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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나석권 뉴욕총영사관 재경관 2015년 01월호

미국 경제: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진금융의 혁신노력

 

자주 들어본 고대신화 중에 이집트의 스핑크스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체를 가진 스핑크스는 테베의 암산 부근에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라는 수수께끼를 냈고 그것을 풀지 못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오이디푸스가 “그것은 사람이다.”라고 대답하자 스핑크스가 물속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마무리까지.
이 이야기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가장 단순하게 설명한 이야기가 아닐까? 금융업에서 본 인간의 경제행위 및 선택은 모든 연령층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듯이 좀 더 보수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연령별 경제선호를 반영해 고령화 추세에 맞게 만든 상품이 바로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이하 타깃펀드)’ 혹은 라이프사이클펀드(Lifecycle Fund)다. 필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경제·경영 분야 전문가와의 만찬에서 고령화에 대비한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대응방안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물었던 적이 있다. 이때 다수의 전문가들이 타깃펀드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였는바, 이에 그 특징과 시사점을 알아본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연상시키는 금융상품

 

타깃펀드는 투자 시 미리 정한 타깃데이트(Target Date, 주로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투자 포트폴리오의 자산배분이 보다 보수적으로 결정되도록 구성해 놓은 집합투자상품이다. 기본적으로 중장기 투자상품이며, 연령별 투자선호 패턴을 반영해 이미 구성된 자산 간 믹스 중에서 퇴직시기에 맞게 간단히 선택함으로써 별다른 지식 없이도 손쉽게 투자를 도와주는 혁신상품이다. 은퇴가 많이 남은 경우에는 투자성장(growth)에 중점을 두다가 은퇴시점이 가까워질수록 투자수익(income)에 중점을 두는 식이다. 종종 라이프사이클 펀드 혹은 연령연동 펀드(Age-based Fund)라고도 하지만, 기준에 따라 별도로 분류하기도 한다.

 

타깃펀드는 1990년 초반 바클레이즈 글로벌[Barclays Global Investors, 이후 블랙록(BlackRock)에 합병]에 의해 최초로 출시됐다. 초반에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 유용성을 인정받아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06년 「연금보호법(Pension Protection Act)」 제정 및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 Qualified Default Investment Alternatives) 제도 도입 이후 성장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보수적 운용전략을 취하는 상품이 90% 이상이던 미국의 퇴직연금도 QDIA 제도 도입 후 타깃펀드의 비중이 78%까지 높아지는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타깃펀드의 증가 추이를 보면, 2008년 1,600억달러 규모에서 5년 후인 2013년 말에는 6,180억달러로 무려 3.9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비슷한 개념인 라이프사이클펀드 또한 2008년 1,760억달러 수준에서 2013년 말에는 3,600억달러로 두 배 증가했다. 양 펀드 간 보유형태별 차이를 보면, 타깃펀드의 경우 90%가 연금 관련 구좌에서 보유하고 있는 반면, 라이프사이클펀드는 그 비중이 40%에 불과하고 다수가 뮤추얼펀드 구좌에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통계에 의하면 타깃펀드가 포함돼 있는 투자플랜에 참여한 투자자의 60%는 투자금액의 일정분을 타깃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결과 2012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대표적 기업연금제도인 401(k) 전체자산의 약 15%가 타깃펀드에 투자됐다고 한다.

 

“20년간 가장 성공적인 금융혁신”

 

블랙록의 은퇴 부문 대표인 칩 캐스틸(Chip Castille)은 “타깃펀드야말로 지난 20년간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금융혁신”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평가를 만들어낸 것일까? 타깃펀드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항상 범하기 쉬운 투자상 실수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위해 첫째, 여러 투자자산 간의 다각화를 통해 최적의 자산믹스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둘째, 자기도 모르게 범하게 되는 극단적인 자산배분을 회피한다. 셋째, 정기적이고 시스템적인 자동 리밸런싱을 통해 상황별 최적의 자산배분을 구현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제때 관리를 못하고 커다란 손실을 보게 되는데, 타깃펀드는 자동 밸런싱 구조로 극단적 상황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한다. 넷째, 투자자들의 연령별 위험선호를 반영해 시간경과에 따라 자동적으로 자산배분을 보수적으로 재조정해 간다. 이것이 바로 타깃펀드의 대표적 특징인데, 펀드 제공자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투자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5년 혹은 10년 단위의 주기를 가진 여러 타깃펀드를 동시에 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39년경 은퇴가 예상되는 개인은 2040 타깃펀드에, 2022년에 은퇴할 개인은 2020 타깃펀드, 2025 타깃펀드 혹은 양자의 배합에 투자를 하는 식이다.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타깃펀드의 구성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다. 원래는 항공용어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활강해서 내려오는 속도와 경로를 의미하는 것인데, 타깃펀드에서는 젊을 때 다소 공격적이었던 투자패턴이 은퇴시점으로 접근할수록 보수적인 패턴으로 옮겨가는 진행패턴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20대의 투자자들은 주식에 90%, 채권과 현금에 10%를 투자하게 되는데, 연령이 높아질수록 서서히 보다 보수적인 투자로 전환해 은퇴시점에는 약 55%가량이 채권과 현금에 투자하는 식이다.

 

타깃펀드 분야는 크게 3개 투자회사, 즉 피델리티(Fidelity), 뱅가드(Vanguard),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으며, 2011년 말 기준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6%에 이른다. <그림 2>에서 보듯 티로프라이스가 투자기간 내내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아 가장 공격적인 회사로 분류된다. 뱅가드의 타깃펀드는 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를 많이 포함시킴으로써 업계 최저수준의 운영수수료를 부과하는 장점이 있다. 업계 1위인 피델리티의 프리덤펀드(Freedom Fund)는 가장 액티브하게 운영되는 펀드로서 가장 다양한 펀드상품을 구비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스스로 진화하는 타깃펀드

 

『포브스』(2012년 6월호)는 타깃펀드를 자동차 트랜스미션에 비유했다. 수동 트랜스미션은 운전자가 좋은 운전습관을 들이기만 하면 에너지가 절감되는 장점이 있지만, 운전자 혹은 도로지형에 따라 운전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오토 트랜스미션은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으나 연비가 나쁘다는 단점이 있다. 타깃펀드 역시 투자자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수시로 투자패턴을 조정할 수만 있으면 굳이 이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투자들이 상황에 맞게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가? 이런 점에서 연령별 투자 패턴에 맞는 최적조합을 자동적으로 찾는 타깃펀드가 고령화시대를 직면한 현시점에서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투자상품임에는 틀림없다. 티로프라이스의 투자대표인 제롬 클라크(Jerome Clark) 또한 이 점에 착안해 “타깃펀드는 은퇴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수단이 됐다.”고 강조한 것이 아닐까.

 

타깃펀드 또한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진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 Bernstein)은 투자자산의 가격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평소에는 주식과 리츠(REITs)에 집중투자하다가 변동성이 높아지면 주식과 현금자산으로 스위치하는 방안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핌코(Pimco)는 장기 주식풋옵션(long-dated equity puts)이나 신용부도스왑(CDS)과 같은 직접적인 헤징수단을 사용하며, 렉메이슨펀드(Legg Mason Fund)는 인덱스옵션과 선물계약을 통해 가격변동성을 낮추고 있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온 고령화의 어두운 그늘이 갈수록 힘겹게 느껴진다.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금융업에서도 이러한 인구경제학적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나오고 있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혁신과 변화의 노력이 우리 금융계에서도 널리 퍼지고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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