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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형평성,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현진권ㆍ박기백ㆍ전병목() 2012년 03월호
때: 2012년 2월 15일 오후 3시
곳: KDI 중회의실
진행자: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참석자: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현진권: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공정사회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문으로 ‘조세’(27.8%)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일자리 문제(25.2%)는 그 다음이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조세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조세제도를 평가할 때는 형평성뿐만 아니라 효율성 등 여러 다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조세형평의 제도적 측면과 세정 측면으로 나눠서 얘기해 보자.

박기백: 조세에는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이 있다. 수직적 형평성은 누진비율과 관련된 것이고, 수평적 형평성은 소득의 크기가 같으면 세금의 크기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는 비슷한 근로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A는 주식 등 금융자본 투자로 B보다 전체 소득 수준이 높다. 그런데도 비슷한 세금을 내고 있다면 수평적 형평성이 낮은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버핏세도 수평적 형평성에서 출발했다. 또한 소득세와 소비세의 비중으로도 형평성을 논의하는데, 우리나라는 소비세 비중이 더 높아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병목: 수직적 불공평은 주관적이다. 누진비율을 결정할 때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똑같은 세율을 보고도 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소비에 대해서도 누진을 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에 불평등은 소득세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된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재정지출과 함께 논의가 돼야 하지만 오늘 이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니 언급하지 않겠다.

현진권: 세정에서 탈세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수평적 불공평성도 우리 사회의 큰 문제다. 조세연구원에서 행한 몇 차례 추정에 의하면, 자영업자, 전문직종의 탈세율이 40~50%였다. 우리는 소득세의 누진구조가 강해 그 자체로만 보면 수직적 형평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소득세 부담수준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소득세가 비교적 강한 누진구조지만, 절대 소득세 부담액이 낮으므로 전체적인 소득재분배의 효과는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선거를 앞두고 복지와 조세 문제가 동면의 양면처럼 연결돼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복지를 배제하고 조세 측면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 정치권에서는 소득세, 법인세, 재벌세, 버핏세 등 규명되지 않은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조세정책의 공평성과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로 나눠서 얘기해 보자.

전병목: 얼마 전 소득세 최고 구간이 신설됐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소득세율은 대부분 2~3단계로 단순한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은 세율구간도 복잡하고 상당한 누진구조 형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평균 임금이 100%에서 250% 수준으로 증가할 때 소득세 조세격차(tax wedge)가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누진구조가 장기적 소득재분배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정적으로 말하면, 누진구조가 아닌 밑부분의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박기백: 세금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고소득에 대한 증세 논의가 활발해진 데에는 거꾸로 생각해 보면 감세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현 정부 초기에 감세를 시도했는데,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다 보니 저소득층의 불만이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불만을 줄이기 위해 고소득 증세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 박사님은 정책 방향으로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것을 제안하셨는데, 나는 조세기반(tax base)을 넓히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자본소득인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세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의 형평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진권: 현재 기본적으로 세금을 통해 부유층을 압박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한데, 그러다 보니 소득세를 논의할 때도 한계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학의 이론에 따르면 과세기반을 넓히는 것이 효율적이다. 과세기반을 먼저 넓히고, 소득세의 전반적인 적정 조세부담률을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법인세로 넘어가보자. 법인세 논란은 조심스럽다. 소득세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세목이지만 법인세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효율성을 강조할 세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최고구간 200억원을 신설했다. 이 부분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자.

박기백: 법인세는 법인이 부담하는 게 아니라 주주가 부담한다. 그러니 많은 소득을 버는 기업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법인에 대해서 세율을 높이자고 하는데, 이런 주장에는 소득세처럼 정치적 요소가 깔려 있다. 대기업들이 너무 많은 이득을 누려 중소기업과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법인세 구간을 신설하기보다는 원래의 법인세율(감세 이전)로 돌아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향이었다. 감세의 반작용으로 더 복잡하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현진권: 조세 문제를 볼 때엔 거시적 시각도 중요한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계층 간의 갈등, 대립만을 강조하고 있어 걱정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로 개방의 문제도 중요하다. 결국 한 국가의 조세정책은 다른 국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동향은 어떠한가?

전병목: 외국에서도 조세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버핏세는 미국의 심각한 재정적자로 대두됐다. 적자 불안이 커서 고소득자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했다. 또한 여기에 더 추가된 것이 지난 부시정권 때 과세수준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더 단순하다. 복지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세금 증세 논의는 형평성의 차원이 아니다.

박기백: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는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 외국은 이미 높은 복지 정책을 구현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증세를 논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새로운 복지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니 재원이 부족해 세금을 늘리자는 것이다. 모양새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복지와 형평을 조절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현진권: 버핏세가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형평성을 강조하는 세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버핏세의 가장 핵심 개념은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의 세 부담 차이에 있다. 아이러니한 것이 만약, 미국에 버핏세가 있었다면 워렌 버핏(Warren Buffett)같은 인물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버핏이 굉장히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법인세 체계를 보면 미국ㆍ일본ㆍ한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하고 있다. 이윤에 관계없이 단일세율을 적용하니 형평성 관점에서 본다면 굉장히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적 추세다. 사회주의체제를 경험했던 러시아의 동구권 국가들도 심지어 소득세제를 지난해에 13% 단일세율로 바꿨다. 조세정책은 형평성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말하기 어렵다. 형평은 규범적 논지로,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지금은 개방화 사회로 과세기반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1980년대의 폐쇄경제에서의 소득 재분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기백: 동구권 국가들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넘어오면서 세제를 만들 때 IMF의 조언을 받아 단일세율을 받아들였다. 단일세율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소득세 단일세율 논의의 출발지였던 미국이나 영국은 누진세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전혀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구권 국가도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면 누진세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자본의 중심국인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은 자본에 대한 과세를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변국인 네덜란드 등 북구 나라들은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단일세율로 낮게 과세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가 낮은 세율을 유지한다면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될까? 유럽은 하나의 문화권이지만 우리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한편, 법인들은 입지를 결정할 때 세율뿐 아니라 그 나라의 인프라를 함께 본다. 아무리 세율이 낮아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다. 법인세를 걷어서 복지에만 쓰겠다고 하면 기업환경이 나빠지겠지만 이 재원으로 좋은 행정, 안전한 국방, 우수 인력 배양 등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전병목: 동구권 나라들의 학자들이 실험의식이 강했던 거 같다. 그 나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경제 규모가 워낙 커서 누진세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 즉, 과세 양성화 차원에서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해 많은 사람들이 세원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세수 차원에서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기업의 투자결정이 조세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시장 규모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일본과 중국에 뒤처진다. 또 홍콩ㆍ싱가포르는 영어권이니 인력이 쉽게 공급되지만 우리나라는 영어를 잘하는 인력에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개방화 시대에서 세율의 측면은 주된 요인이 아니다.

현진권: 조세정책은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합리성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경제학적 이론과 실제 간 현실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1980년대부터 개방화가 시작됐는데, 그 당시 OECD 평균 법인세율은 45%였다. 그런데 30년이 흐른 지금 시계열 자료를 보면 법인세율이 계속 떨어져 지난해에는 25%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메시지를 생각해야 한다. 개방으로 전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정부가 기업을 제도로써 도와주지 않으면 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세정책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세금을 감면받아도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감세가 투자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한계비용(marginal cost)의 개념이 작동한다. 총체적인 맥락에서 판단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소수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그 정책의 효과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조세정책은 결국 한 가지 토끼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정책의 목표도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가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잃어버려야 하는 효율성의 측면을 계량적 수치와 연계해 얘기해 보자.

전병목: 2004년 기준, 효율비용(일정액의 세수를 얻기 위해 사회가 부담하는 여러 비용 중 조세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소비과세는 15.5%, 자본과세 29.8%로 나타났다(김승래․김우철,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효율비용 추정: 주요 세목 간 비교를 중심으로, 2007, 한국조세연구원). 이것을 보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과세를 늘리는 것이 맞긴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위 5% 과세소득 탄력성을 추정해 보면 탄력성이 0.99인 반면, 미국의 상위 1%는 0.62다(전병목, 과세소득 탄력성에 관한 연구. 2006, 한국조세연구원). 우리나라가 더 탄력적이라는 것은 증세에 더 민감히 반응해 어떻게든 과세를 피할 수 있는 틈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수평적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실질적인 수직적 형평성 강화에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수평적 형평성을 보완하는 것이 전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며, 국민들이 원하는 수직적 형평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높은 세율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만 찾게 돼 실질적으로 얻는 게 없을 수도 있다.

현진권: 조세연구원에서 추계한 효율비용에 따르면, 세금 1원을 거두기 위한 효율비용이 최고 30%까지 지불된다고 했는데 이 추정치는 좀 보수적인 거 같다. 한 예를 들면 하버드 대학교의 펠스타인(Feldstein) 교수는 세금 1달러를 거두기 위해 미국사회에서 치러야 할 효율비용이 1.6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다. 세금으로 인한 비효율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클 수도 있다. 지난해 IMF가 한국의 조세개혁 방향에 대해 권고를 했는데, 복지를 위한 세수확보 수단으로 소비세, 소득세, 법인세의 순서를 제시했다. 이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로 새로울 게 없는데, 일반국민들은 거꾸로 사고하고 있으니 조세정책이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이다. 형평성에 대한 논의는 여기까지 하고, 경제적 합리성 측면의 조세정책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박기백: 경제적 합리성과 정치적 합리성 간의 격차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서로 존중해야 한다. 경제적 합리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답이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감세가 세계적 추세니 무조건 낮춰달라고만 하지 말고, 어느 정도는 부담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꼭 필요한 감세만 요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기업이 공정한 몫을 부담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전병목: 경제적 합리성과 정치적 합리성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합리성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한 것으로 민심에 따를 것이고, 민심은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타당성은 중산층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우리의 중산층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거 문제, 높은 물가, 사교육비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하다. 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적 합리성과 경제적 합리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 아닐까? 국민의 통합 차원에서 조세는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무단 주차를 하다 단속을 받아도 잘못해서 벌금을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운이 나빴다고 생각한다. 세무조사도 마찬가지다. 운이 없으면 걸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관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신뢰성을 확보해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진권: 정치권에서는 조세형평성을 한풀이용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또한 복지 정책을 얘기하면서 오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조세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진지한 조세개혁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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