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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돈관리앱 ‘뱅크샐러드’…금융자산은 물론 실물자산까지 관리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9년 03월호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뱅샐’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는 앱이 있다. 예금, 신용카드 사용액, 보험, 증권 등 금융자산은 물론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자산까지 자동으로 입력해 스마트하게 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뱅크샐러드다. 출시 1년 8개월 만에 350만건의 다운로드가 이뤄졌고 지금도 신규 가입자가 하루에 2만명씩 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정책에서 뱅크샐러드는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멋진 앱을 만들어낸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를 만나봤다.


뱅크샐러드 3.0앱 월 60만 다운로드
부산 출신으로 서강대 경영학과 04학번인 김 대표는 2012년 6월 레이니스트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후보자 이름 없이 대선공약을 선택하면 성향에 맞는 대통령 후보를 추천해주는 대선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이런 정치 관련 사이트로 주목을 받다가 본격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비합리성을 줄여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영역 중 어디가 시장성 있을까 생각해보니 금융이었습니다. 누구나 소비패턴에 맞는 신용카드를 추천받고 싶고 싼 금리로 대출받고 싶은데 쉽지 않죠. 뭔가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뱅크샐러드다. 이용자가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업로드하면 소비패턴에 맞는 카드를 추천해주는 웹서비스로 2014년 여름에 처음 내놨다. 마침 그해 가을부터 한국에 핀테크붐이 일었고 뱅크샐러드는 토스, 8퍼센트 등과 함께 국내 몇 안 되는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 보니 모바일앱을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뱅크샐러드앱 1.0버전은 거의 2년이 지난 2016년에 나왔다.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알림문자 데이터를 긁어서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거의 없었다. “겨우 5만 다운로드에 한 달 사용자가 5천명밖에 안 됐습니다. 그저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의 조합이었고 고객이 정말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죠.”
처음부터 다시 해보기로 했다. “성공한 앱들의 비결을 분석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음과 도약이 있었습니다. 자신감도 얻게 됐고요.” 이런 반성과 공부를 거쳐 2017년 초 출시한 뱅크샐러드 2.0버전은 구글에서 ‘올해의 앱’으로 뽑힐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버전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여전히 카드 사용내역 문자를 분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고객의 금융자산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이런 문제점을 개선해 고객이 은행·카드사별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또는 공인인증서로 인증해 금융 사용내역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변경한 3.0앱을 2017년 5월 선보였다. “3.0앱은 출시 직후부터 월 20만 다운로드가 나올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월 60만 다운로드입니다. 30대 직장인이 가장 많이 쓰지만 의외로 50대도 5%나 됩니다.” 3.0앱 출시 후 매출도 4배로 늘었다. 카드를 추천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데 지금은 월 1만장 이상이 뱅크샐러드의 추천으로 발급되고 있다. 대출추천 등으로 수익모델을 늘려가고 있다.


마이데이터 정책으로 새로운 도약 기회 열려

이제 뱅크샐러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열린다. 금융소비자들의 데이터 주권을 보장해주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금융위가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최근 핀테크기업이 금융회사의 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은행권 공동 오픈API의 활용범위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금융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더욱 고도화된 분석을 제공하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게 된다. 이런 정책변화는 김 대표가 정책당국과 금융계를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설득해온 결과다. 금융정보는 당사 자산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금융사 임원에게 “통신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객의 통화기록은 통신사의 것입니까, 고객의 것입니까”라며 설득했고, 마이데이터를 왜 기존 신용평가사가 아닌 핀테크사가 하느냐는 질문에는 “젊은 대학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이런 꾸준한 설득이 먹힌 것이다.
뱅크샐러드의 약진은 김 대표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카드를 비교·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왜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니 다음 문제가 기다립니다. ‘고객의 금융정보를 다 가져와서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하나하나 찾아 해결하면서 고민하다 보니 금융의 역사와 시스템을 다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레이니스트도 쑥쑥 성장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20여명이었는데 이제는 80여명이 됐다. 지난해 10월 컴퍼니K 등 국내투자사들로부터 140억원을 투자받아 누적투자금은 189억원이 됐다. 지난 12월부터 TV 광고, 버스·지하철 광고 등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직원 증가에 대비해 멋진 새 사무실로 이전했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니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겁니다.”
창업 스토리를 들으며 도대체 그의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아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밀어준 부모님의 뒷받침이 컸다. 그리고 스무 살 대학시절의 호떡장사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서강대 재학시절인 2005년 학교 앞에서 ‘서태웅 호떡’이라는 호떡 노점을 운영했다. 당시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화제의 호떡집이었다. “경영학과를 다니는데도 내가 경영을 잘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직접 사업을 해서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수중에 100만원밖에 없어서 호떡장사에 도전했죠.”
그런데 이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동네 노점상들이 험악한 얼굴로 나타났다. 자기들 구역에서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는 학교 총장에게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고 교직원들과 동네 상인들에게 무료로 호떡을 돌렸다. 총장이 “이것은 경영수업의 일환”이라며 노점상들을 설득해줬고, 덕분에 김 대표는 권리금 없이 호떡장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때의 경험이 지금 정부와 금융계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데이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데이터 이동권과 열람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본인의 데이터를 옮겨서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다양한 데이터 융합, 고객 중심 서비스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자유롭게 해 스타트업에 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마이데이터 시대에 뱅크샐러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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