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트랜스휴먼은 누구인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2014년 03월호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는 종료되었다고 여기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더라도 과학기술이 인류의 진화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을 사용하여 인간의 정신적 및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통틀어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 일컫는다. 트랜스휴먼은 포스트휴먼(posthuman)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존재이다. 포스트휴먼은 ‘현존 인간을 근본적으로 넘어서서 현재 우리의 기준으로는 애매모호하게 인간이라 부르기 어려운 인간’이라고 풀이된다.


현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를 꿈꾼 대표적인 인물은 독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이다. 그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bermensch)을 상상했다. 영어로는 ‘넘어가는 인간(overman)’을 뜻하는 초인은 진화의 사다리에서 인간의 뒤를 잇는 존재이다. 니체는 “인간은 밧줄이다. 짐승과 초인 사이에 묶인 밧줄, 거대한 심연 위에 가로놓인 밧줄이다.”라고 썼다.


1923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J.B,S. 할데인(1892~1964)이 발표한 「다이달로스, 또는 과학과 미래」는 과학기술로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는 미래를 제시하여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57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줄리언 헉슬리(1887~1975)가 펴낸 「계시 없는 종교」 개정판에 처음으로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1962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로버트 에틴거(1918~2011)는 「냉동인간」으로 번역 출간된 「불멸에의 기대」에서 인체 냉동 보존술(cryonics)과 함께 인공지능, 맞춤아기, 체외발생(ectogenesis) 등 인간 능력 증강 기술을 언급하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최초로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맥스 모어이다. 1990년 발표된 엑스트로피 원칙(Principles of Extropy)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은 ‘인간을 포스트휴먼 상태로 이끄는 방법을 모색하는 철학의 일종’이라고 정의했다.


1998년 스웨덴 태생의 영국 철학자인 닉 보스트롬은 세계 트랜스휴머니스트 협회(WTA)를 창설하고, 2002년 ‘트랜스휴머니스트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에서 보스트롬은 인류가 과학기술에 의해 노화와 인지 결손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행성 지구 밖의 우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천명했다.


물론 트랜스휴머니즘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생물학적 본성을 변형하는 데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일러 생명보수주의(bioconservatism)라고 한다. 대표적인 생명보수주의 이론가는 미국의 정치사상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이다. 2002년 펴낸 「우리의 포스트휴먼 미래」에서 후쿠야마는 사람의 마음, 기억, 정신세계, 영혼을 함부로 조작하면 인류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미래의 인류, 곧 호모 퓨처리스(Homo futuris)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진우(포스텍), 임정택(연세대), 홍성욱(서울대), 신상규(이화여대), 이상헌(세종대) 교수 등 주로 인문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과학기술자들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랄 따름이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