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사회는 주5일 근무제 정착 및 유연근무제 시행으로 개인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과 급속한 고령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 등의 부정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과 예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500여 개 섬으로 둘러싸여 있는, 3면이 바다인 반도의 나라다. 이러한 풍부한 해양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해양치유에 대한 법적 체계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태안, 완도, 고성, 울진 4개 지역을 해양치유센터 건립 등을 통해 해양치유산업의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치유에서 치유란 치료와 비슷한 의미로 병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치유는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심적사회적영적 건강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제도적 관점에서 보면 치료는 의료인만 할 수 있는 행위지만 치유는 비의료인도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요법이 포함된다. 해양치유란 해양성 기후, 지형, 일광(UV light), 해수, 해초, 해산물, 해니(머드), 해풍 등 다양한 해양자원을 이용한 치유행위다. 즉 질병 예방, 건강 증진, 재활 치료를 목적으로 이러한 해양자원을 천연 그대로 활용(1차적 활용)하거나, 시설물을 이용해 활용(2차적 활용)하거나,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활용(3차적 활용)하는 행위다. 이러한 해양치유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는 예방 및 건강 증진이다. 예방이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며 질병을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심신을 전과는 다른, 보다 건강한 상태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면역력 향상 및 재활 치료다. 여기서 면역력 향상이란 인체가 갖고 있는 자연적 면역력을 약물적 요법이 아닌 우수한 해양자원을 활용해 강화시키는 것이다. 재활은 물리적으로 손상되거나 장애가 있는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로, 심신을 다시 사회생활에 적합하도록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의학적 관점에서 해양치유의 효능에는 예방 효과, 안정 효과, 신진대사 촉진 효과, 운동 효과, 심혈관 기능 효과 등이 있다. 이러한 효과는 해양수산부의 임상연구 과제를 통해 의료적으로 검증됐다. 해양치유의 의학적 검증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풍부한 해양자원과 새롭게 건립되는 해양치유센터,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 그리고 해양치유의 임상적 검증을 통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해양치유산업이 힘차게 태동하고 있다. 해양치유가 민간요법에 머물지 않고 국민적 신뢰를 단단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요가를 하거나 여유로운 백사장을 맨발로 걷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심미적 편안함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의 여유를 얻고 감정의 순화를 경험한다. 왜 그럴까? 해안가에서의 이러한 행동이 시각적으로 심미적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실체적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경험들이 쌓여서 그런 건 아닐까?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한 연구는 바다가 보유한 치유 능력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일찍이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바다의 능력에 주목해 해양치유라는 건강 증진 활동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제는 의료보험까지 적용되는 검증된 건강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도 바다의 치유 능력과 효능을 인지하고 더 많은 사람이 해양치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양치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우선 2017년부터 전남 완도, 충남 태안, 경북 울진, 경남 고성 등 우수한 해양치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 4곳과 협력해 해양치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내 의과대학과의 기초연구 협력을 통해서는 해양치유의 유용성, 발전가능성 등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지난해 2월에는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은 올해 4월부터 시행돼 해양치유자원을 조사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틀뿐 아니라 우수한 자원환경을 갖춘 지역을 해양치유지구로 지정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또한 해양치유관리단을 지정해 해양치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개발, 인력양성 및 해양치유서비스 보급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 마련에 더해서 해양수산부에서는 오는 2024년까지 총 1,354억 원을 투입,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4개 지자체에 해양치유센터를 건립해 해양치유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치유센터가 건립되면 해양생물, 갯벌, 염지하수 등 해양치유자원을 활용한 재활치료, 피부미용 및 근골격계 질환 완화, 스트레스 해소 및 피로회복 등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해양치유 관련 상품 개발 및 창업 지원을 통해 해양치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해양치유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해양치유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연구개발도 지속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부터 4개 해양치유센터에서 활용할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양-산림 치유를 연계하는 농림해양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 개발 및 확산이라는 다부처 협업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해양치유산업 상용화 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해양치유자원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해 국내 해양치유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고충이 2년째 지속되고 있다. 해양치유를 통해 국민들이 지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해양치유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비단을 깔아놓은 걸까. 윤슬이 유난히 빛나는 날이다. 매일 보는 바다지만 모래사장 너머 부서지는 잔잔한 파도 위로 살포시 스며든 햇살의 반짝거림은 언제나 나를 매혹한다. 일하면서도 치유를 얻는 곳, 그래서 다시 일할 수 있는 곳,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완도군은 크고 작은 265개 섬이 군도를 이루는 지역이다. 굴곡이 심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풍경이 아름답고 청정할뿐더러 전복,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양생물 종이 국내에서 가장 다양하며 해조류 생산량도 전국 최대다. 게다가 생리활성을 촉진하는 맥반석이 바다 밑에 깔려 있고, 파도에 의해 부서지는 포말과 바람에 실려 오는 해양 에어로졸, 대도시의 50배나 많은 산소 음이온을 갖추고 있어 해양치유 장소로는 최적이다. 완도군은 2017년 해양치유산업 선도 지자체로 선정된 후 2018년 해양치유산업과를 신설해 해양기후자원을 활용한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184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참가자는 총 1만4,487명에 달했다. 오늘은 노르딕워킹과 꽃차 시음, 해양치유음식 시식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직원 및 관계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고운 모래사장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음향 장비를 갖춘다.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사람소리가 어우러져 생기가 돋는다. 테이블 위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비파꽃차, 황칠잎차, 맨드라미구절초 꽃차와 청산도 검정보리커피, 동백꽃 음료가 고운 색을 물들이며 화려하게 세팅된다. 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생이 호떡 반죽도 알맞게 숙성됐다. 노르딕워킹 강사들은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워킹 진행 방향, 각자 할 일 등을 의논하고 노르딕폴대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2019년부터 완도군의 심화교육 등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웠고 올해 프로그램 강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사전 예약한 프로그램 참가자 30~40명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해양치유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는 4km의 드넓은 모래사장과 반짝이는 바다 경관을 보며 느끼는 설렘이 묻어난다. 노르딕폴을 활용해 고운 모래 위 해안가를 걷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얼굴이 밝아진다. 마음의 소리가 나온다. 걷고,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고, 오감만족! 제대로 힐링하고 갑니다. 코로나블루를 한 방에 날리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먼 길 달려온 보람이 있네요. 2019년 참혹한 재난 현장을 목격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 및 가족을 위한 해양치유캠프와 2020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헌신한 의료진 등 국민영웅들의 코로나블루 극복을 위한 치유휴양 레저관광프로그램 등에 참가했던 분들도 생생한 치유 경험담과 함께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참가자들의 반응에서 나는 치유를 받는다. 그리고 바다가 나를 치유한다. 완도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노르딕워킹, 필라테스, 해변엑서사이즈 등 기후치유활동에 해수찜, 다시마팩 등 해양치유자원과 꽃차 등 지역특산품을 활용한 치유자원을 연계해 구성하며 계절별로 차별화해 진행한다. 올여름에는 7월 23일~8월 15일 24일간 해수욕장에 해양치유체험존을 설치해 매일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사전예약현장접수 모두 가능하며 가을 프로그램은 9~11월에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가 문의는 완도군 해양치유담당관실 해양치유지원팀(☎061-550-5682, 5578)으로 하면 된다.
프랑스 북서부 항구도시 생말로는 파리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 몽생미셸을 여행하면서 잠깐 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생말로에 며칠 더 머무르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경험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바로 프랑스 최고 수준의 해양치유 시설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Les Thermes Marins de Saint Malo)에서 말이다. 5천㎡ 면적의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는 6개의 온수 해수풀, 60개의 해수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3명의 의사와 1명의 영양사, 10명의 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며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객들은 원기 회복, 스트레스 해소, 어깨 치료, 노화 방지, 체중 감량 등 원하는 프로그램을 고른 후 각각의 목적에 맞춰 구성된 해수찜, 해수팩, 아쿠아 체조, 명상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 의사 진단과 처방, 영양사의 식단 조절 등을 통한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도 있다.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는 세워진 지 60년이 다 돼가지만 지금과 같은 해양치료 시설 형태를 갖춘 것은 1981년 세르쥬 롤리 회장이 호텔을 인수하면서다. 프랑스에 현대적인 해양치유 시설들이 생기던 초창기였다. 2015년에는 대표적인 시설로 꼽히는 미로형 온수 해수풀을 리모델링하는 등 2000년대 들어 공격적인 시설투자를 통한 고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에서 해양치료 및 호텔식당 등 전체 시설에 고용된 직원 수는 420여 명, 연간 이용객 수는 3만여 명에 달한다. 지난 7개월 동안 프랑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폐쇄됐다가 올해 6월 9일 다시 오픈했다. 프랑스는 현대 해양치유의 발상지라고 일컬어질 만큼 해양치유의 역사가 깊다. 1865년 프랑스의 조셉 라 보나디에르 박사는 그리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탈라사와 치유를 뜻하는 테라페이아를 합쳐 탈라소테라피(thalassothrapie), 즉 해양치유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1899년에 프랑스 의사 루이 유진 바고는 브르타뉴 지방 로스코프에 지금과 같은 개념의 해양치유센터를 세웠는데, 1953~1955년 3년 연속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루이종 보베는 이곳에서의 치료를 통해 1961년 있었던 교통사고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극복했다. 바다의 치유력에 감탄한 루이종 보베는 1964년 치료에 레저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해양치유센터를 프랑스 서쪽 해안 퀴베롱에 설립했다. 1986년에는 의사, 과학자, 해양치유기관 경영자가 국제해양치유연맹을 결성했고, 2008년에는 전국해양치유관계자협회와 통합해 해양치유센터협회인 프랑스 탈라소를 탄생시켰다. 현재 프랑스 탈라소에 등록된 센터는 총 35곳이다. 이들 센터는 천연 해수 사용, 인력의 전문성, 철저한 안전위생 관리, 첨단 시설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인증을 받은 기관이다. 앞에서 살펴본 레 테름 마랭 드 생말로 등 프랑스 탈라소에 등록된 기관을 포함해 현재 총 50여 곳의 해양치유기관이 프랑스 해변 전역에 흩어져 있다. 프랑스 시장조사기관 인 엑스텐소(In Extens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들 센터의 연간 이용객 수는 약 50만 명, 음식숙박을 포함한 총매출은 약 3억 유로에 달한다. 참고자료: www.france-thalasso.com, www.thalasso-saintmalo.com, Les Echos, Coup de jeune pour la thalassothrapie. 2019.6.2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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