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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점
사모펀드 등 국내자본 적극 육성해야
최공필(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5년 03월호
IMF 외환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받았던 금융기관과 워크아웃 기업들이 올해부터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이와 관련한 외국자본 기능?역할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워낙 M&A시장에서 국내외 기관의 역량 차이이나 법적?제도적 차별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취약한 국내자본이 이들 대형 매물을 인수할 제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욱이 국내자본은 각종 규제로 인해 M&A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태인 반면, 외국자본은 기업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어 회생가능한 중견기업들이 대거 외국계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세계화시대에 외국자본에 무조건 배타적일 필요는 없지만, 외국계 자본의 과도하고 급속한 산업 잠식은 국부 유출과 국내산업의 주권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여건의 발달이나 금융기관의 역량구축 차원에서 외국자본의 긍정적 역할을 제고하는 동시에 해외자본의 과도한 진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선별적 전략을 적극 마련할 때이다.

실질적인 면에서 외국자본의 진출은 단순히 돈이 들어오는 차원이 아니라 자본의 운영과 연관된 지배구조의 진출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입되는 자본의 성격상 운용패턴도 상이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이하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이후 투기자본이 과다하게 진입하면서 그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은 바 있는 우리로서는 외국자본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자본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바람직한 대응방안을 알아본다.


경제시스템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폭제’ 역할


첫째, 외국자본은 우리 금융시스템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외국자본의 역할이 중시되는 현실은 어쩌면 우리 금융체제의 한계와 문제점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M&A와 관련된 외국자본의 두드러진 역할은 국내자본의 낙후된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소위 ‘투자은행’(investment bank)에서 주로 취급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에서 우리 금융시스템은 ‘원죄적’ 한계 또는 역량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공백(gap)을 메워 주는 것이 외국자본이다. 외국자본은 한국경제의 회생과 구조조정을 가능케 하고 시장개혁에 저항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해상충관계를 극복하면서 ‘주주 위주의 경영’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둘째, 외국자본의 진출은 경쟁구도를 강화시켜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경쟁에 제한적으로만 노출되었던 취약한 국내금융시스템은 여러 군데서 포착되는 공백을 외국자본의 역할로 메워가면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각종 묵시적?명시적 보증이나 개입으로 위험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장여건, 과도한 위험산정의 결과로 자금흐름이 단절된 금융 양극화, 그리고 정치적 고려로 인해 시장기능에 의존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사안에 대해 외국자본은 최대한 시장원칙에 의거하여 비교적 신속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부실처리 측면에서의 역할은 단연 돋보인다. 개방경쟁 환경하에서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우리 금융권에 필요한 변화방향을 제시하고 있음도 인정해야 한다. 즉, 외국자본은 낙후된 대출관행이나 방만한 지배구조가 더 이상 허용되지 못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자본으로 인한 국내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효과, 주가 상승에 따른 기업의 자본조달비용 감소 효과, 법?제도 선진화 효과, 대외개방으로 인한 규제완화 효과 같은 것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이다.

셋째, 자본시장 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외국인투자의 증가는 은행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금융시스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자본은 주식시장 교란요인으로 과도하게 부각되는 측면과는 달리 국내 주가의 상승 및 주가변동성에 비교적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로, 주식수익률은 증권시장 개방시점인 1992년부터 증가하였으며, 개별 우량주식의 경우 외국인 투자지분의 증가에 따라 주식수익률의 분산은 감소하였다. 또한 외국인투자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차원의 정보가 국내 주식시장에 원활하게 전달됨으로써 주식시장의 유동성?효율성이 증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편입 정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본시장 접근기회를 통한 안정적 신용흐름의 확보로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와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한다는 점에서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등을 심화시킬 수도


외국자본의 진출은 우리의 낙후된 부문의 발전을 촉진하고 우리 경제시스템 전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체적 시장여건이 구비되지 않은 여건하에서 외국자본은 칼날의 양면같이 정반대의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날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첫째, 우리의 시장여건상 질 좋은 외국자본보다는 단기투기 위주의 자본들이 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우리의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면서 국가 단위의 결속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세계적 기준’의 적용은 경쟁력 있는 부문과 그러하지 못한 부문 간의 차이를 전례 없이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상당한 규모의 생산성이 낙후된 부문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러한 잣대의 적용을 받는 것이 기회인 동시에 심각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사실 투기적 자본이 판을 치는 현실은 단기적 투기목적 위주의 자본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자본이 머물 수 없는 우리의 원천적 여건상 제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투기자본의 피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여건과 관련 없이 자본흐름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지켜나가기는 그리 쉽지 않아 개방 초기에 관찰되는 자본계정의 변동성은 금융안정의 축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불안을 안고 가는 기이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은 기본적으로 경기순응적(procyclical)인 성격을 지니지만 외국자본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져 글로벌 금융기관의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및 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둘째, 외국자본은 양극화와 같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악화시키기 쉽다. 자본배분의 성격상 위험에 따른 차별화는 불가피하며 국내의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우리가 완화시켜야 하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순수한 시장원리로 작동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제고될 수 있으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효율성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 국경 없는 환경에서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효율성 추구와 종종 상충관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예로,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안정적 신용흐름은 낙후된 부문의 성장과 균형적 산업기반 형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배분은 건전성과 수익성이 중시되는 외국자본의 비중이 높아지는 여건하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은행부문에서는 외국자본의 영향력 확대로 중소기업금융 및 서민금융이 위축되고 금융의 산업지원이라는 공공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대기업은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위협에 시달리는 가운데 신규투자보다는 고배당과 유상감사, 자사주 매입 등 외국 대주주의 요구에 부응하는데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적 투자에 사용해야 할 경영자원과 자금이 경영권 방어 및 단기적 수익개선 및 배당에 집중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셋째, 자원배분의 중추적 기능을 외국자본에 의존할 경우 우리의 산업기반은 공동화(hollowing out)되거나 예속될 수밖에 없다. 해외자본의 성격에 대한 분석도 없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우리 산업의 목줄을 해외에 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산업자본에 의한 국제투기펀드의 직접투자는 국부유출과 장기적인 산업 황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개발도상에 있는 소개방 경제가 대규모 경제로 예속화되는 추세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를 종합하면 외국자본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시장압력을 증대시키고 우리에게 결여된 금융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으나,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고 경제를 해외요인에 지나치게 예속시키는 폐단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해외자본의 활용 없이 우리 경제가 지속적 성장을 통해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외국자본을 우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가는 것이다. 초기 투기자본이 판친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시장역량이 갖추어지면서 해외자본도 점차 안정적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외국자본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낼 수밖에 없는 만큼 한쪽에 치우친 시각을 갖기보다는 균형적인 시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해 대외무역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혜택을 보며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경우 외국자본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투자차액만 노리는 외국의 사모펀드 등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횡행하지 못하도록 자본시장 관련 제도나 법규를 보완하고 그 집행을 공정하게 함으로써 소위 국내자본과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결국 선별적 대응전략만이 외국자본 진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하하고 질 좋은 자본의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국내 사모펀드 육성 필요

우리가 처해 있는 개방환경은 우리가 단기에 감당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다양한 방면의 요구를 강요하고 있다. 소유권이라든지 법?제도라든지 기초적 자본시장 작동에 필요한 요소들을 충족시켜 가면서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기대하기에는 기존 지배구조상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지배구조상의 변화 없이 시장여건의 본질적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논점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어떻게 공정한 법규를 만들어 국내기업과 외국자본 간 역차별 논쟁을 해소하고, 사법적 판단을 선진화하며, 엄격히 법규를 집행하느냐 하는 본질적 문제로 옮겨가야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지배권 취득목적인 경우 경영참여 여부, 경영진 변경계획, 지배구조와 관련된 정관변경 계획, 자본추가취득 또는 처분계획을 상세히 밝히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고, 증권거래법도 개정돼 투자목적에서 경영권 행사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지분소유자의 상세한 정보를 밝혀야 하며 목적 변경시 5일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냉각기간이 적용되는 등 제도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M&A를 시도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인수 부담을 늘리고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연내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나 이것만으로는 국내기업들이 M&A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차제에 다양한 대응책 개발이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가 M&A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특히 국내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재벌 총수들은 아직도 평균 2%도 안 되는 지분으로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재벌그룹 14개의 대부분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관계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곡된 기업 소유지배구조가 M&A 위협을 불렀다는 점은 이미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세 등에서 충분히 확인된 바 있다. 투명 경영과 더불어 복잡한 소유지분구조를 단순화?투명화함으로써 외국자본의 M&A 위협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마땅하다.

한편 M&A 시장에 참여할 국내자본도 적극 육성해야 할 것이다. 사모투자펀드(PEF)의 육성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뉴브리지?론스타 등 미국계 사모펀드들이 한국에서 운용하는 자산 규모만 2~3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관련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국내 사모펀드들이 이제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산운용 규모도 1천억원대에 불과하다. 국내자본들이 해외자본에 맞설 수 있도록 하려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하고, 연기금들의 자산운용 규제를 좀더 풀어줄 필요가 있으며, 올 연말 도입 예정인 기업연금의 활용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규모 공적자금 등이 투입돼 회생한 주력산업의 우량기업들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부는 급속하게 유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들이 배제된 가운데 외국계 자본만 M&A에 참여하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헐값 매각’이 될 수도 있다. 외국자본의 국내 M&A시장 독식을 방지하려면 우선 출자총액제한 등과 같은 국내 자본의 역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능력 있는 기업들이 필요한 워크아웃 기업들을 M&A 시장에서 직접 사가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어도 공정경쟁의 토대하에서 M&A 시장 참여기업들에 대한 국적상 차별을 없앨 필요가 있다. 국내자본과 기업들의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워크아웃 기업들을 매각하면 지배구조가 우리보다 열악한 외국자본이 휩쓸어 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국내자본이 성숙할 때까지 우량기업의 매각속도를 조절하면서 사모펀드시장의 육성을 통해 국내자본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계 사모펀드와 공정한 기업인수경쟁을 할 수 있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의 탄생과 이를 운영할 능력 있는 민간 부문의 인재양성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기업의 유능한 경영진이 적대적 M&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독소조항’(poison pill)과 같은 효율적 방어수단을 법규상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독소조항, 유럽은 차등의결권주, 피라미드 출자 등을 통해 적대적 M&A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으며, 일본은 상호출자와 금융기관 안정주식 보유로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참고로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가 동북아시대를 맞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아일랜드?스위스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의 법규와 제도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자본에 대해 글로벌 기준에 따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증시 교란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한 감시활동을 펼치는 등 금융주권 확립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외자본의 역할은 유입되는 자본의 성격 외에도 대내외 시장신뢰 구축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시장체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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