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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콘텐츠 제값 받고 팔겠다” ‘퍼블리’의 당돌한 시도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7년 11월호




“당신에게 꼭 필요한 콘텐츠를 특별한 경험으로 제공합니다.”


언론계·출판계 등 고급콘텐츠를 다루는 업계인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퍼블리(Publy.co)’다. 많은 이들이 이 회사의 독특한 콘텐츠 실험이 과연 성공할지 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무료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퍼블리는 거꾸로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값 받고 판매하겠다는 전략을 내걸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유료화에 실패한 언론인들이나 책이 안 팔려 울상인 출판인들에게 이런 퍼블리의 시도는 무척 당돌하게 들린다. 그래서 퍼블리가 처음 시작할 때는 “그게 되겠어?” 하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퍼블리 박소령 대표(37세)는 창업한 지 2년여 만에 1만5천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중 절반을 평균 3만원 이상을 내는 유료고객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또 다음(Daum) 창업자인 이재웅 씨의 초기 투자에 이어 캡스톤파트너스 등 잘 알려진 벤처캐피털(VC) 3사로부터 지난 8월 1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호에서는 프리미엄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가고 있는 퍼블리 박소령 대표를 만나봤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2년간 50여개 콘텐츠 만들어내
박 대표에게 회사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퍼블리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파는 회사입니다. 특히 ‘지적콘텐츠’를 만들어 ‘유료’로 판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고급콘텐츠를 제값 받고 판다는 뜻이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기획하고 판매하기 위해 퍼블리가 선택한 방법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인터넷에서 다수의 개인에게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가 유명하며 국내에서는 와디즈나 텀블벅이 잘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다. 이런 사이트에서는 보통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 제품을 기획해 돈을 모으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5년 4월 퍼블리를 창업한 박 대표는 2016년 초 퍼블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개설하고 콘텐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이 이용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필자부터 퍼블리 프로젝트에 상당한 돈을 내고 참가했다. 올해 초 필자는 VC산업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다. 한국 스타트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VC의 역할이 특히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 한국 VC생태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참에 퍼블리의 ‘한국벤처캐피털리즘 -VC가 말하다’라는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다. VC로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젊은 심사역 3명이 쓴 보고서를 제공받는 것과 함께 이들과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대표 등 시니어VC들이 모여 4시간 동안 진행하는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보고서 구매와 참가비용은 무려 14만원. 무료로 참석할 수 있는 콘퍼런스나 세미나가 넘쳐나는 시대에 황당할 만큼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다른 어디서도 구하기 어려운 콘텐츠이기 때문에 큰마음을 먹고 등록했다. 약 50명분의 티켓은 오래지 않아 매진됐다. 토론회 당일 대부분 투자가였던 참석자들은 상당한 금액을 들인 만큼 전원 출석했고, 모두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충만한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날 인사한 여러 명의 투자가들과 이후 계속 교류를 하게 됐다. 또 일류 경영컨설팅 회사의 자료 못지않은 품질의 보고서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콘텐츠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고급 네트워킹까지 가능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 퍼블리의 기획력에 감탄했다.


지적 성장욕구에 적합한 플랫폼 없어 창업…기술 기반 콘텐츠플랫폼으로 비즈니스 확장할 것
이처럼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저자가 취재와 보고서 작성 계획을 퍼블리 홈페이지에 밝히고, 미리 설정해둔 가격에 맞춰 프로젝트 자금을 모금한다. 펀딩에 성공하면 디지털보고서를 발간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60개의 프로젝트를 시도했고 그중 5개가 펀딩에 실패했습니다. 50여개는 최종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죠.”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는 칸 광고제 프로젝트다.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칸 국제광고제는 광고시상식 이외에도 광고,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방대한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되는 거대한 행사다. 광고와 게임전문가 2명이 현지취재를 해서 보고서를 전달하는 프로젝트에 500여명이 참여해 1,700여만원의 금액이 모였다.


어떤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느냐고 묻자 박 대표는 돈을 벌기 시작한 25세의 젊은 층이라 답했다. “대학교육을 마친 이후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는 계속 뭔가 배움을 통해서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 시험 공부 사이트는 많아도 자기 자신의 지적 성장욕구에 적합한 플랫폼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시장에 공백이 있다는 생각으로 퍼블리를 만들었고, 그것이 맞아떨어진 것이죠.”


미디어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펼치는 퍼블리를 창업하기까지 박소령 대표는 먼 길을 돌아왔다. 서울대 경영학과 00학번인 박 대표는 졸업 후 맥킨지, 티플러스 등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4년 반 정도 일했다. 이후 뜻한 바가 있어 2010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갔다가 2014년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변화하는 세계를 대중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에 끌렸습니다. 그래서 미디어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제가 있을 곳을 찾지 못했어요. 초조해졌습니다.” 소위 ‘오버스펙’이었던 박 대표는 의외로 길어지는 백수생활에 방황을 하다가 젊은 창업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재웅 대표를 만났고, 이 대표의 권유로 창업에 나서게 됐다. 창업을 결심하는 데 이재웅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퍼블리는 이제 제법 축적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또 다른 유료화 모델도 시도 중이다. 두 달 전부터 월 2만1,900원을 내면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멤버십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판매가 종료된 지난 콘텐츠도 읽고 싶다는 고객의 요구 덕분이다. 또 출판사 미래엔과 계약을 하고 고객의 호응이 컸던 콘텐츠를 재편집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스타트업’으로서 정체성을 갖기 위해 퍼블리의 기술 기반에 더 투자해나갈 방침이다. “기술 기반의 콘텐츠플랫폼이 만들어져야 비즈니스를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콘텐츠 기획과 개발의 중요성을 동등하게 보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이나 책에서는 얻기 힘든, 살아 있는 고급정보에 굶주려 있는 사람이라면 퍼블리 사이트를 한번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관심이 있다면 오프라인 행사에도 참여해 저자와 소통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퍼블리가 한국의 지적자본을 쌓아나가는, 새로운 시대의 고급콘텐츠 비즈니스 회사로 쭉쭉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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