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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계경기 부진과 불리한 환율여건, 수출기상도 ‘흐림’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6년 09월호

- 올해 연간 - 6% 미만의 수출증가율 예상, 선진국으로의 수출부진 심화하고 주력품목 대부분이 부진 전망

- 리쇼어링 정책 등 제도적 개선과 인프라 확충 통해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국내 제조업 간의 시너지효과 확대해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우리 수출은 큰 폭의 마이너스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데다 저유가로 수출가격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출이 플러스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해 보면 올해 안으로 수출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수출부진, 외부적·구조적 요인 커

우선 우리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경기 상황을 살펴보자. 그동안 세계경기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나마 미국이 꾸준히 소비를 늘리면서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는 것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공식은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늘고 이에 따라 소득이 늘면서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이 4%대까지 낮아지는 완전고용 상황에 이르면서 추가적으로 고용을 늘리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성장둔화는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로 확산돼 갈 것이다. 그동안 꾸준한 회복흐름을 보이던 유럽은 수출둔화에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져 성장활력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 약효가 떨어진 일본 역시 하반기에 제로성장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감속성장 기조도 하반기에 계속될 것이다. 유가 하락세가 멈추면서 원자재 수출국가들은 심한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선진국 경기둔화를 고려할 때 빠른 회복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여건도 밝지 않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달러당 1,180원 수준을 기록하던 원화환율은 8월 초반 기준 1,110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빠른 절상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지만 대규모 경상흑자 기조가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상반기에 비해서는 향후 원화가 평균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수출의 가격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크게 우려되는 점은 보호무역주의 흐름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서 보듯이 글로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교역확대가 분배를 악화시켜 선진국 국민들의 취업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경쟁에서 양당 후보자들 역시 FTA, TPP 등 국제협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보호주의 기조를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중국의 각종 비관세장벽 확대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수출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금액 기준으로 수출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유가하락이 멈춘 데 따른 가격적인 효과가 클 것이다. 물량 기준으로 볼 때 세계교역 증가율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더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둔화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간으로 -6% 미만의 낮은 수출증가율이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하반기 성장둔화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는 선진국으로의 수출부진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던 EU지역으로의 수출 역시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둔화 및 유로화 약세로 점차 활력이 낮아질 것이다. 가계소비와 민간기업 투자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마이너스 증가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품목별로 보면 주력품목 대부분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다. 선진국의 내구재 수요둔화는 전기전자 및 자동차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TV, 휴대폰, 가전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전자부품 수출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수출 역시 브라질, 러시아 등 자원수출국 경기부진과 해외생산 확대 흐름으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년간 계속된 수주감소로 선박수출이 주요 품목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 부문도 중국의 생산확대가 지속되면서 수출부진과 단가저하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수출부진의 원인이 세계경기 부진, 보호무역주의 경향의 강화, 국가 간 경쟁 확대 등 외부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우리가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기는 어렵다. 정부의 각종 무역금융 지원이나 신시장 개척에 대한 지원 등의 방안이 제시되지만 이마저도 보호무역 흐름 아래서는 불공정경쟁이라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민간 창의력 극대화…의외의 분야에서 성장동력 찾을 수도

이제는 단기적인 수출실적을 높이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구조개혁과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뛰어난 역량을 갖춘 수출기업들이 많이 등장할 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해 기초가 튼튼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성장능력을 높이는 정책이 바로 우리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인 것이다.


정부가 미래에 우리 수출을 이끌어갈 산업을 지정해서 지원하기보다는 민간의 자율적인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미래 성장먹거리로 생각되는 전기자동차,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등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러한 산업들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우리가 꼭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의외로 새로운 분야, 혹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생각되던 분야에서 우리의 성장동력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와 생산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도 중요하다. 생산기반을 외국으로 옮기게 되면 초반에는 부품이나 소재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수출에 기여하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생산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 간의 시너지가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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