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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득이 증가하는데 출산율이 감소하는 까닭은? - 저출산의 경제학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2017년 03월호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더 이상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국가적인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현상이 계속된다면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부양을 받아야 하는 노인인구의 비중은 계속 증가해 국가재정에 큰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어 정부는 오래전부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좀처럼 출산율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월평균 육아비용 107만원, 소비 지출액의 31% 차지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는 양육비용이 너무 부담스러워 자녀 낳기가 망설여진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원에 달하며 월평균 소비 지출액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1인당 GDP와 합계출산율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보면 과거에 비해 분명히 우리 경제는 크게 발전했는데 출산율은 이와 반대로 하락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보이고 있다. 종합해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은 늘어나는데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해 결과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관찰되는 저출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베커(Becker) 시카고대 교수는 인구변화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고전적 이론인 맬서스(Malthus)의 인구론과 자연선택으로 유명한 다윈(Darwin)의 진화론을 종합해 가구의 출산에 관한 경제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식량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증가율이 식량생산의 증가율을 초과하면서부터는 인구가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즉 1인당 식량생산량이 감소하면 식량생산의 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넘어설 때까지 사람들이 결혼을 연기하고 자녀도 적게 낳는다고 이해한다. 그런데 맬서스의 이론으로는 <그림>에서처럼 한국전쟁 이후 지난 60여년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으로 1인당 GDP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합계출산율은 반대로 크게 감소해온 사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편 다윈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적자생존에 의해 부모로부터 유전되는 가임능력이 높은 사람들만이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윈의 진화론으로는 인간이 생물학적 가임능력보다 적은 수의 자녀들을 갖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20세에 결혼해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여성의 경우 평균 11번의 출산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 시대에 이런 여성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출산율 하락, 자녀의 자질 높이기 위한 부모의 투자수요 증가 반영된 결과
맬서스의 이론은 자녀의 자질(quality)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녀의 수가 소득변화에 민감한 것을 가정하고 있고, 다윈은 부모가 직면한 경제적 제약을 무시한 채 능력이 뛰어난 후손의 생존력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둬서 각각 부모의 자녀수요에 대한 한쪽 면만을 보는 한계가 있었다. 베커는 맬서스와 다윈 이론의 장점을 결합해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 및 자녀 양육비용을 고려해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자녀를 낳고 싶어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베커의 자녀수요에 대한 경제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낳을지 결정할 때 자녀의 수와 자질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즉 자녀의 수와 자녀의 자질 간 밀접한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2대의 자동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한 한 가구의 예를 들어보자. 이 가구에서 첫 번째 자동차는 고급 외제승용차로 구매하고, 두 번째 자동차는 비교적 저렴한 중고 소형승용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상품은 비싸고 질이 좋은 상품과 저렴하고 질은 낮은 상품을 동시에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고 우리는 이를 합리적인 수요로 이해한다. 그렇지만 자녀의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모들이 자질이 뛰어난 자녀와 자질이 떨어지는 자녀를 모두 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모든 자녀들의 자질이 뛰어나기를 바란다. 이처럼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수와 자녀의 자질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다.


현재 한 명의 자녀만을 두고 있는 부모의 가구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부모는 한 명의 자녀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동시에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지금의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명을 더 낳으면 그 자녀에게도 기존 자녀와 똑같이 더 많은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녀의 수와 자녀 자질의 밀접한 상호작용은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부모가 느끼는 자녀당 양육비용, 즉 자녀의 수에 대한 가격의 증가를 초래한다. 가격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경제적 이치다. 반면 자녀 수가 줄어들면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총비용은 하락한다. 이제 부모는 자녀를 더 낳지 않고 기존 자녀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것이 소득이 증가함에도 출산율이 하락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베커의 자녀수요에 대한 경제모형을 적용해본다면 우리나라 가구의 육아비용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부모의 투자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가구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자녀의 양육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자녀양육 정책이 마련된다면 어쩌면 출산율의 반등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 참고문헌
· Becker, Gary S., and Barro, Robert J., "A Reformulation of the Economic Theory of Fertilit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03(1): 1-25, 1988
· Becker, Gary S., and Lewis, H. Gregg., "On the Interaction between the Quantity and Quality of Children,"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81(2, pt. 2): S279-S288, 1973
· Darwin, Charles,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 2 vols. New York: D. Appleton, 1872
· Malthus, T. R., An Essay on Population, vol. 1. London: J. M. Dent,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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