 서적을 취급한다. 서적의 출처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교차한다. 이용섭 현 광주광역시장도 계림동 헌책방에서 책을 사서 행정고시 준비를 했다더군요. 오래전 까까머리로 서점을 드나들던 학생들이 지금은 구청장이 돼 있고 국회의원이 돼 있어요. 그만큼 유서 깊은 곳입니다. 헌책방거리만 둘러봐도 도시의 역사를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요. 요즘은 인터넷 판매도 한다. 구하기 힘든 책은 원가의 몇 배에 판매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손을 거친 책이 서점으로 들어와 또 다른 주인을 찾아갈 때 그는 보람을 느낀다. 헌책은 새 책과 달리 누군가의 세월이 묻어 있고 흔적이 남아 있어요.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며 쓴 메시지도 있고 연애편지도 들어 있고 애써 말린 가을 국화꽃 갈피도 들어 있지요. 사람들은 헌책의 냄새를 얘기하지만, 저는 헌책의 질감이 좋아요. 책장을 넘기는 순간 느껴지는 투박하면서 따스한 그 느낌은 헌책이 아닌 다른 것에서는 느낄 수 없어요. 헌책이 담고 있는 따스한 마음을 전하고자, 헌책방지기는 오늘도 부지런히 내일을 준비한다. 책을 고르고 기타를 튕기면서 말이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언젠가는 막을 내린다. 그러나 그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아 영속성을 유지하는 것들도 있다. 꿈을 꾸며 책방을 드나들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비 오는 날 다락방에 숨어 읽었던 만화책의 냄새, 그리고 무심코 펼친 헌책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애달픈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여기에 우리가 여전히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헌책방이 사라지고 책이 사라지는 시대에도 사명처럼 헌책과 책방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다는 걸.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떠난 마음이 다시 안착하려면. 다시 5월이 오고 있다. 그리고 그는 책들의 종점, 계림동 헌책방거리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기억들을 기다린다.
자동차 대시보드나 송풍구 등에 장착해 사용하는 차량용 무선충전 거치대.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기능 덕에 제품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선호도가 높은 차량용 무선충전 거치대 10개 제품의 품질을 시험평가했다. 충전시간(속도) 및 거치 안정성 테스트 차량용 무선충전 거치대, 어느 제품이 가장 충전시간이 짧을까? 상온에서는 제품 간 충전시간(속도) 차이 미비 스마트폰을 완전히 방전시킨 후 충전이 완료되기까지 소요되는 충전시간을 측정한 결과, 상온(20℃)에서는 제품 간 최대 14분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고온(30℃)에서는 최대 2.8배의 차이를 보였음. 스마트폰, 안정적으로 거치할 수 있을까? 8개 제품, 상대적으로 우수 진동* 및 충격** 시험을 통해 스마트폰의 거치 안정성을 평가한 결과, 8개 제품이 강한 진동과 충격이 있는 환경에서도 거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했고, 아이리버(ICR-A300), 케이엠모터스(KM-WC303) 등 2개 제품은 충격에서는 이상이 없어 거치 안정성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음. * 진동수 범위 5-200Hz, 진동가속도 4.5G, 최대 진폭 3mm, z축(상하) 진동으로 20분간 실시함. ** 최대 가속도 10G, 사인 반파, x축(전후), z축(상하) 충격으로 각각 10회 실시함. 내구성(자동 그립) 및 안전성(전자파 발생량) 테스트 자동 그립 내구성* 및 전자파 발생량**, 문제없을까? 10개 제품 모두 내구성 우수하고, 전자파 발생량도 전자파인체보호기준 충족 * 자동 그립을 10초 간격으로 반복 작동시켜 자동 그립의 내구성을 평가. ** 제품 작동 중 30cm 거리에서 발생하는 자기장 강도(전자파 발생량)를 측정. 차량용 무선충전 거치대 사용 시, 반드시 확인하세요 사용 시 주의사항 차량 송풍구의 열 등으로 인해 사용온도가 높아지면 충전속도가 느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 사용하자. 스마트폰과 거치대 사이 IC카드(신용카드, 버스카드), 그립 링 등 전도성 물질이 있다면, 충전 시 발열로 인해 카드나 제품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 사용하자. 자력이 강한 물건은 제품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제품 가까이 두지 않도록 주의하자. 제품 설치 시, 단단히 고정하지 않으면 흔들림 등으로 인해 거치대나 스마트폰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 설치하자. 자동 그립 작동 시, 손가락 등이 끼지 않도록 주의하자. 충전기 단자에 물기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오르면 누구든지 기분이 좋고 반대라면 당연히 아닐 거다. 주식은 늘 오르락내리락 곡예를 반복하니 투자자들의 마음도 주기적으로 일희일비한다. 금액이 크고 기다림이 길수록 감정은 요동칠 거다. 초초한 만큼 환희와 절망이 커지니 지나치게 기뻐하고, 지나치게 슬퍼한다. 지금껏, 절망에만 주목해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식 열풍에 대한 우려는, 자칫하다 실패한 안타까운 시례를 언급하며 자칫하면 망하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환희, 그러니까 별안간 대박이 난 경우도 그 사회적 폐해를 곱씹어 봐야 한다. 누가 돈을 번 게 배 아파서 이러는 게 아니다. 얻은 자가 있으면 잃은 자가 있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뻐하는 이들이 자기 혼자 좋아 죽는 건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그들이 흥분해서 뱉어내는 말들 속에 배인 차별과 혐오의 씨앗들을 보자는 거다. 주식시장이 달아올랐다는 뉴스가 등장하는 시기마다 SNS에는 자신의 투자성적표를 공개하면서 갑자기 자기 계발 전도사나 된 것마냥 인생조언을 하기 바쁜 이들이 넘쳐난다. 동기부여를 가장한 재테크 강연도 활기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섬할 때가 종종 있다. 자랑만 하고 끝내면 문제 될 것 없지만, 그렇게 깔끔한 경우는 드물다. 자기 잘난 것 드러내다가 꼭 못난 사람의 특징을 운운한다. 주식투자 망설이는 사람의 특징을 멋대로 규정하는 걸로 시작해서 재테크 실패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엉망진창이라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함부로 말해도 되는 특권이 있는 줄 아나보다. 자신이 어떤 단계에 이르렀다고, 모두가 아래에서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무례함이다. 100명 중 10명이 무엇에 미쳐 있을 땐 그리 빈번하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100명 중 10명 빼곤 모두가 특정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등장하면 성취한 쪽에는 반대편을 함부로 재단해도 된다는 오만한 권력이 생긴다. 주식뿐이겠는가. 어떤 분야든 과잉되면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 따윈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다. 부자가 된 사람의 특징만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꼭 가난한 사람들이 어떠어떠하다는 편견을 덕지덕지 생산한다. 날씬한 사람이 이렇더라고 말하다가 살찐 사람들의 실상을 말하겠다면서 혐오의 화살을 세차게 뿌리는 건 다반사다. 부동산 투자로 경제적 자유인이 됐다는 아무개는 언제까지 내 집 마련도 못 하고 한심하게 살 거냐! 자식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냐!라며 화를 낸다. 자만심에 비례해 부동산 투자 실패한 이들의 특징도 아무렇게나 소개된다. 부유한다. 빌라를 매매해서 그렇다, 아파트 평수에만 집착해서 그렇다 등등, 그저 평범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참하게 발가벗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클수록 실패에 대한 업신여김을 정당화하는 것, 한국인들에게는 삶의 이치처럼 자연스러울 거다. 이걸 부정하면 자격지심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니 자연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무엇에 집중하는 건, 철저히 자신의 성장을 위한 것이지 누구를 비방하기 위함이 아니어야 하지만 현실은 오싹하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면서 머리 긁적거리는 흉내라도 낸다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이 공부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공부 못하는 경우를 나열해도 무방한 것처럼 여긴다. 인간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선사하는 분류가 쉽사리 이뤄지는 사회, 과연 상식적일까? 이 모욕의 크기가 클수록 아니꼽고 치사하고 더러워서 욕망의 늪에 빠져드는 사람도 늘어난다. 개중 운 좋은 아무개는 또 어디서 차별과 혐오를 무기로 자신의 성공담을 말하기 바쁠 것이다.
최근 ESG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기관의 투자결정 및 기업의 경영에서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수익성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코로나19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해지고 양극화가 우려됨에 따라 사회적 담론을 넘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게 됐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ESG 경영에 동참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중소기업은 ESG 경영에 따른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체계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ESG가 중요한 이유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살펴보자.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투자나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ESG 평가가 근거로 활용돼 ESG가 금융기관과 기업으로 확산되고 컨설팅 및 평가기관이 발전하는 등 시장 중심으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ESG 개념이 넓어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 있는 공시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데이터 공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정부는 ESG 인프라 확충을 위한 6대 부문, 18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ESG 공시 가이드라인 제공 등 인프라는 확충하되 평가 등 민간 영역에의 관여는 최소화하면서 ESG 확산을 뒷받침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ESG 경영에는 중소기업도 참여해야 한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과 대기업 협력사에 ESG 경영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첫째, 금융기관이 ESG 평가에 기반해 투자와 대출을 하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이 ESG 우수기업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둘째, EU는 탄소국경세를 2023년부터 시범 도입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저조한 수입제품에는 탄소가격이 부과되는데 우리 수출기업도 적용대상이 된다. 또한 EU는 2024년부터 자동차 배터리 원료채취-제품생산-이송-사용-폐기에 이르는 전 생산 단계의 탄소배출량 표기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적용대상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 주요 수입품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품의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공급사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향후 이러한 요구가 납품제한 규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애플은 증권거래위원회에 탄소배출량의 의무적 공개를 제안하고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신재생에너지 사용(RE100)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은 환경인권 등과 관련된 공급망 실사법을 이미 제정했고, EU 집행위원회는 EU 전체로 공급망 실사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지침(안)을 올해 2월에 발표했다. 향후 EU 의회의 승인절차가 끝나면, EU 회원국은 2년 이내에 국내법 제개정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이 시급한 수출기업과 대기업 협력사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역점을 뒀다. 먼저, 중소기업에 맞는 ESG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기업의 공시 활성화를 위해 공시환경사회지배구조 4개 분야, 총 61개 항목이 담긴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중 중소기업이 우선 적용할 수 있는 27개 문항을 선별했다. 또한 K-ESG 등을 활용해 ESG 데이터를 입력하면 분석 후 ESG 성과, 보완점 등의 종합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 자가진단 툴을 마련하고 컨설팅, 공시 지원 등과 연계해 활용하고 있다. 둘째, ESG 경영을 위한 교육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별도의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ESG 경영기획평가대응 등을 위한 사내전문가 육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교육도 병행한다. 셋째, 수출기업과 대기업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기업 협력사에 대한 ESG 경영 지원 실적을 동반성장지수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비용(ESG 교육경비, 수준진단 및 컨설팅 비용)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한편 공급망 실사 사전대응 차원에서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 모의평가컨설팅 등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탄소감축 등 중소기업에 시급한 과제에 다양한 지원책 확대 넷째, ESG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ESG 관련 정부 포상을 확대하고, 포상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사업 지원 시 우대하고 있으며 공공조달 낙찰자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다섯째, 금융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기존 ESG 채권에 더해 ESG 목표달성과 연계해 우대하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기관이 사전에 설정한 지속가능성 목표달성 상황에 따라 재무적구조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채권)과 지속가능연계대출(SLL, 차입기업과 대출기관의 협의로 선정된 ESG 평가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금리수준이 변동하는 대출상품)을 도입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중소기업에 시급한 부분은 ESG 가운데서도 E(환경), 특히 탄소감축 분야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탄소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신성장원천기술(12개 분야)에 탄소중립을 추가해 RD투자와 시설투자에 우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둘째, 탄소감축 투자에 대한 융자(예: 환경부 친환경설비투자, 산업통상자원부 탄소중립전환 선도프로젝트 융자)와 보증(예: 신용보증기금 기후대응보증), 이차보전(예: 환경부 녹색정책 금융활성화), 펀드 출자(예: 환경부 미래환경산업투자 펀드)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탄소감축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올해 신설된 탄소대응기금(2조3천억 원)에서 RD 사업 42개, 비RD 사업 15개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재정과 금융 지원은 기업의 탄소감축 실적과 연계함으로써 지원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있다. ESG는 정부와 국제기구가 주도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는 달리 금융기관, 기업 등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ESG 경영에 동참해 우리의 경제구조를 저탄소포용공정 경제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다.
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명장 한신이 젊은 날 동네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었던 흑역사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축구의 대명사 브라질이 남미 축구계의 동네북이었던 흑역사는 잘 모를 것이다. 동네북 브라질 축구, 인종차별 벽 허물면서 비상펠레가 불붙인 부정부패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 브라질은 1914년 축구협회 창립 직후 대표팀 첫 공식 시합에서 아르헨티나와 붙었다. 결과는 0:3 완패. 이후 국경을 맞댄 축구 강국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 밀리고 치이면서 브라질은 남미 약체팀의 설움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1930년 개최된 제1회 월드컵에서도 첫 상대 유고슬라비아에 1:2로 분패한 브라질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불참한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야 의미 있는 성적(3위)을 거두게 된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 기록을 시작한 것은 첫 월드컵 이후 28년이 지난 1958년 스웨덴 월드컵부터다. 이때 준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결승전에서 두 골을 넣은 열일곱 살 축구 신동 펠레의 역사도 함께 시작된다. 대한민국이 역동성의 나라라면 브라질은 다양성의 나라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큰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살아간다. 개인적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북미 최대 국가인 미국과 남미 최대 국가 브라질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국은 다양한 인종계층이 모자이크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이고 브라질이야말로 멜팅 팟(melting pot)이란 느낌을 준다. 브라질 축구 역사 초기에는 축구 클럽 선수 대부분이 백인이었다. 클럽 구단주도 부유한 백인이었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도 백인이었다. 남미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코파 아메리카의 1921년 대회 때는 브라질 출전 선수 전원을 백인으로 구성하라는 대통령 지시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920년대 초 혼혈 선수가 포함된 축구 클럽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브라질 축구계에서는 인종적 개방과 제한의 상반된 움직임이 10년간 충돌한다. 그러나 1930년대 프로 리그가 활성화되고 클럽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력이 뛰어난 선수 영입 수요가 더 높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인종 구분보다 실력이 우선시되고 브라질 축구 리그에서 흑인, 혼혈 선수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다. 브라질 국내 리그에서 인종의 벽이 허물어지자 세계 무대에서 브라질 축구팀이 선전하게 되고 브라질 축구의 위상도 빠르게 높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펠레라는 축구 영웅의 등장과 함께 스웨덴 월드컵에서 첫 우승컵을 안음으로써 브라질 축구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새로운 영광의 역사를 시작한다. 펠레. 우리에게 펠레는 축구 황제로 기억된다. 또한 그는 월드컵 때마다 거의 매번 우승팀 맞추기에 실패하는 헛다리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후 펠레가 체육부 장관직에 오르고 브라질 축구 개혁을 위해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을 벌였던 이력은 잘 모를 것이다. 브라질 축구의 주인공은 스타플레이어지만, 지배자는 권력자들이다. 축구협회와 지역 명문 클럽, 재계와 정치권까지 아우르며 돈과 권력, 이권이 얽히고설킨 브라질 축구계는 오랫동안 부정부패의 복마전으로 악명이 높았다. 펠레 자신도 오랜 기간 같은 생태계의 일원이었으면서 개혁을 추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싸움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싸움의 결과는? 브라질 축구계 개혁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한편 브라질에서 요즘 한국과 관련해 가장 핫한 대화 소재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다. K드라마K팝 등 한류가 베스트셀러라면, 브라질 지식층에게 꾸준히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도 있다. ICT, 반도체 같은 한국 첨단기술 기업과 교육이다.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주요 기업인이나 정부 관계자일수록 기대 이상의 관심과 찬사를 표현하는 분야가 교육, 그중에서도 급속한 경제성장과 중산층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산업화경제성장 과정에서의 공교육이다. 브라질엔 외국인 대상 국제학교가 따로 없다. 우리 기업 주재원 대부분은 자녀를 현지인 대상 영어 사립학교에 보낸다. 연간 학비는 1만~3만 달러 수준이다. 현지 중산층 이상 가정은 자녀를 유아원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대부분 사립학교에 보낸다. 브라질에선 사립과 공립 학교 간 교육 격차가 매우 크다. 반면 대학 과정은 우수한 교수진, 무료 학비 등 국공립대의 여건이 좋다. 문제는 사립에 비해 수준이 크게 낮은 공립 초중고를 거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 국공립대에 입학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브라질 공립학교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급여 등 처우 격차에 따른 교사 수준 차이 때문이다. 우리는 유교적 전통에 따라 교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높았던 배경도 있지만, 해방 이전부터 사범학교를 통해 우수 교사를 배출했고 건국 이후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꾸준히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에서 우수 교원을 공립 초중고에 공급했다. 서울과 지방 간, 도농 간 교육 여건 차이는 있었지만, 공립과 사립 간에는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교육 수준, 교육비, 교직원 급여 등 처우에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대한민국만큼 건국 초기부터 국가 경제력에 비해 공교육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나라는 찾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공립학교 수준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할까? 소뼈로 쌓은 탑이란 뜻의 우골탑은 농사짓는 시골에서 가장 큰 재산인 소를 팔아 자식을 진학시킨 대학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 소와 논밭을 팔아 자식 교육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한 부모가 많았다. 게다가 이들 부모는 조상들로부터 경작지를 물려받은 지주가 아니었다. 건국 초기부터 시작된 농지개혁으로 자작농이 급속히 늘어났는데, 이것이 사회경제 개혁 이상으로 다수 국민이 절대빈곤에서 탈피하고 공교육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 즉 기초 경제력을 제공했다.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가산 대부분을 자녀 교육에 올인할 수 있는 헌신과 교육열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모든 계층이 가장 쉽게, 빨리, 차별 없이 출세하는 방법이 교육을 통한 성공, 한마디로 공부 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에 입시, 고시, 공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독재자라고까지 불리던 최고 권력자도 자녀 입시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없었던 반면 가난하고 빽 없는 출신이라도 고시를 통해 고위 관료로의 빠른 신분 상승이 가능했다. 교육열, 교육 투자의 대가가 빈부와 상관없이 공정하고 명확하게 주어졌다. 투자 대가가 공정하게 주어진 경제성장기의 한국 교육,경쟁과 실력 중심의 브라질 축구와 닮은꼴 브라질 유명 축구 선수들은 빈민층 출신이 많다. 적어도 브라질 축구에선 개천에서 용 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공의 조건은 재능과 열정(노력), 운이다. 이 중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열정뿐이다. 많은 브라질 빈민촌 소년이 축구공에 열정을 쏟아붓는다. 어린 펠레가 코코넛을 차던 해변에서, 빈민촌 좁은 골목 돌길, 진흙 길에서 맨발로 몸을 엉켜 공을 다툰다. 축구가 가장 재미있고 빨리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재미엔 자신이 없지만) 성공의 희망이란 점에서 브라질 축구는 경제성장기의 한국 교육과 닮았다. 희망이 있는 곳에 노력이 있고 성공이 있다. 세계 많은 청년이 어둠 속 돌길, 진흙 길을 힘들게 밟으면서도 별을 보고 따라 걷는다. 사람마다 바라보는 별이 공부일 수도, 축구일 수도 있고, 창업취업예술일 수도 있다. 가는 길을 매끈하게 포장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에게 희망의 별을 밝혀 주는 게 기성세대와 국가의 가장 큰 역할, 책임이 아닐까?
5월은 세금의 달이다. 종합소득세,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내야 하는 세금으로 가정의 달에 웃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김대리는 소위 말하는 월급쟁이 직장인이다. 유리지갑이라는 별명처럼 직장인은 월급에서 미리 세금을 내는 원천징수 방식으로 납세하므로 5월에 세금 부담이 없다. 그런데 직장인이자 N잡러이고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회사 급여 외에 소득이 있다면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고, 해외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해외주식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22%다. 다만 손실과 이익을 모두 합한 후 기본공제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에 22%를 과세한다. 예를 들어 김대리가 지난해 1년 간 테슬라로 1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고, 아마존으로 350만 원의 손해를 봤다면, 손익을 통산한 650만 원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후 남은 400만 원의 22%인 88만 원을 양도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주식 매도 시 얻는 수익에는 양도소득세가 없다. 거래세는 코스피 0.08%, 코스닥 0.23%로 미미한 수준이고, 그것도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세금을 낸다는 인식이 거의 없다. 국내주식뿐만 아니라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ETF나 펀드도 매매차익이 얼마가 됐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이렇게 국내주식 관련 투자에 양도소득세가 없는 것은 국내주식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1종목당 10억 원, 지분율로는 코스피 1%, 코스닥 2%를 넘는 큰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쯤 되면 미국주식 투자 수익에 부과되는 22% 세금은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ISA 계좌다. 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계좌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1인 1계좌 개설만 가능하며 만능 절세통장으로 지난해부터 널리 알려졌다. 우선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ISA 계좌(중개형)를 하나 만들자. ISA의 가장 큰 장점은 비과세, 저세율, 손익통산,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을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계좌를 통해 예금뿐만 아니라 국내 상장 주식ETF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비과세는 손익통산 수익에서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까지이며, 비과세 한도를 뺀 수익에 대해 9.9%의 세율이 적용된다. 일반적인 소득세 15.4%에 비해 낮다. 또한 ISA 계좌 내 상품끼리는 손실과 이익을 합쳐 계산하기에 과세대상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분리과세가 되기에 배당과 이자 수익이 연간 2천만 원이 넘어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지난해 총급여액이 5천만 원 미만인 김대리는 ISA 서민형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올해 ISA 계좌에서 나스닥ETF로 1천만 원 수익을 얻고 베트남 펀드에서 350만 원 손해를 본다면, 이에 대한 세금은 손익통산한 650만 원에서 400만 원을 공제한 후 남은 250만 원의 9.9%인 24만7,500원이다. ISA 계좌로 큰 절세 효과를 얻었다. 2023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핵심은 국내주식 거래에도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이제 일반계좌를 통해 국내주식과 국내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할 경우 연간 양도소득 5천만 원까지는 비과세지만 초과분부터는 22~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ISA 계좌를 통하면 국내주식 관련 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대리, 오늘 배운 핵심 내용을 꼭 기억하자. ISA 계좌를 열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으며, 바로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ISA 계좌는 연간 2천만 원씩 5년간 총 1억 원의 납입 한도가 있기 때문에 선 ISA 가입, 후 주식펀드 투자가 올바른 순서다.
너의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서 너의 뇌를 들여다보고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 네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어.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며 도저히 알 수 없는 아내의 심리를 추측한다. 나도 신혼 때, 아니, 함께 30년을 살아온 지금도, 늘 고민한다. 아내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의도로 내게 그런 언행을 한 것인지. 하지만 아직도 알 수 없다. 왜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퀴즈를 내고 드라마를 찍어야 하는 걸까? 그냥 쉽게 살면 안 되는 걸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질리언 플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내는 완벽주의자다. 품위 있고 지적이고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남편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강요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가 무서워서 한쪽 구석에 앉아 고양이를 꼭 껴안는다. 남편은 젊고 순한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 아내가 아니다. 아내는 남편을 몰락시킬 완벽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묻는 남편에게 아내는 그게 결혼생활이야!라고 속삭인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 현실적으로 행복보다는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서로 다른 대안이 없으니 함께 잘 살아 보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과 결심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억울해도 내가 먼저 양보하고 상대방과 더 현명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 수 있다. 70년 이상 단란한 부부생활을 한 세계 최장수 부부상 수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부부 백년해로 헌장의 일부를 소개한다. 첫째,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하면 먼저 내 잘못을 돌아보고, 두 번째 도발엔 상대가 실수했다고 믿어보고, 세 번째 도발에는 날 화나게 하려는 것이냐고 언어적 확인을 한다면 다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은 참아야 한다. 둘째,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 인간은 자신을 인정해 주는 대상을 좋아한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사랑은 말과 행동으로만 드러나니까. 셋째, 함께 기뻐할 일을 만들라. 아직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함께 공유하거나 즐길 수 있는 활동과 취미를 만들자. 넷째, 서로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라. 과도한 의존의 결과는 늘 상대방에 대한 실망과 비난이다. 결혼은 어른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지며, 중간 지점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상태여야 한다. 배우자에게 걸었던 기대가 타당했는지, 나도 배우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계명들이다. 어떤 관계든 논리보다는 따뜻하고 이타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옳고 그름을 따진 합의보다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을 느낄 때 관계는 더 끈끈해진다. 판사나 검사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변호사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길은 멀고 그 길을 함께 가줄 사람은 귀하다. 귀한 사람을 잘 지켜야 한다. 원작 소설은 아내가 내가 마지막으로 결론을 말했으니까, 내가 이긴 거야!라며 끝난다. 이기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서 모든 갈등은 시작된다. 이길 수도 없고, 이길 필요도 별로 없는데.
ESG 중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분야는 단연 E, 환경이다. 특히 지난 3월 25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탄소배출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탄소중립기본법」은 시행령에서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명시했다. 이로써 한국은 2030년까지 약 2억7,452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사상 초유의 난제에 직면하게 됐다. 감축목표가 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구의 상태를 보면 이 목표조차 위태롭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0.78도 상승했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1.09도 상승했다. 과거 지구의 온도가 1만 년에 걸쳐 4도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지구 환경과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단기간 내 가파른 감축에 따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1990년부터 60년에 걸쳐, 독일은 1990년부터 55년 동안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미국은 43년, 일본은 37년에 걸쳐 탄소중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은 2018년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32년으로, 그 기간이 선진국에 비해 짧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조업 중심인 한국의 산업구조와 관련 기술수준 등을 고려하면 40% 감축은 쉽지 않다는 것이 산업계의 입장이다. 직격탄을 맞은 철강산업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7%,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에너지 효율이 상당 부분 고도화돼 있어 현재 기술로 탄소배출량을 목표치만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자동차건설가전섬유 등 관련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반도체 업계 역시 추가적인 감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각 기업에 배정된 탄소배출 무상 할당량이 줄어들면서 탄소배출권을 더 많이 구입해야 하는데, 배출권의 가격 급등이 예상돼 기업의 재무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1톤당 1만8천 원대였던 탄소배출권은 올 1월 3만5천 원대까지 치솟은 뒤 현재는 2만2천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탄소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탄소로 돈을 번 기업도 있다.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의 지난해 1분기 순이익은 4억3,8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탄소배출권 판매로 챙긴 금액이 5억1,800만 달러에 이른다.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전기차 생산으로 받는 탄소배출권은 테슬라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에서 탄소배출권 판매로 3억9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기업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나 에너지 절약을 통한 탄소 감축, 배출권크레딧 구매를 통한 탄소상쇄(carbon offset), 그리고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갈 길은 멀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은 계속 개발되고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의 탄소중립 노력도 점차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기업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학계, 기업체 간 역할분담을 통해 현명한 솔루션을 도출해야 한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ESG에 대한 정부, 기업,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20년 초부터 지구촌을 혼돈과 공포로 몰아간 코로나19는 기후변화와 함께 2022년 현재 인류의 최대 관심사다. 1950년인 인류세(Anthropocene; 인간 때문에 시작된 새로운 지질시대) 기준시점을 바꾸고 그 구분 기준도 방사성 물질,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로 지목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를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할 위기는 없을까? 금세기 초 유엔환경계획(UNEP)은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할 환경적 난제로 기후변화, 식량, 서식지 파괴, 자연자원의 고갈, 외래 동식물, 마시는 물, 대기오염 등 10가지를 꼽았으나 어느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유엔이 정한 17가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기아질병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환경 문제, 경제사회 문제 등 지구적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에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로 민주주의 대 독재 정치,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노동의 미래, 테크기업에 대한 새로운 반발, 암호화폐의 성장, 기후위기, 우주개발 경쟁 등 10개 주제를 선정했다. 우선순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현대사회는 전염병, 기후변화, 기아, 환경오염 등의 당면과제에 고심하고 있다. 지구촌 현안에 대한 인식은 개인차가 크다.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에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나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고통을 당하는 동물과 식물 등 자연생태계에는 관심이 적다. 즉 내가 환경 문제의 피해자일 때는 관심이 많지만, 내가 원인 제공자(가해자)일 때는 그 사실을 굳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은 예외로 두고 싶어 한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두뇌집단인 스톡홀름 리질리언스 센터(SRC)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류의 가장 시급한 환경 현안으로 생물다양성의 소실을 꼽았다. 그들이 우리의 관심권 밖에 있는 이 문제를 긴급 사안으로 여긴 것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면 해결될 수도 있지만 일단 지구상에서 멸종한 생물은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바이러스, 기후변화, 미세먼지를 피해 사람이 드문 나무와 숲을 찾아 자발적으로 고립하는 일명 숲멍족이 부쩍 늘었다. 인간은 본디 정신과 육체가 숲과 조화로운 교류를 하던 원시시대 생활에 맞도록 설계돼 있어 나무와 숲을 좋아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했다. 녹색 갈증이라고도 부르는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생명체의 본능이다. 임상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도시생활에 맞지 않아 생기는 갈등인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무관심 속에 생물다양성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육상과 해양 생태계의 훼손과 파괴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넘어 새로운 바이러스를 초대하고 기후변화를 부추겨 지구환경 체계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하면 사람과 숲은 공생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전염병은 인간의 생활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문명을 멸망시키기도 했다. 인간이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교란하면서, 동물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질병의 원인이 돼 우리를 공격한다. 유엔 생물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170만 개의 바이러스가 동물들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숲을 보전해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보장해 주고 그들과 일정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 식탁에 오른 고기와 식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나무와 숲을 담보로 한 빚이다. 나부터 지구와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 호모 심바이오시스(Homo symbiosis)가 돼야겠다.
가끔씩 사는 게 무겁고 버거울 때면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곤 한다.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바탕으로 만든 『나의 덴마크 선생님』에서 작가 정혜선은 이와 정확히 반대되는 선택을 한다. 삶이 고통스럽고 끝 모를 우울과 무기력이 덮쳐왔을 때, 그는 덴마크로 날아가 세계시민학교(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의 학생이 돼 세계와 접속하고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복잡다단한 인간사들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여느 학생들의 두 배에 가까운 나이와 언어의 장벽으로 학기 초반에 고전했던 과정까지도 그는 값진 배움으로 녹여내며,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의 현장에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탈출한 시리아 친구들의 이야기부터, 자신들을 기후변화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첫 번째 세대이자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마지막 세대로 정의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의하는 유럽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나의 이야기로 마음으로부터 끌어안는다. 타인의 일로만 여겼던 난민 문제, 젠더 문제, 소수자 인권 문제, 기후위기를 앞세운 환경 문제 같은 거대한 문제들이 나의 일이 된 것이다. 그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점점 확장하며 인류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이상 우주 먼지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 가져야 할 무거운 책임들을 제대로 받아 들고 매순간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인류적 삶에 대한 자각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 내 마음을 크게 뒤흔든 것은, 학기가 끝난 후 지난 학기를 돌아보는 평가회에서 IPC가 학생들에게 나줘준 평가문항지의 내용이었다. IPC에 오기 전에 어떤 기대를 했는지, 스스로에 대한 기대는 무엇이었고 그 기대가 채워졌는지, 동료 학생들에 대한 기대는 무엇이었고 그것은 채워졌는지, 선생님들에게는 무엇을 기대했고 그 기대는 채워졌는지, 학교 직원들에게 무엇을 기대했고 그것은 채워졌는지를 차례대로 물은 후에(여기까지는 평범한 평가문항들이었는데) 이어지는 질문이 다음과 같았다. 생각해 봅시다. 당신의 기대는 공정한 거였을까요?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해 보았나요? -p.96 이 질문을 읽는 순간 (정혜선의 표현을 빌리면) 토르가 휘두르는 망치 묠니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공정이라는 표현이 남용되는 이 시대에 공정이 향해야 할 본질에 맞닿은 느낌이었고, 그동안 표현되지 못한 채 마음속을 부유하던 어떤 고민에 언어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 밖에도 정혜선을 경유해 이 책에서 얻은 배움들이 많다. 팬데믹에 전쟁까지 겹쳐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표현을 빌리면) 중세가 다시 도래한 듯한 이 시대에 100년이 넘게 굳건히 서 있는 IPC가 전하는 이야기들이 참 마침맞게 도착했다.
경남 거창에는 오홍(五紅)이 있다. 다섯 가지 붉은 것이란 의미로, 사과딸기오미자소고기돼지고기를 일컫는다. 그러나 제주를 제외하고 기후조건이 비슷한 한반도에서 과일이나 축산 등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특화산업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 1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거창에는 지역을 먹여 살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2009년 하나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국가가 운영하던 한국폴리텍대 거창캠퍼스가 폐교 위기에 처하자 거창군이 이를 인수해 사립으로 전환한 것이다. 학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끝에 승강기 전문가를 키우는 2년제 전문대를 구상했다. 새롭게 비상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승(昇)강기에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유일 승강기 전문 특성화대 설립이 그 시작 2년제 승강기 전문대를 만들고 나니 학생들이 졸업해 취업할 곳이 필요했다. 거창군은 전국의 승강기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유치에 나섰다. 거창에 국내 유일의 승강기밸리가 조성된 배경이다. 2009년 14개 정도에서 출발해 현재 37개 승강기 기업이 거창에 모여 있다. 승강기 부품과 안전 등을 인증하는 승강기안전기술원도 생겼다. 이로써 승강기를 중심으로 한 산학연관이 경남 거창에 완비됐다. 우리나라 승강기 운행대수는 총 75만여 대로 세계 7위이고, 매년 생산대수는 4만6천여 대로 중국, 인도 다음으로 많다. 국내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유지보수나 제조설치 업체 수는 1,100여 개, 종사자는 2만5천 명 정도다. 우리가 늘상 이용하는 승강기는 기계와 전기전자, IT와 건축 등이 망라된 종합제품이다. 아파트 민원 절반이 승강기와 관련되고, 승강기가 초고층 빌딩에 멋스럽게 들어가 하나의 인테리어 역할을 하기도 하며, 승강기 안에서 돌발상황도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등 승강기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우리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게 됐다. 이현석 한국승강기대 총장은 현대사회에서 건물이 고층화될수록 신속하고 안전한 승강기의 역할은 그 건물의 가치와 효용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밝히며 한국승강기대가 이런 시대 흐름에 발맞춰 설립됐음을 강조했다. 글로벌 승강기 기업들에 도전장 내민 모든엘리베이터K승강기가 개도국 협력사업 수단 되기도 거창 승강기산업 형성에 중소중견기업의 선도적 노력도 중요했다. 김호일 모든엘리베이터 대표는 1992년 대구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거창에서 승강기밸리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2013년 회사를 거창으로 이전했다. 그는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회장을 3년씩 두 번이나 역임하면서 거창의 승강기밸리 조성부터 현재까지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다. 기업들의 대표로서, 산업을 일구는 주체로서 국내 승강기산업과 거창 승강기 중소기업들의 역할을 찾는 데 목소리를 내왔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력을 키우며 승강기와 함께해 온 지난 30년에 특별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뼛속까지 승강기맨으로 살아오면서 대기업 제품에 견줄 수 있는 완성형 승강기를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맞춤형 특수승강기의 강점을 내세워 설계, 생산, 설치, 유지보수까지 원스톱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려 현재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중동, 러시아, 남미지역 등을 다양한 품목으로 공략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소멸에 대응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더 이상의 인구 축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대안은 지역에 먹거리를 만들어 지역 안에서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산업이 있으면 근로자가 오고, 소비가 일어나고, 사람이 정주하며 또 근로자를 배출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진다. 거창군은 10여 년 전 승강기라는 먹거리를 발굴했고, 지역주민들과 산학연관이 합심해 지역성장 모델을 완성해 가고 있다. 현재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지만 승강기를 중심으로 37개 중소기업이 700여 개 일자리와 연 매출 2천억 원을 창출해 내며 승강기산업이 거창군의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2019년 거창승강기밸리 일원을 국내 최초의 승강기산업특구로 지정하고 국비지원과 규제특례 혜택을 주고 있다. 승강기 안전인증과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승강기안전기술원도 거창승강기밸리 내에 개원했다. 이로써 거창군이 승강기산업 허브도시의 외연을 갖추게 됐다. 한국승강기대는 이젠 해외에서도 기술을 배우러 찾아오고, 해외로 나가 기술을 전수하기도 하는 명실상부한 승강기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우리 승강기산업은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의 규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승강기시장에서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승강기가 더욱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뷰 1: 이현석 한국승강기대 총장 승강기대가 조금 낯설다. 개교 12년이 됐는데 많이들 모른다. 승강기산업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주류에 속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승강기 특성화대는 우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기존에는 기계과나 전기과에서 관련 교육을 했다면 지금은 우리 대학에서 승강기 관련 기계, 전기전자, IT를 모두 가르친다. 최근 충원율은 95% 이상, 9년 평균 취업률은 87%에 이른다. 승강기는 회사마다 표준을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그래서 현대엘리베이터 등 대기업 취업률도 높은 편이다. 학과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승강기산업은 유지보수 60%, 설치 20%, 제조 10%, 디자인설계 10% 정도로 구성된다. 자동차와 달리 승강기는 자동화가 어려워 설치와 유지보수 모두 사람이 해야 한다. 유지보수의 경우 설치나 제조, 설계를 모두 알아야 해서 학과가 나뉘어 있어도 실제로는 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년제지만 전공심화 과정에서 2년을 더 하면 4년제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계약학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베트남 등에서도 학생들이 온다. 오는 9월에는 타지키스탄에 첫 분교를 연다. 수도 두샨베의 도시화로 승강기 수요가 많아지면서 관련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느낀 타지키스탄 정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국가 간 협력사례가 흥미롭다. 다른 계획도 있나? 가장 큰 목표는 글로벌화다. 즉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남미 등에 승강기 교육을 수출하고 엔지니어를 양성해 승강기산업을 일구고, 그곳의 인재들을 우리 학교로 데려와 거창을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승강기 허브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개도국 협력(ODA) 사업도 활발히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콜롬비아, 베트남, 미얀마에 아파트를 짓는데 승강기 유지보수 관련 ODA를 우리와 한다. 품목으로는 하나지만 승강기의 활용이나 적용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우리는 도시화가 정점에 이르러 승강기산업 성장이 정체될 것 같은데, 앞으로의 전망은? 1997년 외환위기 때 LG산전이 오티스로, 동양엘리베이터가 티센크루프(현 TK)로 바뀌면서 토종은 현대엘리베이터만 남았다. 외국 기업이 시장을 잠식한 와중에도 대기업 현대는 잘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발붙일 틈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가전 등이 세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듯 앞으로 승강기도 톱클래스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도시화 과정에서 축적된 승강기 기술력을 해외로 전파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승강기산업이 막 시작되는 단계라는 것이 중요하다. 승강기 교육을 수출함으로써 우리 기술력으로 그곳의 승강기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시장 확대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 제품은 저가 전략으로 공세 중이지만 고장이 빈번하고, 글로벌 제품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가격 대비 성능이나 안전면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한국 제품이 선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경상남도와 중앙정부에 전달하니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양주와 포천 등 수도권 쪽에도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교육수요가 많다 보니 지난해 서일대에 승강기학과가 만들어졌다. 또 올 하반기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충주로 이전하니 한국교통대가 자동차학과 안에 승강기 관련 커리큘럼을 개설했다. 우리는 세계시장을 공략해 선점효과를 노리려 한다. 자동차는 전기차 등으로 획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승강기 분야는 어떤가? 자체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분야가 에너지다. 유리 승강기에 태양광 판넬을 붙여 태양열을 집적했다가 긴급한 상황에서 발전기처럼 쓸 수 있는 수준까지는 와 있다. 또 원격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소음 등이 있으면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으로 감지해 중앙 모니터링시스템에서 비상벨을 울리거나 119 연결 또는 가까운 층으로 자동 이동하도록 하는 등 승강기 돌발상황 발생 시 제어할 수 있다. 화재현장에서 재난용 승강기가 활용되도록 하는 등 안전과 관련된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거창승강기밸리가 성장하려면 학생들을 지역에 남게 하는 게 과제일 것 같다. 거창엔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학생들의 기대임금 수준을 맞춰 주기 어렵다. 물류도 불리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부울경 메가시티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돼 거창이 승강기 허브도시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승강기밸리에 규모 있는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 지금 거창군과 지방소멸자금 재원으로 청년주택 등 유인책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2:김호일㈜모든엘리베이터 대표 승강기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졸업하고 금성사(현 오티스)에 입사했다. 당시 금성산전이 동남아시아로 승강기 수출을 많이 했다. 그러다 클레임이 걸렸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공모가 있었다. 내 제안이 선정돼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을 다니며 교육도 했다. 그러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처음엔 주차기를 만들었고, 2년 후 화물용 승강기로 전환했다. 한 달에 승강기 1대만 팔아도 5명의 직원과 먹고살 정도가 됐다. 대구에서 100평 되는 공장으로 시작해 성서공단에 500평 공장을 짓고, 그러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첫 거래가 멕시코였는데 한 번에 70만 달러, 당시 환율로 한 6~7억 원 정도를 수주하니 은행에서도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웃 나라도 아니고 멕시코시장엔 어떻게 진출했나. 멕시코 대형 유통업체의 승강기가 구시대 제품이라는 말을 듣고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첫 수출을 성사시켰는데, 무사히 납품을 하고도 돈은 못 벌었다. 그 나라 문화를 모르니 여러 가지 애로가 있었다. 오히려 돈을 번 것은 외환위기 때 관공서를 상대로 사업을 하면서다. 그리고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할 즈음 마침 승강기밸리 조성 사업이 발표되면서 2012년 말 거창에 사옥과 공장을 지었다. 새 공장이 들어오면 3년마다 3번의 고비를 겪어야 한다고 하는데, 6년 차인 2018년 「승강기 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모델인증과 개별인증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부침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승강기 사고의 대부분은 문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이중록킹 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또 문에 450줄의 충격을 줘도 이탈이 안 돼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우리는 650줄 강도에도 버티는 문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 이것을 중소기업 우수제품으로 조달청에 납품하고 수의계약을 많이 하다 보니 수주가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승강기산업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철 자재 값이 거의 50% 올랐다. 모든 표준은 철을 기준으로 하는데 철이 1kg당 950원 하던 게 지금은 1,500원이 됐다. 국내 승강기시장 현황은? 오티스,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현 TK) 등 글로벌 기업과 일본 미쓰비시가 국내 승강기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규모로는 우리나라가 3~4위다.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 많아 승강기 수요가 높다. 방글라데시 등에선 우리 제품이 인기가 좋아 가격이 비교적 잘 형성되고 있지만, 그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4조 원 정도 되는 국내 승강기산업에서 유지보수시장이 1조 원 가까이 된다. 우리 제품의 유지보수는 서로 맡으려 한다. 그만큼 우리 승강기가 좋다는 의미다. 모든엘리베이터가 만든 승강기는 어디에서 만나볼 수 있나? 아파트보다는 빌딩, 관공서에 많다. 해외 거래도 진행 중인데, 러시아와는 전쟁만 끝나면 계약을 하도록 준비돼 있다. 미얀마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수출했으며, 방글라데시에도 계속 납품하고 있다. 인도에도 1년에 3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대기업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수밖에 없다. 모든엘리베이터만의 운영 노하우가 있다면? 중소기업이 잘되려면 대기업처럼 시스템화가 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빠지면 그 자리를 메우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 회사는 얼마 전 ERP시스템을 도입했다. ERP시스템 도입 전에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가 직접 고안해 우리 공장의 모든 업무를 디지털화했다. 그러다 정부지원을 받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 곧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ERP시스템은 생산공장에 모니터를 두고 생산공정이나 영업 등 전부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다른 기업과도 공유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는? 기업이 승강기 사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기 투자가 필요해서다. 우리는 매월 30대 이상의 승강기를 만들고 있고 하루 2~3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설비를 갖춰놨다. 10여 년간 축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한 기초산업 등은 사업에 장점이 되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악재다. 대기업과 견주려면 스위스 명품시계만큼 부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여 고부가가치화하는 수밖에 없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제한수명을 초과해도 끄떡없는 명품 승강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가 숙박업소의 디지털 전환을 5년, 10년은 앞당긴 것 같습니다. 온다의 오현석 대표는 모텔, 펜션 등 국내 중소 숙박업소의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해결하는 창업가다. 개발자 출신으로세 번째 창업에 도전, 이제 온다를 국내 숙박업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들었다. 특히 팬데믹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숙박업계에서 디지털 전환을 돕는, 보기 드문 B2B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발명가를 꿈꾸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처음 애플Ⅱ 컴퓨터를 접하고 개발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는 오현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현석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2002년에 개발자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당시 유행하던 무스탕 재킷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아버지와 함께 시작해 첫 창업을 경험했다. 연세가 있는 아버지가 하기에는 온라인 쇼핑몰 비즈니스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누구나 쉽게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할까 처음 생각하게 됐죠. 창업의 어려움을 경험한 오 대표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6년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향했다. 어학연수를 하다가 정식으로 MBA 과정에 입학할 심산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개발자로서 일도 해볼까 했는데 덜컥 취직이 됐습니다. 미국의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회사에 들어간 겁니다. 회사의 성장과 함께 좋은 경험을 했고 다시 창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에 두 번째 창업에 나선 그는 이번에는 본인이 경험한 미국 한인 민박의 불편함을 풀고자 했다. 제가 미국에 처음 건너갈 때 민박 예약을 하면서 겪었던 문제가 있습니다. 예약을 하려고 검색을 하니 싸이월드 미니홈피 같은 것이 나오는 겁니다. 방명록을 통해 예약 신청을 하고, 잘 모르는 상대방에게 나름 큰 돈을 해외송금해야 하는 등 불편이 많았습니다. 숙박 자체는 좋은 경험이었는데 말이죠. 한인텔 창업해 연매출 100억 원 기록, 2015년 옐로모바일에 매각 그래서 전 세계의 한인 숙소를 찾고 손쉽게 예약결제를 할 수 있는 한인텔을 창업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하던 시절 이런 중요한 문제를 푸는 회사를 창업하니 연매출 1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으로 본사를 옮겨서 회사를 운영하다가 인수 제안이 와서 2015년 한인텔을 옐로모바일에 매각했다. 창업가의 눈에는 계속 풀어야 할 문제가 보이는 것일까. 이번에는 급성장한 한국의 펜션게스트하우스 문제가 보였다. 2016년 8월 다시 창업에 나섰다. 많은 펜션과 모텔의 예약이 직접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숙박예약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예약할 수 있는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는 전무했습니다. 그래서 숙박업주들이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객실 등록예약판매, 매출관리 등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설득이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홈페이지 제작이나 광고를 미끼로 숙박업주에 지나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 펜션을 다니며 열심히 설득했다. 38개 판매채널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수기 예약에 익숙한 중소업소 문제 해결 고객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를 보강하고 외부 투자도 받으면서 노력하던 중에 2년 전 코로나19가 터졌다. 국내 숙박업소와 여행 스타트업은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해외여행객, 단체관광객, 출장자 등이 사라지면서 순식간에 빈 방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여행이 늘어났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별 여행으로 트렌드가 완전히 변했다. 고객은 익스피디아, 마이리얼트립, 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기존 여행 플랫폼뿐 아니라 쿠팡, 11번가, 지마켓, 네이버 등을 통해서도 방을 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예약채널이 30여 개 이상 되면서 숙박업주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숙박업주는 여러 플랫폼에 숙박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면서 운영이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현재 있는 방을 여러 플랫폼에 올려놓고 동시에 팔아야 했거든요. 네이버에서 방이 팔리면 야놀자 등 다른 수십 개 플랫폼에 각각 들어가 방이 나갔다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이것은 수기로 예약 상황을 관리하던 중소 숙박업주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변화였다. 숙박업주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 온다는 여기에 혁신의 기회가 있다고 보고, 우선 객실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숙박관리 시스템을 통해 숙박업주가 컴퓨터에서 하나의 창만 열면 모든 방의 실시간 예약 현황을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방이 가예약이 됐는지, 예약 완료가 됐는지, 체크인체크아웃이 됐는지, 방에 문제가 생겨 일시적으로 예약을 받지 말아야 할지 쉽게 관리하면서 종업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객실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38개 온라인 판매채널에서 실시간으로 객실 판매가 가능한 예약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네이버, 야놀자 등 각 채널에 일일이 들어가 객실 현황을 관리할 필요 없이, 온다에서 업데이트하면 38개 채널에 자동으로 반영된다. 또한 게스트하우스, 모텔, 펜션, 캠핑, 호텔, 리조트 등 숙박업의 규모나 형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숙박업주는 운영 전반에 필요한 객실 판매, 예약, 고객, 재무, 수익률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온라인 판매 채널에 객실 상황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으니 아주 편리하죠. 온다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로 이 운영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숙박업소로부터 별도의 소프트웨어 사용료는 받지 않고 숙박업주와 판매사이트를 중개하며 수수료 수익을 남긴다. 숙박업주는 판매사이트와 직접 계약하는 것과 같은 수수료를 냅니다. 대신 저희는 그 중간에서 도매상으로서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죠. 이렇게 한 덕분에 전국 5만 숙박업체 중 약 3만5천 곳의 40만 객실 데이터를 갖게 된 온다는 이 데이터를 익스피디아, 야놀자 등 국내외 여행사이트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식으로 제공한다. 온라인 사이트 입장에서는 전국의 중소형 숙박업소를 쉽게 연결할 수 있으니 온다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온다에서 예약된 객실은 2021년 기준 누적으로 580만여 건에 이르고, 거래액은 약 1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온다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운영인력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빈 객실의 판매를 늘려 매출이 30~40% 오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죠. 온다 B2B 플랫폼을 통해서 숙박업주들을 돕는 것이 오 대표의 목표다. 온다는 숙박업주들이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서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바로 손님 예약을 받는 D2C 비즈니스도 지원합니다. 어느 한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온다는 벤처캐피털 등에서 지금까지 누적 195억 원의 투자를 확보했다. 오 대표는 기존 숙박업주뿐만 아니라 누구나 숙박업을 창업해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는 4년밖에 더 못 살 것이다. 벌이 없으면 꽃가루받이가 없고, 식물이 없고, 동물이 없고, 사람도 없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인용되는 명언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아니다. 1994년쯤 유럽에서 벌을 키우는 양봉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위할 때 배포한 소책자에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로 소개하면서 널리 퍼졌지만, 전문가 다수의 추적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정말로 벌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벌통의 꿀벌이 사라지는 일이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 곳곳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한반도 남부에서만 수십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이런 꿀벌 집단 실종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몇 년 전부터 꿀벌의 먹이가 되는 벌꿀의 생산량이 심상치 않았다. 벌꿀이 줄어들면 당연히 꿀벌은 배를 곯는다. 양봉 농가에서 궁여지책으로 설탕물을 먹이더라도 벌꿀을 대신할 수는 없다. 벌꿀에는 설탕물에는 없는 다양한 종류의 영양물질과 항생 물질이 들어 있으니까. 당연히 벌꿀을 먹은 꿀벌은 병해충에 강하지만, 설탕물로 배를 채운 꿀벌은 약할 수밖에 없다. 벌꿀 생산량은 꿀벌의 활동 시간에 비례한다. 꿀벌이 바깥에서 활동하면서 꽃에서 꿀을 채취하는 시간이 길수록 벌통에 모이는 벌꿀의 양도 늘어나고, 그 결과 꿀벌은 배부르게 꿀을 먹을 수가 있다. 이렇게 꿀로 배를 채운 꿀벌은 꿀벌응애류 같은 해충이나 그것을 막고자 뿌리는 살충제에 견디는 힘도 세다. 그런데 지난 2년은 감염병 대유행으로 혹독한 시간을 겪은 인간만큼이나 꿀벌에게도 힘든 시기였다. 2020년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 한반도는 전국 기상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기온이 가장 높은 따뜻한 겨울이었다. 반면에, 2020년 봄은 따뜻했다가(3월) 갑자기 추워진(4월) 이상한 봄이었다. 꿀벌의 처지에서 보면, 따뜻하지만 꽃이 없는 겨울과꽃은 피지만 추운 봄은 재앙이다.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꿀벌은 꿀을 채취하러 벌통 바깥으로 나간다. 겨울에 꿀을 머금은 꽃밭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꽃은 피지만 추운 봄도 꿀벌에게는 가혹하다. 꽃에서 꿀을 따도 낮은 기온으로 차가워진 지면에 앉는 순간 움직임이 둔해져서 벌통까지 찾아오기 힘들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한반도 사계절에 맞춰진 꿀벌의 시간표는 엉망진창이 된다. 2021년 초겨울에도 그랬다. 꿀벌이 벌통에 들어가서 겨울을 나기 시작할 때인 11~12월에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날씨를 헷갈린 꽃까지 피는 바람에 꿀벌이 벌통을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바깥으로 나간 벌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꿀벌 집단 실종 사태다. 여기서부터는 악순환이다. 이상 기후 때문에 꿀벌의 시간표가 엉망진창이 되면 꿀벌이 생산할 수 있는 벌꿀의 양이 적어진다. 벌꿀이 없으면 꿀벌은 영양물질과 항생 물질이 풍부한 먹잇감으로 배를 채울 수가 없다. 꿀벌응애류 같은 병해충 피해도 커지고, 이상 고온이나 이상 저온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더욱더 약해진다. 꿀벌이 사라지면 당장은 벌꿀을 생산할 길이 막힌 양봉 농가가 경제적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그 이후가 더 문제다. 꿀벌이 사라져서 수분(受粉)을 못 하면 과일과 채소 생산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나무 열매 등을 먹잇감으로 삼는 조류나 포유류 같은 야생동물이 먼저 피해를 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결국 과일, 채소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인류에게도 영향을 준다.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말하지 않았더라도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도 사라지고, 동물도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정말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실을 빤히 알면서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2022년, 꿀벌 실종 사태. 앞으로는 또 어떻게 전개가 될까. 소식을 전하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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