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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패션쇼핑몰이 선택한 ‘크리마 팩토리’···한 달 처리 고객리뷰만 100만개 넘어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7년 10월호



정부가 종잣돈을 대서 대학생 신분으로 겁 없이 창업했다. 하지만 첫 창업아이디어로 몇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고는 핵심에 집중하기 위해 더 이상 정부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절실함이 통했던 것일까. 새로 바꾼 사업아이템이 바로 매출을 내고 흑자로 연결됐다.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크리마팩토리는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리뷰를 한 달에 100만개 이상씩 처리하는 국내 1위 리뷰분석시스템 크리마팩토리 김윤호 대표의 이야기다. 32세인 김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창업해 한국에서 특히 성공하기 어렵다는 B2B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성과를 일궈냈다.


번거로운 구매후기 작성시스템 개선해 고객 문제 확실히 풀어줘
라인 쇼핑몰에 있어 고객리뷰는 아주 중요하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성의껏 좋은 리뷰를 남겨주면 판매율이 올라간다. 아마존이 세계 최고의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한 비결 중 하나는 고객들이 상세한 책 리뷰를 남기도록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패션쇼핑몰 리뷰 작성률은 보통 3%를 넘지 못한다. 리뷰를 작성하려면 로그인을 하고 일부러 주문내역 페이지로 가서 상품을 선택하는 등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쇼핑몰 회사가 이런 리뷰시스템을 직접 개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크리마팩토리는 이런 온라인 패션쇼핑몰의 문제를 풀어주고자 했다. 쇼핑몰이 크리마의 리뷰시스템을 적용하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 메시지의 링크를 누르면 로그인 절차 없이 쉽게 리뷰를 쓸 수 있다. 또 고객의 리뷰가 마치 인스타그램 페이지처럼 예쁘게 나와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


이런 세심한 노력으로 크리마팩토리의 리뷰시스템을 채용한 온라인 쇼핑몰은 리뷰 작성률이 3%에서 12~15% 수준으로 껑충 올라간다. 리뷰관리시스템도 편리하게 만들어져 쇼핑몰 리뷰담당자의 잡일을 줄여준다. 덕분에 국내 10대 패션쇼핑몰 등 74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고객사의 방문자 수를 따지면 한 달에 1천만명이다. 고객의 문제를 확실히 풀어준 것이 주효했다.


김윤호 대표가 처음부터 이렇게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11년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재학 당시 창업했다. 따분한 대기업의 조직생활이 도저히 맞지 않을 것 같아 취업준비는 아예 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여행을 하면서 인턴경험을 했는데 월요병에 시달렸습니다. 또 대기업에 취직한 선배들을 만나봐도 행복해하며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없었고요. 이럴 바에는 내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직접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이후 2년 동안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정부지원사업을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지원받았다. 사업계획서 등을 쓰는 요령을 알게 되니 지원하면 거의 다 합격했다. 그렇게 거의 2억원을 지원받고, 사무실도 공간을 지원받아서 해결했다.


하지만 첫 창업아이템으로 잡은 통합장바구니 아이디어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평소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을 개선하면 잘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빚을 내서 내 돈으로 창업했으면 큰 손해를 보고 신용불량자가 됐을지도 모르는데 정부지원 덕분에 실패했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지원 받지 않기로 하자 성공 간절함 생겨…2014년부터 4년째 흑자 행진 이어가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에 더 이상 정부지원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좀비회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정부지원은 꾸준히 받는데 매출은 못 내는 회사요. 죽지는 않는데 발전은 없는 회사 말입니다. 주위에 그런 회사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정부지원사업을 몇 번 해보면 꾼이 된다고 한다. 한 번 쓴 사업계획서를 다른 사업에 재탕할 수 있다. 회사가 업력이 돼서 창업지원을 못 받으면 R&D지원사업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렇게 계속 이어가면 되는 정부지원이 일종의 마약 같았다.


“제 집중력의 절반 정도를 사업 지원을 위한 보고서를 쓰고 교육 등 행사에 쫓아다니는 데 썼다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또 지원사업 신청해서 받으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도 생겼고요.”


정부지원을 받지 않기로 하고 돈이 떨어지는 마지노선을 정해놓으니 전투의식이 생겼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생긴 것이다.


“정부사업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돈을 줄 고객들이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고 직접 열심히 쫓아다녔다. 무작정 찾아가 만났다. 그래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객사들의 큰 문제였던 상품리뷰를 개선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여주니 반응이 좋았다. 만난 고객의 80%가 일주일 안에 쓰겠다고 연락을 줬을 정도다. 덕분에 바로 매출을 내고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후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 정부지원은 물론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전혀 받지 않고 2014년부터 4년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직원 22명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는 내실을 만드는 데 주력하기 위해 회사 홍보도 일절 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회사가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니 좋은 인재를 뽑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홍보도 해서 회사를 알리기로 했습니다(웃음).”


크리마는 이제 데이터 중심 회사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크리마에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리뷰를 통해 자발적으로 제공한 키, 몸무게, 신발사이즈 등 체형데이터 300만개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고객 한 명 한 명의 기호에 맞춘 제품을 시의적절하게 추천해 판매하는 정교한 추천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크리마는 이런 기능을 갖춘 타깃팅 DM발송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으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부지원이 초보 창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또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넘치는 지원사업을 전전하며 연명하는 좀비벤처를 양산하는 것보다 이들 기업이 적절한 시기가 되면 자립해서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좋은 기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직접 지원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창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낡은 규제를 없애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그래도 낙관적이다. “처음 창업할 때에 비하면 요즘은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며 “한국은 시장이 작을지는 모르지만 창업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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