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결혼이민자가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공론의 장에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어 수준은 향상됐고 취업도 늘어났다는 점에서 다문화사회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사회적 관계, 사회 참여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심화되는 경향도 있다. 한국어와 달리 사회적 관계는 이민자의 노력만으로는 진전되지 않으며 관계의 대상, 특히 주류사회와 밀접히 관련돼 있는 사안이다. 즉 이민자의 노력과 이민자를 마주한 주류사회의 변화가 결합될 때 비로소 이민자의 사회적 관계망이 확대되고 사회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아직은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서도 이민자를 마주한 한국사회의 수용성은 그리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민자와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축소되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청소년은 성인보다는 다소 개방적이지만, 성인의 수용 태도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긍정적 가능성이 계속 유지될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단일성에 대한 강한 신념을 유지해 온 한국사회가 이민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학계와 국제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2018년 12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적 고정관념과 혐오 분위기에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산물인 사회 구성에 대한 신념이 단시간 내에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민 전통을 유지해 온 국가들 역시 이민자 차별, 종족 갈등 등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민자 포용은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나 사회적 혼란기에는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바로 그런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의 경고는 귀 기울일 만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와 혐오의 팬데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직후 SNS 등에서 인종차별적 발언, 특정 국가 출신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적 마스크, 백신 접종, 재난지원금 등 핵심 의제에서도 이민자의 존재는 뜨거운 감자였다. 사회적 논쟁은 그 자체로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고 특히 인간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건강한 시민은 과연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한국사회의 해답을 구체화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이를 그저 혼란거리로 남길지는 이민자에 대한 지배적 시각을 둘러싼 자성과 숙의에 달려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의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5% 증가한 15조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국내은행의 수익은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2018년의 당기순이익(15조6천억 원)을 능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점포와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2016년 7,101개였던 전국의 은행 점포 수는 2021년 9월 현재 6,326개로 11% 감소했으며,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383개의 지점이 통폐합됐다. 비대면 거래 확산 등에 따른 지점의 장래 수익에 대한 불안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5년 9,803개였던 영국의 은행지점은 2019년 8월 현재 6,549개로 감소했으며, 일본의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은행은 2017년 515개였던 점포를 2023년까지 35%인 180개를 줄이기로 한 당초 계획(2019년 안)을 변경해 40%인 200개를 줄일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운 일본의 지방은행들도 창구 수를 줄이거나 취급업무를 단순화하는 등 경량화를 통한 경비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즉 이러한 현상은 고령화디지털화 등에 직면한 모든 선진국 은행이 안고 있는 문제다. 지점 통폐합, 자동화 및 비대면 거래 확대에 따른 문제점은 고령층,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이 금융에서 점점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20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지털 정보화 활용 유형 중 일반국민의 금융거래서비스 이용률은 평균 60.8% 수준이나, 60대는 34.9%, 70대는 11.6%에 불과해 고령층과 일반국민 간 디지털 이용에 격차가 있었다. 한편 장애인은 같은 조사에서 평균 51%를 기록해 역시 금융거래서비스 이용률에서 차이를 보였다. 비대면 중심 금융거래 확대는 고령층 등의 금융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먼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신용평가제도의 가점은 비대면 위주의 거래를 중심으로 형성돼 대면 위주의 거래에 익숙한 고령층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령층은 맞춤형 금융상품 등 다양한 상품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기기에 익숙하지 못해 금융사기 등의 피해에 직면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다. 이런 가운데 2019년 후쿠오카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금융포용글로벌파트너십(GPFI)과 OECD는 고령화와 금융포용을 위한 후쿠오카 정책 우선과제를 발표했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령층 문제를 처음으로 G20에서 다뤘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GPFI와 OEC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8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①데이터의 적극적 활용: 다양한 데이터와 근거를 활용해 고령자 특성 및 행동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며 나아가 정책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검증, ②디지털금융 이해도 강화: 금융환경 변화 대응에 필요한 기술 및 지식을 고령자 등에 제공, ③생애에 걸친 금융계획 수립 지원: 길어진 노후에 대응하도록 장기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사업 및 상품 개발, ④고령자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 고령자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는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 개발, ⑤포용적 기술 활용을 통한 혁신: 금융상품 개발, 소비자 보호, 금융교육 등에 기술을 최대로 활용해 고령자의 금융 접근성 확대에 기여, ⑦금융-비금융 연계를 통한 접근: 일관되고 포괄적인 포용적 금융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부문의 이해관계자 간 협력, ⑧취약계층 집중을 통한 대응력 강화: 취약계층 및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 대상의 니즈 고려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이전부터 고령화사회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후쿠오카 정책 우선과제는 일본 고령화 대책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코로나19로 인해 금융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고령화와 금융 포용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하겠다.
1990년대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더해 줬지만 동시에 정보격차에 대한 우려도 키웠다. 정보격차는 사회구성원의 능력계발이나 성장을 억제하거나 불균형을 심화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문제로 인식됐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현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정보격차란 사회적경제적지역적 또는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지능정보서비스 및 그와 관련된 기기소프트웨어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는 방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방송환경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아날로그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이뤄졌고 유료방송 도입으로 다매체다채널 시대가 본격화됐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방송망을 통한 통신서비스 제공, 통신망을 통한 방송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면서 방송통신 융합이 확산됐다. 최근에는 OTT(Over The Top)가 등장해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청자는 유료방송이나 OTT에 가입해 TV,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방송은 시각과 청각으로 이뤄진 서비스라 시청각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나 고령층은 방송에 접근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에 정부는 2000년 「방송법」에 의거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한국수어, 폐쇄자막, 화면해설로 이뤄진 장애인방송 제공을 권고하고,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방송법」을 개정해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 제공을 의무화했다. 또한 정부는 시청각 장애인용 TV를 무료 보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국정과제로 선정돼 올해 저소득층 시청각 장애인 대상 누적보급률 100%를 달성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 10월 12일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1년여 동안 관련 전문가들과의 연구를 병행하며 포용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이번 종합계획은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와 코로나19로 가속된 미디어 이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장애인, 고령층 등 소외계층의 방송시청 편의성 제고를 통한 정보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춰 다음의 4개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실시간 방송에서 주문형 방송까지 장애인방송과 장애인 맞춤형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하고, 접근성 역량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과 교육 등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둘째, 시청각 장애인용 TV 보급 대상을 저소득층에서 전체 시청각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화면해설방송 통합 플랫폼 구축, 특화기능 지원 셋톱박스 개발, 기술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포용적 미디어 접근성을 보장한다. 셋째, 디지털 신기술의 포용적 혁신에서는 스마트TV 전용 장애인방송 소프트웨어 개발, 맞춤형 재난미디어 서비스 개발, 인공지능 기반 한국수어 및 화면해설방송 편집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넷째, 대국민 인식제고 활동과 장애인방송 품질평가, 한국수어 의무편성비율 상향, 주문형 방송에서의 장애인방송 의무화, 장애인방송 지원 기본법 제정 등 법제도를 개선해 소외계층 미디어 포용 기반을 조성한다. 이들 추진과제는 변화된 방송환경에 발맞춰 소외계층이 방송서비스에 보다 편리하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들 추진과제가 결실을 맺으려면 방송사업자, 장애인단체, 가전회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미디어 포용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누구나 미디어에 동등하고 편리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세상, 미디어 포용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포용의 핵심은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경제사회국(UNDESA)은 사회 참여의 수단을 늘리는 것이 포용이라 했다. 실제로 배제는 집단 정체성으로서의 젠더, 인종과 민족, 사회적 지위, 종교, 장애 여부 등에 따라 이뤄진다. 포용은 보편적 인권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공정하게 누리는 사회 조성을 목표로 한다. 포용사회를 만들려면 정부가 앞장서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이들을 포용하는 제도와 자율적 화합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제 불평등과 정치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역량 제고가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행정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적 포용은 OECD 36개국 가운데 26위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이 보다 포용적인 사회가 되려면 보편적 인권으로부터 배제된 난민이나 이민자도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소득, 고용, 금융, 주거, 교육 등의 시장과 서비스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된 이를 줄여 분배적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아울러 생활세계 내에서 시민의 활발한 공동체 활동과 신뢰 형성으로 일상의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급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래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공적 제도를 훨씬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체계적 세원 확보와 투명한 재정의 집행으로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 이주자나 소수자의 권리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 둘째, 점증하는 지위재를 둘러싼 경쟁에서는 공정성과 정당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의 일관성이 핵심이다. 다양한 이익 갈등을 조율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장기적 비전을 가진 정치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셋째, 팬데믹 이후 현실화된 초연결사회에서 사회적 포용의 이슈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탈진실시대를 맞아 사실보다는 관점과 이념에 따라 집단적 갈등이 구조화되고, 배제와 혐오의 언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슷한 가치와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혐오하고 공격하는 정치적 부족주의의 폐해가 점차 강해지는 시점에서, 시민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서로의 공감과 이해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넷째, 디지털경제와 플랫폼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면서 전통적인 산업사회에서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며 진화해 온 다양한 제도와 규제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개별화되고 액체화한 노동, 비전형적 노동이 급증하면서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제도의 공백 속에 놓이는 이가 크게 늘었다.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하고 진화해 온 연금이나 고용보험, 의료보험의 형식과 내용을 새롭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급속히 대체하는 상황에서 배제되는 인력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들을 보호할 새로운 제도적 틀을 구축하고 인간노동의 가치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사회에서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시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포용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다. 정부, 시민사회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 간의 공진화로 이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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