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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점
고용허가제로 노동시장 안정 지켜야
설동훈(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2007년 04월호
올해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의 생산기능직 외국인력제도가 고용허가제로 일원화되었다. 정부는 2004년 8월 17일부터 고용허가제를 실시하였으나, 산업연수제를 폐지하지 않은 채, 2006년 12월 31일까지 두 제도를 병행 실시하는 과도기를 거쳐, 마침내 제도 일원화를 달성하였다.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가 아니다

산업연수제는 국내 기업이 저개발국 출신의 연수생을 받아들여 실무연수를 통해 기술을 이전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었으나, 실제 연수는 거의 행해지지 않았고, 오로지 '근로'만 부과되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편법' 시비의 대상이었다. 산업연수생은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기는 하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또 산업연수생 도입 실무를 맡은 사용자 단체들이 송출기관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산업연수생들 은 거액의 송출비용을 치르고 입국하였다. 그 결과, 취업 계약기간이 만료된 산업연수생들이 귀국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서 불법체류자로 잔류하는 상황이 일상화되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공식적 외국인력제도는 산업연수제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체류자를 묵인하며 기업과 건설현장 등에 인력을 공급하는 관행이 유지되었다. 2003년 3월 말에는 전체 외국인력 중 불법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8.2%에 달했을 정도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불법체류자 단속이 유명무실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불법체류자는 당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퇴거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일하는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는 법에 의한 보호를 받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고, 인권침해의 피해자로 전락한 경우가 속출하였다. 결국 국내 이주노동자의 상태는 인권침해ㆍ불법체류ㆍ송출비리로 얼룩졌고, 공식적 외국인력제도인 산업연수제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오명을 들었다.

고용허가제는 2003년 8월 17일 산업연수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정부는 사업주의 불법체류자 고용 행위를 제대로 단속하기 힘들었던 원인을 대체 인력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는 점에서 찾고, '내국인을 채용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즉, 편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산업연수제를 대체할 제도로 이주노동자를 '근로자'로 처우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였다.

산업연수제가 이주노동자를 '산업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노동법에 의해 보호받기 힘든 외곽지대에 방치하였다면, 고용허가제는 그들을 노동3권을 가진 '근로자'로 인정하여 노동법에 의해 보호하고 있다. 정부 간 쌍무협정을 체결하고, 공공기관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도입함으로써, 송출비용을 낮추었다. 고용허가제 시행 당시 국내에서 일하고 있었던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자진신고 접수를 받아 '시한부 합법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불법체류자와 자진 귀국 약속을 어긴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서는 단속을 통한 강제퇴거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 중 불법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졌다.

그렇지만 2005년 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18만792명으로 국내 이주노동자의 52.3%였다. 불법체류자 비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과반수 이상이 불법체류자였다. 더구나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제의 병행 실시로, 산업연수제의 문제점도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2007년 1월 1일부터 생산기능직 외국인력제도를 고용허가제도로 일원화한 것이다.

불법체류자 단속과 강제퇴거는 지속돼야

국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제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는 고용계약에 의해 신분이 규정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사업장을 옮길 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자유롭게' 사업장을 옮길 수는 없으나, 한국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산업연수생도 소정의 절차를 밟아 사업장을 옮길 수 있었지만, 고용허가제 적용을 받는 비전문취업자는 그보다 훨씬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다.

정부가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내국인노동자의 고용 기회를 침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주노동자가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을 정하고, 그들을 채용할 수 있는 국내 기업 또는 사업주에게 '고용허가서'를 발부한다. 사업주가 외국인 고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인 구인노력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상 모든 나라는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의 자유 취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통제하는 것이 바로 이주노동자 제도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사업장 이동 자유의 제약'을 근거로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시대착오다. 이주노동자의 자유로운 취업을 허가하지 않는 것, 그들의 사업장 이동을 통제하는 것은 생산직 이주노동자를 관리하는 각국 정부의 핵심적 정책이다. 이 점에서 예외인 나라는 없다.

더구나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제기되었고, 이제는 그 이동 사유가 합당한 경우 전화 한 통화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고용허가제도 실시 이후, 국내 이주노동자는 합법적 '근로자' 신분을 갖고 있으므로, 그들의 인권 보호 수준이 높아졌다.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 상황이 산업연수제보다 훨씬 개선되었음을 애써 무시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일부 논자들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임금을 감수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산업연수제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누렸던 불법체류자들이 산업연수생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불법체류자들은 한국인 신참 노동자와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합법취업자와 불법체류자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수당과 부가급여를 합한 금액을 임금으로 받고 있는데, 그 총액 임금수준은 '해당기업에 갓 입사한 신참 한국인노동자' 또는 '특별한 숙련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의 임금수준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충분한 외국인력이 중소ㆍ영세기업에 대량 공급되었고 각종 수당과 부가급여 차별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해짐에 따라 그러한 일이 발생하였다.

결과적으로, 3D직종의 기본급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관행이 되었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통제해서 시장임금보다 낮게 임금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ㆍ영세기업의 일자리 자체가 내국인노동자를 충원하기 힘들 정도로 저임금 직종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는 본국에서 사업주가 제시한 임금수준ㆍ고용조건 등을 검토한 후 그것에 '동의'하는 의사를 밝힌 후, 고용계약서에 서명하였고, 취업사증을 발급받아 한국에 왔다. 만약 그가 임금수준에 불만이 있으면 그 고용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다른 기업을 찾아 나서면 될 일이다. 이러한 절차는 모든 나라에서 생산기능직 이주노동자를 충원할 경우 채택하는 보편적 방식이다.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과 강제퇴거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고용허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불법체류자 통제가 관건이니 만큼, 정부에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력하게 지속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정부는 2003년 9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불법체류 자진신고 접수 및 합법화 조치를 단행하였고, 그 후 불법체류자 단속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경우,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는 커질 것이고, 또 과거 산업연수제가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력제도의 붕괴까지 초래할 위험요소를 사전에 없애기 위해서다.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은 그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이주노동자든 정규직노동자든 관계없이 처벌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면 동정이 가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지만 원칙을 훼손하면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온정주의에 치우쳐, “그 불쌍한 사람들을 단속하고 강제추방한다”며 공권력의 정당한 법 집행을 비난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2007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브런슨 매킨리(Brunson McKinley)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사무총장이 밝힌 것처럼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잘 생각해 만든 좋은 시스템으로,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많은 나라에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라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선진적 제도를 ‘현대판 노예제’로 폄훼하는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고용허가제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이주노동자 인권기준을 보장하고, 내국인노동자의 고용기회를 잠식하지 않으면서, 한국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책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선진적 제도를 도입하였을 지라도, 그것을 잘 운영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운영상 문제점을 찾아내어 고쳐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외국인노동자와 한국경제는 윈-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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