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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민간기업에 최대한 자율을
이종윤(한국외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2007년 04월호
‘잃어버린 10년’ 아니 ‘잃어버린 13년’이라 일컬을 정도로 장기불황에 시달려 온 일본경제가 2003년경부터 회복되기 시작하여 전후 최장기 호황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자나기(いざなぎ)경기를 경신할 정도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일본경제의 호황을 곁눈질하면서 아직도 IMF관리체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로서는 일본경제의 일련의 흐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일본경제가 어떻게 10년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이 왜 그렇게 장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본금 1엔으로 창업… 기업자율 크게 늘려
그 원인을 보면, 무엇보다 그들이 플라자합의에 따라 발생한 버블경제가 파괴되면서 시작된 ’91년부터의 불황에 대한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종래까지의 관행대로 적자국채의 발행을 통해 토목공사 수요창출형 공공투자로만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확대시켜 버린 것이다. 요컨대 버블경제의 파괴에 따라 은행이 대량의 불량채권을 끌어안게 되어 은행의 체력이 급속히 약화됨으로써 은행이 제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방치한 채 부실기업을 오히려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공공투자에만 급급한 것이다.
또한 미·일 간 환율조정에 의해 엔저를 유도해 냄으로써 수출증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채 정착되기도 전에 적자재정의 축소를 겨냥한 긴축정책 및 소비세의 인상조치를 취함으로써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나아가 아시아금융위기의 일환으로 한국경제가 취약성을 보이자 한국에 진출했던 일본자금을 빼감으로써 한국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되고 이것은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의존관계에 있는 일본경제에 피드백(feed back)되어 일본은행의 불량화 및 일본의 대한수출을 급락시킴으로써 일본경기를 더욱 침체시키게 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국제통상환경은 급변해 왔다. 플라자합의, WTO체제의 출현, 주주자본주의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뉴이코노미(new economy)의 강력한 대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통상환경 변화는 그 성격상 일본경제의 주요한 특징인 은행과 제조업의 관계 및 종신고용, 연공서열제도 그리고 한계산업을 온존시키는 비관세장벽의 존재 등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각 경제주체는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이러한 환경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시미봉적으로만 대처했기 때문에 불황이 장기화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001년부터 시작되는 고이즈미(小泉)내각에서는 새로운 대응을 모색하게 된다.
경기불황의 극복은 물론 일본경제의 약화된 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고이즈미 내각 경제정책의 성격을 체계화시켜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책당국은 환경만 조성하고 가능한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투자활동은 물론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한 입장의 일환으로서 일본경제 전체로서 공기업의 민영화는 물론 공공 부문 중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민간 부문에 맡기고, 공공 부문의 경영활동 과정에 민간기업의 경영방식 내지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을 취했다. 말하자면 작은 정부의 구현 내지는 관료화의 최소화를 구현하는 것을 통해서 전체로서 일본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구조조정 내지는 투자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 몇 가지 환경조성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을 털어내 건전화시킴으로써 민간기업에의 자금지원이 원활해지도록 불량채권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갔다. 나아가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킴은 물론, 민간기업 자금대부자로서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하여 은행 등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유도했다. 일본의 민간은행들은 소유주체가 일본인일 뿐 아니라 산업자본과 상호출자형태로 얽혀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투자활동을 적극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시스템을 건강하고 강력하게 정비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민간기업들의 경영 부실화는 버블경기의 파괴과정에서 형성된 과잉설비, 과잉고용 및 과잉채무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경영 부실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취약 부문의 경영자원을 털어버리고, 강한 부문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업철수 및 설비폐기 등을 촉진하고, 혁신설비의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세제를 정비하며,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 없는 조직재편성 그리고 재무건전화를 위한 감자 및 증자를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셋째, 일본경제의 비교우위는 말할 필요도 없이 기술집약산업에 있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공공투자 활동을 종래까지의 토목공사 유발형을 지양하고 연구개발활동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산·학·연의 연구부문을 네트워크화함과 동시에 3자 간 협력적 연구개발활동을 장려·촉진했다. 이러한 정책의 추진으로 인해 기술집약산업에 관한 한 투자환경이 여타 국가에 비해 오히려 유리해짐으로써 심지어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조차 나타나게 된다.
넷째, 일본은 투자를 촉진하고 일본상품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중앙은행 재활금리의 제로화 및 이를 통한 일본 엔(円)화의 평가절하 정책을 장기간 견지했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오랫동안 그리고 거대한 흑자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그대로 방치하는 한 당연히 엔고(円高)가 되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책적으로 통화량 증발 및 중앙은행 재활금리의 제로화(실질금리를 사실상 마이너스상태로까지 되게) 등으로 이른바 ‘엔캐리자금’이란 이름으로 자본수지를 대규모로 유출시켜 엔저(円低)를 조성시킨 것이다. 엔저는 기대한대로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일본의 상품 및 서비스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
다섯째, 신규기업의 창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본금 1엔으로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이 제도의 도입이 뜻하는 의미는 창업에 필요한 일련의 규제를 크게 철폐함으로써 창업하기 쉽게 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제도의 채택으로 신규기업의 설립건수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日노조, 정치투쟁보다 고용확보에 역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은 장기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반기에는 불황의 성격을 잘못 판단하여 시행착오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그러다가 후반기, 특히 고이즈미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종래까지의 후발국적 발전논리를 가능한 축소하는, 말하자면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활동을 확대하며 나아가서 투자증대와 대외경쟁력의 강화에 정책노력을 집중시켰으며 이러한 노력이 적중하여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으로서는 기술한 정책 환경을 활용하여 과잉 채무·시설을 정리함과 동시에 자기의 비교우위 분야에 그들의 경영자원을 적은 비용으로 그리고 쉽게 재배치ㆍ집중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산·학·연, 말하자면 일본의 각 부문의 기술개발인력을 각 기업의 필요에 가장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어 기술축적을 용이하게 추진해 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이자율의 인하는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엔화의 가치를 크게 평가절하시킴으로써 가격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말하자면, 기술축적을 통한 품질경쟁력의 향상과 금리인하, 엔화의 평가절하를 통한 가격경쟁력의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투자·수출의 증대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전체로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기업들은 그들의 주식 중 해외자본의 비율이 그들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이 안될 뿐 아니라 그룹내 상호출자의 존재 및 여타 제도적 존재로 인해 국내외로부터의 경영권 도전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경영권방어 때문에 투자를 억제해야 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성노조의 존재가 기업투자를 억제시키는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일본의 노조는 정치투쟁이나 임금인상보다 고용확보에 역점을 두는 활동을 하고 있기에 파업이나 노동생산성 이상의 임금인상으로 인해 투자를 약화시키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도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된 것은 사실이나, 70% 이상의 정규직이 확보되고 있어 최소한도의 내수확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 걸쳐 설명한 일본경제의 불황탈출을 위한 노력은 우리 경제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많은 시사를 주고 있다고 하겠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의견으로서, KDI의 공식견해나 『나라경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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