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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아는 만큼 보인다
권기대ㆍ나라경제 기자 2012년 11월호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는 초저금리 상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같은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으로, FRB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2010년 8월 이후 2011년 6월까지는 추가로 6천억달러를 찍어내면서 ‘QE2’라는 일련번호가 붙었다. 이번이 세 번째, 그래서 QE3다.


QE3는 모기지담보증권(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한다는 점에서는 QE1과 비슷하다. ‘모기지담보증권’(MBS; Mortgage-Backed Securities)은 일반적으로 저당대출업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토지, 건물 등의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수요자에게 자금을 대출한 뒤 갖게 되는 모기지(mortgage)를 근거로 발행된 증권을 말한다. QE3는 월 400억달러의 MBS를 매입하는데 매입 종료 시점을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입 규모와 시점을 정한 이전 대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QE3가 QE인피니티(QE-infinityㆍ무한대 QE) 라고 불리는 이유다. 더구나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단기채권을 판 돈으로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이번 QE3는 300억달러 규모)까지 합치면 월 800억달러가 풀리는 셈이다.


FRB의 최종 목표는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살리는 것. 이의 관건은 미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계소비 확대에 있는데 가계소비를 늘리는 매개체로 버냉키 의장이 방점을 찍은 게 바로 ‘부의 효과’(wealth effect)다. 부의 효과는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가계 소비지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현상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주식이나 집값을 올리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버냉키는 QE가 부의 효과를 창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면 넘쳐나는 유동성은 고수익을 좇아 위험자산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대표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증시랠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 유동성 함정은 1929년 대공황 당시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보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붙인 용어다. 돈을 빌리기 쉽고 이자가 싸졌어도 소비하고 싶은 욕구,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니 가계나 실물경제로 돈이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버냉키 의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유동성 함정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또 다른 복병도 있다. 상대방의 카드를 전부 빼앗아 온다는 트럼프 게임용어에서 유래된 ‘근린궁핍화 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이 그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기 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의미하는 경제학 용어로, 주로 수출진흥, 수입제한, 화폐평가절하 등의 방법으로 국제수지 적자를 다른 나라로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는다. 최근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신흥국들이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을 들먹이며 QE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의 중심에 바로 근린궁핍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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