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 쿨쿨 자고 있다. 운전대에는 그의 손이 보이지 않는데 차는 주변 교통상황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꿈같은 상황이지만 자율주행차(이하 자율차)라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완전 자율차가 2025년쯤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각보다 성큼 다가온 자율차 시대,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을 만나 자율차 기술개발 현황, 달라질 생활상 등 자율차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물어봤다.
얼마 전 TV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자율차가 나와 세간의 화제가 됐다. 현재 자율차 기술개발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
무엇을 자율차라고 할 것인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율차는 운전제어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운전자가 졸거나 부주의한 상태에서 사고 우려가 있을 경우 사고를 회피하는 기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돼 있다. 운전자가 제어를 안 하면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개입하는 거다. 그 다음은 운전자가 운전을 안 하고 책을 봐도 되는 상태로 2020년쯤 고속도로에서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현대자동차가 그 정도 수준으로 발표를 했다. 더 나아가 도심이나 국도, 지방도를 다닐 수 있는 자율차는 2025년쯤 초기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차 개발 경쟁이 치열한데 가장 앞선 나라는 어디인가?
제일 발달한 곳은 유럽이다. 그 다음이 미국, 일본, 한국 순이다. 유럽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하고 일본이 93~94% 수준이고 우리나라가 80% 정도 된다. 우리나라가 2년 정도 뒤졌다고 하는데, 완성차 기술로 보면 2년이 안 될 것 같고 부품 기술로 보면 한참 뒤처졌다.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구글, 애플 등 IT기업 빼고 자동차업체별 자율주행기술 확보 수준에서 다임러, 아우디, BMW, GM 등이 리더 그룹에, 볼보, 포드, 도요타, 혼다, 폭스바겐, 닛산 등이 경쟁자 그룹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도 경쟁자 그룹에는 속하지만 순위는 이들보다 낮은 13위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프리미엄급 자동차가 많다. 고급차 위주다 보니 신기술 적용이 가장 빠르다. 미국은 대량생산체제로 신기술을 바로 적용하는 데 부담이 있다. 잘못하면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검증이 된 기술을 상용화하는 전략인 것 같다.
자율차 구현에 필요한 기술로는 무엇이 있나?
우선 주변환경을 보고 인지할 수 있는 환경인지기술이 필요하다. 카메라센서, 레이더센서, 라이더센서 등이 해당하는데 굉장히 고가이고 하이테크다. 예를 들어 구글자동차 위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게 라이더센서인데 빛을 이용해서 주변환경을 3D맵으로 알 수 있는 장비다. 그게 값이 8만달러(약 1억원) 정도한다. 다음으로 인지한 정보를 갖고 경로를 선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판단기술과 핸들을 조작하고 가속을 제어하는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센서 하나가 1억원 정도면 완성차는 가격이 굉장히 비싸겠다.
현재로는 그렇다. 고가인 이유는 센서값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격이 많이 낮춰질 거다. 낮춰지지 않고서는 상용화가 될 수 없다. 다만 초기에 는 고가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점점 보급화되면서 대량생산이 되고 비용이 내려갈 거다. 8만달러짜리가 1천달러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자율차가 대중화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자율차의 장점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교통사고가 확 줄어들 것이다. 현재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일어난다. 사람은 피곤하면 졸음운전도 하고 화난다고 난폭운전도 하지만 시스템은 그런 것이 없다. 두 번째는 일일 평균 운전시간이 50분 정도인데, 자율차로 인해 하루 50분씩 더 여유시간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다. 이 밖에 CO2 발생이 줄어들고 교통약자의 이동권도 보장된다.
우리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우선 택시가 무인택시로 바뀌는데 요금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하다. 인건비가 안 들어가니까. 편리하게 싼 가격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굳이 차를 사지 않을 거다. 자연스럽게 소유경제에서 공유경제로 넘어가게 된다. 보험도 바뀔 거다. 전체적으로 사고가 적게 나니까 보험료도 싸질 거고, 운전자한테 보험료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의 모델ㆍ기술력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될 거다.
운전 자체를 즐기는 분들한테는 자율차가 희소식이 아닐 수 있겠다.
걱정을 하셔야 할 거다. 미래에는 ‘사람이 운전을 왜 해?’, ‘그렇게 위험한 행동은 경기장에 가서 해!’라고 할 수도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법으로 운전을 금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하).
시스템이라서 불안하다는 분들도 많다.
자동차 무게가 기본적으로 2천킬로 정도 된다. 대당 가격이 4천만원 정도 한다고 볼 때 킬로에 2만원하는 기술이다. 어떤 분들은 “자율차는 100% 사고가 나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하려면 킬로에 1천만원짜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만들 수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기준ㆍ법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수용성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안전기준을 만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고는 날 수 있는데 사고가 나더라도 치명적인 데미지를 안 주도록, 시스템 에러가 났을 때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구글의 자율차가 사고를 내면서 자율차로 인한 사고발생 시 법적 책임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완전한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자율차로 인한 사고발생 시 법적 책임소재 문제는 현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앞으로 여러 가지 케이스가 나올 텐데 ‘운전의 주체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라고 보는 게 큰 틀인 것 같다. 법ㆍ제도가 그에 맞게 바뀌어 나갈 거다. 또 하나 자율차가 사고가 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할 것인가에 관한 윤리적 문제는 서서히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법을 어겨야 할 경우, 예를 들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앞 차가 막고 있을 때 중앙선을 침범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문제인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5월 18일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는 자율차와 드론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율차 육성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제언할 점은?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실제 도로주행을 통해 빅데이터를 쌓는 일이다. 구글은 2009년부터 시작해 400만킬로 이상 도로실증을 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부터 임시운행허가제도가 시작돼 현재 8대가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 올해 말까지 20대가 안 될 것 같다. 20대 가지고 언제 구글의 400만킬로를 따라잡겠나. 산ㆍ학ㆍ연이 얼라이언스라든지 컨소시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서로 공유할 부분은 공유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면서 함께 커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큰 틀에서 조정하고 이끌어 나갈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가 뒤처져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데 결국 시간, 인력, 예산의 문제 아닌가.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선 인력과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인력은 당장 안 된다. 남은 건 예산인데 정부 R&D 예산이라는 게 정해진 실링 안에서 나누다 보니 한계가 있다. 자율차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자동차가 만들어진 이래 이 정도로 패러다임이 바뀐 적은 없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셋째, 상용화에 앞서 지원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지원정책은 산업계 중심이다. 앞으로는 수요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통행료나 취득세를 깎아주는 등 보급ㆍ활성화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자율주행자동차센터는 앞으로 자율차 시대를 맞아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상용화가 되려면 먼저 안전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안전기준을 규제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이 안 만들어지면 되레 상용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강제하는 것은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상용화를 지원해 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자율차 테스트베드인데,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지에 2018년 상반기 오픈 목표로 신호등, 교차로, 빌딩 등 실제 도로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테스트베드를 11만평 규모로 만들고 있다. 도심, 국도, 지방도, 고속도로 상황을 다 시험할 수 있다. 이곳을 지렛대 삼아 R&D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모쪼록 산ㆍ학ㆍ연에서 많이 활용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