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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 또는 3배 손해배상, 최선인가요?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14년 11월호

대기업 A와 하도급업체 B가 계약을 체결했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A가 B의 기술을 빼돌려 이익을 올렸다. B는 법원에 실제손해액인 2억원만큼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손해액이 1억원이라고 판단했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A가 B에게 1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3배인 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소위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도 불리는 3배수 배상조항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 제도로 인해 B는 실제손해액보다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3배 보상의 논리적 근거 없어…現 법원 배상액이 너무 낮은 게 문제


미국 법원에서 널리 활용된다고 알려진 이 제도의 도입 과정에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반대 논거 중 하나는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비판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새로운 제도는 많은 경우 기존 제도에 없는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제도가 새로 도입하는 제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도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핵심 근거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성격의 제도가 우리나라에 아주 없기 때문에 우리 제도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위자료를 보자.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손해액을 명확하게 추정하기 어려운 부분은 위자료 항목으로 반영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논리는 불행하게도 핵심을 벗어난 것이었다. 제대로 된 비판이 없다 보니 이 제도는 도입이 됐고, 이후 다양한 영역으로 계속 확산 추세에 있다(<표> 참조).


비록 기존의 비판이 설득력이 없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타당해서는 아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제도의 도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에 잘못된 제도가 도입됐고, 원래 존재하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나라 법원이 몇몇 특정 분야가 아니라 손해배상 사건 일반에 대해 인정하는 손실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위의 예를 따른다면 법원이 손해액으로 2억원이 아니라 1억원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우리나라의 기본 법리는 가해자가 실손해액을 배상하도록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한다. 법률 용어로는 전보적 손해배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원이 내리는 실제 결정액은 대부분 영역에서 실손해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보자. 2012년 현재 우리나라 법원이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생명에 대해 인정하는 가치는 약 8천만원이다. 과연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손해에 대한 인정 수준이 낮은 경우, 사람들은 사고를 예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같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게 된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고를 발생시키고, 피해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비용을 지우게 된다. 따라서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 수준 전반을 실손해액에 맞도록 높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법원에서 운영하는 양형위원회처럼 손해배상 수준의 적정화를 심도 있게 논의해서 조정하는 체계적인 노력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물론 3배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손해배상 수준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제대로 된 처방은 아니다. 우선 3배라는 수치는 아무런 논리적·실증적 근거가 없다. 해당 조항이 도입된 법안들의 검토과정에서 왜 세 배인가라는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된 흔적 역시 찾기 어렵다. 또한 3배 보상을 특정 사안에 대해 사용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 용인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전반적인 손해배상 수준이 낮은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모든 법령에다 3배 배상 조항을 집어넣는 것은 적절하지도, 또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3배 손해배상은 부족? 10배로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몇몇 논자들은 3배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경우 규제기관이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민간에서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손해배상수준이 높아지면 피해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되므로, 잠재적인 사고유발자들이 보다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추론한다. 불행히도 이 주장은 부적절한 추론에 근거하고 있다. 사실 3배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되는 많은 영역들에는 이미 정부의 규제가 도입되고 이것을 수행하는 규제기관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들이 도입된 원래 이유는 계약이나 민사소송으로는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하도급 거래나 비정규직 차별 등의 문제는 해당 영역의 피해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소송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국민의 세금을 들여 규제기관들이 설립, 운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관들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민사소송 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3배 손해배상조항이 소송을 활성화한다는 기대효과를 실제 보이고 있는지 역시 회의적이다. 2011년 이후 도입된 관련 조항들이 실제 재판에 적용된 사례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즉 이 조항의 도입이 소송을 촉진한다는 실증적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 제도가 잘 활용되지 않는 이유가 3배 손해배상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만일 배수가 10배로 높아지면 상황이 바뀔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해배상 수준을 이렇게 높일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가해자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자신들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미칠 피해보다 지나치게 큰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사람들은 해당 분야와 관련된 행위 자체를 줄이게 된다. 즉 기업활동의 예로 보면 기업활동 자체가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3배 손해배상과 같이 실손해액 이상의 손해배상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억지 효과’ 같은 법경제학적 개념을 언급하는 법학 문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필자가 아는 한, 권위있는 법경제학 문헌 가운데 법원이 실손해보다 높은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법경제학 관련 연구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법원이 제도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실손해액보다 낮은 손해배상을 판결하는 지속적 오류가 존재할 때, 이를 실손해액 수준으로 맞추는 수단 정도로 3배 손해배상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손해배상제도는 실손해액 보전이다.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고 실효성도 없는 3배 손해배상제도가 우리나라 법에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궁극적으로 이런 현상은 문제의 근본을 따지고 제대로 된 해결을 추구하기보다 개별 사안에 대한 즉자적인 입법을 반복하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더 이상 실효성도 없으면서 제도의 왜곡을 야기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손해배상 제도 일반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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