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책서민금융은 2008년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등을 재원으로 한 미소금융으로 시작됐다. 당시 은행은 「상법」에 의거해 5년 이상 거래가 없어 채권소멸 시효가 완성된 예금을 연간 1천억 원 이상 잡수익으로 처리해 오고 있었다. 정부는 2007년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휴면예금법」)을 제정하고 2008년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휴면예금과 휴면보험금을 출연받아 원권리자를 찾아주는 한편 이를 재원으로 미소금융을 지원했다. 2016년에는 「휴면예금법」이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서민금융법」)로 확대 개편됨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이 설립됐고, 서민금융 지원과 휴면예금 관리 및 운영을 담당하게 됐다. 우리나라 외에도 영국, 아일랜드, 일본, 미국, 프랑스, 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서 휴면예금의 원권리자를 보호하면서 휴면예금을 이용해 공익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01년 「휴면예금법」, 2003년 「휴면생명보험법」을 제정해 15년 이상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 계좌와, 보험상품 종류에 따라 5년 혹은 15년 동안 연락이 두절된 보험계약을 휴면예금 기금으로 이전해 관리하면서 빈곤층, 교육약자, 장애인 지원 등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영국은 2008년부터 15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고객예금을 반환기금(Reclaim fund)으로 이전해 관리하면서 공공기구인 빅 로터리 펀드(Big Lottery Fund)와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ig Society Capital)에 배분해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12월 「휴면예금활용법안」을 제정해 10년 동안 입출금 거래가 없는 휴면예금을 예금보험기구에 출연해 관리하면서 민간공익 활동 지원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휴면예금을 채권소멸 시효가 완성된 예금으로 정의하다 보니, 금융회사의 장기 비활동계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장기 비활동계좌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 한 금융회사가 보유하게 된다. 그 경우 금융회사가 원권리자 찾기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으며, 휴면예금이 서민금융 재원으로 이용되지도 못한다. 또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서민금융진흥원이 관리하는 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채권은 해당 금융회사가 관리하는 데 따르는 비효율성도 있다. 따라서 휴면예금을 일정 기간 예금자로부터의 거래가 없는 비활동계좌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아일랜드, 영국 등 채권소멸 시효가 없는 국가뿐만 아니라 소멸시효가 있는 일본에서도 일정 기간 예금자가 관리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휴면예금을 공익목적 사용을 위해 출연받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월드컵 기간 전 세계의 이목이 카타르에 쏠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국팀이 출전한 국가든 그렇지 못한 국가든 한 달 넘게 축구 열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도 자국 대표팀을 TV에서 볼 수 없었던 14억 인구의 중국은 어땠을까? 중국의 대표적 SNS 채널인 위챗 모멘트나 틱톡에는 개인의 실시간 월드컵 시청 현황을 알리거나 우승팀을 점쳐보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적지 않은 치우미(球迷, 중국 축구팬)들은 카타르로 날아가 실시간으로 경기를 생중계하는 등 현지 축구 열풍을 생생하게 전하며 자국팀 부재로 인해 중국인들이 느끼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코로나와의 장기전에 지친 마음을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며 달랬는지도 모르겠다. 필자도 지난 12월 3일 있었던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를 중국 CCTV 방송국 중계를 통해 시청했다. 일본 경기에 이어 우리나라 경기에 보이는 해설자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우리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하자 이에 대한 설왕설래 역시 각종 SNS에 넘쳐났다. 경기가 있던 다음 날 아침 중국 지인으로부터 한국팀의 16강 진출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에 중국은 선수 빼고 다 보냈다 중국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쏟아부은 기업 후원금은 13억9,500만 달러라고 한다. 실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중국 기업의 이름을 중계 화면에서 볼 수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 주 경기장을 지은 곳도 중국철도건설이라는 국영기업이다. 각종 월드컵용품의 70%를 중국 저장성 이우시의 소상품시장에서 조달해 갔다는 사실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나 다수 내외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상품, 기업, 산업 등 중국의 요소들이 타국 월드컵에 가득 반영됐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비록 자괴감이 섞이긴 했지만, 오죽하면 이번 월드컵에 중국은 선수 빼고 다 보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을까. 이쯤에서 중국이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각, 중국과 축구라는 스포츠 간의 관계를 생각해 봤다. 애한교직(愛恨交織), 무척이나 아끼고 좋아하지만 그만큼 아쉽고 미운 마음이 앞서는 애증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축구 이외의 종목에서는 국제무대에서 중국 선수의 우승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중국은 이제 하계올림픽은 물론 동계올림픽에서도 서양이 강국이라 여겨져 왔던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 세계를 놀라게 하곤 한다. 그런데 왜 중국은 유독 축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까? 필자가 주변 중국인들에게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했을 때 중복해서 돌아온 답변은 중국 축구 프로리그에서 받는 대우가 상향 평준화돼 있다 보니 선수들이 팀에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웬만하면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외국인 용병 선수들과 경쟁해 실력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서로의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현실에 쉽게 안주한다 등이었다. 이러한 답변을 통해 중국인들이 이 문제를 생각보다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축구를 제쳐두고 중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앞에서 끌어당기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공고히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산업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국민 스포츠 부문 소비 규모는 2021년 기준 2조 위안(약 400조 원)을 돌파했다. 2008년, 2022년 두 번의 올림픽이 중국 스포츠와 레저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을 것이다. 또한 스포츠산업이 디지털, 스마트와 만나 ICT 융합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스포츠를 국민 통합과 단결의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하고자 한 측면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2013년부터 줄곧 현대적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목표로 스포츠 강국 건설을 내세워 왔다. 전 국민이 각종 스포츠를 손쉽게 접해 높은 수준의 스포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위 건강한 중국을 건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이 국제무대에서 중국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쾌거로 이어져 중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국가, 당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도록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전후로 스포츠 열풍을 비즈니스와 소비 촉진으로 연결하고자 많은 활동을 벌였다. 중국의 여러 공공기관에서 동계스포츠산업을 주제로 각종 포럼, 교류회 등의 행사를 개최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 기관들과 기업들을 초청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코트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한국의 동계스포츠와 레저 관련 제품을 중국시장에 선보이고자 강원도 지자체와 협업해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후 첫 겨울이 시작된 지난 11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등 중국 공공기관들은 자국의 동계스포츠 발전 현황을 알리고 다시 한번 동계스포츠 붐을 일으키기 위한 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올해 6월 예정인 아시아대륙 축구 챔피언십인 아시안컵 개최는 포기했지만, 1년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여러 한계에 부딪히면서 중국도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지자, 정부의 방역 조치도 한층 완화된 분위기다. 중국이 머지않아 오랜 빗장을 풀고 다시 해외와 자유로운 교류를 시작한다면, 올해 예정된 아시안게임 역시 중국의 스포츠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중국, 축구 굴기 내세워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중국의 발전전략 뒤에는 굴기(屈起)라는 두 글자가 종종 등장한다. 제조업 굴기, 반도체 굴기, 항공우주 굴기 등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고급인재를 빨아들이며 핵심산업에서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축구에도 굴기가 붙어 있다. 아직은 길이 험난해 보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정부의 막강한 지원과 과학기술에 힘입은 축구 굴기를 내세워 세계 축구 무대에 발을 내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26년 열리는 월드컵부터 48개 국가에 출전권이 주어지면서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애한교직이라 묘사한 중국과 축구와의 관계가 간절함으로 바뀌고, 간절함이 환골탈태를 이뤄낸다면 말이다.
최근 배달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치킨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16년 4조9천억 원이었던 치킨 전문점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7조5천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합리적으로 구매하도록 돕고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10개 브랜드의 치킨 24개 제품을 시험평가했다. 중량 및 품질 테스트 Q 나트륨과 당류, 얼마나 함유돼 있을까? A 치킨 100g 기준 나트륨 평균 427mg, 당류 평균 7.4g 함유 치킨의 뼈를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부위 100g당 나트륨 함량은 평균 427mg(257~513mg). 소이갈릭치킨 마늘/간장맛(네네치킨)의 함량이 513mg으로 가장 높았고, 교촌오리지날 마늘/간장맛(교촌치킨)이 257mg으로 가장 낮았음. 당류는 치킨 100g당 평균 7.4g(0.9~18.5g) 함유. 교촌오리지날 간장/마늘맛(교촌치킨)의 함량이 0.9g으로 가장 낮았으며, 쇼킹핫치킨(네네치킨)과 땡초불꽃치킨(호식이두마리치킨)은 각각 18.5g, 12.6g으로 시험대상 제품 중 가장 높았음. Q 프랜차이즈 치킨, 중량 차이 있을까? A 제품별 최대 2배 가까이 차이나 시험대상 24개 제품 중 매운맛 제품인 쇼킹핫치킨(네네치킨)이 1,234g, 치즈맛 제품인 슈프림골드양념치킨(처갓집양념치킨)이 1,101g으로 중량이 큰 편. 반면 간장/마늘맛 제품인 교촌오리지날(교촌치킨)은 625g으로 전체 제품 중 중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남. 표시 적합성 Q 영양정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을까? A 10개 업체 중 4개 업체 표시 시험대상 업체 10개 중 4개 업체(교촌치킨, 굽네치킨, BBQ, 호식이두마리치킨)만 관련 정보를 자사 홈페이지에 자율적으로 표시하고 있었음. 치킨 영양성분*의 경우 표시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가맹점에는 조리법 준수를 강조하는 영양성분 가이드가 될 수 있고 소비자에게는 섭취하려는 제품에 대한 참고정보가 될 수 있음. 업체들은 표시정보 오류 및 분석비용 등에 대한 부담으로 자발적 참여를 주저하고 있었음. * 어린이들이 자주 섭취하는 어린이기호식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점포 수 50개 이상)은 판매제품에 대한 영양성분 정보를 표시할 의무가 있으나, 치킨은 이에 해당하지 않음. 가격 비교 Q 치킨가격, 차이 있을까? A 한 마리당 16,000~22,000원 시험대상 24개 제품의 치킨 한 마리당 가격 비교 결과, 교촌오리지날 간장/마늘맛(교촌치킨)과 간장치킨(호식이두마리치킨)이 16,000원으로 가장 저렴했으며 슈프림골드양념치킨 치즈맛(처갓집양념치킨)이 22,000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남. 안전성 테스트 Q 섭취 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는가? A 산가* 시험결과, 전 제품 기준에 적합 * 유지(油脂)가 장기간 사용저장될 경우 생성되는 유리지방산 함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유지의 품질을 나타내며, 산화(산패)가 진행될수록 수치가 높아짐. 식품접객업소의 조리식품 조리 시 튀김용 유지의 산가는 3.0 이하여야 함(식품의 기준 및 규격, 식약처 고시 제2022-56호). 치킨 먹기 전에 기억해야 할 TIP 치킨 한 마리 열량은 1,554~3,103kcal로, 1일 에너지 필요 추정량(2천kcal, 성인 여성 기준) 대비 적게는 78%에서 많게는 155%까지 차지한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치킨을 먹을 때 한 번에 반 마리를 먹는다는 응답률이 49%로 가장 높았는데 치킨 반 마리를 콜라 1캔과 같이 먹을 때의 당류 섭취량은 1일 기준치의 52%(52g), 맥주 1잔과 함께 먹는 경우 섭취하는 열량은 1,290kcal로 1일 필요 추정량의 65%에 달한다. 치킨은 기름에 튀겨 조리하기 때문에 지방 함량이 높고, 첨가되는 양념소스에 나트륨과 당류가 다량 함유돼 있으므로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이대로는 새해 기분이 전혀 안 나잖아! 이대로 가다간 작년과 똑같은 한 해가 될 거라고, ()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재재재작년에 열심히 일한 거 말고 기억나는 게 무엇이 있느냐고 물었다. S는 대답이 없었다. -p.14 대답이 없는 S의 마음을 이해한다. 12월의 문턱에 서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나의 마음도 비슷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은 열심히 일한 거 말고 기억나는 게 있는지 없는지와는 사실 크게 상관없다. 분명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틈틈이 좋아하는 공부도 했지만, 막상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보니 지난해에 비해 딱히 다른 것이 없어 보였고 새해도 딱히 새로울 것 없어 보였다. 다소 맥 빠지는 마무리였다. 이럴 때 누가 나에게 올해는 인생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온 것 중 하나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고, 심지어 같이 개설한 통장에 매달 2만 원씩 입금해서 모인 돈 50만 원을 12월 31일에 목표를 이뤄낸 한 사람에게 상금으로 몰아주자고 내기(?)까지 제안한다면 당장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S가 그런 것처럼. 훗날 할 수 있어 프로젝트라고 두고두고 불릴 이 제안을 한 사람은 현재 12년 차 광고 카피라이터인 작가 신은혜였고, 『가능한 불가능』은 그가 1년에 하나씩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이 프로젝트를 무려 9년간 해온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의 목차도 그가 9년간 도전해 왔던 아홉 가지의 일로 이뤄져 있다. 방향치에 교통사고 트라우마도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해 면허증을 따내는 것을 시작으로 계이름도 잘 모를 정도로 악보를 읽을 줄 모르지만 히사이시 조의 Summer 한 곡을 연주해 내기 위해 피아노학원 기초반에 등록해 1년간 맹연습을 하고, 다음 해에는 영어학원 초급반에서부터 공부를 하는 식이다. 그가 두려움을 딛고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에 작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들만으로도 이미 커다란 감동이지만, 그가 그 무언가에 점점 푹 빠져들어 그것을 중심으로 일상의 풍경이 달라지고 그 안에서 온몸과 온 마음을 쏟아내는 과정을 보는 기쁨이 굉장하다. 무엇보다, 첫 번째 도전인 운전에서 이룬 성취감을 단단한 버팀목 삼아 기초도 없는 피아노에 도전하고, 그 경험이 역시 기초가 부족한 영어에 도전하게 만들었으며, 그 도전에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얻고 외국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얻어 다섯 번째 도전으로 진짜 하와이에 가서 살게 되고, 하와이에서 살겠다는 목표가 수영에 도전하게 만든 것처럼, 도전과 도전이 서로 이어지며 한 사람의 세계가 점점 확장돼 가다가 그가 상상도 못 했던 미래로 가닿는 여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그 어떤 자기개발서에서도 느끼지 못한,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아주 구체적이고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난 할 수 있다, 아무리 다짐해봐도 그건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별거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며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는 게 중요했다. () 내가 처음부터 도로를 달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운전면허 문제집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p.256 이왕 올 한 해를 보람차고 재미나게 보내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겠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주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가능성으로 가득한 어떤 세계에 의미심장한 첫발을 뗄 수 있도록 이 책이 등을 힘껏 밀어줄지도 모른다.
에픽하이(Epik High)를 좋아한다. 원래 좋아했지만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더 좋아졌다. 혹시 에픽하이 공연을 본 적 있나. 만약 없다면 꼭 한번 경험해 보라고 추천한다. 장담할 수 있다. 그들의 라이브는 최고 수준이다. 3인조로 할 때도, 풀 밴드와 할 때도 잊히지 않을 라이브를 들려준다. 바로 위 문장에 주목하기 바란다. 라이브의 핵심은 무엇보다 현장감이다. 그렇다면 이 현장감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까.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인간 육체가 지닌 물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브 공연에 가는 이유가 뭔가. 뮤지션과 연주자의 입과 손길로 빚어낸 소리를 실시간으로 감상하기 위함이다. 그렇다. 그 소리에 매혹돼 신나게 뛰거나 부딪히고, 그도 아니면 깊이 감동받는 순간을 맞기 위해 우리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따라서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이상 풀 밴드 라이브가 3인조 혹은 MR(녹음된 반주) 틀어놓고 하는 라이브보다 강렬할 수밖에 없다. 나는 살아 있는 전설 에미넴(Eminem)의 라이브를 두 번 봤는데 한 번은 MR 라이브, 다른 한 번은 풀 밴드 라이브였다. 이건 뭐, 둘 중 후자 쪽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런 이유로 에픽하이가 멤버 3명으로만 하는 라이브에 처음 갔을 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적당히 보다가 나와야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 공연, 앙코르까지 해서 끝까지 다 봤다. 그들은 말 그대로 선수였다. 단 3명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뽐내면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긴 그들이 그룹을 결성한 해는 2001년, 저 공연이 있기까지 15년 이상을 지지고 볶고 했을 것이다. 해체 위기까지 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에픽하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완전체가 됐다. 달랑 3명이었음에도 풀 밴드 라이브 못지않은 라이브를 선사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당연히 아니었다. 1집을 발표하기 전에는 사기를 당해 발매가 불발됐고, 뿔뿔이 흩어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들이 처음 주목받은 건 2003년이었다. 마침내 기획사 계약에 성공한 뒤 발표한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동시에 힙합 마니아들에게도 찬사를 얻어낸 것이다. 여기에 바로 에픽하이 세계의 요체가 있다고 본다. 그들의 음악은, 힙합적인 관점에서 탁월한 와중에도 매력적인 대중성을 잃지 않는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좋은 곡이 너무 많아 일일이 적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힙합 잘 몰라도 무조건 호감 갈 것이 분명하다 싶은 노래만 꼽아본다. 가장 거대한 성공을 거둔 노래라면 아무래도 윤하가 참여한 우산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발표한 3집 의 타이틀 Fly는 무려 동방신기를 꺾고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이 외에 Top Gun(2009), 트로트(2009), Run(2010), 춥다(Feat. 이하이) (2012)를 추천하고 싶다. 이제 앨범으로 선택해야 할 차례다. 2014년 Amor Fati의 다음 랩 가사로 글을 맺는다. 내가 아는 한, 한글로 써진 랩 가사 중 이보다 완성도 높은 경우는 많지 않다. 곱씹어 본 뒤 음악을 감상하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멀쩡한 다리 꺾고 목발을 짚게 하는가/ 허기지면 독사과 씹게 하는가/ 손에 손 대신 총, 칼을 쥐게 하는가/ 당신들은 깨끗한가/ 멀쩡한 날개 꺾고 왜 땅을 기게 하는가/ 혀를 차고 손가락질을 하는가/ 죄 없는 자는 돌 던져도 된다는 말인가/ 돌 던지는 건 죄가 아닌가
20세기는 내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 모든 관련 학문은 일제히 식량 증산과 분배 연구에 매달렸다. 덕분에 풍부한 시대가 됐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앞선 급박한 산업화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양보다 질을 추구했다. 웰빙, 친환경, 유기농, 자연재배가 옵션으로 자리 잡아 현재까지 왔다. 이제 그다음,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가의 시대가 비로소 오고 있다는 게 여러모로 감지된다. 나는 그 변화를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두 가지 다양성이다. 첫째, 이미 시작된 품종의 다양성이다. 제철에 접어든 겨울 딸기로 친다면 설향과 신품종들로 이야기할 수 있다. 2002년 한국이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에 가입하면서 식물 품종 재산권이 도입됐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외산 품종을 재배하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설향 이전에 우리가 먹던 딸기는 대개 일본 품종이었다. 재산권 발동까지 10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농정은 각종 작물의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과채류인 딸기는 품종 개량이 빠르다. 2005년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서 설향 품종이 출원됐다. 재배 측면으로는 단위 수확량이 우세하고, 병충해에도 강해 친환경 재배 적용이 쉬웠고, 맛에서도 우수했다. 앞선 두 시대의 덕목에 잘 맞았다. 재배 비중이 2007년 28.6%로 시작해 빠르게 확산됐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딸기 다섯 중 넷이 설향 일색이었단 점이다. 2017년 무렵부터 다양한 딸기 품종이 쏟아져 나오며 겨울 딸기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금실, 아리향, 싼타, 킹스베리, 만년설 등 신품종 딸기가 재배 면적을 나눠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겨울 기준 신품종 딸기는 겨울철 과일 유통의 핫이슈다. 설화, 비타베리, 하이베리, 메리퀸, 홍희, 두리향, 알타킹, 써니베리 등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신품종들이 겨울 축제를 벌이고 있다. 품종이 다양하다는 것은 맛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맛에는 문자 그대로의 새콤달콤한 맛 이외에도 향과 질감과 수분감, 보디감까지 관여한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설향은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향이 나고, 절묘하게 단맛과 연약한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지난해부터 주목받고 있는 비타베리는 단단하고 견고한 질감에, 비타민 사탕이나 요구르트 같은 단맛과 산미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깊고 두툼한 단맛에 장미꽃잎 향이 스치는 금실은 또 어떠한가. 다양성은 각각의 개성을 보장한다. 언제나 같은 딸기, 설향만을 먹는 것은 미식의 영역에서 동떨어져 있다. 오늘은 설향을 먹지만 내일은 비타베리를 선택할 수 있고, 다음 주엔 금실을 고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다양성의 미식이다. 둘째, 품질에 대한 다양성도 조금 더 먼 미래에 주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서 얘기하는 품질은 완성도다. 이전의 친환경, 유기농 등이 추구하는 품질은 식품 안전성에 대한 것이었다. 앞서 설명한 맛의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로 완성도를 높이려는 장인(匠人) 생산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같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양은 적지만 대신 높은 질을 얻어낸다. 현재 50개 중 40개를 솎아내고 10개만 잘 키우는 장인들의 결과물은 시장의 보상을 합당하게 받기 힘든 구조로 돼 있지만, 이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는 명백히 꿈틀대는 태동의 단계다. 최고, 최선의 완성도를 구현해 내는 데에 성공한 초고품질 농작물을 소비하는, 가격 민감도가 낮거나 없는 프리미엄시장이 새로이 카테고리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양한 품종을 섬세하게 선택하고, 여러 가지 층위의 품질 사이에서 그때그때 여건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이런 다양성의 세상이 오는 것이 나에겐 무척 반가운 일이다.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한 가지 실천을 자신과 약속한다. 지난해 1월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기였다. 계속 실천에 옮기지 못하다가 목 디스크가 터지면서 어깨와 팔까지 방사통이 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아, 좀 더 일찍 운동했더라면 목 디스크가 터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올해도 더 늦기 전에 전부터 마음먹고 있었던 일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명상! 사이비 종교 집단 같은 곳을 포함해서 여러 곳에서 명상을 강조하다 보니, 과학 칼럼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낯설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과학자가 마음 챙김(mindfulness)으로 번역되는 선불교의 수행법에 뿌리가 닿아 있는 명상의 효용을 인정한다. 선불교의 수행법이 대개 그렇듯이 마음 챙김 명상도 말로 설명해 놓으면 아리송할 뿐이다. 최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자기 생각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데, 이런 상태가 가능하기는 할까? 그래서 나는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가능한 한 잡생각 없이 지금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고른 호흡(복식 호흡)을 하는 방법. 과학이 밝힌 마음 챙김 명상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뇌의 감정영역과 의식영역을 할 수 있는 만큼 통제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우리가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있을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렇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우리 뇌는 신체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쓰고 있다. 마치 TV가 꺼져 있는데도 리모컨 신호가 오면 언제든 작동하기 위해서 대기 전력을 소모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만약 그때 당신이 골치 아픈 일, 마음 아픈 일을 겪고 있고, 걱정이 끊이지 않는 상태라면 소비하는 에너지는 더욱더 많아진다. 마음 챙김 명상은 놀랍게도 이런 심란한 상태에서 뇌의 활동을 진정시켜 준다. 마음 챙김 명상으로 뇌의 주요 영역 사이에서 오가는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감정과 골치 아픈 의식의 문제로부터도 해방감을 느낀다. 마음 챙김 명상이 우울증, 불안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의 재발률을 또렷하게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마음 챙김 명상을 꾸준히 하면 뇌 앞부분 신경세포의 활동을 자극한다. 이곳은 뇌에서 의식적 사고를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이 자기 성찰 능력을 향상하고, 자기를 지배하는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장 유명한 명상원에 등록이라도 해야 할까. 아니다. 팬데믹 시기에 집에서도 혼자서 마음 챙김 명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졌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유튜브 콘텐츠도 셀 수 없이 많고, 무료나 소액 유료 결제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음 챙김 명상 훈련 앱도 다양하다. (나도 앱을 하나 받아뒀다.) 물론 명상하다가 되레 부정적인 경험이 반복적으로 떠올라서 불쾌감을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렵지만 잡념(선불교라면 번뇌라고 했을까)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 전문가는 새롭고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반복적인 선율이 두드러지는 음악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 잡념도 많고 걱정도 많은 나도 그렇게 음악을 틀어놓고 하루 10분 마음 챙김 명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체코 프라하는 동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동유럽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어느 곳보다도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의 대부분 건축물은 중세 이후 고스란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사 종탑에 올라 고풍스러운 도시를 조망해 보는 일은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멋진 일이다. 카를교를 거닐면서 평화로운 블타바강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에 도심 중앙에 오래된 구시가 광장이 자리한다. 그러나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은 좀 색다르다. 고색창연한 교회 건축물과 시청사, 궁전이 서로 하나가 돼 리드미컬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구시가의 구심점, 구시가 광장 광장 중앙에는 원형의 아름다운 기념비가 놓여 있다. 체코의 전신인 보헤미아 왕국의 위대한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순교 500주년을 맞아 1915년 7월 6일 세워진 기념비다. 얀 후스는 15세기 초 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다가 성직을 뺏기고 콘스탄트 종교회의에 회부돼 심문받다가 1415년 화형을 당하고 만다. 그가 죽은 후 그를 신봉하는 세력이 황제에 반항해 전쟁을 일으키는데, 이를 후스 전쟁이라 부른다. 광장 주변에 가득한 고풍스러운 중세 건축물 중에서 가장 주목할 건물은 구시청사다. 구시청사는 1338년에 세워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군에 의해 부속 예배당과 북쪽 건물이 파괴됐다. 지금의 구시청사는 그 이후 복구된 모습이다. 구시청사의 종탑에 올라가면 유럽에서 가장 멋진 도시 전경이 펼쳐진다. 구시청사 정면을 장식하고 있는 천문시계 역시 이 도시의 명물이다. 1410년 제작된 프라하 천문시계는 현재 작동하는 천문시계 중 가장 오래됐다.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시 정각에 열리는 천문시계쇼는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그 시작은 이렇다. 앙상한 뼈만 남은 해골 형태의 죽음의 문지기가 한 손에 든 작은 종을 움직이면 딸랑딸랑 소리와 함께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세기의 인형쇼가 시작된다. 이윽고 딩, 딩, 딩 아주 천천히 간격을 두고 종소리가 나면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예수의 열두 제자인 12사도의 밀랍인형이 십자가, 검, 성경책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시계는 위, 아래 두 개의 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당시의 천동설에 입각한 우주관을 보여준다. 위쪽 원은 칼렌다륨이라 불리며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묘사한 것이다. 바늘이 1년에 한 바퀴를 돌며 연, 월, 일, 시간을 나타낸다. 아래에 있는 원은 플라네타륨인데, 12개의 계절별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을 상징하는 바츨라프 광장 바츨라프 광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 광장과 같이 양쪽 대로와 평행한 길쭉한 모양이다. 길이가 750m, 너비가 30m에 달한다. 광장의 이름은 10세기 체코 국왕 바츨라프 1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바츨라프는 경건한 크리스천으로 이 나라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큰 공헌을 했던 인물이다. 비록 비극적으로 동생에게 암살당하지만 죽은 후에는 국민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게 된다. 또한 이 광장은 체코의 근현대사와 인연이 깊다. 1918년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했을 때 이를 기념하는 인파가 광장으로 몰려들었으며, 1948년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공화국이 이 광장에서 선포됐다. 무엇보다 올드무비 팬이라면 체코의 국민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1984년에 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영화화한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블타바강 위에 놓인 카를루프 다리(줄여서 카를교라고도 한다)는 구시가 광장과 프라하 성을 연결하기에 수많은 여행자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간다. 보행자만 오갈 수 있는 이 아름다운 석교는 621m 길이에 폭은 10m다. 다리 밑에는 16개의 아치가 다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다리 양 끝에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인 브리지 타워가 세워져 있는데, 남단의 브리지 타워에 올라 강가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 다리는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을 설계한 독일 건축가 페터 파를러가 1357년 착공해 15세기 초에 완성했다. 카를루프 4세 통치 기간에 놓여 카를루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다리 위에는 바로크 양식의 성인 동상 30개가 세워져 있는데, 1683년부터 1714년 사이에 만들어진 원본은 지난 1965년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오늘날의 것들은 모두 복제품이다. 얀 네포무츠키 신부를 비롯해 30명의 성인 중 상당수는 14세기 말 성직자로 당시 보헤미아 왕국의 통치자였던 바츨라프 4세 국왕의 명령으로 카를루프 다리 위에서 블타바강으로 던져져 순교했다. 가장 큰 중세 고성, 프라하 성 프라하 성은 그야말로 프라하의 고고한 표상이다. 현존하는 중세양식의 성 중 가장 큰 성이기도 하다. 570m 길이와 130m의 폭, 약 23만㎡ 면적의 프라하 성 안에는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을 비롯해 성 조지 교회, 모든 성자 교회, 성십자가 교회 등 화려한 교회 건축물과 구왕궁, 여름 별궁 등 왕궁 건물이 들어서 있다. 황실 마구간은 현재 미술품 전시공간으로 개조돼 루돌프 2세 황제가 소장했던 회화 4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길이 124m, 폭 60m의 성 비투스 대성당은 프라하 성의 랜드마크로 프라하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건축물이다. 교회 건축물 중 체코에서 가장 크다. 메인 타워의 높이가 96m에 달하는 이 건물은 가톨릭 성당 건물로 역대 보헤미아 왕들의 무덤을 안치하고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바츨라프 1세의 명령으로 10세기경 처음 교회가 지어졌고 1344년, 지금의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 후로 로마네스크양식, 고딕양식이 덧붙여지고 우여곡절 끝에 오랜 세월을 거쳐 1929년 지금의 성당이 완공됐다. 이렇듯 프라하에서는 시가지를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 속을 누비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의미와 역사가 녹아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초, 너무 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사다. 사람에 따라 살아온 시간도, 바라는 바도 다르겠지만 새로운 해가 좋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하고, 신년 운세를 확인한다. 포털사이트에 신년 운세라고 치면 토정비결, 별자리 운세, 신점, 타로점 등 다양한 운세가 바로 눈앞까지 배달된다. 정작 이 글을 쓰는 나는 신년 운세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소심하고 비겁한 마음 때문이다. 불길한 운세가 나오면 어쩌지? 무시하려고 해도 신경 쓰이지 않을까? 어차피 안 좋다면 왜 굳이 그 사실을 미리 알아야 하지? 복은 많이 받고 싶지만 안 좋은 운세는 외면하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동양의 운세 풀이에 토대가 되는 것은 역(易) 혹은 주역이라 불리는 책이다. 『주역』은 공자와 맹자의 유학과 노자와 장자의 도가철학 모두를 주요 경전으로 다룬다. 오늘은 유학의 관점에서 『주역 계사전』과 함께 운세의 길흉화복을 생각해 본다. 본래 『역』은 점을 치는 책이다. 하지만 『역』의 논의는 그보다 심오하다. 유학과 도가철학을 모두 다루고 있는 데다 점을 칠 때 길하거나 흉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좋음에 대한 기준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역 계사전』에서는 길(얻음)과 흉(잃음) 자체보다 회(悔)와 린(吝)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라고 한다. 회는 후회하다라고 하듯, 뉘우치는 마음이다. 린이란 인색하다 할 때의 의미와 통하며, 부족하고 그로 인해 부끄럽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후회하거나 부족해 부끄럽다는 건 누가 봐도 좋은 뜻이 아닌데, 왜 이것이 길과 흉보다 더 중요할까? 우리는 대개 좋거나(길), 나쁘다고(흉) 할 때 대학에 붙거나, 취직하거나, 수익이 생기는 것 등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나 삶은 사건의 단순 나열이 아니다. 사건에는 반드시 나의 마음과 태도, 결과가 따라온다. 그래서 길과 흉에도 언제나 회와 린의 마음이 따라온다. 좋은 사건을 만나면 사람의 마음이 들뜨기 쉽다. 마음이 들뜨면 주변을 잘 살피기 어렵다. 그래서 좋은 일이 이어지면 자신을 과신하고, 경솔하게 움직이기 쉽다. 그러다 보면 아쉽고 부족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준비를 더 해야 했어 등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반성의 마음이 생기게 된다. 좋지 않은 일이 장기적으로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길도 흉도, 그 순간에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변화하여 결국은 복되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회린의 마음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마음을 염두에 두는 삶의 태도는 지난 일을 돌아볼 때 개별 사건을 성패로만 평가하지 않고 사건의 앞뒤까지 살펴보며 자신의 넘치거나 부족했던 점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일을 만들기 전에, 그리고 일을 진행하면서 회와 린의 태도를 잊지 않는다면 그 일 자체나 일이 불러온 감정 자체에만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일이 과하거나 모자라 후회되거나 부끄러울 수 있다는 마음을 염두에 두면, 스스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에 충실하게 사는 일은 역설적으로 지금이 전부가 아니며, 그 지금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반드시 어제가 되고, 내일은 다시 지금이 되기 때문이다. 진실된 삶은 그 변화와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주역』은 말한다. 2023년 새날, 나의 지금을 만들어준 과거와 앞으로 다가올 지금이 커다란 흐름 속에 계속 변화하며 진실되고 조화롭기를 희망한다.
1인분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1인분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각자 다를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1인분은 메뉴판에서 1인분 주세요가 아닌, 팀플레이에서 1인분의 몫을 해내는가의 1인분이다. 소셜빅데이터에서 지난 3년간 1인분+해내다 언급량이 3.65배 증가했다( 1인분을 해낸다는 담론은 게임에서 출발했다. 여럿이 팀플레이를 하는 경우 게임 전적 검색 사이트에 가보면 나와 우리 팀원들이 각각 몇 인분씩을 했는지 볼 수가 있다. ID:OOO 1.8인분, ID:XXX 0.8인분, 이런 식으로 게임에서 각자가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숫자로 명확히 표시된다. 팀의 승패와 무관하게 팀원 각각의 플레이 기여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게임 전적 검색 사이트의 1인분이 스포츠, 과제, 회사, 인생으로 확장된다. 사용 상황을 보면 이런 식이다. 처음엔 게임 팀플레이에서1인분을 제대로 해내자는 의미로 쓰였다. 롤은 저한테 잘해야 본전인 눈치 보이는 게임입니다. 친구들과 롤 하는 게 긴장되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최소한 1인분을 하는 법이 뭐가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쓰였던 게, 스포츠로 확장돼서 손흥민 선수 참 대단하다. 유럽에서 1인분 이상 하는 사람이 한국에 언제쯤 다시 나올까?라고 쓰였고, 학교 과제를 할 때도 팀플 때 제발 1인분은 하자. 과 특성상 팀플 진짜 많은데 1인분 하는 게 사람과 사람 간의 최소한의 예의지라고 쓴다. 현실 삶에서도 1인분을 계산하고 1인분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에서 아직 1인분도 못 하고 있는 친구가 대학원 다닌다고 하니. 회사에서도 1인분을 생각하고, 인생에서도 1인분을 생각한다. 34살에 9급 일행 합격하면 늦은 건가요? 뭐 1인분 한다는 거고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고. 1인분과 함께 언급되는 단어를 살펴보면 선수, 손흥민, 박지성, 멤버, 직원, 팀원 등 팀 활동에 연관된 인물 키워드가 주를 이룬다. 1인분은 혼자 모든 것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업하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게임의 사고방식이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 게임을 몰라도, 게임은 안 해도 게임적 사고방식은 시대를 이해하는 주요한 요소다. 게임에서 시작한 1인분 사고방식은 팀이 잘한 것과 내가 잘한 것은 구분된다는 사고이고, 나는 내 역할을 다하겠다, 너도 네 역할을 다해라라는 사고다. 1인분은 덜 해도 안 되지만 더 해도 억울한 것이다. 더 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1인분 이상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 된다. 좋은 팀원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있다. 1인분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 그 안에서 자기 몫을 정확히 해내는 것. 1인분은 그러한 사고의 대표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1인분은 1인가구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반드시 가구 구성원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혼자 살아도, 같이 살아도 온전한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4인가구 대척점으로서의 1인가구가 아니라 1인분의 몫을 해내는 독립된, 온전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을 바라보자. 그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루고, 그 개인의 선택이 모여 트렌드가 된다.
최근 들어 유럽의 폭염, 동남아시아의 돌발 홍수, 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 등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례적으로 비부속서 국가의 제안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 지원을 위한 기후금융 메커니즘인 손실과 피해 기금의 설립이 결정됐다. 이 기금은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들의 손실과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그동안 기후정책에서 도외시되거나 탄소감축의 회피책으로 여겨지던 기후적응이 재조명된 것이다. 그러나 기금 규모 및 조달방안, 운영규칙 등 주요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2009년 선진국이 약속한 기후재원 공여가 목표치인 연간 1천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기후 행동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메커니즘 통한 탄소감축 본격 시동 앞두고 감축실적 산정 및 승인 문제 등이 쟁점 국제 기후담론이 합의와 행동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우리는 어떻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2021년 COP26에서 합의된 국제 탄소시장 세부이행 규칙 제6조의 탄소감축 방안 두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탄소배출의 단위당 시장가격으로 배출권을 거래하는 협력적 시장 메커니즘이 있다. 또 다른 방안은 대가성 거래 없이 비부속서 국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지원함으로써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의 장기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비시장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감축사업 유치국의 기후적응을 비롯한 역량 강화, 기술 이전, 자원 조달, 탄소세(국경세) 도입 등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다. 두 방안 중 그동안 주목받아 온 것은 협력적 시장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에서는 당사국 모두가 상응조정을 통해 국제이전감축실적(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을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배출권거래제 운영경험과 청정개발체제, 공동이행제도 등 프로젝트성 거래시장의 구축사례를 토대로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신뢰도 높은 국제 탄소시장이 출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더 많은 당사국이 시장을 통한 신속하고도 비용 효과적인 NDC 달성을 위해 국제 탄소시장에 참여하길 희망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의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해결해야 할 쟁점들이 있다. 첫째, 감축실적 산정 및 승인 관련 기술 문제다. ITMO 승인은 당사국 간 감축실적 규모와 품질에 대한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감축사업 기초선 및 추가성(additionality) 검증 방법론 정립, 유치국의 탄소인벤토리(배출 목록) 및 국가감축등록부 구축 등 감축실적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장치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승인 당사자인 유치국의 측정보고감축(MRV)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둘째, 국제 감축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가 재정 여력이 감소한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2005년 파리에서 선언된 원조효과성 원칙에 따라 감축사업에 투입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경영 리스크 심화로 주력 사업 외 투자 철회가 이어지고, 배출권거래제 가격 하락으로 민간 기업의 사업 참여 인센티브가 낮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개의 감축사업에서 발생한 탄소감축실적을 유치국을 포함한 두 개 이상의 국가가 동시에 자국 NDC 달성을 위해 요구하는 이중 계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리 정부는 정부 간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협력국의 정책 변화, 미온적 태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MRV 역량 강화, 감축사업 규모화 등으로 시장 작동 보완하고 비시장적 접근법 활용한 개발협력 사업도 병행할 필요 이와 같은 리스크를 상쇄하고 시장 메커니즘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제개발협력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개발협력 사업을 통해 국가지정기구(NDE)의 MRV 역량을 강화한다면 완결성 있는 인벤토리가 구축됨으로써 감축실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장기 기후전략 및 국가개발목표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을 도입해 국제 감축사업을 규모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감축사업의 효과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비부속서 국가 투자에 대한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 ODA 예산을 일부 혼합하거나 사후 ODA 비율을 제하고 ITMO를 이전받는 방식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결과 기반 기후금융을 통해 유치국과 사전에 합의된 결과가 달성됐을 경우에 한해 ITMO 판매금액으로 감축활동에 투입된 비용을 투자국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이때 투자국은 다시 기후금융 재원을 보충해 재원 조달이 선순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감축사업 유치국이 자체적인 탄소감축 대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치국의 기후기술 성숙도와 기술개발의 한계비용을 고려한 지원과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을 활용한 정책자문이 중요하다. 이때 해당 국가의 탄소배출량 및 중점 감축 분야뿐만 아니라 국제상쇄를 통한 탄소감축 의사, 국제사회의 지원을 전제로 한 조건부 감축목표를 검토한 후 유치국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탄소감축 대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 및 기술 협력, 규제, 재정 방안, 집단행동, 모니터링 및 통제 등 비시장 접근법이 고려될 수 있다. 비시장 접근법을 활용한 개발협력 사업을 감축사업 사전단계로 혹은 감축사업과 함께 진행한다면 감축사업의 혜택이 투자국뿐만 아니라 유치국에도 돌아간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즉 당사국 간 거래비용 감소를 통해 ITMO 이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유치국의 기후적응을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부속서 국가(투자국)는 탄소감축을, 비부속서 국가(유치국)는 기후적응이라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지 않고 ITMO 승인의 패를 쥐고 있는 유치국의 환경과 수요를 고려한 개발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감축과 적응을 모두 아우르는 선도국가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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