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은 ‘경쟁’과 ‘혁신’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꼽은 2단계 금융개혁의 키워드다. 경쟁을 통해 금융업의 판을 흔들어 혁신적 서비스와 상품으로 국민 편익을 높이겠다는 것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핵심이다. 손병두 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막을 내린 1단계 금융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되짚어 보고 2단계 금융개혁의 내용을 자세히 들어봤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끌었던 금융개혁이 올해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최근 1단계 금융개혁의 성과와 2단계 개혁의 방향을 발표했는데, 금융위원회가 꼽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가장 큰 성과는 역시 금융서비스 편익 향상이었다. 핀테크, 계좌이동서비스, ISA(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 등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로 소비자의 금융 생활이 획기적으로 편리해졌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역할 역시 일일이 간섭하는 ‘코치’에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심판’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등장이 눈에 보이는 성과였다면 금융당국이 포지션을 전환한 것은 보이지 않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난 1년간 금융개혁 과제 중 아쉬움이 남는 점은?
20개의 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거래소 개혁을 위한 「자본시장법」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은행법」이 제때 통과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 성과주의 문화 확산과 내부통제제도 확립 역시 강조했지만, 아직 금융사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언론을 통해 금융계의 ‘낡은 칸막이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1단계에서 규제개혁이 얼마나 이뤄졌고, 2단계에서 추가로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흔히 규제는 무조건 풀어주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에선 지난 1년간 전수조사했던 금융규제들을 영업행위·건전성·소비자보호·시장질서, 이렇게 4가지로 유형화시켜 성격에 따라 다르게 접근했다. 이 중 영업행위에 관한 규제는 폐지하거나 완화했지만 나머지 규제들은 국제 기준에 맞춰 강화하거나 정교화시켰다. 추가로 개선이 필요한 것은 융복합 시대에 맞춰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적용시키는 부분이다. 그동안 은행은 은행대로,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칸막이 규제에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은행과 증권사의 경계가 무너지고 금융과 IT가 결합되는 융복합의 시대이다 보니 금융 규제가 낡아버린 느낌을 받았다.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규제를 새롭게 재정립해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제 2단계 금융개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2단계 금융개혁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사실 금융개혁을 1단계와 2단계를 칼로 자르듯이 명확하게 나누기는 힘들다. 1단계를 금융위원회에서 ‘미완의 개혁’이라고 부르는 만큼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2단계 개혁의 역할이다. 1단계의 과제를 진화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계속해서 추가해 나갈 것이다. 2단계 금융개혁 역시 1단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현장중심의 과제 발굴 및 추진사항 점검에 역점을 둘 것이다.
소비자 금융편익 역시 1단계 때부터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는데 2단계에서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 개혁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
국민 금융편익을 높이는 개혁안의 목적은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재산증식 수단을 마련하고 서민·취약계층에 금융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일이다. 현재 시행 중인 ISA가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이라면 ‘내집연금 3종세트’는 노후 대비를 위한 제도다. 수입이 없고 재산으로 집 한 채만 있는 고령층이 연금을 쓰고 집으로 갚는 것이다. 집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유동성 자산으로 돌릴 수 있는 인식 전환을 위해 여러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으로는 맞춤형 채무조정제도 등이 있다.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제도는 2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달라지나?
지난해 6월에 발표한 1단계 금융개혁에선 어떻게든 조금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2단계에서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맞는 맞춤형 조정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이전에는 일률적으로 원금의 50%를 깎아주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원금감면률을 상환능력에 맞게 차등적·탄력적으로 정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70%에서 90%까지 감면률을 확대했다. 또 회생절차에서 발생하는 소송비용을 법률지원단에서 지원해주고, 회생프로그램인 ‘신용대출 119 프로그램’ 을 마련했다. 1단계 때보다 그 지원 범위가 더 넓어지고 훨씬 정교화됐다.
국민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자문업의 품질 서비스를 높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한 세부 계획은?
과거 금융투자 자문업은 대부분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적은 액수로 투자에 나선 국민들도 중립적이고 전문적이면서 저렴한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IFA(독립투자자문업자), FA(투자자문업)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투자계의 알파고인 자동화 자문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도 진행 중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지원책도 2단계 개혁의 실물지원기능 강화 방안 중 하나다. 크라우드 펀딩의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지원 방안은 무엇인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투자하려는 사람과 투자받고 싶은 업체를 연결해 주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먼저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굴한 우수기업들을 ‘기업투자정보마당’에 올려 크라우드 펀딩 중계업체들이 정보를 제공받도록 했다. 투자한 사람들이 투자금을 적절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전용 회수시장을 만들었다.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 기업이 나왔을 때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 매칭펀드’도 조성했다.
금융위원회가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금융 공기업부터 민간 금융사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는데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어떻게 확대할 계획인가?
일단 필요성부터 말씀 드리겠다. 현재 금융권은 성과대비 보수가 높은 상황인데 민간은행사들이 대부분 호봉제 임금을 따르고 있다. 무임승차와 보신주의·현실안주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실제 우리나라 1인당 GDP 대비 금융권 임금은 2배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이 1.01배, 호주가 1.15배, 일본이 1.46배인 것을 보면 금융권이 반드시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금융공기업이 선도해서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한다면, 민간 금융사도 자율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성과주의 문화를 따를 것이다.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피하지 않고 부딪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하자면?
그동안의 성과를 두고 금융위원회의 개혁은 ‘착한 개혁’이라고 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거친 개혁’이다. 금융개혁의 4대 전략과 12대 핵심과제가 모두 쉽지 않고 업계와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이슈가 많지만 피하지 않고 꼭 조정해 나가겠다. 우리 금융을 국민과 기업 모두 신뢰할 때까지 금융개혁을 제대로 완수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