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이슈

재활용, 규제보다 시장적 접근 늘려야
남광희(駐OECD대표부 1등 서기관) 2007년 02월호
OECD는 UN 환경계획(UNEP) 등 환경문제를 다루는 다른 국제기구와 비교할 때, 환경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하면서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추구하는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강점을 지닌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OECD는 ‘폐기물 경제학’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폐기물 정책을 경제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경제적 유인책 도입 등을 회원국에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OECD는 최근 ‘재활용 시장 개선대책’이란 책자를 통해 일반적으로 규제정책이 대세를 이루는 재활용 정책분야에 대해서도 시장적 접근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재활용 시장 개선대책’ 책자 발간을 계기로 OECD의 재활용 육성대책을 정리하면서 우리나라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쓰레기종량제 등 유인책으로 성공 거둬

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1990년부터 2000년 동안 14% 증가한 반면 국민소득(GDP)은 29% 증가하여 환경과 경제성장 간 연계차단(decoupling)이 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연계차단'(Decoupling)이란 OECD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는 분석틀로서 개발을 나타내는 지표(예 : 경제성장률)와 환경오염을 보여주는 지표(예 : 각종 오염물질 증가율)를 상호 비교하여 환경과 개발의 상관관계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즉, 경제성장·개발과 환경훼손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동일한 기간에 경제성장률과 대비해 오염물질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연계차단이 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연계차단 지표를 토대로 분석할 경우 OECD 회원국의 생활폐기물 정책은 대체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각 회원국에서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매립세, 소각세, 쓰레기종량제 등 각종 경제적 유인책을 실시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폐기물을 최종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매립과 소각 방식으로 분류되는데 개별 국가의 지형적 특징, 사회·문화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OECD 회원국은 국토 여건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미국, 스페인, 영국 등 국토가 넓은 나라는 매립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일본, 덴마크, 네덜란드 등 국토가 좁은 나라는 소각방식(예 : 일본 78%)에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매립(40.3%)이 소각(14.5%)에 비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예외적인 경우로 분류된다.

아울러 OECD 회원국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지난 10년간 전반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지역·국가별로 재활용률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재활용률이 높은 반면,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지중해 국가들은 재활용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격차를 일부 전문가들은 정책적 차이보다는 기후, 민족성 등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지난 10년간 OECD 국가들은 전체적으로 폐기물 정책에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책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폐기물정책이 규제정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일부 경제적 유인책은 경제 원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경제적 효율성이 낮다고 진단하면서 경제적 분석의 강화를 적극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OECD는 구체적으로 폐기물 부담금, 매립세 등 각종 부담금 및 세금의 요율을 설정할 때 폐기물 수집 및 처리비용 등의 직접비용과 더불어 폐기물로 인한 환경 비용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한계사회비용'(Marginal Social Cost)을 반영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각 회원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종량제, 폐기물 예치금제도,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가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에 효과적인 정책이지만, 각 제도에 내재하는 고유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특별 대책을 강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쓰레기종량제의 경우 불법투기 문제와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 문제가 대표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불법투기 해소방안으로서 불법투기 신고보상제, 교육 및 홍보 강화 등의 대책을, 저소득층의 지원방안으로 사회보호대상 가정에 대한 무상 봉투 보급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활용 특별대책과 상호 보완적인 다양한 정책조합 주문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은 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품목별 재활용 목표율 지정, 재활용 가능 폐기물의 매립 및 소각 금지 등 재활용 제고 특별 대책을 추진하여 폐금속, 폐유리 등 일부 품목에서 높은 재활용률을 달성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이 재활용률 제고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로 인한 환경훼손의 최소화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된다.

폐기물 정책은 감량, 재활용, 안전하고 위생적인 처리 등 정책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재활용을 정책목적으로 상정할 경우 재활용 가능 폐기물의 소각 및 매립 금지와 같이 재활용 제고에 포커스를 두는 정책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종량제 등 포괄적인 폐기물정책과 같이 폐기물 감량 등의 목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활용도 함께 달성되는 정책이 있다. 한편 원유, 펄프목재 등 초기 재료(Virgin Material)의 공급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 세제혜택 등의 대책과 같이 오히려 재생 재료(Recycled Material)의 사용을 정면으로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재활용품 시장에서 정보 부족 등 시장실패 상황이 발생하여 재활용품의 수요와 공급에 차질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재활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특별대책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재활용 제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즉, 재활용품 시장의 비효율성을 치유하고, 재생 재료(Recycled Material)와 경쟁관계에 있는 초기 재료(Virgin Material)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한편, 포괄적인 폐기물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때 재활용 육성대책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로 인한 환경훼손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경제적으로 효율성 있는 포괄적인 폐기물정책을 사용할 경우 재활용률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재활용과 대체 관계에 있는 소각 또는 매립 방식에 대해 엄격한 처리기준을 적용할 경우 동 처리 방식의 비용을 높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재활용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대책과 더불어 재활용 제고에 높은 효과가 있는 쓰레기종량제를 함께 시행할 경우 재활용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경쟁 제품과 공정한 경쟁으로 재활용을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재생 재료(폐윤활유, 재생종이, 폐금속 등)와 경쟁관계에 있는 초기 재료(원유, 펄프목재, 광물 등)에 대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재생 재료의 가격 경쟁력을 저해하는 경우가 있다. 한편 일부 품목의 경우 위생 등의 이유로 재생 원료의 사용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시장진입 자체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초기 재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 재생재료의 사용 금지 대신 완성제품의 품질 기준 설정 등의 대책을 요구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재활용 제고를 위한 선결과제라고 보고 있다.


개별품목 특성을 고려한 정책수단 필요

OECD는 재활용품 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비효율성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때 재활용 제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재활용품이 재활용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 부족, 재활용품의 품질은 낮을 것이라는 왜곡된 편견(소비 외부성), 복합 플라스틱 등의 사용으로 인한 재활용 곤란(기술적 외부성), 독과점 등에 의한 진입 장벽(시장 지배력), 공급자와 수요자를 찾는 데 소요되는 비용(거래 비용) 등 다양한 시장실패 요인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 스스로 치유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경우 재활용품에 관한 정보 공개, 녹색정부구매, 환경마크제도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요구된다.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과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위와 같은 대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먼저 쓰레기종량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폐기물 처리비용 반영을 위한 폐기물 수수료 인상이 필요하나 지방정부는 주민 반대 등을 내세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원유 등 초기 재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 폐지도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쉽지 않은데다, 시장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개입 마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의 존재이유가 있다.

이러한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재활용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적인 정책수단보다는 개별 품목의 시장상황에 적합한 정책수단을 신중하게 선택하여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 처리업자가 재생 재료의 구매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재생 재료의 수집을 확대할 경우, 시장지배력이 더욱 커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재활용품이 일반 제품과 동일한 품질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활용품 수요 촉진을 위해 환경마크를 부여할 경우 오히려 판매 감소의 역효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아울러 재활용 대책이 전체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재활용품 수요 촉진 및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체계적으로 종합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책조합은 환경정책뿐만 아니라 독과점 문제를 다루는 경쟁정책, 초기 재료의 공급 확대 등을 다루는 산업정책 등과 함께 연계될 때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실시한 OECD의 두 번째 환경성과평가에서 OECD 국가 중 쓰레기종량제를 국가 차원에서 최초로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등 폐기물 정책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쓰레기종량제의 봉투가격이 폐기물 처리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정책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도 받았다.

아울러 OECD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재활용 제고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에만 매달리는 정책적 우를 범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재활용 제고 특별대책을 추진할 때도 개별 재활용품 시장의 고유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일반적인 대책을 모든 제품에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OECD ‘재활용 시장 개선대책’에서 제시하는 정책권고안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우리나라 폐기물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OECD의 폐기물 정책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계속 받기를 기대해 본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