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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모든 정책 수단 총동원해 국내 생산 에너지 확대한다
김태훈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과 서기관 2026년 06월호
러시아의 천문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는 문명이 가용할 수 있는 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우주 문명을 행성급(제1유형), 항성급(제2유형), 은하급(제3유형)으로 분류하는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척도의 기저에는 에너지가 단순히 소비되는 재화가 아니라 문명의 수준을 결정하는 힘의 원천이자 국력의 척도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분쟁의 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통찰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의 전개 과정을 복기해 보면 각국은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였고, 이를 지렛대 삼아 역내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수급 차질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세계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이스라엘–이란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위기 상황은 우리 경제에 여러 차례 반복됐다. 과거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걸프전 때도 대외적 충격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제조 강국임에도 자원 빈국이라는 한계 속에서 화석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취약한 에너지 구조를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등을 기본 골자로
석탄발전소 폐지 로드맵 마련하고 재생열 중심으로 열에너지 재편

이에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같은 국내 생산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대전환’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연료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우리 에너지 체계 전반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혁신하는 여정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 녹색제조 글로벌 3강 도약, 지역균형발전이라는 3대 정책 방향 아래 10대 핵심 전략 과제로 구성돼 있다.

첫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전격 확대한다. 태양광 보급을 극대화하기 위해 햇빛소득마을, 산업단지 지붕형·영농형·수상형 태양광은 물론 접경지역 입지 활용, 공공기관 RE100 이행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 풍력 발전의 경우에는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하고 일괄 인허가 체계를 구축해 완공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둘째, 석탄발전소를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한다. 폐지 지역의 경제 위축을 막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체산업을 육성해 ‘정의로운 전환’ 모델을 구축하며, 전환 과정에서의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셋째, 최종 에너지 소비의 48%를 차지하면서도 국가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열에너지를 재생열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를 위해 ‘열에너지 관리법’ 제정으로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에는 공기열 및 수열 히트펌프를 먼저 보급한다. 아울러 기존 LNG 기반의 지역난방 또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난방체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열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을 이끈다.

넷째, 미래 먹거리인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녹색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차세대 태양광 셀과 모듈, 고효율 풍력터빈,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전선 및 변압기, 수전해 설비 등 핵심 기자재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과 실증 지원을 강화하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통해 글로벌시장 주도권을 선점한다.

다섯째, 산업 공정 전반의 전기화와 연료 및 원료의 청정화를 강력히 추진한다. 3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 설비를 2028년까지 차질없이 완공하고, 2037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전기 나프타분해시설(NCC)로의 전환과 공정 효율화를 통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하며, 탄소 감축이 어려운 분야는 그린수소, 핑크수소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결합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저감한다.

여섯째, 수송 분야를 포함해 움직이는 모든 모빌리티와 수송에 대한 전기화를 가속한다. 2030년까지 신차 보급량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우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특히 경찰차와 택시, 렌터카 등 공공 및 영업용 차량을 우선적으로 전환한다. 아울러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 및 이륜차까지 AI 기반의 전기화 시스템을 도입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일곱째, 에너지 전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재정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융자 및 보증 지원을 확대해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고, 탄소 배출권 유상할당 수익 등을 활용해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을 확충함으로써 기업의 탈탄소 투자와 녹색산업 성장을 뒷받침한다. 기존 화석연료에 투입되던 각종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로드맵도 수립할 예정이다.
 

송전 비용과 지역별 전력자립도 반영한 차등 요금제 도입하고
국민 천만 명 대상으로 에너지 소득 실현

여덟째, 대형 화력발전기 중심의 국가 전력망을 재생에너지 확산에 적합한 분산형·양방향 시스템으로 혁신한다. ESS와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을 대폭 확충하고, 지역 내 생산과 소비가 최적화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한다. 서해안 해저송전망(HVDC) 등 핵심 융통선로를 구축해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한다.

아홉째, 재생에너지 중심 체계에 부합하는 전기요금 및 전력시장 제도로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송전 비용과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반영한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하고, 기존 재생에너지 보급제도(RPS)를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제도로 개편해 발전 비용 하락과 투자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국민 천만 명이 직접 참여하고 혜택을 누리는 ‘에너지 소득’을 실현한다. 주민 참여형 햇빛·바람 소득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고압 송전망 건설 시 인근 주민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소득 증대를 돕는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해 에너지 전환의 토대를 완성한다.

에너지 대전환은 우리나라의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와 전력 공급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만 하는 과업이다. 이를 통해 현재 80% 수준인 1차 에너지 중 화석연료 비중을 2030년 66%까지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화 비율을 각각 20%와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카르다쇼프는 총에너지 소비가 문명의 척도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 척도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는가’가 아닌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얼마나 스스로 확보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에너지 대전환은 대외 충격에 흔들리던 수동적인 과거를 뒤로하고 우리 손으로 직접 국가의 운명을 개척하는 담대한 도전이다. 화석연료 시대를 건너 재생에너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이 여정은 단순히 수치를 바꾸는 작업을 넘어 대한민국을 탈탄소 문명의 선도국가로 도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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