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 원유 기준으로 2014년 상반기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급락세로 전환됐으며 2015년 1월로 접어들면서 두바이 원유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러시아 길들이기? 미국과 OPEC의 치킨게임?
이렇게 불과 6개월 만에 국제유가가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자 다양한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떨어지는 유가 뒤에 정치음모가 있다.”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 음모설을 제기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셰일가스를 견제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를 감산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셰일가스를 활용해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치적 음모론은 쉽게 확인할 수 없을 것이고,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결국 공급과 수요 요인 그리고 자본시장 등 기타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최근 들어 세계 석유공급이 급증했다. 북미지역으로부터 셰일오일과 오일샌드의 생산이 빠르게 증가했고, 2014년 상반기 중 감소세를 보인 OPEC의 원유생산량이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석유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다. 실제 2014년 2분기 이후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폭은 2013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야기시켰다. 마지막으로 기타 요인으로서 주요국 통화와 대비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급등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 가치의 급등으로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의 거래가치도 동반 상승하면서 오히려 유가가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국제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대부분의 국내외 유가예측 기관들에서는 올해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세가 지난해에 비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OPEC의 산유량이 올해에도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수요 대비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다른 국가의 양적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달러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2015년 국제유가는 기본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유종에 따라 배럴당 60달러에서 90달러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급등락에 따른 손실, 파생상품 거래 통해 보전 가능
그런데 이러한 펀더멘털 요인에 기초한 국제유가 전망은 중동, 아프리카 등 주요 산유국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다. 결국 사후적으로 국제유가 급등락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전적으로 국제유가를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느 국제 석유전문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마치 모자를 던졌을 때 옷걸이의 어느 고리에 걸릴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실제로 6개월 혹은 1년 이전 시점에서 유가를 예측한 값이 나중의 실제 값과 같아지거나 비슷해지는 것은 어쩌면 우연의 일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유가예측이 정말로 불가능하다면 최근과 같은 국제유가 급등락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크게 실물적 수단과 금융적 수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물적 수단으로는 일반적으로 고유가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비축사업과 해외 유전개발사업을 들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현재까지 에너지 안보 유지 혹은 공급 안정성 확보라는 입장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이들 대응수단을 추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적 수단으로는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관리는 금융 전문가들의 복잡한 기법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간단하고 쉬운 개념이다. ‘위험관리’란 실물자산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 내지 축소하기 위해 실물자산을 기초로 파생된 금융자산을 매수하거나 매도해 실물자산의 가격변동에 관계없이 실물자산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행위다. 예를 들면 농민과 중간도매상 사이에 이뤄지는 흔히 ‘밭떼기’라고 불리는 쌍방계약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을 가입하는 경우도 개인 차원에서 재산손실에 대비한 위험관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러한 위험관리의 원리를 원유나 석유제품에 적용시킨다면 이들 상품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미리 매수하거나 매도해 유가 급등락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이득으로 보전할 수 있다. 결국 국제유가가 아무리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가격 급등락 이전의 수준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거래비용은 유가 급등락에 따라 직접적으로 치러야 하는 손실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불의의 사고로 피해를 입게 될 경우의 손실액과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료의 상대적 수준을 비교하면 될 것이다.
더욱이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관리 대안은 미래 시점의 유가에 대한 예측이 불필요하고 시장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재 시장가격만으로 위험관리의 실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국제유가의 향후 수준에 대한 예측 없이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현재 시장가격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파생상품시장에서 필요한 포지션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은 OPEC을 중심으로 석유공급은 증가했지만 세계경기 둔화로 석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다. 한편 미국 달러화의 강세도 국제유가 급락에 일조했다. 대부분 유가예측 기관들이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전망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예측에 불과하다. 만약 유가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국제유가 급등락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제대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실물적 수단 외에도 금융적 수단으로서 파생상품을 활용한 위험관리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유가 안정기에 고유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는 우리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