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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도, 불평등·빈곤의 대안 될까?
이선영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보사관 2017년 08월호



‘기본소득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금불평등과 양극화 심화를 겪고 있는 EU 회원국들은 최근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체계로 기본소득제도를 꼽고 있다. 지난해 유럽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65%가 기본소득에 우호적이라고 응답했을 만큼 인기 있는 대안으로 논의 중이다.


최근 자동화, 디지털 혁명, 세계화 등의 변화로 고용불안전성과 빈곤 위험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EU의 경우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혹독한 경기침체와 유례없는 고실업을 경험한 이후 2013년 무렵을 시작으로 최근의 고용상황은 글로벌 경제위기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임금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기본소득제도’는 심화되는 불평등과 빈곤 위험에 대응한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체계로 EU 회원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4월 유럽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65%가 기본소득에 우호적이라고 응답했을 만큼 인기 있는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간단·투명한 것이 장점, 재원소요나 개인의 근로 동기 약화는 단점
기본소득제도는 자산조사나 근로조건 없이(no question asked) 모두에게 일정 소득을 지원하는 보편적 소득지원제도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은 종종 시민소득(Citizen’s Income) 또는 시민배당금(Citizen’s Dividend)으로 불리기도 하고 EU 내 학자들은 유럽배당금(European Dividend)으로 칭하기도 한다.


최저소득보장제도 또는 공공부조는 일정 기준(예: 특정 연령대의 미혼모)이나 근로조건을 두고 운영되는 반면 기본소득제도는 비조건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며, 아동수당 등의 보편적 수당제도와는 비조건적이라는 점에선 유사하나 근로능력계층(working age polulation)도 지원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본소득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하고 투명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사회복지시스템은 엄격한 자격조건을 두고 행정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수급을 관리해야 하는 체계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행정비용을 많이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중복 및 누락으로 인한 비효율 문제도 야기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는 이러한 행정비용과 비효율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자산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급자의 스티그마(stigma·낙인)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개인의 직업선택 시 경제적 제약을 줄여 훈련 및 교육을 통한 직업능력 제고 기회를 증가시킴으로써 빈곤 함정 해소 및 사회평등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자동화 및 디지털화로 인한 사회적 이득을 재분배하는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소요가 크다는 점이다. 재원조달을 위한 세금인상은 물가인상을 초래하고 결국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개인의 근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지적된다. 기본소득이 생기면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근로를 중단할 유인이 커진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이민자를 유인할 우려도 제기된다. 셋째, 기본소득제도로 현재의 사회보험 및 연금, 사회서비스 등 현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과연 빈곤 및 불평등 감소에 효과적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고소득자에게도 동일하게 지원하는 반면 특별한 수요가 있는 장애인, 한부모가구 등의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기본소득의 개념은 공공재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하고 소득불평등을 높일 것이라는 점이 우려의 대상이다.


기본소득제도는 대중적 인기에도 아직 정책대안으로 검토되기에는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최근 EU 일부 국가들은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논의하기도 하고, 기본소득과 근로와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모형별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위스의 경우 2016년 6월 국민투표 결과 77%의 반대로 도입안이 부결됐으나 1년에 중위소득의 절반이 넘는 수준인 3만스위스프랑(월 2,500스위스프랑, 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핀란드는 국가 단위에서 청년 실직자 2천명에게 매달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올해 1월부터 2년간 시범운영으로 시작했으며, 네덜란드는 2015년부터 다양한 모형으로 월 900∼1,30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 노동시장 참여에 미치는 영향과 급여의존성과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공약으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방안이 제시됐는데, 기존의 공공부조와 자활지원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자는 방안 및 세금공제를 줄여 그 재원으로 기존의 공공부조와 유사한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EU 차원에서도 적정 수준의 소득보장이라는 큰 가치 실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유럽의회가 이를 이끌고 있으며, 집행위원회의 분석·검토를 요청하는 단계로 진행 중이다.


2016년 9월 유럽의회 정책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2월 유럽 경제사회위원회EESC)는 유럽의 기본소득과 빈곤지표에 관한 의견을 채택하면서 적정한 기본소득보장에 관한 긴급한 수요를 강조하고 집행위원회에 재정마련을 위한 방안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2014년 4월에는 기본소득을 주제로 유럽지역 회의를 개최해 EU 차원의 기본소득 도입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 10월에는 유럽의회 고용 및 사회복지위원회(EMPL)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지침’ 마련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논의했고, 2016년 6월에는 집행위원회에 ‘적정소득(Adequate Income)’ 정의 및 소득체계 평가계획, 우수사례 확산방안 수립 등을 요청한 바 있다.


OECD의 제언…추가 자격조건 두고 지급기간은 개인이 결정하도록
최근 OECD는 이미 OECD 많은 국가들의 세금부담 비율이 높아 추가적인 세율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 나라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재원조달 없이 기존의 근로연령계층에 지급되는 현금급여(주거급여, 장애인급여 제외) 재원과 비과세 및 소득공제를 없애는 경우 마련되는 재원으로 이를 정액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재정중립적인 모형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표> 참조).



연구 결과 네 나라의 지급 가능한 기본소득 급여액은 빈곤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만약 장애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을 유지하면서 재정중립적인 기본소득 모형을 마련해야 한다면 지급 수준은 더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종전 지출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경우 네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빈곤감소효과가 종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는데, 상대적으로 저소득 가구의 보장 수준이 높았던 핀란드, 프랑스, 영국은 오히려 전반적인 빈곤율이 증가했다. 네 나라가 공통적으로 기본소득으로 인해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에서는 급여손해를 보는 경향이, 중간계층에서는 급여이득을 보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급여손해가 크게 나타난 집단은 연령대별로는 조기퇴직을 경험한 55~64세, 가구형태별로는 아동이 없는 고소득 1인 가구, 저소득 한부모가구 등이고 반대로 급여이득이 큰 집단은 아동이 없는 2인 이상의 중산층 가구로 분석하고 있다.


요컨대 적정 수준의 기본소득 확보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세금인상이나 다른 사회복지지출의 대폭 감축이 불가피하나, 다른 복지지출을 기본연금으로 대체하는 경우 실업급여 수급가구, 장애인가구, 한부모가구 등 현 복지수급자들의 급여혜택 감소를 유발해 오히려 빈곤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기본소득제도가 그 대중적 인기에 비하면 적정 기본소득 수준의 결정, 산출방법, 타당성 및 실행방안 마련 등 다소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OECD 보고서는 재정부담을 줄이고 정책효과를 높이는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지원대상자의 경우 근로연령계층을 대상으로 하되 교육·훈련 등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지급하는 등 추가 자격조건을 두는 방안이다. 둘째, 지급기간을 일생의 일정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되 개인이 수급시점을 결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개인별 계좌와 같은 개념으로 언제 이 구좌를 사용할지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셋째, 지원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사회보장급여를 기본소득이 완전히 대체하더라도 가장 손실이 적은 대상, 예를 들면 아직 구직급여 수혜 자격이 되지 못하는 청년을 우선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을 포함한 미래형 사회보장형태에 대한 논의와 도입 가능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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