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금융위원회는 ‘창조경제 구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경쟁과 혁신 촉진(Competition), 금융과 실물의 융합 성장(Convergence), 금융소비자 보호(Consumer pro-tection)의 3대 미션 달성을 통해 향후 10년 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10%로 증가시킨다는 이른바 ‘10-10 Value-up’ 비전을 천명하고 있다.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는 이 중 금융과 실물의 융합 성장이라는 미션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간 우리 자본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의 활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저하됐다는 우려가 다양한 시장참여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의 지속적인 감소, 금융위기 이후 성장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펀드수탁고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모두 성장정체와 활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방안은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방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자본시장 본연의 역할 강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비전으로 하는 이번 방안은 자본시장의 수요와 공급, 자본시장 플레이어와 인프라의 관점에서 12대 우선 추진과제와 8대 중장기 과제 등 총 20개의 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중위험ㆍ중수익 투자상품의 확충 등 공급 측면 커져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모펀드제도 개편, 연금자산의 투자확대 유도 등 자본시장 투자 수요기반의 강화와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의 확충 등 자본시장 공급 측면의 확대를 들 수 있다. 물론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역량 제고나 자본시장의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으나 이번 방안에서 처음으로 강조된 사항은 아니다.
이번 방안에서 강조되고 있는 자본시장 투자 수요기반 강화와 투자상품 확충은 현재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거시적 환경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저성장 및 저금리 국면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을 둘러싼 거시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자와 기업 등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의 니즈(needs)가 변하고 있다. 투자자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은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방안에도 대부분 반영돼 있지만 자본시장의 역동성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방향을 고려해 장기적인 자본시장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을 하나의 산업으로 확고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규제완화와 지원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에 중화학공업 등 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 해외수준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춘 산업으로 키워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산업으로서의 금융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과거 개발경제 시대와는 달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의 직접적 지원이 이뤄지기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시장 플레이어에 대한 지원은 간접적 방식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는 이번 방안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자본시장의 규모 확대를 통해 증권사,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및 PEF(Private Equity Fund) 등 자본시장 전문 플레이어의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 결국 자본시장에서의 다양한 거래 또는 운용경험이 플레이어의 역량 강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량 강화는 한 단계 높은 금융투자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투자자와 기업의 자본시장 참여를 촉진해 자본시장의 규모를 다시 확대하는 선순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둘째,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투자상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사모펀드 활성화,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 확대, 유망기업 상장 활성화 및 신시장 정착 등 자본시장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투자할 대상을 제공하는 기업 부문에 그 원천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증권사들이 기업고객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창조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성장잠재력이 높은 미래 유망기업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관계형 투자은행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 역동성 확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본시장의 플레이어 역량 강화, 금융투자산업 육성에 나설 때
셋째, 자본시장, 더 나아가 금융산업은 사회와 경제의 다른 분야와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은 자본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경제·사회 각 부문의 영향을 받으며, 반대로 이러한 부문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장기적인 자본시장정책 수립에서도 금융당국 및 자본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부문의 정책당국과의 정책공조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확대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거시건전성을 위한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정책 연계 등은 정부 관계부처가 협업을 진행해야 하는 주요 이슈다. 자본시장이 갖는 이러한 복잡다기한 성격 때문에 자본시장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협의의 자본시장정책만으로는 자본시장 발전의 최대잠재치를 끌어낼 수 없다. 향후에도 자본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문에 대한 정책공조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금융투자산업 전체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을 둘러싼 거시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전략적 방향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모색할 시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표된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방안은 시의적절하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안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플레이어 각자가 우리 금융투자산업 구조변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며, 해외 자본시장에서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