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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주택연금 3종세트, 고령사회를 대처하는 핵심 열쇠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2016년 05월호

3억원 주택 가진 60세 주택연금 가입자, 주택연금 인출금 한도액 6,270만원에서 최대 8,610만원까지 증가

보금자리론 대출 받아 기존 일시상환·변동금리 대출의 전환 때 주택연금 사전가입하면 0.15~0.3%p 금리 인하 혜택

“이제 퇴직을 한다. 가진 재산은 집 한 채가 전부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참 막막하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고민이다. 우리나라 고령자는 현금은 부족하고 주택자산은 많다(cash poor, house rich). 고령자는 근로소득이 급감하기 때문에 보유자산을 유동화해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주택자산은 벽돌을 하나씩 떼어 팔기도 어려운 만큼 유동화하기가 어렵다. 자산은 많지만 소비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때 생각의 틀을 바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자산을 유동화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면 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비유동적인 자산의 유동화는 고령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소비부진에 따른 경제의 침체를 막을 수 있다. 주택의 유동화를 가능케 하는 제도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그래서 주택연금은 고령자의 주택자산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고령사회를 대처하는 데 아주 긴요한 제도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인출한도 70%로 상향

금융당국은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관련 제도를 계속 개선해왔다. 올해에도 종전보다 부채조정기능을 보강하고 하위계층의 소득보장기능을 추가한 ‘내집연금 3종 세트’를 마련해 오는 4월 25일부터 시행한다. 계층별·소득별로 세분화한 진일보한 정책으로 개개인은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노후 대비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첫번째 정책은 고령자의 가계부채와 노후소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의 인출한도를 70%로 높인 것이다. 주택연금은 일시에 목돈을 인출하는 것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전체 대출한도의 50%까지 사행성과 사치오락성 용도를 제외하고는 일시 인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택연금 대출한도는 대략 현재 집값의 절반 정도 되므로 여기에 최대 인출한도 50%를 적용하더라도 실제 인출금액은 집값의 25% 정도만 돼 대출금을 갚기엔 부족한 면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인출한도를 70%로 상향하면서 그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통해 대출금을 갚고 주택연금을 받게 되면 가계의 현금흐름은 원리금 상환금액만큼의 마이너스에서 주택연금 수령액만큼 플러스로 바뀌게 된다.


3억원 주택을 가진 60세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를 예로 들어보자. 이 사람에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천만원이 있을 때, 종전에는 주택연금 인출금 한도 6,270만원를 초과하기 때문에 자신의 돈으로 730만원을 추가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가입하든지 아니면 가입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최대 인출금액이 8,610만원으로 늘어나므로 주택연금 인출제도를 활용해 담보대출을 갚고 주택연금에 가입해 월 20만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금흐름이 주택연금 가입 전에는 매월 -40만원(대출금리 3%, 20년 분할상환 가정) 혹은 매월 -17만원과 20년 뒤 -7천만원(대출금리 3%, 일시상환 가정)이었다가 가입 후에는 매월 +20만원으로 개선된다. 현금흐름이 순지출에서 순수입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현금흐름의 변동성도 줄어들었다. 또 하나의 이점이 있다. 만일 대출 원금 상환 기일이 됐는데도 이를 갚지 못하면 집을 처분해서 갚아야 한다. 집값마저 하락한다면 살 집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저가주택 보유자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

두번째 정책은 40대 이상 무주택자가 집을 마련하면서 보금자리론을 신규로 받을 때 주택연금을 가입하기로 약정하면 보금자리론 금리를 0.15%p 낮춰주기로 한 것이다.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가 기존 변동금리 또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보금자리론으로 전환하면서 주택연금 가입까지 미리 약정하면 금리를 0.3%p 낮춰주는 등 더 큰 혜택을 준다. 할인된 이자는 적립했다가 만기 후 주택연금을 신청할 때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준다. 미리 대출 이자를 할인하지 않은 것은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해놓고 할인된 금리만 챙기고 나중에 해지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전환장려금이라는 혜택만이 아니라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다.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이므로 매월 나가는 원리금 현금흐름이 일정하다. 이후 연금을 받을 때는 또 일정한 현금흐름이 유입된다. 원리금 상환 계획을 착실히 수행하기만 하면 자신의 집 소유권을 가지면서 평생 안정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변동금리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자가 금리에 따라 변동될 뿐만 아니라 만기에 거액의 원금상환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 재연장이 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다. 그러다 보니 노후에도 불확실한 현금흐름에 직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1억5천만원 이하 저가주택을 가진 사람들도 주택연금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종전보다 연금액을 늘린 우대형 주택연금이 출시된다. 이는 주택연금 월 산정액을 결정할 때 적용하는 장기금리(대출금리)를 낮춰 줌으로써 가능해진다. 1억원 주택을 가진 60세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는 종전 월 22만7천원을 연금으로 받았으나 앞으로는 24만5천원(증가율 8.1%)을 받게 된다. 연령이 높아지면 증가폭도 더 높아진다. 80세 때부터 받는다고 하면 현행 48만9천원에서 55만4천원으로 13.2% 증가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우대형은 주택금융공사의 재원이 지원되는 상품이므로 1주택자만 해당된다.

주택을 ‘상속’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 전환돼야

내집연금 3종세트의 출시를 두고 “결국은 이 대출에서 저 대출로 대체하는 것뿐인데 효과가 있겠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대출이기는 해도 내용이 달라졌다. 첫째, 현금흐름을 순유출에서 순유입으로 바꾼다. 주택담보대출에서 주택연금으로 이동하면 고령자들이 대출이자를 지급하던 것에서 연금을 받는 것으로 현금흐름이 바뀐다. 둘째, 불규칙한 현금흐름을 규칙적인 현금흐름으로 바꿨다. 변동하는 이자부담과 일시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불확실하고 부담스러운 지출에서 일정하고 고정된 지출로 전환된다. 게다가 사망 시까지 연금을 수령하게 되니 현금흐름이 오래 일정하게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주택을 잃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방지해준다.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있다가 퇴직을 하고 대출 만기가 도래해 일시 상환 요청이 들어오고, 집값은 크게 하락한 세 가지 상황이 한꺼번에 닥쳤다고 가정해보자. 내집연금 3종 세트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막아준다.

고령자의 소비를 조장해 노후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번 내집연금 3종 세트의 본질은 과다하게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령자의 특징은 소득이 아니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그 자산이 대부분 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비유동적인 자산을 그대로 둔다면 본인 세대에는 소비를 자제하다가 사망 시 한꺼번에 상속하면서 자식 세대는 임시 소득의 증가로 소비를 과다하게 하는 단층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주택연금은 개인과 사회의 상생을 가져온다. 주택연금 정책은 많이 진화해왔고 세분화된 정책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과제는 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주택을 둘러싼 사회 문화를 단기에 바꾸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상속 재산으로 생각하고 아직도 자식의 눈치를 보는 고령자도 많다. 주택을 투자의 수단으로 삼다 보니 평생의 주거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지 않다. 이러한 인식의 틀을 바꿔가야 한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주택연금을 권유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고령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 자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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