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_ 2015년 12월 14일 오후 4시 곳 _ 토즈 종로점 참석자 _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좌장 겸)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오정근_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둔화 그리고 유가하락 등의 트리플 악재가 2016년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 이런 악재가 동반 상승작용을 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불어닥칠 위기에 처했다.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월 16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12월 14일 집중토론이 끝나고 이틀 뒤 12월 16일 미국은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
신민영_지난 2008년 12월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린 이후 7년 동안 지속됐던 제로금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얼마나 빨리, 어떤 속도로 금리인상을 이어나갈 것인가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일단 금리는 올리겠지만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거나 부진하면 인상 횟수는 1~2회에 그칠 수도 있다. 그것도 느린 속도로 천천히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버냉키 쇼크(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 신흥국 통화 가치와 채권·주식 가격이 일제히 급락) 때 가졌던 두려움이 지금은 많이 완화돼 직접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악재로 대비 태세가 갖춰졌다.
이준협_ 금리인상 기조는 점진적일 것이다. 이는 현재 FOMC가 비둘기파(재닛 옐런 Fed 의장 등을 비롯해 경제성장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가진 위원들)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비정상적인 제로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만 홀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미국마저 경기가 둔화되면 저성장 기조로 빠질 가능성이 커 금리인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정근_중앙은행의 신뢰도 측면에서 어쩔 수 없이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향후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은 굉장히 완만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신흥국들의 달러자금이 이탈하면서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다. 지금도 외화유동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는 외환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몇몇 국가는 이미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이준협_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 비중은 줄이겠지만 급격한 자금이탈보다는 완만하게,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정될 것이다. 국가별로 따져 보면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우 트리플 충격은 받겠지만 외환보유고가 상대적으로 탄탄해 향후 1~2년 안에 외환위기에 빠지진 않을 것이다. 외환보유고까지 취약한 베네수엘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하지만 이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신민영_원유 수출로 국가 재정을 거의 대부분 충당하는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이미 디폴트다. 전체 수출 가운데 에너지 수출이 70%에 이르는 러시아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특히 우려되는 것은 외환보유액이 적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원자재 수출국인 이들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오정근_ 국가별 경제상황과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감지된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인하·동결하는 세 그룹으로 나뉘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미국과 달리 유럽이나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달러에 대비해 13개 주요 교역국 통화바스켓에 위안화를 연동시키며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태세다.
신민영_ 수출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으로선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춰 수출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이다. 중국이 흔들리면 신흥국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경제적 밀접도가 큰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만 놓고 보면 큰 위기는 아니지만 중국이 충격을 받으면 우리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준협_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급락하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원유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으로선 국가 재정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예상된다.
오정근_ 우리나라는 어떤가? 1차적인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남아시아가 위기에 빠지면 시차를 두고 한국경제로 옮겨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은 급격한 환율변동과 자금유출 앞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고통스러운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나?
신민영_외국인 투자자금이 많이 빠져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환율이 대폭 올라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별다른 경기부양책이 없는 상황에선 질서 있는 유출도 과히 나쁘진 않다.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대응한 환율상승은 받아들일 수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준협_ 현재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설사 자본유출이 발생해도 가장 늦게 진행될 것이다. 외환보유고(2015년 12월 현재 3,685억달러)도 양호하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올릴 이유는 없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없는 한 국내 경제여건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다.
오정근_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한국은 이러한 마찰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은의 계속된 금리동결은 아쉽다. 만약 미국이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자본유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야겠지만 경기침체와 기업·가계의 부채원리금 상환 등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들기 어렵다.
이준협_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대 신흥·산유국 수출이다. 이미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산유국에 대한 수출은 이미 반 토막 났고 2016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오정근_ 수출과 관련해 우리와 경제적 밀접도가 큰 중국이 관건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이 25.4%(2014년 기준)인데 IMF는 2015년과 2016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8%와 6.3%로 줄였다. 이와 함께 중국의 경제구조도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구조적으로 중국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성장률까지 추락해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준협_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생각보다 그리 낮지는 않다. 현재 중국은 5년마다 경제사회발전계획을 수립해 이를 토대로 중장기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모든 인민이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고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부터 시행될 13차 5개년 계획부터는 성장 목표를 12차 5개년 계획의 7.0%에서 6.5%로 하향 조정했다. 안정된 중속성장을 바탕으로 중산층 소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해 고부가 제조업 육성을 위한 기초여건을 강화하고 있다.
신민영_ 최근 중국은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대를 맞아 안정 속 발전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의 질과 효과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과정을 들여다보면 매우 극적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서비스업은 8.4%, 제조업은 6% 성장했다. 제조업만 놓고 본다면 경착륙으로, 제조업 성장 둔화와 생산 방식의 변화 등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대중 수출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준협_ 제조업 6% 성장이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인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유효수요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6% 성장은 나름 의미가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6%는 그렇게 나쁜 징후가 아닐 수도 있다.
오정근_두바이유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오늘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56달러 급락한 배럴당 34.64달러로 집계됐는데 이제는 배럴당 40달러도 지키지 못한다. 유가하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이준협_ 지금의 저유가는 에너지 패권전쟁에 의해서 촉발된 결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절대 감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감산을 해버리면 오히려 러시아를 도와주는 꼴이어서 쉽게 감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출혈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점유율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한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30달러대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추세라면 향후 3년 안에 60달러 이상을 넘기기도 힘들다. 지금과 같은 유가급락은 부정적이지만 안정적 저유가는 우리나라에는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민영_공급과잉으로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OPEC의 감산합의 실패는 뼈아프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며 이란까지 가세해 공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원유 등 원자재를 팔아 경제를 유지하는 중동,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국들의 재정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경제의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오정근_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빠지면 원자재 가격도 함께 하락할 수밖에 없고 결국 디플레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산유국을 대상으로 한 플랜트사업 같은 건설업 등은 현지 수주가 감소해 위협적이다. 조선·철강·건설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신민영_ OPEC의 획기적 감산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저유가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점유율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재 수준의 생산량을 계속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유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오정근_ 이러한 녹록지 않은 글로벌경제의 파고 속에서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준협_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가 맞물려 리스크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 처방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경제구조 개혁과 선진국 수준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신민영_ 미국은 경기 회복세에 따라 금리를 인상했지만 2016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라가기보다는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성장률 3% 터널을 빠져나오기보다는 2%대로 다시 진입할 수 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칠지 알 수 없는 충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동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은 너무 장기적인 처방이다.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서비스산업 활성화다. 정권마다 추진했던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이 아직 과실을 맺지 못했는데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정근_대외 리스크가 증가해도 대내적으로 경제가 건실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투자 활성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고부가가치서비스산업을 육성해 경제활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장시간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