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 진입, 고독사 문제 등으로 인해 돌봄 대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복지인력은 부족하다. 거기에 코로나 시국까지 더해진 지금, 돌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돌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어르신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코로나19 종식 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서도 돌봄서비스가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민간 기업과 함께 기술협약을 진행해 AI 복지사 서비스를 도입했다. AI 복지사는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태를 점검하고, 그것을 텍스트화해서 데이터를 축적한 후 어르신을 찾아뵐 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서구에서는 평소 스스로 집안일을 할 수 있다고 구청에서 지원하는 가사서비스를 거절한 한 어르신이 몇 개월 뒤 낙상으로 병원 입퇴원 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AI 복지사의 전화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AI 복지사는 주기적인 전화 상담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일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뿐만 아니라 AI 스피커를 이용한 복약 알림, 음악 감상, 말벗 대화 그리고 관제시스템에서 작동여부가 1분 단위로 확인되는 문 열림 센서, 조명 센서 등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도 도입했다. 특히 위급상황 발생 시에는 지니야, 살려줘라는 발화로 365일 24시간 AI 스피커-KT텔레캅-119 안전신고센터 연동 체계를 통해 응급상황에 즉각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통합관제시스템을 운영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고독사 발생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에 중점을 둔 서비스 역시 눈에 띄는데, 영구임대아파트 독거노인 100세대에 설치돼 운영 중인 스마트 주거돌봄사업은 어르신들뿐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ICT 센서와 AI 기술이 접목돼 응급상황 발생 시 119 및 구청, 보호자에게 위기상황을 알리고, 장시간 미활동 상황까지 관리해 어르신의 안전을 꼼꼼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광주 서구는 AI를 활용한 AI 통합돌봄모델을 선보이고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지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AI 복지사, 365일 24시간 응급상황 통합관제시스템을 비롯한 AI 스피커와 IoT 기반 알림서비스, 스마트 주거돌봄사업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구는 다양한 AI 돌봄사업 현황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연계운영하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AI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AI 통합플랫폼이 마련되면 AI 돌봄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서비스 중복 및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AI 분석을 통한 서비스 매칭을 통해 대상자에게 꼭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AI 돌봄서비스가 코로나 시대에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시간적,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뭘 그리고 싶어? 금성. 금성에서 핀 꽃을 그리고 싶어. 지난 2월 14일 세계 4대 패션쇼인 미국 뉴욕 패션위크가 한창 진행 중인 현장에 다소 독특한 모습의 예술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나타난 흰 티에 청바지 차림의 그가 금성에 핀 꽃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자 형형색색의 이미지 패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잠시 뒤 화면에 나타난 패턴이 들어간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워킹을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휴먼 틸다(Tilda)가 데뷔한 순간이다.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를 도와 뉴욕 패션위크에서 200여 개의 의상을 선보였다.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을 주제로 만든 3천여 장의 이미지 패턴을 바탕으로 인간 디자이너가 영감을 얻어 의상을 만들었다. 일부는 틸다의 패턴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틸다와의 협업은 과거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수개월 이상 인고해야 했던 시간을 한 달 남짓으로 대폭 단축시켰다. 틸다는 제시어를 받으면 바로 수천수만 장의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 이상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틸다를 보고 20세기 말 데뷔했던 사이버가수 아담을 떠올린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 휴먼 틸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갖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의 가상인간과 질적인 차이가 있다. 기존 가상인간들은 인간 모델의 동작이나 노래 등에 기반을 두고 있어 틸다 같은 자율성을 부여할 수 없다. 이 같은 틸다의 능력은 말뭉치 6천억 개,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천만 장을 학습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간의 뇌 수준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엑사원은 3천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바탕으로 언어(한국어영어)와 이미지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틸다도 마찬가지다. 본격적인 틸다의 개발은 2020년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현 LG AI연구원의 전신)이 AI로 구동하는 가상인간을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AI추진단은 어떤 AI를 만들지 목표를 설정하는 첫 단계를 젊은 직원들에게 전부 맡겼다. 6개월이 흐른 뒤 직원들이 가져온 10분가량의 영상에는 인간과 AI 휴먼이 공존하는 미래가 담겨 있었다. 그림이 서툰 인간을 도와 스케치와 채색을 하고, 결혼식 영상을 AI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재편집하는 모습 등을 본 연구원들은 자극을 받았고 개발에는 속도가 붙었다. 두 번째 단계에선 타깃 고객층(Z세대)에 맞는 AI 휴먼의 설정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애니메이션 같지 않고, 불쾌한 골짜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외형이 정해졌다. 녹색 단발, 환경과 동물을 좋아하는 16세 소녀, 젠더리스 성별 같은 설정도 이때 결정됐다. 마지막은 엑사원을 탑재하면서 동시에 기술을 선보일 방식을 결정하는 단계였다. LG AI연구원은 세상에 울림을 한번 줘보자라는 목표로 다양한 방식을 검토한 끝에 박윤희 디자이너가 대표로 있는 그리디어스와 함께 뉴욕 패션위크에 틸다를 데뷔시키기로 결정했다. 틸다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조만간 메타버스 공간 속에 어울리는 그라피티를 그려 선보일 예정이다.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와 영어로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위한 트레이닝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텍스트 자체만이 아니라 그 맥락을 관통하는 정말 예술가만이 가능한 새로운 창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 갖가지 생활용품과 산업 속에 스며들어 활용돼 왔다. 이전까지의 AI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람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사회적법적 문제가 생겨나진 않았다. 최근 기술의 고도화로 AI가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높은 수준의 AI가 현실화되는 시기가 가까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AI가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결국 사람이 예측 가능한 범위 혹은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AI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편익을 증진하고,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과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 주는 등 긍정적 목적으로 개발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람의 통제나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사람에게 해악이나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AI의 자율성에 기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에게 미친 효과가 어떠한 데이터와 판단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되고 작용했는지가 불투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소위 블랙박스 사회가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AI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 때문에 AI의 발전을 가로막거나 AI의 편익을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미래사회의 경쟁력이 AI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AI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그리고 AI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AI 부작용에 대응하는 수준과 방법은 나라마다 다소 상이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법적 규제보다는 민간의 자율규제나 비강제적 윤리원칙 등을 활용하는 데 주안점을 둔 반면, EU는 윤리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AI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과 같은 입법적 해결방안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또한 AI의 문제점은 많은 경우 AI 알고리즘의 고도화나 AI 작동에 핵심요소로 활용되는 데이터와 관련되기 때문에 AI 알고리즘 그 자체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법적 규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U는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제정해 프라이버시 중심 설계(privacy by design)나 자동화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을 포함한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상세하게 마련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입법적 진전이 있었다. AI의 투명성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와 같은 개념을 정립하고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해 발의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 자동화 의사결정에 대한 대응권으로서의 거부권이나 설명요구권 등이 포함됐다. 한편 AI 발전에 꼭 필요한 것이 데이터기 때문에 AI 개발 및 고도화에 필수적인 데이터의 활용을 보장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입법 노력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 분석 과정을 위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명시하려는 「저작권법」 개정안이나 AI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을 명시하는 AI 관련 법률안이 있다. AI의 편익 극대화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기술적법적정책적 대응의 목표는 결국 AI 활용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데 있다. AI는 발전 과정의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기에 강도 높은 규제나 강제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비강제적 규제를 통해 자율적인 노력을 최대한 보장하고 기술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AI가 사람의 신체에 심각한 위해를 주는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강제적인 규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겠지만 기술의 발전이나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규제를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AI에 대한 발전적 규율을 위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마련해 누구나 AI를 통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 중심의 AI 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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