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히며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커머스산업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다. 이커머스 호황에는 확산된 비대면 소비 작용이 컸다. 메조미디어 자체 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1회 이상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비율이 2019년 42%에서 2020년 50%로 증가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대형마트의 방문이 줄어든 대신 생필품, 가공신선 식품 등 필수 소비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전년도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낮았던 시니어 세대의 이용률이 증가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사업자들과 전통 유통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트렌드가 있다. 트렌드 1. 개인화된 쇼핑의 완성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이 구매처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선택하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 소비자 사이에서는 일률적인 기준이 아닌,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기준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개인화는 이커머스 사업자의 큰 과제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loyalty)를 높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 구매 전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마켓에는 제품 정보가 무수히 쌓여 있다. 범람하는 제품 정보를 하나하나 직접 살펴보고 비교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매칭해 구매 과정을 간소하게 만들어주는 쇼핑몰이 있다면 고객의 만족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개인화된 쇼핑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했다. 고객 개인의 구매 패턴, 관심사, 선호도 등을 AI가 분석해서 상품을 추천한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더욱 정확하게 찾아주는 AI 검색 추천 서비스도 있다. 수백만 개의 상품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고객의 검색 의도를 파악해 관련성이 높은 제품을 추천한다. 매장 직원이 고객의 질문과 요구를 이해해 원하는 제품을 추천하는 셈이다. 하늘하늘한, 날씬해 보이는 등의 추상적인 검색어에 대응하는 자연어감성어 검색이나 해외여행 필수 아이템과 같은 TPO(Time, Place, Occasion) 검색도 가능하다. AI의 역할은 상담, 교환, 환불, 배송추적 등 CS(Customer Service) 업무 영역까지로도 확장하고 있다. 고객의 구매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 데이터 중심(data?driven) 등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이 더욱 집약될 전망이다. 트렌드 2. 구매 경험의 확장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을 편리하게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경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커머스와 차세대 기술의 결합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의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의 실감형 쇼핑이다. 현실의 배경이나 이미지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AR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몰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거실에 배치해볼 수 있고, 의류, 신발이 나와 잘 어울리는지 착용해볼 수도 있다. VR로 구현한 가상 매장에서는 진열된 제품을 360도로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소파에 앉은 채로 오프라인과 동일한 구매 경험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라이브커머스도 구매 경험을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판매자가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제품을 보여주고 소구 포인트를 전달하는 시스템은 오프라인 매장의 판촉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의 특정 부분을 더 자세히 보고 싶거나 기능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판매자가 즉시 대응한다. 리테일 테크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이전과 다른 형태의 판매 방식이 속속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평면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구매가 아닌, 입체적인 정보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구매 경험이 가능해진다. 판매 방식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확장된 구매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트렌드 3. 이용자 편의 극대화 이커머스에 간편결제가 도입되면서 결제 과정이 매우 편리해졌다. 젊은 소비자들은 추가 적립금이나 할부 혜택을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에 따라 많은 이커머스 기업은 간편결제서비스를 도입, 결제 과정에서의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더욱 고도화된 배송서비스는 온라인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빠른 배송은 기본이며,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맞춤형 배송서비스도 제공한다. 정기배송서비스도 증가했다. 자주 이용하는 제품이나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제품은 자동으로 결제가 되고, 지정한 날짜에 정기적으로 배송된다. 이용자 편의 요소가 늘어날수록 고객 만족도는 높아진다.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편의성을 제공함으로써 이탈 요인을 제거하고, 고객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있다. 점차 세분화되는 소비자 니즈는 이커머스시장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언택트 트렌드는 그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소의 시너지로 이커머스서비스는 더욱 고도화되고 편리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온라인 구매 경험에 만족감을 느낀 소비자가 오프라인 구매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전통 유통 기업들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이커머스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21년의 이커머스시장은 이커머스 사업자, 대형 IT 기업, 전통 유통 기업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이 될 것이다.
집콕과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모바일 쇼핑의 트렌드로 떠오른 라이브커머스. 라이브커머스는 단어 그대로 라이브 방송(일명 라방)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쇼핑 형태다. 언뜻 보면 홈쇼핑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실시간으로 판매자 및 다른 소비자와도 즉시 소통해 입체적인 쇼핑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예능, 게임 등의 콘텐츠를 접목하기도 한다. 또한 판매 수수료가 홈쇼핑보다 낮아 보다 절감된 비용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효율적인 쇼핑 채널이다. 라이브커머스가 쇼핑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시장규모도 2020년 3조 원에서 2023년에는 10조 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라방 쇼핑플랫폼이 앞다퉈 나오는 추세로, 대표적으로 Grip, 네이버 쇼핑라이브, 카카오쇼핑LIVE, VOGO, 잼라이브, TVON 등이 있다. 각 플랫폼마다 주력하는 서비스가 다르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자, 그럼 이제 라방 체험을 떠나보자. 기자가 이용한 쇼핑플랫폼은 카카오메이커스다. 이곳은 1~2주간의 제품 홍보 기간 동안 사전예약 및 공동주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라이브톡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기도 한다. 기자가 사려는 품목은 청소기. 마침 방송 목록에 전기 없이도(!) 회전하는 물청소기가 보인다. 일단 가격이 합리적이고 전기 없이 쓰니 전기료도 안 들고 따로 충전할 필요도 없으니 나 같은 프로 귀찮러+자취러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일회용 티슈가 아닌 다회용 패드를 사용한다니 환경도 보호할 테고. 다만 사진에 나온 청소기는 실측 자료에 비해 길고 커 보여 키가 작은 내가 잘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럴 때 쓰는 게 라방이지! 얼른 방송 알림 버튼을 눌렀다. 방송 시작 전 실시간 방송과 오픈 채팅방에 초대하는 메시지가 왔다. 라방에는 이미 100여 명이 접속한 상태였다. 제조사 담당자가 제품의 장점과 조립법, 방송에 접속한 구매자들이 얻는 혜택에 관해 짚어주고, 접속자들이 하는 질문과 요청사항에도 즉각 대응해준다. 청소기 헤드가 소파나 침대 밑을 닦을 수 있을 정도로 잘 꺾이는지, 타사 제품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지, 패드 세척은 어떻게 하는지 등 접속자들의 예리한 질문과 요청이 쏟아진다.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었는데 덕분에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묻고 답하고, 마치 오프라인 직거래 판매 활동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이래서 라방, 라방 하는구나. 방송과 채팅을 넋 놓고 보다가 아차차, 질문해야지! 담당자님, 키가 몇이세요? 제가 키가 작아서 사용하는 데 불편할까 봐요. 저랑 키가 같으시네요? 시연하시는 모습 보고 구매 결정할래요. 시연하는 모습을 보니 키 작은 기자가 쓰기에도 편해 보여 바로 구매 결정을 했다. 제품소개서 읽고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라이브 방송 보고 나니까 사야겠다 싶어요. 이렇게 직접 보여주는 거 너무 좋네요. 라방에 참여한 한 구매자의 소감이다. 직접 라방을 경험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정아 님이 요청하셨어요. 바닥 닦아볼게요!라고 실시간으로 응답해주고, 다른 구매자들과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 꽤 적극적이고 스마트한 소비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여러분도 구매가 망설여지는 제품이 있다면 한번 라방을 하는지 살펴보길. 장담컨대 라방의 매력에 빠질 것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위기에 놓인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그간 고수해온 사업 전략들을 모조리 수정하며 이커머스 업계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새 도전에 나섰다. 신세계와 롯데가 그 대표다. 수익이 저조한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과 함께 온라인 역량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두 기업 모두 2023년 이커머스 분야 1위에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신세계는 빠르게 외연을 넓히며 이커머스시장에 안착했다. 오프라인 유통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온라인 강화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신세계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공략에 나섰다. 당시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해 물류와 IT에 투자하며 온라인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다음 해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을 전담하는 SSG닷컴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쌓은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식해 존재감을 키웠다. 수치로 확인해보자면 지난해 SSG닷컴의 거래액은 4조 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설립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커머스시장에서 핵심 무기는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물류 인프라다. 신세계는 쿠팡처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앞세워 이커머스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자동화 기술을 갖춘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를 현재 총 3곳에서 가동 중이다. 신세계는 네오를 활용해 익일 배송, 새벽 배송 등 빠른 배송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앞으로의 전략도 확고하다. 네오를 추가로 설립해 급증하는 온라인 쇼핑족들을 끌어안겠다는 방침이며, 네오를 설립할 새로운 부지를 찾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롯데는 신세계처럼 별도 법인을 세우지 않고 롯데쇼핑 내부에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만들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4월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ON)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1등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은 신세계와 차이가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설립보다는 그룹 내 유통사들이 보유한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거점으로 변형시켜 물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운영 중인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해 상품 구매 후 2~3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생필품을 주문 즉시 배달해주는 한 시간 배송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롯데가 핵심 물류기지로 삼고 있는 것은 면적이 넓은 대형마트다. 롯데는 그간 운영해왔던 롯데마트의 상품 판매 공간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자동화 기능을 갖춘 물류 시스템을 대신 채워 넣는 형태로 점포들을 세미다크 스토어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까지 총 29개의 롯데마트를 세미다크 스토어 형태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바로배송이나 한 시간 배송 등의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세미다크 스토어 구축이 계획대로 완료된다면 이런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롯데와 신세계는 이커머스시장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커머스 선두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쿠팡만 보더라도 연간 거래액이 약 17조 원에 달한다. 다만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매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롯데, 신세계와 같은 유통 공룡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커머스시장을 장악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년 전 업계 지인들과 사소한 내기를 벌였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과 온라인 태생 이커머스 업체들 중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이냐에 대해서였다. 넷 중 나 혼자만 전자에 표를 던졌다. 기존 유통사들이 가진 덩치에 비해 그간 몸은 사릴 만큼 사렸고, 이커머스도 경험할 만큼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실자산 가치와 흑자 재무의 체력이 투자와 적자로 버티는 쪽보다 우세하리라는 평범한 시선이기도 했다. 틀린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다. 그 후 2년이 지나 2021년이 밝았다. 코로나19가 풀리면 나는 밥을 사야 할 것 같다. 돌아보면 국내 이커머스가 시작된 이래 패권의 변화는 매번 신흥 강자가 일으켰다. 지금도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로 대변되는 루키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통 유통사와 달리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들은 어떤 차별점으로 기업 가치를 키워나갈까. 각자 해석이 다르겠으나 나는 이를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경영과 투자의 결정이 무엇에 기반하는가와 이해관계의 방향이 어디인가다. 전통 유통사의 경영적 판단과 자원 투자는 자산기반의 사고로 접근하고, 튼실히 자리를 잡은 기존 이해관계의 조율에서 출발한다. 부동산, 매장, 점주, 과거 프로세스, 기존 비즈니스 모델 등 그동안 기반이 돼준 자산 사이사이에는 촘촘히 박힌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 이를 당면한 시장 변화에 맞게 조율하는 것이 큰 숙제다. 이해관계의 방향이 뒤로 향한다. 한마디로 지킬 게 많은 것이 판단을 흐리고 몸을 굼뜨게 한다. 반면 스타트업 이커머스는 고객기반의 사고로 이해관계를 새로 설정한다.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기에 딛고 설 자산기반도 없다. 이들에게 기업 가치와 자산은 앞으로 창출해야 할 고객이 전부다. 고객중심의 사고 외엔 할 것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구조다. 고객중심의 사고와 의사결정은 조직 강령이 아니라 생존의 절박함이다. 레거시(legacy)가 없으니 변화와 혁신에 온전히 몸을 실어도 이해관계 충돌과 조율의 숙제가 적다. 이해관계는 앞으로 생성해야 할 일이다. 이해관계의 방향이 앞으로 향해 있다. 한마디로 더 빠르고 과감하게 판을 흔들 수 있다. 지금까지 판세는 이러했으나 앞으로는 또 모를 일이다. 유통의 거인들이 긴 잠을 깨고 어찌 나올지, 과감하다 못해 과하게 투자로 끌고 온 스타트업 이커머스들이 삐걱거릴지 말이다. 다만 어느 쪽이 흥하든 향후 시장은 크게 두 갈래로 숙성하리라 전망한다. Life-Managing과 Life-Styling 시장이다.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나뉘는 가르마다. Life-Managing 시장은 사람의 결핍(needs)에 기반한 소비를 해결하는,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 위주의 시장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구색가격물류다. 인프라와 스케일 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빠르고 완성도 있게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Life-Styling 시장은 사람의 욕구(wants)에 기반한 소비를 해결하는 패션뷰티리빙 위주의 시장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취향을 만족시키는 콘텐츠와 큐레이션이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구색이 우선이며, 구색은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얼마나 완성도 있게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오히려 기술이 이커머스시장에서 승자를 낙점하진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테크 회사의 수익과 생존이며, 보다 많은 기업에 쓰여야 그들의 기업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마존조차 이커머스 회사지만 AWS(Amazon Web Services) 클라우드 서비스를 다른 이커머스 회사에 제공한다. 새롭고 우월한 기술이 나타나면 시차가 있더라도 시장에 차츰 보급될 것이다. 시차로 패권이 갈린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판단과 속도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 Life-Managing과 Life-Styling 중 어디에서 승부해야 할지 플랫폼의 정체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고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이 정해진 시대엔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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